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더 스크롤 온라인을 둘러싼 부정적인 반응에 대해, 이번에는 RPS가 디렉터 폴 세이지를 인터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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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당신에게 청중을 감탄시킬 시간이 15분 밖에 없다면, 가장 격렬한 회의주의자들조차도 백기를 흔들게 만들기 위해선 커다란 총을 얼굴 앞에 꺼내드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지 못한 엘더 스크롤 온라인(TESO)의 E3 발표는 사람들에게 걱정을 불러일으켰다. 액션 전투는 공허하고 무의미해여보였으며, 기자들은 귀신과 시간여행, "X 아이템을 Y만큼 모아라"는 메시지가 나오는 엘더 스크롤답지 않은 연쇄 퀘스트를 상당시간 당혹스럽게 지켜보았다. 반면, 고유의 매력이 될 가능성이 있는 3파전 팩션 PvP는 파헤쳐진 개미집 같은 모습을 담은 45초짜리 영상으로 보여질 뿐이었다.
하지만 잠깐 생각해보자. 아무리 최고라 해도 MMO는 시연에 적합하지 않다. 그걸 염두에 두고, 나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폴 세이지에게 시연에서 보여준 것보다는 더 선명하게 TESO의 정체를 알아보고자 했다. 과연 TESO는 그게 그거 같아 보이는 온라인 게임 무리 속에서 뭐가 다를까? 클래스는 우리가 원하는대로 섞고 맞출 수 있을까? 돌아다니는 NPC를 모두 죽이고 다닐 수 있을까? TESO는 구공화국 마저 씹어삼킨 가혹한 MMO 시장에서 기회를 잡을 수 있을까?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 게임 속에 책이 존재할까? 한 번 알아보자.
발표 중 많은 시간을 솔로 퀘스트가 어떻게 세계에 영향을 미치는지 보여주는 데 쓰셨죠. 나쁜 유령들을 잠재우는 거라던가요. 엘더 스크롤 온라인은 플레이어에게 싱글 플레이어 RPG의 영웅 같은 느낌을 주는 게 목표인가요?
그렇습니다. 우리가 하려는 것 중 하나가 플레이어가 자신을 영웅이라고 느끼는 겁니다. [시연에서 본 퀘스트에서] 과거로 시간을 거슬러 가고 현재에서 그 결과를 직접 목격하는 걸 보셨죠? 그런 게 우리가 하고 싶은 중요한 것 중 하나입니다. 오블리비언에서 "당신이 크바치를 구한 영웅이군요"란 이야기를 수도 없이 듣듯이 마을로 돌아왔을 때 NPC가 플레이어에게 반응하길 원해요. NPC가 플레이어의 업적을 인지하게 하고 싶습니다.
그런데 보통 MMO에서는 그런 영웅적인 느낌을 주는 게 굉장히 서투르잖아요. 다른 사람들이 달려다니고 뛰어다니고 채팅창으로 스팸을 날리는 데다가, 그 사람들도 모두 똑같은 일을 하죠. 차라리 그런 게 자연스러운 세계의 구축을 시도하는 게 낫지 않나요?
그건 관점의 문제에요. NPC가 업적을 존중할 때는 '당신'이 느끼는 게 중요하지, 다른 사람이 돌아다니는 건 별 문제가 아닙니다. 사실 그건 오히려 경험을 더 개선할 수 있죠.
그런데 MMO의 NPC란 모든 다른 장르의 NPC 중에서도 가장 지위가 낮지 않나요. 보통은 어떤 한 장소에 박혀서 해설이나 퀘스트 정보원 역할만 하잖아요. 그런 NPC가 "당신이 그 성대한 전투에서 일천마리의 잔툴렉스를 베어버린 사나이로군" 같은 이야기를 한다고 별로 신경쓸 것 같진 않은데요.
우리 게임의 NPC는 플레이어의 업적 뿐 아니라 업적이 아닌 것들도 인지합니다. 플레이어가 한 일에 반응하기 때문에 더 살아있는 세계처럼 느껴지죠. 다른 많은 게임들처럼 NPC에게는 각자 역할이 있어요. 하지만 NPC의 반응은 플레이어가 무얼 했느냐에 따라 달라지죠. 종족과 클래스 선택 역시 반응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입니다.
그리고 플레이어가 황제로 즉위할 수 있게 하는 것도 보세요. 팩션 전쟁이 있는데, 바로 그 전쟁에서도 플레이어는 특별해질 수 있습니다. 퀘스트를 하고 싶지 않다면 그저 던전을 탐험하는 것도 좋아요. 영웅이 되고 싶은 게 목표가 아닌 경우에도 할 수 있는 것을 마련해뒀습니다.
황제 시스템은 엔드게임[만렙] 전용인가요? 그리고 또, 전통적인 MMO의 틀을 부수고 더 플레이어가 주도하는 게임으로 만들려고 시도하는 게 더 있나요?
대규모 플레이어 전투 부분에 있어선 거의 모든 게임플레이가 플레이어 주도로 이루어집니다. 그런 상황에선 어떤 일이 일어날지 예측하기 어렵죠. 그게 우리가 MMO를 만드는 이유입니다. 저는 그런 플레이어 주도의 플레이가 플레이어를 머물게 만드는 것이라 생각해요. 황제 즉위도, 요새 점령도 정말 재밌습니다.
그리고 플레이어는 캐릭터가 성장하는 방식도 제어할 수 있습니다. 메이지인데 도끼가 있으니까 도끼를 쓰겠다 같은 것도 가능해요. 그런 사소한 것들이 정말로 자신이 플레이하고 싶은 걸 플레이할 수 있게 만들어주죠.
도끼를 쓰는 메이지란 건 어떤 방식인가요? 초기 엘더 스크롤 게임들처럼 무기 스킬은 사용하기에 따라 올라가는 건가요?
사용하면서 올라가는 방식은 아니고 스킬을 선택하는 방식이에요. 하지만 성장할 수 있어요. 힘이 성장하면 도끼를 사용하는 새로운 방식을 발견하죠. 저는 그런 부분이 참 좋다고 생각해요. 뭔가 무기를 찾았으면 주워서 쓸 수 있어야죠.
그런데 스스로 클래스를 설계하는 열린 클래스 시스템은 아니에요. 전장에서 누군가를 보면 어떤 능력이 있겠다는 건 대략적으로 알 수 있죠. 하지만 그 플레이어가 정확히 숏컷에 뭘 할당했는지는 알 수 없죠. 그러니까, 어느 정도 구조는 잡혀있지만 많은 부분을 커스터마이제이션 할 수도 있습니다.
E3 발표는 미리 정해진 퀘스트를 따라가는 식이었죠. 더 즉흥적인 탐험을 할 수도 있을까요? 환경 자체가 이야기를 전한다는가 하는 식으로요. 게임 속 책들이 있나요?
당연히 책을 찾을 수 있는 곳들이 있습니다. 책으로 퀘스트가 시작되기도 하냐고요? 당연히 시작할 수 있습니다. 퀘스트가 전혀 없는 곳들도 많이 찾아볼 수 있고요. 우리가 말하지 않은 것 중 하나가 세계에서 그냥 발생하는 방식의 콘텐츠가 있다는 점입니다. 밖에서 누군가를 끌고가는 산적들을 봤다고 해보죠. 원한다면 달려들어서 산적들을 죽일 수 있습니다. 뭘 하고 싶은지는 플레이어에게 달렸습니다. 아니면 그 상황에서 다른 행동을 할 수도 있죠. 그런 것들이 세계 전체에 산재해있어요.
또 세계 곳곳에는 '대드릭의 닻'(Daedric Anchor)이란 것들이 있어요. 대드릭들이 거기서 나와 공격하죠. 오블리비언 게이트가 연상되기도 할텐데요. 플레이어는 닻을 제거할 수도 있어요. 그걸 따로 이벤트라고 부르고 싶진 않습니다. 그저 그 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일 뿐이에요.
적이 아닌 NPC를 죽일 수 있나요? 마을을 휩쓸고 다닐 수 있을까요?
악인이 아니지만 죽일 수도 있는 NPC들이 있습니다. 플레이어가 악인을 플레이할 수 있죠. 어떤 사람들에겐 그게 판타지잖아요. 정말로 악당이 되고 싶은 사람들이라면, 될 수 있게 하려고 합니다.
엘더 스크롤 온라인이 다른 게임과 구별되는 점을 액션 전투와 매력적인 스토리라인이라고 하셨는데요. 하지만 그것은 각각 테라와 구공화국 같은 다른 MMO에서 이미 한 것들이 아닌가요. 어떻게 거기서 차별되나요?
말한다면 어느 것이든 이미 다른 게임에서 했다고 할 수 있죠. 어떻게 만들어져있느냐가 중요한 겁니다. 우리의 퀘스트는 좀 더 긴 시간이 걸립니다. 시간에 걸쳐 이야기를 드러내나가죠. 이건 직접 플레이하기 전까지는 그 특별함을 알기가 어려워요.
액션 전투는 정말로 두드러진다고 생각해요. 다른 게임들도 했단 건 저도 알아요. 하지만 특히 다른 친구들과 게임을 할 때 서로 짝을 맞춰 할 수 있는 협동 어빌리티가 있어요. 그건 정말로 두드러지는 것이죠. 대규모 PvP 전투도 있고요. 그런 것들을 모두 어떻게 섞느냐의 문제입니다. 그야 어떤 게임이든 이미 다른 게임에서 만든 뭐랑 비슷하다고 할 수 없는 게 거의 없으니까요.
처음 엘더 스크롤 온라인을 공개했을 때, 팬들로부터 상당한 불만이 나왔었죠. 일인칭이 아니라던가, 와우스러운 액션 바가 있다던가 하는 걸로요. 그런 이야기들을 들었나요? 그런 불만을 받아들여서 고치려고 생각하는 부분이 있나요?
여러 부분에 대해서 반응이 나오는 걸 듣는 건 흥미롭습니다. 나쁜 점이 있다면 직접 플레이해본 것이 아니라, 그냥 본 것에 대해 반응하는 것이죠. 사람들이 게임을 플레이해보고 우리에게 의견을 준다면야, 살펴보고나서 고쳐보겠다고 이야기하겠습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액션 바를 보기만 하고 나쁜 것이라고 하죠. 온라인 게임은 싱글과 달라서 전투 도중에 멈출 수가 없어요.
우리는 키보드-마우스 환경에서 어빌리티를 사용하기 쉽게 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아주 간편하게 단축 막대를 만들었죠. 직접 플레이해보면 다시 사용할 수 있을 때까지 아주 약간의 딜레이 밖에 없어요. 마나나 스태미너가 바닥날 때까지 사용할 수 있고 실시간 전투와 한 쌍으로 활용하면 아주 기분이 좋을 겁니다.
우리는 매일 게임을 플레이합니다. 매주 전직원이 하던 일을 멈추고 몇 시간 플레이테스트를 하고나서 좋았던 것과 좋지 않았던 것을 정리합니다. 정말 스스로 엄격하게 하고 있습니다.
언제 베타를 할 계획인가요?
2013년입니다.
현재의 MMO 시장 상황이 걱정되지 않나요? EA는 최근에 당신들처럼 강력한 스토리 콘텐츠와 사랑받는 원작을 내세우며 구공화국을 런칭했지만 벌써 하락세를 보이고, 플레이어들은 해볼 거 다 해봤다고들 하죠. 엘더 스크롤 온라인은 어떻게 그걸 피할 건가요?
'MMO'라는 게 그렇게 큰 의미는 아닙니다. 그러니까,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건 매력적인 게임, 매력적인 RPG를 만드는 겁니다. 우리는 먼저 몇 시간을 계획합니다. 그러니까 내부적으로 기획을 할 때 정말 몇 시간은 충분한 콘텐츠를 계획해요. 그리고나서 어떤 부분이 반복적으로 할 수 있는 재미가 있는지 살펴봐요. 그리고 레벨 50 던전의 경우 다시 플레이한다면 전에 보지못한 새로운 콘텐츠가 나온다는 것도 들으셨을 거에요.
사람들이 스카이림에 얼마나 시간을 쏟는지 보세요. 우리는 그걸 노립니다. 아직은 출시하기 전이니 출시 이후 이야기하고 싶지 않지만, 그 때 새로운 콘텐츠가 필요하다는 것은 우리도 알고 있습니다. PvP가 정말 매력적이라는 것도 말씀드렸을텐데요. 정말로 "멋지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입니다. 특히 세 팩션 구도를 보세요. 이건 이미 다른 어떤 게임에서도 보셨을테지만 플레이하고 황제를 즉위시키는 건 계속 해도 정말로 재미있어요. 그게 어느 정도 시간일지 전망하기는 그렇지만, 제가 그 비슷한 게임을 플레이했을 때는 수백 시간도 넘게 플레이했습니다. (역주: 다크 에이지 오브 카멜롯을 이야기하는 겁니다. 인터뷰 내내 폴 세이지 본인은 타사 게임들의 제목을 직접 언급하지 않는데, 아마 베데스다 PR 관계자가 옆에 있었지 않나 싶네요.)
하지만 구공화국 역시 "매력적인 RPG"였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 같은데요. 개인적으로, 전통적인 MMO 공식에는 지쳤어요. "여길 가라, 이거 열 마리 죽여라, 경험치 얻는다, 레벨 오른다" 하는 건 처음 하는 플레이어가 몇 백시간 하는 데는 좋아도, 한 번 질리면 그걸로 정말 끝이잖아요.
우리에게 중요한 건 처음 접했을 때 게임이 신선하게 느껴지는 겁니다. 500시간을 플레이하고나서 어떨지는 말할 수는 없네요. 사무실 안에서 아무도 500시간 플레이한 사람이 없으니까요. 하지만 처음 게임에 들어갔을 때는 신선하게 느껴질거라 말할 수 있습니다. 그걸 의도했어요. 팀 중에 이전에 온라인 게임을 만들어 본 사람이 정말로 많아요. 똑같이 틀에 박힌 게임을 만들지 않아도 된다는 것도 압니다. 신선하게 느낄 수 있도록 만들고 있어요.
엘더 스크롤이 온라인으로 갔으니, 다음은 폴아웃일까요?
개인적인 질문을 하신 거라면, 만들어보고 싶네요. 폴아웃 3를 얼마나 즐겼는지, 얼마나 좋은 게임이었는지 말로 다 할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스튜디오로써는 지금 이 게임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정말로 굉장한 열정을 가지고 이걸 만들고 있어요. 선전문구 같은 게 아닙니다. 저는 엘더 스크롤을 사랑해요. 이 게임을 만들 수 있다는 게 행복합니다.
시간 내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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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렇게까지 공격적으로 질문을 해도, 꽤 성실하게 대답을 잘 해줬네요. 너무 성급하게 깍아내릴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완성단계가 다가온 것도 아니고, 아직 여러가지 실험해보는 단계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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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도 곧 디아블로 3에 밀리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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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역시나 이것도 아직은 판단하기 이른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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