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브 카메라로 미러리스가 있습니다만, 주력으로 쓰는 DSLR의 미러가 철커덩하고 움직이는, 디지털 바디에 그나마 남아있는 그 아날로그적인 구동이라 할지 그 특유의 손맛같은 게 없어서 미러리스가 대세가 된 요즘 나오는 카메라들이 눈에 잘 안들어 왔었습니다. 뭐 펜탁스를 제외하면 주요 회사들이 DSLR의 개발을 더 이상 하지 않겠다는 계획들을 발표하는 걸 보며, 저도 시점의 문제일뿐, 결국 미러리스를 주력으로 쓰게 될 시기가 머지않아 오게 되겠구나...싶을 때 전부터 꼭 써보고 싶었던 렌즈를 이번에 들였습니다.
아마도 이게 제 마지막 EF 마운트 렌즈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저는 렌즈 구매 뽐뿌를 Exif가 공개된 갤러리의 다른 유저의 사진 내지 리뷰 사이트의 리뷰용 샘플 이미지를 보고 얻게되는데, 이 렌즈같은 경우엔 후자였습니다. 대중적인 렌즈가 아니다보니 전자의 경우는 찾기 어려웠구요, 후자의 경우 일본 요도바시 카메라에서 운영하는 리뷰사이트인 포토 요도바시에서 처음 접했습니다.
투명하고 맑은 느낌이랄까...그런 인상을 받았습니다. 제가 가진 렌즈 구성에 85mm 화각대가 비어있어서, 캐논의 만투를 고려하고 있었는데, 아무래도 캐논이 현재 EF 마운트에서 RF 마운트로 전환되는 과도기이기도 해서 선뜻 구매하기 꺼려지더라구요. 만투는 설계된지 너무 오래돼서 최신 렌즈들에 비해 쨍한 맛이 떨어지기도 하고, 비교적 최근에 나온 손떨방이 들어간 EF 85mm/f/1.4는 렌즈 자체가 정물 촬영을 주력으로 하는 제 용도와 개발된 취지자체가 너무 다르기도해서 고민중이던 찰나에 이 렌즈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이 렌즈도 나온지 10년쯤은 된 렌즈인데, 설계할 때 6K의 고화소까지 대응하도록 고려되었다고 해요. 휴대폰이나 컴퓨터로 6K 영상을 보는데도 눈이 썪겠다 싶게 느껴질 시기가 오려면 그래도 한참은 시기상조인 거 같으니, 현역으로 제법 오래 넉넉히 사용할 수 있겠다란 계산이 섰습니다.
참고로 독일에 있는 자이즈 본사에선 현재 씨네용 렌즈만 만들고 있고, 35mm 포맷용 렌즈들은 전부 코시나외 몇몇 일본 협력업체들에서만 제조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독일 브랜드지만 메이드 인 재팬이구요, 때문에 일본에서 생산된 자이즈 렌즈들은 진짜 자이즈 렌즈가 아니다라고 하는 분들도 있습니다만, 최상위 라인인 오투스같은 경우 DXO나 DP같은 카메라, 렌즈 벤치마크 사이트에서도 끝판급 성능을 보여주고있죠.
오투스를 제가 써보질 않아서 직접적인 비교는 어려운데, 밀부스도 중앙부와 주변부 해상력이 또렸한 건 직접 확인했고, 만족스러웠습니다. 다만 오투스에 비해 부족한 부분, 호불호의 영역이 될 수 있는게, 비네팅인데요, 개인적으론 비네팅을 리터칭할 때 과하게 첨가할 정도로 즐기는 편이라 큰 단점으로 와닿지는 않더라구요.
그리고 이 렌즈는 수동렌즈입니다. 그래서 동적인 촬영을 하는 분들에겐 맞지 않구요, 저처럼 정물을 주로 찍거나, 있는 AF기능도 죽이고 MF로 찍어야 되는 영상촬영에 적합하다고 할 수 있겠네요.
마지막으로 이 렌즈는 정말 무겁습니다. 스펙상 1.4kg인데, 제가 가진 이 렌즈보다 세배쯤은 더 큰 망원줌인 엄마백통 70-200mm이랑 거의 같은 무게에요. 같은 크기의 렌즈들에 비해 2-3배는 더 무겁구요, 그래서 체감상 더 무겁게 느껴집니다. 렌즈 후드도 쇠고, 렌즈 몸통도 쇠고, 고무재질인 포커스링은 굉장히 묵직한 감으로 돌아갑니다. 쇠로만 가득채운 캐틀벨도 이 사이즈면 이보다 더 가벼울 거 같아보이는데, 도대체 뭘로 채워놨길래 이렇게 무거운지 모르겠습니다. 보통 아주 무거운 렌즈들은 마운트 시킨 채 카메라를 들었다가 마운트부가 뜯어져버리는 참사가 벌어지기도 해서, 렌즈 마운트를 기본적으로 제공하는데, 보통 그런 망원렌즈들과 달리 이건 주먹만한 렌즈라 그런게 달릴만한 공간도 없구요. 그래서 이 부분을 들어 쓸데없이 무겁게 만들어놨다, 설계미스다라 지적하는 분도 계시던데 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