요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요즘인지라 사람들이 모일 때면 팟럭(Potluck) 파티를 하는 경우도 종종 생깁니다. 다들 자기가 잘 하는 음식 한 두가지씩 가져와서 나눠먹는 거지요.
나이 많은 분들은 "요즘에는 이웃간의 정이 사라져서 음식 나눠먹는 모습을 못 본다"라고 한탄하시기도 하지만, 실제로는 눈에 좀 덜 띄는 형태로 바뀌었을 뿐 음식 나눠먹는 문화는 여전히 이어져 내려오는거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다만 인터넷이나 TV에서 고급스러운 요리와 맛집 정보를 자주 접하다보니 사람들의 눈높이가 높아지는 경향은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경우를 대비해서 그럴듯한 주력 메뉴 한 두가지 정도는 익숙하게 만들 수 있으면 좋지요.
예전에는 티라미수를 주로 만들었는데, 이게 사람들이 "오오~ 이런 것도 만들 줄 아세요?"라며 엄지 척 올려주는 반응이 좋았거든요.
그런데 요즘에는 티라미수도 굉장히 흔한 디저트가 되어버린 데다가 재료비도 많이 들고, 손도 많이 가고, 무엇보다 아이들과 함께 먹기엔 커피 함량이 높아서 꺼리게 됩니다.
그러다보니 만들기 쉽고, 재료비도 저렴하고, 겉보기에 예쁘장한 구겔호프 케이크를 만드는 횟수가 점점 많아지는 중입니다.
우선 밀가루와 베이킹 파우더, 베이킹 소다, 소금을 섞어 가루 재료를 미리 준비 해 둡니다.
원래는 이스트 넣어서 발효시켜 만드는 빵이었는데, 컨설팅 회사에서 레시피 개발하면서(https://blog.naver.com/40075km/221474844132) 퀵브레드 레시피를 알게 된 이후로는 베이킹 파우더를 사용하게 되네요.
실온에 둬서 말랑해진 버터와 설탕을 섞어 크림화 시킵니다.
깜빡하고 미리 내놓는 것을 잊어버렸을 때는 전자레인지에 살짝 돌려서 부드럽게 만들어도 되긴 합니다.
다만 버터가 완전히 녹지 않도록 조금 돌리고 섞어주고 조금 더 돌리고 섞어주기를 반복해야 하지요.
말랑버터로는 크림화가 되는데 몇 초 더 돌리는 바람에 녹은 버터로는 크림화가 안되는 것을 보면 역시 인생은 타이밍인가 싶습니다.
버터크림에 달걀을 하나씩 까 넣습니다.
한꺼번에 왕창 넣으면 기껏 만들어 놓은 크림이 분리될 수도 있으니 하나 넣고 완전히 섞이면 또 하나 넣는 식으로 섞어주는 게 좋습니다.
다 섞이면 미리 준비해 둔 가루 재료들을 넣고 반죽기를 저속으로 계속 돌립니다.
가루가 다 풀어지고 멍울이 보이지 않으면 우유도 넣고, 바닐라 에센스도 넣어줍니다.
말린 과일이나 견과류 등을 넣어주면 더 맛있는데, 미국에서 이삿짐 챙기며 어지간한 건 다 나눠주거나 버리고 온지라 없는 재료가 많네요.
서랍마다 각종 음식 재료를 가득 채워놓았던 그 상태를 회복하려면 얼마나 더 걸릴런지.
구겔호프 틀에 녹인 버터를 칠해서 나중에 잘 떨어지도록 합니다.
일반적인 케이크 틀과는 다르게 울퉁불퉁한 모양인데다 가운데에는 구멍을 뚷기 위한 기둥까지 있기 때문에 버터를 바를 때 조금 더 신경을 써야 합니다.
하지만 불평을 할 수 없는게, 바로 이 모양이야말로 구겔호프의 정체성과도 같기 때문이지요.
버터케이크 반죽만 구워도, 초콜릿을 섞어 넣어도, 견과류나 말린 과일을 넣어도, 어떤 장식을 해도 번트(Bundt) 틀을 사용해야만 구겔호프가 됩니다.
조개 모양 틀을 사용해서 구워야만 마들렌(https://blog.naver.com/40075km/221093571430)이라고 할 수 있는 것과 비슷하네요.
구겔(Gugel)은 독일어로 중세의 뾰족한 모자에서 비롯된 단어이고, 호프(hupf)는 껑충 뛰어오른다는 의미로 케이크 반죽이 틀 밖으로 뛰어 나올 듯이 부풀어 오르는 모양을 나타낸 이름입니다.
그 이름처럼 반죽이 구워지면서 부풀어 오르기 때문에 틀의 1/3 정도만 채워야 하지요.
이스트로 발효시킨 반죽에 비해 팽창제를 사용한 반죽은 훨씬 더 많이 부풀어 오르는 느낌입니다.
처음에 아무것도 모르고 틀에 반죽을 가득 채웠을 때는 화산 폭발한 것 마냥 흘러나온 반죽을 치우느라 고생 좀 했었지요.
180도 오븐에 13분 구워줍니다. 그런데 이건 오븐마다 온도와 시간 설정이 다 달라서 뭐가 맞다고 콕 집어 말할 수 없는 부분이 있습니다.
온도계로 찔러봤을 때 내부 온도 93도에 도달했는지를 확인하는 게 그나마 실패를 줄이는 방법이지요.
너무 익으면 겉이 타버리고, 덜 익으면 케이크 내부에서 설익은 반죽이 흘러나오거나 심한 경우엔 틀에서 반토막으로 부서져 나올 때도 있습니다.
몇 번 시도하다 보면 겉은 바삭하고 속은 부드럽게 구울 수 있는 최적의 시간과 온도를 찾아내게 되지요.
독일을 비롯한 중부 유럽에서 크리스마스 케이크로 많이들 먹기 때문에 장식을 할 때도 많습니다.
간단히 슈가파우더를 살짝 뿌려 눈 온듯한 연출을 하는 것에서부터 녹은 초콜릿에 담갔다 빼서 초콜릿이 흘러내리는 듯한 모양을 만들기도 하고 크림 무스로 속을 채우고 과일을 얹기도 합니다.
평범한 케이크는 왠지 하얀색 도화지 같아서 장식할 때도 어지간히 실력이 있지 않고서야 좀 어설픈 듯한 분위기가 풍기기 쉬운데
구겔호프는 그 독특한 모양 때문인지 데코레이션 과정에서 조금 삐뚤어지거나 실수를 해도 왠지 근사한 느낌입니다.
이번에는 화이트 초콜릿을 녹여서 뿌리고 커다란 초콜릿 볼과 장식용 사탕구슬을 올려봤습니다.
희안하게 웨딩 케이크 분위기가 나네요 ㅎㅎ
반죽을 너무 조금 하면 반죽기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기 때문에 보울 절반 정도는 채울 수 있는, 이른 바 '기본 분량'을 맞춰서 만들곤 합니다.
기본 반죽을 만들면 중간 크기의 구겔호프 여섯 개가 나오지요.
이웃들과 나눠먹기도 좋고, 아이들 요청에 맞춰서 데코레이션을 이리저리 바꿔보기에도 넉넉한 수량입니다.
한 개는 아이들이 "무지개 스프링클"을 뿌리자고 강력하게 주장하길래 시도 해 봤더니 영낙없는 잭슨 폴록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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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쨩도 좋아한다는 리얼 스위트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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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솨합니다! ㅎㅎ | 20.07.10 21:25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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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uyver3419
| 20.07.15 14:58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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