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내일 마감 예정으로 현재 개최중인 '조이드 와일드 콘테스트' 출품용으로 작업한 디오라마입니다.
콘셉트는 곧 닥쳐올 적의 대공세를 기다리는 전장의 지루한 긴장감이랄까 하는 걸 모티브로
스케일 모형의 느낌과 기법이 SF모형에 적극적으로 반영됐던 80년대 후반 언저리의 모형지 감수성에 두었습니다.
제 나름대로는 많은 것이 새롭고 신기했던 시절에 대한 향수와 오마쥬가 들어간 작업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적을 기다리는 장면이지만 '환영준비'라는 살짝 역설적인 제목을 붙여봤습니다. 사전 찾아서 대강 영문 제목도 적었지만 콩글리쉬같다는 의혹이...
생각해보니 2003년 언저리부터 조이드를 파 왔는데, 이렇게 디오라마를 만든 건 처음이네요.
배경 처리는 TV에 사진을 띄워놓고 그 앞에서 찍는 식으로 연출했습니다. 제 사진술이 꽝이어서 그렇지 의외로 쓸만합니다. 아주 기초적인 스크린 프로세스 응용이랄까.
베이스에 고정을 시키진 않았기 때문에 요소들을 이렇게 달리 배치해 가며 연출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사진 솜씨가 어설프다보니 찍을 때마다 색온도도 묘하게 다르고...
제 작업 중에선 가장 덩치가 크다고 할 수 있는 물건이라, 중간중간 볼꺼리를 적절히 배치하는 점에도 신경을 썼습니다.
배경 때문인가, 약간 특촬 느낌 나는 것도 같고...
여러 각도에서 볼 수 있다곤 하지만 기본적으론 이 정도 앵글이 작업을 보는 표준 시점 아닌가 합니다.
작업의 시발점이 된 스티라코사우루스형 조이드 '스티레이저'. 와일드 제로 라인업 중에선 스나이프테라와 함께 제일 좋아하는 물건입니다.
모터 구동을 살리고 가는 작업이기 때문에 개수 포인트는 디테일 쪽에 집중돼 있는데, 어지간한 기존 몰드는 싹 밀고 멩모델의 너트를 다시 붙였습니다.
너트 따붙이는 시간이 무척 지루했는데 사실 리벳팅은 칠하고 더럽힐 때 쯤 보람이 나타나지요.
사진을 정리하면서 매번 당황하는 게, 그냥 볼 때는 찾아도 안 보이던 허술한 부분들이 적나라하게 드러나서...
인형 작업도 이번이 처음이나 마찬가진데, 밀도는 떨어져도 작업의 분위기를 조성하는 소품 역할에 무리가 없을 정도는 되는 듯 합니다.
'제로'로 넘어오면서 조이드 스케일은 72정도로 변경됐다지만 정작 제품은 1기때 그대로 35지요. 해서 인형은 미니아트의 2차대전 독일군 병사를 개조.
에폭시 퍼티로 과장된 헬멧과 프로텍터(라고 부르기엔 참 두루뭉수리...) 정도 느낌을 주는 게 관건이었는데, 얼추 느낌은 나온 듯 해요.
당초 구상은 이렇게 스티레이저 2기만으로 구성하는 거였는데, 작업을 하다 보니 생각이 자꾸 곁가지를 쳐서 요소가 늘어납니다;
중반에 참전한 프로가노켈리스형 조이드 '가논터스'. 와일드 1기 조이드 중에 제일 좋아하는 녀석입니다.
사실 가논터스는 원래 몰드도 괜찮은 편인데, 위화감을 줄인답시고 이것도 다 밀고 다시 따붙였어요. 3마리 합쳐보니 대강 너트 따붙인 것만 몇백개 되는...;;;
묵직한 뒷태.
가장 눈에 띄는 개수 포인트는 대형 에너지 캐논. 지지대 같은 것도 생각은 했는데, 실탄계가 아니라는 핑계로 그냥 퉁치고 넘어갔습니다.
전에 작업했던 가논터스와 비교. 같은 물건이지만 지향점이 조금 달라서 의외로 느낌 차이가 좀 납니다. (생각해보니 전의 것도 노가다 레벨은 별 다를 게 없... OTL)
긴장감이 감도는 순간이어도 무표정한 시간이 계속되면 지루함을 느끼는 게 사람이죠. 그런 느낌을 표현하고 싶었는데...
애구 사진 보니까 대강 넘어간 거 다 드러나는구나 ㅠ ㅠ
전체적인 톤이랄까 하는 건 오래전 코바야시 마코토 같은 모델러들 작업을 답습했고, 배색은 구 조이드의 24시리즈 쪽을 은연중에 의식했습니다.
다음은 막바지에 참전한 벨로키랍트형 조이드 '랩터'. 소재의 한계로 디오라마가 좀 정물같이 되어가는 듯 해서 '표정'을 좀 맡겨보려고 급조했습니다.
상대적으로 움직임이 좀 있는 요소가 들어가니 다소 덜 무뚝뚝해 보이는군요.
포징을 주안점으로 둔 요소인지라, 태엽은 들어내고 관절을 몽땅 개조했습니다.
와일드 1기 조이드들이 기본적으론 대부분 화기를 배제한 녀석들이라, 추가무장을 간략히 달아줬습니다. 구 MSV 킷 등에서 유용.
반쯤 파묻혀 있다시피 한 앞발 쪽을 깎고 파는 작업, 변경된 관절 부분과 그에 편승한 실린더 늘이기 등 자잘한 작업 포인트가 제법 있습니다.
한참 나중에 끼어들었지만 어쩌다보니 위치 자체는 주연급이 되어버린...
베이스의 암벽은 아이소핑크 깎고 G코트 올린 것, 기지 건조물은 손과머리의 명품 행거를 기반으로 플라판 재단 및 정크 조합입니다.
풀은 조금 소극적으로 심다 말았는데, 베이스 관련 작업은 죄다 처음 하는 거라 잘못 건드리면 허술한 태가 너무 도드라질 것 같더라구요.
첫 작업 치곤 나쁘지 않게 나온 것 같아서, 이번 경험을 토대로 다음 기회엔 좀 더 재밌게 작업해 볼 욕심이 생겼습니다.
디오라마 구석구석에서 포인트 역할을 해줄 익룡들은 타미야의 1/35 공룡세계 파라사우롤로푸스 세트 동봉품을 사용했습니다. 한 15년만에 빛 보는군요.
초조함과 지루함 사이에서 격전을 기다리는 병사들 주위로 무심하게 날아다니는 짬익룡들. 조이드 세계관이니까 가마구 닭둘기 대신 익룡이가 짬부스러기 주워먹어도 뭐...
잘 보이진 않지만 중간 구석에 서 있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어쿠 저거 헬멧에 지문 찍힌 거 왜 못 봤지! OTL
해서 약 두달여간 짬짬이 작업한 끝에 마감을 하루 앞두고 일단락지어 출품까지 마무리했습니다.
오랫동안 조이드를 좋아해온 제게 공식 콘테스트도 열리고 그덕에 여러 작품들도 볼 수 있는 기회는 그야말로 즐겁기 그지없습니다.
내일 자정까지가 마감 기한인데, 막판이 되니 슬슬 완성작 러쉬가 시작되는 분위기네요. 모쪼록 멋진 작품 많이 만날 수 있길 기대하며...
- EST였어요.
(IP보기클릭)112.171.***.***
k-55 포병이였는데 저 두꺼운 철판 겨울에 얼어서 딴딴해진거 그대로 표현이됬네요 ㄷㄷㄷ 만지면 차갑고 두꺼운 재질이 그대로 느껴질거 같음 포병들 아침에 일어나서 엔진 안얼게 시동걸러 포상에 집합했나보군요 플라스틱일텐데 연금술이라도 하셨나 ㄷㄷㄷㄷ
(IP보기클릭)183.96.***.***
외계 행성의 전쟁터... 라는 느낌이군요. ^ ^
(IP보기클릭)119.192.***.***
완성 하셨군요 너무 좋네요 뭔가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한 작품입니다. 좋은 결과 있으시길 바래봅니다. 물론 추천도요~~~^^
(IP보기클릭)61.77.***.***
와...이건 진짜.... 전장에서 구르고 구르는 고참&병기들 느낌이 물씬나네요...와우...
(IP보기클릭)112.171.***.***
k-55 포병이였는데 저 두꺼운 철판 겨울에 얼어서 딴딴해진거 그대로 표현이됬네요 ㄷㄷㄷ 만지면 차갑고 두꺼운 재질이 그대로 느껴질거 같음 포병들 아침에 일어나서 엔진 안얼게 시동걸러 포상에 집합했나보군요 플라스틱일텐데 연금술이라도 하셨나 ㄷㄷㄷㄷ
(IP보기클릭)1.232.***.***
그렇게 명확하게 의식한 건 아닌데, 동계위장 기반이고 전체적으로 무채색 위주다보니 그런 느낌이 반영된 것 같습니다. 구체적인 이야기를 해 주시니 의외로 감흥이 커지는 것 같아 좋네요^^ | 20.09.04 17:56 | |
삭제된 댓글입니다.
(IP보기클릭)1.232.***.***
긞붱이
나중에 짬배 불러서 뒤뚱뒤뚱... ㅋㅋㅋㅋㅋ | 20.09.04 17:56 | |
(IP보기클릭)223.39.***.***
(IP보기클릭)1.232.***.***
감사합니다^^ | 20.09.04 20:05 | |
(IP보기클릭)183.96.***.***
외계 행성의 전쟁터... 라는 느낌이군요. ^ ^
(IP보기클릭)1.232.***.***
어, 생각은 못 했는데 돌이켜보니 확실히 지구는 아니니까요^^ | 20.09.04 23:26 | |
(IP보기클릭)119.192.***.***
완성 하셨군요 너무 좋네요 뭔가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한 작품입니다. 좋은 결과 있으시길 바래봅니다. 물론 추천도요~~~^^
(IP보기클릭)1.232.***.***
덕분에 완주했습니다. 많은 이야기를 담기엔 연출이 부족해서, 이것저것 늘어놓은 데 그쳤지만 재미있게 작업했어요^^ | 20.09.04 23:27 | |
(IP보기클릭)124.5.***.***
(IP보기클릭)1.232.***.***
요코야마 코우나 코바야시 마코토 같은 모델러들의 느낌을 답습한다고 한건데, 그렇게 봐 주셨다면 기쁠 따름입니다^^ | 20.09.04 23:28 | |
(IP보기클릭)1.227.***.***
(IP보기클릭)1.232.***.***
조이드가 원래 그냥 보면 완군데 손대면 은근 재밌는 게 나와요^^ | 20.09.04 23:28 | |
(IP보기클릭)61.77.***.***
와...이건 진짜.... 전장에서 구르고 구르는 고참&병기들 느낌이 물씬나네요...와우...
(IP보기클릭)1.232.***.***
고맙습니다. 사실 스케일 모형의 관점에서 보면 가벼운 작업 정도입니다. 저도 그리 집요하게 모형질 하는 사람은 아닌지라; | 20.09.04 23:29 | |
(IP보기클릭)125.183.***.***
(IP보기클릭)1.232.***.***
앗 저는 우파가 아닙... ㅋㅋ 감사합니다^^ | 20.09.06 01:08 | |
(IP보기클릭)125.248.***.***
(IP보기클릭)1.232.***.***
올드한 감성의 발로입니다만 조이드의 이런 느낌에 반한 사람도 많죠^^ | 20.09.06 01:09 | |
(IP보기클릭)211.51.***.***
(IP보기클릭)1.232.***.***
저 정도의 메카를 굴리는데 '문명이 사라졌다'고 할 수 있을지...! 추천 감사합니다^^ | 20.09.07 09:49 | |
(IP보기클릭)121.151.***.***
(IP보기클릭)1.232.***.***
앗 적이셨어! ㅋㅋ | 20.09.11 22:42 | |
(IP보기클릭)112.184.***.***
(IP보기클릭)1.232.***.***
깜짝퍼티라기엔 와글와글 모여 기다리는 중이라 ㅋ | 20.09.11 22:43 | |
(IP보기클릭)122.44.***.***
(IP보기클릭)1.232.***.***
칭찬은 감사합니다만, 아직 심사중일텐데 이리 말씀하시면 당황스럽지 말입니다;;; | 20.09.12 01:28 | |
(IP보기클릭)121.173.***.***
(IP보기클릭)1.232.***.***
헛, 그... 그분요? ;;;; (당황) | 20.09.12 02:02 | |
(IP보기클릭)61.77.***.***
(IP보기클릭)1.232.***.***
저쯤되면 병기랑 대화도 하고 그러지 않을까 싶... 아, 상대방이 생체 메카니까 말 정도 거는 건 이상하지도 않겠네요 ㅋㅋㅋ | 20.09.12 10:33 | |
(IP보기클릭)112.152.***.***
(IP보기클릭)1.232.***.***
고맙습니다! ^^ | 20.09.12 10:33 | |
(IP보기클릭)121.180.***.***
(IP보기클릭)1.232.***.***
^^ | 20.09.13 07:14 | |
(IP보기클릭)124.50.***.***
(IP보기클릭)1.232.***.***
밀리터리라고까진 못 하겠고, 레트로 SF정도의 접근(위에도 적었지만 80년대 모형지 감성)으로 봐 주시면 좋겠습니다^^ | 20.09.13 07:14 | |
(IP보기클릭)124.28.***.***
(IP보기클릭)1.232.***.***
퍼퍼펑! | 20.09.13 22:42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