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년 캡콤 입사. 록맨의 캐릭터 디자이너를 시작으로 귀무자, 데드라이징, 로스트 플래닛 개발에 참여
-2006년 상무집행임원으로 취임해서 현재는 캡콤의 개발총괄 본부장/온라인 사업 총괄/콘텐츠 총괄을 겸임
루리웹 : 반갑습니다. 이번 한국 방문은 어떤 용무로 오셨는지요.
이나후네 : 반갑습니다. 캡콤의 이나후네 케이지입니다. 이번 한국 방문은 데드라이징의 예약 특전 때문에 왔습니다. 데드라이징이 드디어 심의에 통과되어서 한국 발매가 가능하게 되었고 이를 기념해서 캡콤 코리아에서 꼬붕 머그컵을 예약 특전으로 준비했습니다. 아무래도 꼬붕이라면 록맨의 인기 캐릭터이고 데드라이징과 록맨 모두 제가 애정을 가지고 제작한 타이틀이다 보니 한국 유저분들이 좀 더 데드라이징을 좋아해 주셨으면 하는 바람에서 제가 직접 500개의 머그컵에 사인을 하는 것이 좋을 거라 생각했고, 급히 한국에 오게 되었습니다.
본격 머그컵 500개에 사인하는 동영상.wmv [클릭]
루리웹 : 캡콤에는 이미 바이오해저드라는 호러 액션 브랜드가 있음에도 데드라이징을 제작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
이나후네 : 개인적으로 바이오해저드와 데드라이징은 전혀 다른 형태의 게임이라 생각합니다. 데드라이징을 제작하게 된 계기는 바이오해저드 4가 발매되기 전 사내에서 제작 중인 모습을 보니 좀비가 사라졌다는 것을 알아버렸기 때문입니다. 전 좀비를 무척이나 좋아하고 바이오해저드 시리즈도 좀비가 나오니까 좋아했었는데 바이오해저드 4에서는 좀비 비슷하긴 한데 좀비는 아니고 뭔가 게임이 완전히 달라졌구나 생각이 들어서 너무나 충격을 받았습니다. 캡콤 게임에서 좀비가 사라지다니 생각도 하지 못할 일이어서 그럴 거면 아예 내가 좀비 게임을 만들자는 결심을 했고, 캡콤 게임에서 좀비가 나오면 저와 비슷한 성향을 가진 유저들도 좋아할 거라 생각했습니다.
바이오해저드와는 전혀 다른 방향성의 게임으로 만들고 싶었기에 진지한 모습보다는 어깨에 힘을 뺀, 코믹한 모습이 다분한 좀비 게임으로 만들려고 했습니다. 예전부터 액션, 호러, 연애 등 다양한 장르의 게임은 제작되었지만 코미디 게임은 별로 없다는 것도 싫었습니다. 엽기적인 그녀를 비롯한 다양한 한국 영화를 보았는데 웃긴 요소를 적절한 타이밍에 끼워넣는 것이 대단히 능숙했습니다. 굉장히 진지한 영화인데도 웃음이 터지는, 때로는 잔혹한 내용인데도 웃음이 나는 영화가 많았습니다. 영화계에는 그러한 영화가 많은데 게임계에는 그러한 게임을 찾아보기 힘들고, 특히 대작 게임의 경우에는 그러한 면이 더욱 강했던 것이 사실이기에 코믹한 요소를 적극적으로 넣었습니다.
루리웹 : 일본에 데드라이징이 발매되었을 때에는 고어 요소가 대부분 삭제되었는데 일본 현지의 반응은 어땠나요.
이나후네 : 너무나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특히 데드라이징을 많이 기대해주신 팬분들은 고어 연출이 삭제되지 않은 북미 버전을 아키하바라의 외국 게임을 취급하는 곳에서 구입해서 영어라 무슨 말을 하는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재밌게 플레이했다는 이야기를 굉장히 많이 들었습니다. 어떤 분들은 스토리를 제대로 알고 싶어서 아예 북미판, 일본판 모두 구입해서 일본판으로 스토리를 이해하고 제대로 된 게임 플레이는 북미판으로 플레이한다고도 했습니다. 제작자가 의도한 100%의 모습을 즐기고 싶다는 그런 반응이 많았습니다.
루리웹 : 이번에 한국에 정식 발매되는 버전은 고어 요소가 삭제된 버전인가요?
이나후네 : 다행스럽게도 북미 버전 베이스로 발매됩니다. 데드라이징 2 제작 발표를 일전에 했었는데 전작보다 잔인한 연출을 잔뜩 집어넣어서 1편은 어찌어찌 심의에 통과되었을지 모르지만 2편은 어떻게 될지 모르겠습니다. 예전보다 기술적인 부분이 진보해서 칼로 머리 중앙을 내려치면 몸이 두 동강이 나는데 2편에서는 한중간을 베지 않아도 베인 부분에서부터 두 동강이 난다거나 대각선으로 베면 그 방향으로 절단됩니다.
대충대충 처리한 모습이 아니라 진짜 칼로 베었을 때 발생했을 법한 자연스러운 절단 연출은 예전에 귀무자를 제작할 때 꼭 집어넣고 싶었던 연출이었는데 이제야 그 연출을 집어넣을 수 있었습니다. 그저 검으로 남을 베면서 즐거워하는 그런 이상한 의미의 재미가 아니라 게임 안에서 검을 휘둘렀을 때 반응이 정확하게 느껴지는 그런 상쾌한 액션의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노력했습니다. 아무쪼록 데드라이징 2가 한국에 발매될 때는 반드시 삭제되지 않은 북미 버전으로 통과될 수 있도록 캡콤 코리아 직원분들도 노력해주셨으면 합니다.
처절했던_데드라이징_심의의_역사.jpg |
루리웹 : 데드라이징 2의 제작 진행 상황은 어느 정도인지요.
이나후네 : 퍼센트로 표현하자면 40~50% 정도입니다. 얼마 전 매체에 공개한 버전에서는 좀비가 한 화면에 7,000명 정도가 나왔는데, 참고로 전작에서는 한 화면에 500명 정도의 좀비가 나왔습니다. 1,000명 정도의 좀비가 나오는 것을 목표로 잡았지만 실제 제품판에서는 500명 정도가 한계였습니다. 물론 500명이라고 해도 그 당시 바이오해저드 같은 경우 20~30명 정도의 좀비가 나왔기 때문에 데드라이징에서 500명의 좀비가 나오는 것은 대단한 수치였습니다. 데드라이징 2에서는 좀비 7,000명이 거리에 빈틈없이 몇 백 미터나 줄을 선 장관을 만들어낼 정도입니다.
루리웹 : 데드라이징과 데드라이징 2는 같은 세계관을 공유하고 있습니까? 전작에 등장했던 캐릭터의 뒷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든지.
이나후네 : 세계관은 동일하지만 등장 캐릭터를 완전 물갈이했기 때문에 전작의 캐릭터들은 나오지 않습니다. 저 자신은 데드라이징 시리즈의 주인공이 좀비라고 생각하고, 좀비를 제작하고 싶었기 때문에 데드라이징을 만들었습니다. 프랭크 웨스트를 만들고 싶었던 것이 아니라 좀비를 만들고 싶었기 때문에 좀비들이 득시글거리는 세계를 만들었고, 그 세계 안에서 프랭크 한 명의 인생이 펼쳐지는 것이 데드라이징이었습니다. 이번 작품에서는 척 그린이 프랭크와는 다른 배경을 가진 이야기를 전개해나가도록 만들고 싶었습니다.
데드라이징의 프랭크 웨스트. |
데드라이징 2의 척 그린. |
루리웹 : 게임의 시스템은 전작과 비교해서 어떤지요.
이나후네 : 기본적으로는 전작과 비슷하지만 세세한 부분에서는 많은 차이가 있습니다. 전작의 프랭크는 카메라를 들고 다니면서 사진을 찍을 때마다 PP가 가산되는 방식이었지만 이번 작품에서는 플레이어 캐릭터인 척 그린이 모토크로스 바이크 챔피언이라는 설정이기 때문에 PP 시스템이 카메라가 아니라 바이크에 관련되어 있습니다. 바이크를 멋지게 운전하면 PP가 가산되는 경우도 있지만 바이크만으로 PP가 가산된다면 바이크를 제대로 조작하지 못하는 플레이어들은 재미를 느낄 수 없기 때문에 게임 안에서 좀 더 다양한 방법으로 PP를 얻을 수 있도록 했으며, 단순히 좀비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액션을 통해 PP가 가산되는 시스템으로 제작하고 싶었습니다.
루리웹 : 일본에서의 몬스터 헌터 시리즈의 인기는 굉장히 높은 편인데요, 이런 사회적인 붐의 원인은 무엇이라 생각하시는지요.
이나후네 : 단순히 말하자면 4인 협력 플레이가 가능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보통 온라인 게임에서는 대전 플레이가 많은 편인데 대전을 하게 되면 결국은 경쟁이 일어나게 됩니다. 강한 사람은 그 강한 테크닉을 약한 사람들에게 가르쳐주려고는 하지 않는 경향이 있습니다. 자신이 점점 더 강해지고 싶으니까 자신의 기술을 갈고 닦게 되는데, 그렇게 되면 결국 정상에 선 소수의 사람은 말도 안 되게 강해지잖습니까. 스트리트 파이터 4도 그렇긴 하지만요. 하지만 몬스터 헌터는 다릅니다. 오히려 온라인 대전 게임과는 반대가 됩니다.
4인 플레이를 할 때 어떤 사정에 의해 세 명이 되면 다른 사람을 초대하자는 이야기가 나오고, 몬스터 헌터를 플레이하지 않은 사람을 불러서 몬스터 헌터를 구입하게 하고 같이 플레이를 하면서 다른 세 명이 초보 플레이어를 도와주면서 플레이 방법을 가르쳐주고 유용한 테크닉도 가르쳐주면서 플레이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게 됩니다. 아무래도 네 명이서 플레이하는 쪽이 재밌으니까 될 수 있으면 플레이 인원을 맞추기 위해 점점 더 주위의 사람을 끌어들이면서 몬스터 헌터를 플레이하는 사람들은 점점 늘어나고 재밌다는 입소문이 퍼지게 됩니다.
일본에서는 발매된 지 벌써 1년도 더 지난 게임이지만 아직도 높은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는 것도 그러한 플레이 방식 때문입니다. 만약 몬스터 헌터를 플레이하다 질려서 중고 판매점에 팔아도 주변에서 새롭게 생긴 몬스터 헌터 플레이어들이 함께 하자고 하면 처음에는 게임 소프트가 없어서 플레이를 할 수 없다고 해도 결국에는 어쩔 수 없이 다시 구입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 흐름이 몬스터 헌터의 인기를 지속시켜주고 있습니다. 연예인들 중에서도 촬영 도중 휴식 시간에 매니저와 함께 플레이를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귀무자의 금성무가 일본에서 영화를 촬영할 때 세트장에 만나러 간 적이 있었는데 대기 시간 동안 몬스터 헌터를 플레이하면서 "이거 너무 재밌어요, 함께 플레이해요"라고 하더군요.
TGS 08 당시 몬스터 헌터 트라이 체험 코너에는 개장 5분 만에 더 이상 대기 인원을 받지 않을 정도로 많은 인원이 몰렸다. |
루리웹 : 몬스터 헌터 트라이의 발매 기종으로 Wii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지요?
이나후네 : 물론 하드웨어 판매량이란 부분이 작용했지만 아무래도 Wii라고 하면 일본에서의 인식은 혼자서 플레이하는 하드웨어가 아니라 가족과 함께 플레이하는 가족형 게임기란 인식이 강하잖습니까. 몬스터 헌터 시리즈도 모두 함께 플레이해야 재미난 게임이고, PS3나 Xbox360도 네트워크에 연결할 수는 있지만 Wii도 네트워크에 연결해서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는데다 여러명이 함께 플레이하는 성격의 Wii로 발매하면 보다 쉽게 협동 플레이를 할 수 있을 것이며, Wii라면 그런 부분을 확실히 어필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또한 Wii의 본체 가격이 싸다는 것도 하나의 이유입니다. 처음 몬스터 헌터를 플레이하는 사람이라면 PS3를 사기에는 부담스럽고 몬스터 헌터 트라이 제작 당시엔 Xbox360가 Wii보다는 비싼 가격이었기 때문에 몬스터 헌터를 처음 플레이하는 사람에게는 아무래도 가격이 싼 Wii로 내는 것이 낫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또한 Wii로 제작하면 제작비도 낮아지기 때문입니다. 몬스터 헌터는 그래픽 퀄리티가 높아서 인기를 모았다기보다는 네 명이서 서로 협력해가며 즐기는 그 자체가 즐거워서 인기가 있다는 인식도 있었습니다. 물론 고해상도의 영상 출력을 할 수 없다는 약점도 있지만 Wii로도 충분히 퀄리티가 높은 게임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그런 다양한 요인을 종합해 생각했을 때 Wii로 내는 것이 가장 좋지 않을까 결론이 나왔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많은 고민을 했었고 사내에서 회의를 통해 몬스터 헌터 트라이는 Wii로 내자는 결단을 했습니다.
루리웹 : 몬스터 헌터 트라이의 한국 발매 예정은 있는지요.
이나후네 : 뭐라 말해야 할까요. 가능하다면 발매하고는 싶은데 현지화 문제로 일본과 동시 발매라는 형태는 어렵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 부분만 어떻게 해결된다면 가능성은 없지 않을 겁니다. 그리고 한국 내에서 "발매 좀 해라"는 목소리가 커지면 되지 않을까요. 캡콤 코리아에 항의전화를 마구 한다든가 말이죠. 그래서 캡콤 코리아에서 캡콤 본사에 제발 좀 도와달라고 하면 어떻게든 되지 않을까요.
큰 의미는 없는 캡콤 코리아 약도와 전화번호. |
루리웹 : 과거 이나후네씨가 프로듀스한 귀무자나 로스트 플래닛에서는 유명 연예인을 내세워 어필하곤 했는데 로스트 플래닛 2의 경우는?
이나후네 : 로스트 플래닛 2는 기본적으로 몬스터 헌터와 마차가지로 주인공은 플레이어의 자기 분신이라는 설정이기에 다른 사람의 얼굴을 넣는다면 되려 이상해질 듯합니다. 시스템적으로는 온라인 게임처럼 플레이어 자신이 자기 얼굴을 만들어 플레이하는 것에 가깝습니다.
루리웹 : 아직 한국에서는 로스트 플래닛 2에 대한 정보가 그리 알려지지 않은 상태인데 로스트 플래닛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이나후네 : 네트워크 플레이를 상당히 의식한 4인 플레이 기반의 게임입니다. 전작에 나오는 몬스터보다도 훨씬 거대한 몬스터를 어떻게 공략할지 그룹을 짜서 협력 플레이를 하는 것이 주요 플레이 방식입니다. 물론 플레이어끼리 싸울 수 있는 온라인 대전 모드도 존재합니다. 온라인 플레이를 강조한 형태의 게임이기 때문에 혼자서 플레이하는 것보다는 여럿이서 온라인으로 즐기는 것이 기본입니다. 물론 싱글 플레이도 가능하고 그것도 그 나름대로 재밌지만 CPU 캐릭터와 함께 플레이하는 것보다는 친구와 함께 스토리 모드를 플레이하는 것이 더 즐겁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그래픽 퀄리티도 전작보다 훨씬 파워업되었기 때문에 기대해주실 만한 게임이라고 생각합니다.
루리웹 : 록맨 9을 제작할 때 동영상 UCC 사이트를 통한 다양한 홍보 활동을 펼쳤는데 이러한 현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이나후네 : 선전적인 측면의 베이스가 변했다는 것을 느낍니다. 애초에 록맨 9을 제작하기로 한 계기도 인터넷 상에서 록맨 시리즈의 BGM을 이용한 노래나 동영상이 인기를 끌면서 화제가 되었고 록맨을 추억하는 분들이 많아지면서 그에 대해 캡콤에서 기대에 부응해주려고 한 것이 록맨 9 제작의 출발점이었고, 그렇다면 록맨 9의 홍보도 당연히 인터넷을 통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옛날에는 TV나 잡지를 통해 게임을 홍보하는 형태였지만 이제는 미디어가 많이 변했고 역시 인터넷이 굉장히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많은 변화가 생길 것입니다.
루리웹 : 저작권에 관한 문제도 없지 않을텐데요.
이나후네 : 역시 그 부분이 미묘하긴 합니다.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부분이라 생각하지만 무조건 안 된다고 철저하게 막기보다는 유저들의 요구를 파악해서 어느 부분이 안 되고 어느 부분이 OK인지를 확실하게 구분 지어서 유저들에게 제공하고 싶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기준으로는 애정을 가지고 록맨의 노래를 만들거나 동영상을 만들어 업로드한다든지 하는 부분은 아무런 문제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단순히 애정도 없이 이렇게 하면 돈을 벌 수 있다는 식의 안 좋은 의도를 가지고 만드는 것은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애정을 가지고 제작하는 것들은 게임에 대해 팬이 어필할 수 있는 하나의 형태라고 생각합니다. 저작권이 있다고 하더라고 애정을 가진 팬들에게 자유로이 이용하게 해줄 수 있고, 실제로 록맨 9 당시 유저 창작물을 위해 록맨의 소스를 공개했을 때의 반응도 좋았습니다. 인터넷에 올라온 록맨에 대한 노래나 동영상은 록맨이 좋으니까 애정을 가지고 만들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으며, 그런 부분을 무조건 막는 것은 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캡콤의 게임을 좋아해 주는 팬들이 기뻐할 만한 게임을 만들어 제공해주고, 그러한 행위를 통해 회사는 이익을 얻게 됩니다. 하지만 팬들을 배신하고 그저 게이머들의 돈을 긁어내서 큰 회사가 되었다고 하더라도 그것만으로는 제대로 된 회사가 될 수는 없을 겁니다. 게이머들이 좋아할 게임을 열심히 제작해서 서비스하고 그에 대한 보상으로 이익을 얻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루리웹 : 록맨 9에 대한 반응은 어떠한지요.
이나후네 : 굉장히 좋은 반응이었습니다. 패미컴 퀄리티에 대해서 건성건성 대충 만든 것이 아니냐는 비난받을 각오까지 하고 만들었지만 공개 이후 그런 반응은 거의 없었고 옛 패미컴 시절이 생각나서 좋았다는 반응이 많았습니다. 패미컴 시절의 팬들을 위해 제작했다는 제작자의 의도를 게이머분들이 이해해주셨다는 것이 기뻤습니다. 많은 분들이 다운로드해서 즐겨주셨고 다양한 의견을 전달해주셔서 매우 기뻤습니다.
루리웹 : 만약 록맨 10을 제작한다면 록맨 9과 같은 패미컴 스타일로 제작하실 건가요?
이나후네 : 조금 미묘한 부분이긴 합니다. 수치적으로도 충분히 만족할 만한 결과를 냈고 록맨 9 스타일이 통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앞으로도 패미컴 스타일로 제작하는 것은 개인적으로 그리 내키지 않습니다. 록맨 9 스타일로 제작해서 제공해도 되지 않을까 하는 기획과 좀 더 다른 스타일로 록맨을 제작하고 싶은 기획이 상충하는데, 그 양쪽 부분을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좋겠지만 쉽지 않은 문제이긴 합니다.
2008년 제작된 록맨 9의 공식 표지(좌)와 실제 게임 화면(우). |
루리웹 : 타츠노코 vs. 캡콤에서 록맨 대시의 록맨이 나오고 데드라이징에서는 록맨 대시의 꼬붕 마스크가 등장하기도 하는데 다른 게임에 얼굴을 내미는 형식이 아닌, 록맨 대시의 정식 후속작을 제작할 생각은 없으신지요.
이나후네 : 록맨 대시의 후속작 문제는 영원한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록맨 대시 3를 제작하고 싶고, 언젠가는 실현하고 싶은 부분이기도 합니다. 만족할 만한 모습으로 제작하고 싶긴 하지만 지금 당장 록맨 대시 3를 만들겠습니다! 라고 말을 해도 아마 회사에서 제작 승인을 내려주지 않을 거라 생각합니다. 만약 캡콤에 여유가 생겨서 위에서 내키는 대로 만들라는 허가가 떨어지면 수익적인 부분은 생각하지 않고 팬들을 위해 제작할 것이며, 확실히 팔릴 것이라고 예상은 하지만 그때까지는 참는 수밖에 없겠죠. 사실 이에 대한 기획은 가지고 있습니다.
루리웹 : 브레스 오브 파이어나 귀무자 등 다양한 캡콤의 명작을 기다리고 있는 팬들도 많은데 이에 대한 계획은.
이나후네 : 캡콤에는 많은 히트작이 있고 히트작이 많은 만큼 후속작을 기다려주시는 분들도 많습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그에 대한 대응을 전부 하는 것은 꽤 어려운 부분입니다. 바이오해저드 5를 플레이하고 나면 바이오해저드 6도 하고 싶고 데빌 메이 크라이 4가 있다면 데빌 메이 크라이 5를 원하게 되고 스트리트 파이터 4는 스트리트 파이터 5로 이어집니다. 그러다 보니 귀무자나 브레스 오브 파이터, 록맨 대시 등 다양한 게임의 후속작을 내달라는 의견도 많이 받곤 합니다. 물론 캡콤이 더욱 큰 회사가 되어서 유저분들을 만족시키고, 캡콤만 있다면 다른 제작사는 필요 없다는 수준까지 이른다면 모르겠지만 현실적으로는 힘든 이야기입니다.
루리웹 : Wii로 발매될 바이오해저드 -다크사이드 크로니클-에 3인칭 모드나 클래식 모드는 들어가지 않는지.
이나후네 : 그에 대해선 잘 모르겠군요. 일단 다크사이드 크로니클은 1인칭 건슈팅 게임이고 3인칭 모드나 클래식 모드에 대한 이야기는 아직 듣지 못했습니다. 혹시나 그런 모드가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기본적으로는 1인칭 건슈팅 게임입니다.
루리웹 : 많은 팬들이 바이오해저드 2를 하나의 완성된 형태로 생각하고 또 리메이크를 희망하는 목소리도 많은데요.
이나후네 : 만약 지금 리메이크를 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아직 캡콤에서 정식으로 발표를 하지 않은 상태니까 말할 수는 없겠지만, 유저분들이 그런 생각을 하고 있고 리메이크에 대해서도 많은 의견을 말씀해주시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만큼 바이오해저드 시리즈 내에서도 바이오해저드 2는 대단한 작품이었으니까요. 1편은 리메이크되었지만 2편은 리메이크되지 않는가 하는 질문도 굉장히 많이 받습니다. 저도 바이오해저드 2 개발에 참여했기 때문에 여러 추억이 있는 타이틀이기도 하고 그런 유저분들의 목소리에 답해줄 수 있다면 좋긴 하겠지만 아직은 미정입니다.
바이오해저드 2에서의 레온. |
Wii로 발매 예정인 다크사이드 크로니클의 레온. |
루리웹 : 최근 캡콤이 발매하는 아케이드용 대전 게임이 많아진 이유라면.
이나후네 : 개인적으로는 격투 게임 붐을 다시 한번 일으켜보자는 전략이었습니다. 대전 격투라면 아무래도 캡콤이 스트리트 파이터 시리즈를 통해 만들어낸 장르라 할 수 있지만 캡콤의 대전 격투 게임이 뜸해지고 버쳐 파이터와 철권, 소울 칼리버 시리즈가 활발하게 제작되면서 대전 격투 장르에서 캡콤이 멀어지는 것이 괴로웠습니다. 그래서 제가 개발을 컨트롤할 수 있는 부분 내에서는 어떻게든 대전 격투 게임을 제작하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스트리트 파이터 4를 필두로 다양한 대전 격투 게임이 제작되었습니다. 라이브 아케이드나 PSN으로 마블 vs. 캡콤 2를 발표하면서 그러면 혹시 마블 vs. 캡콤 3가 나오는 걸까 하는 식으로 또 격투 게임을 제작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기대감을 드리고 싶었습니다.
루리웹 : 역전검사의 한국 발매의 가능성은 어떤지요.
이나후네 : 어려운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역전검사 역시 현지화가 문제기 때문에 현재로선 확답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닙니다.
루리웹 : 파이널 파이트 같은 2D 진행형 액션 게임의 신작 계획은 없는지요.
이나후네 : 아마 2D로는 힘들 거라 생각합니다. 물론 파이널 파이트와 같은 진행형 액션 게임이 제작될 수는 있겠지만 2D 진행형 액션 게임은 적어도 제가 생각하는 전략 중에는 없습니다.
루리웹 : 최근 제작사들은 다운로드 콘텐츠에 대해 지나치게 의식을 하고 있는데 캡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이나후네 : 캡콤이 다른 회사에 비해 가장 뒤처진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DLC에 대해 비판하는 분들도 많지만 앞으로 DLC는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DLC는 무조건 구입하라는 강요가 아니라 \'게임을 좀 더 오래 즐기고 싶어하는 팬들은 구입해주세요\'라는 것입니다. 캡콤은 좀 서툰 회사라서 DLC를 좀 더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에 대해서는 신경을 쓰지 못하고 있습니다. DLC는 좀 더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요소이며, 개인적으로도 DLC에 대해서 좀 더 다양한 도전을 해보고 싶습니다. 마블 vs. 캡콤 2의 Xbox360이나 PS3 다운로드 판매 역시 그러한 시도의 하나입니다. 비즈니스적으로도 꽤 커져 있는 부분이고 유저분들도 이에 대해 관심이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바이오해저드 5의 DLC인 버서스 모드. |
스트리트 파이터 4의 DLC인 추가 복장. |
루리웹 : 한국의 SEED9에서 제작하고 있는 마계촌 온라인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이나후네 : 물론 순조롭게 개발 중입니다. 가장 최근 버전은 아직 보지 못했지만 상당히 퀄리티가 좋은 편이며, 기대할 만한 게임이라고 생각됩니다. 한국에는 우수한 제작사가 많으며 SEED9도 상당히 우수한 개발사니까요. 캡콤 본사가 오사카에 있다 보니 한국에 가는 거나 일본에 가는 거나 별반 차이도 나지 않는 거리니까 앞으로도 한국의 제작사와 좀 더 많은 일을 함께 하고 싶습니다.
루리웹 : 최근 관심이 가는 게임이 있다면.
이나후네 : 솔직히 요즘엔 그리 게임을 하지 않는 편입니다. 음... 일본 현지에서는 아무래도 드래곤 퀘스트에 대한 관심이 많은 편입니다. 아무래도 사회 현상까지 일으킬 만한 게임이기 때문에 언제 발매되나 관심이 갑니다. 솔직한 심정으로 이제 슬슬 일본 유저들도 드래곤 퀘스트에 그만 매달릴 때가 되지 않았나 생각도 듭니다. 정말 끈질기다니까요 일본 게이머들은요. 한국에서도 스타크래프트라던가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라던가 그렇긴 합니다만요. 일본 게이머나 한국 게이머나 이제 그만 좀 질릴 법도 한데요(웃음).
루리웹 : 앞으로 한국에 또 오실 계획은 있는지.
이나후네 : 역시 쇼핑하러 와야지요(웃음). 예전부터 한국에 와서 많은 자극을 받고 돌아가곤 했습니다. 한국인에 대한 감상은 굉장히 적극적이라는 것입니다. 일본에서도 적극성이 없는 동료에게 한국에 좀 갔다 와라고 말할 정도로 한국에 대한 저의 인상은 굉장히 적극적이라는 것입니다. 게임뿐만 아니라 모든 부분에 있어서도 반드시 해내고야 만다는, 일을 할 때도 그렇고 앞을 향해 나아가는 힘은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일본인은 뭔가 미지근하다고 할까요. 이젠 전혀 게임업계에서 일본이 1위가 아님에도 아직도 일본이 1위라고 생각하고 있는, 과거의 영광을 잊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물론 과거엔 일본이 1등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제는 미국과 유럽이 일본보다 앞서 있고 네트워크 관련 기술은 한국이 일본보다 훨씬 뛰어납니다. 아이디어도 한국이 일본보다 나은 부분이 많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캡콤도 열심히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기적으로 이렇게 한국에 와서 자극을 받고 다시 일본에 가서 힘을 불어넣어주고 싶습니다.
루리웹 : 긴 시간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루리웹 유저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이나후네 : 루리웹 유저분들 안녕하십니까. 캡콤의 개발총괄 본부장을 맡고 있는 이나후네 케이지입니다. 앞서도 말했듯 한국은 언제나 저에게 자극을 주는 나라이며 이렇게 한국에 오면 많은 자극을 받고 일본에 돌아가 새로운 게임을 만들어내고 싶다는 기분이 생깁니다. 앞으로도 캡콤이 제작하는 게임에 대해 다양한 의미로 기대해주셨으면 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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