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K의 대표 타이틀이자 2D 격투 게임을 이야기할 때 절대로 빼놓을 수 없는 더 킹 오브 파이터즈 시리즈는 다른 많은 대전 격투 게임이 시장성을 이유로 후속작을 내놓지 않거나 혹은 3D로 후속 시리즈를 내는 와중에도 2D 그래픽으로 최신작을 제작하는 몇 안 되는 시리즈라 할 수 있습니다. 아무래도 모든 움직임을 하나 하나 제작해야 하는 2D 게임의 성격상 이러한 제작 방침은 요즘 시각으로 볼 때 어쩌면 비효율적이고 시대의 흐름을 타지 못한 케이스라 할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2D 대전 게임만의 매력은 3D 대전 게임으로는 구현하기 힘든 부분이기도 하며, 3D로 제작된 KOF 맥시멈 임팩트 시리즈를 통해서 2D와 3D 간에 서로 간섭할 수 없는 특유의 재미가 있다는 것을 제작사에서는 주장하는 듯합니다.
그런 KOF 시리즈의 최신작이 타이토의 아케이드 기판인 Taito Type X2의 성능을 활용해서 720p 해상도로 제작되고 있기 때문에 지난 2월 28일 PS2로 발매된 더 킹 오브 파이터즈 2002 언리미티드 매치는 사실상 15년 동안 이어져 오던 MVS 기판 스타일 KOF 시리즈의 마지막을 고하는 타이틀이자 지난 시리즈를 정리하는 성격을 지닌 일종의 회고록적인 타이틀이라 할 수 있습니다. 비록 고해상도에 길들어진 눈으로 보았을 땐 도트가 튀는 투박하고 예스러운 그래픽일 뿐이지만 KOF 2002 UM 안에는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한계가 너무나도 극명하게 느껴지던 제작 환경 속에서도 제작진의 다양한 시도와 노력의 산물이 꾸준하게 쌓인, 추억이라면 추억이라 할 수 있는 결과물이 유저들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KOF 2002 UM은 2008년 6월 정식 발매되기도 했던 PS2용 더 킹 오브 파이터즈 98 얼티밋 매치와 같은 선상에 있는 리메이크 타이틀입니다. 원래는 PS2용 타이틀로 발표되었다가 몇 년 동안 시간만 질질 끌더니 난데없이 아케이드 버전을 먼저 내고 결국 아케이드 버전의 이식판이라는 희한한 성격으로 발매되었던 KOF 98 UM과는 달리 KOF 2002 UM은 2008년 10월 TGS 08에서 처음 발표된 후 발매 연기 없이 4개월 만에 바로 발매되는 극과 극의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전작이라 할 수 있는 KOF 98 UM과 비교하면 전체적인 리메이크 방식이 이번 작품에도 그대로 이어진다는 느낌으로, 아케이드 버전 출시 당시 다른 시리즈에 비해 유독 인기가 좋았던 드림 매치 방식의 KOF 2002를 베이스로 다양한 캐릭터와 기술을 추가하고 조작 방식을 개선하면서 전체적인 인터페이스의 디자인도 새롭게 꾸미고 밸런스를 조절한 리메이크 타이틀이라 할 수 있습니다.
15주년 기념 타이틀 KOF 2002 UM. |
이미 2007년에 완성 버전에 가까운 체험판이 나왔던 KOF 08 UM. |
위에서도 언급했다시피 KOF 2002를 베이스로 한 타이틀인데다 해당 작품은 이미 2004/2005년에 PS2나 Xbox로 이식된 바 있었기 때문에 그리 새로울 것이 없지만 식상한 느낌이 들지 않도록 캐릭터 그래픽을 제외한 거의 모든 부분을 새로이 만들고 다수의 캐릭터를 추가했으며, K9999을 대신하는 오리지널 캐릭터까지 추가한 일종의 최종진화형에 가까운 타이틀이라 할 수 있습니다. 원작인 KOF 2002는 MVS의 용량 문제로 인해 드림 매치 성격의 타이틀임에도 몇몇 인기 캐릭터가 삭제되었지만 KOF 02 UM은 용량 문제가 없는 DVD 매체의 이점을 살려 원작에 비해 20명이 넘는 총 66명의 캐릭터를 집어넣었습니다. 보스 캐릭터로 크리저리드, 클론 제로, 오리지널 제로, 이그니스, 오메가 루갈이 등장하며 히든 캐릭터로 게닛츠와 기스, 어나더 버전 캐릭터로 로버트, 켄수, 타쿠마, 나이트메어 기스가 등장해서 캐릭터 셀렉트 화면을 가득 채워줍니다.
무한(=MUGEN)이라는 키워드에 어울리는 셀렉트 화면. |
오리지널 캐릭터인 네임리스. |
보는 순간 뿜게 되는 바로 그 엔딩 버전 패왕지고권. |
리얼 바우트 버전 나이트메어 기스님도 등장. |
캐릭터 그래픽은 그대로지만 배경은 새롭게 제작하던 KOF 시리즈의 전통을 따라서 원작의 배경을 모두 버리고 KOF 2002 UM 오리지널 배경으로 모두 바꿨습니다. 하드웨어의 제약으로 인해 다양한 색 조합을 사용하지 못했던 것에 대한 반동인지 이번에 새로 디자인된 스테이지들은 하나같이 화려한 분위기를 보여줍니다. 프로그레시브 출력을 지원하는 게임답게 나름 고해상도인데다 분위기 또한 깔끔하고 신선한 배경이 많아서 배경만 보고 있자면 KOF 2002가 아니라 전혀 다른 게임을 하는 듯한 느낌까지 듭니다. 초기 KOF 시리즈처럼 각 팀의 분위기에 어울리는 팀 설정 형식의 스테이지가 준비되어 있으며, 드림 매치 성격의 타이틀답게 KOF 시리즈뿐만 아니라 그간 용호의 권이나 아랑전설 등 네오지오로 등장했던 수많은 게임의 캐릭터들이 배경을 가득 채워줘서 배경 구석구석 자리를 잡고 있는 카메오 캐릭터들을 찾아내는 재미도 꽤 좋은 편입니다.
여기서 조금만 걸으면 똥집 골목 나와요. \'ㅅ\')/ |
배경 캐릭터를 보는 재미가 쏠쏠. |
원작과 비교해서 KOF 2002 UM에서는 기본적으로 캐릭터들의 체력이 늘어나고 시합 시간이 길어졌으며, 게이지 디자인이 바뀌면서 체력 게이지 밑에 가드 게이지가 추가되었습니다. 또한 가드 크래시 게이지 회복 시간과 긴급 회피 성능, 점프 예비 동작, 가드 캔슬 날리기 공격의 경직 시간과 지속 시간, MAX 발동 경직 시간은 캐릭터 관계없이 모두 평준화되었습니다. 랜덤 대미지가 삭제되고 잡기 풀기 입력 시간이 단축되었으며, 일반 잡기는 강공격으로만 풀 수 있도록 변경되고 이동 기술이나 반격기 사용 도중에는 잡기 풀기가 불가능해졌습니다. 원작에서는 잡기 풀기가 너무 쉬워서 효용성이 너무 낮았기 때문인지 잡기 풀기의 확률은 많이 낮추었지만 잡기 공격의 대미지는 줄이는 식으로 밸런스를 조절했습니다.
그 외에도 KOF 98 UM의 어드벤스트 모드와 마찬가지로 MAX 발동 상태가 아니더라도 게이지 3개를 소비해서 MAX 초필살기를 낼 수 있으며, 체력이 붉은색일 때는 게이지 3개로 MAX2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또한 MAX 발동시에는 초필살기가 어디서나 캔슬이 가능해지도록 변경되었으며, MAX2 발동이 가능한 체력치를 대폭 높여서 좀 더 사용하기 쉽게 바뀌었지만 한 번 MAX2를 사용하면 다시 체력 게이지가 노란색으로 바뀌면서 일정 시간 MAX2를 사용할 수 없도록 제한을 두었습니다. 또한 어디서나 캔슬 시스템을 활용하기 힘들었던 저축계 캐릭터를 위해서 MAX 발동 상태에서는 공격을 성공시키거나 가드당하거나 상관없이 저축형 기술을 바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해서 원작에는 불가능했던 콤보를 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전반적으로 캐릭터 평준화가 이루어졌으며, 효용성이 그다지 없었던 일부 시스템을 강화하는 식으로 시스템 정리가 이루어졌습니다.
대미지는 줄었지만 활용 가치가 높아진 기본 잡기. |
게이지만 있으면 MAX 발동 없이도 MAX2 사용 가능. |
KOF 98 UM 만큼 많은 부분이 변경되거나 추가된 것은 아니지만 꽤 여러 부분에서 캐릭터들의 필살기가 추가되기도 했습니다. 유리는 진 승룡권에 이어 드디어 상단 족도 차기를 습득해 모 캐릭터에 한 발 더 다가섰으며, 앤디에게는 쿠나이탄이 추가되고 레오나에게는 새로운 MAX2가 생겼으며 베니마루에게는 베니마루 코레더 이후에 들어가는 베니마루 슛이 추가되는 등 거의 모든 캐릭터에게 기술이 추가되거나 변경되었습니다. 물론 기존 데이터의 알뜰살뜰한 재활용이 압도적으로 많은데다 새로운 그래픽 작업이 이루어졌다고 해도 어떤 부분은 이질감이 들고 퀄리티 자체도 그리 만족스럽지는 않은 부분이 약간씩 거슬리기도 합니다. 사실 이런 현상은 KOF 08 UM에서도 마찬가지였던 부분이었으며, 모든 기술을 새롭게 기획하고 그래픽 데이터를 정성 들여 제작하기에는 현실적으로 무리라는 것을 생각해도 팬의 입장에서는 아쉬운 부분이기도 합니다.
멋진 센스의 상단 족도 차기. |
테리의 신 필살기인 퀵 번. |
원작이라 할 수 있는 KOF 2002는 아케이드 버전 발매 당시 높은 인기를 구가했었지만 정상적으로 게임을 만들 수 없을 정도로 내부적으로 힘들었던 제작사의 사정 탓도 있었고 제작 기판이었던 MVS(=네오지오)의 성능과 용량의 한계로 인해 연출이나 BGM 등 많은 부분에서 상당히 빈곤함이 느껴지던 타이틀이었습니다. PS2로 이식할 때 캐릭터가 추가되긴 했지만 아케이드 버전은 용량 문제로 인해 몇몇 캐릭터들이 출전하지 못해서 라인업에 대해 불만이 많았으며 허전함이 밀려오는 배경 그래픽도 기대 이하였습니다. 특히 삭막하기 그지없는 BGM은 전 시리즈를 통틀어 가장 반응이 안 좋았으며, MAX2의 연출도 기술의 등급에 비해 그리 박력이 느껴지지 않은 썰렁한 연출로 아쉬움을 남겼던 게 사실입니다.
이와 관련한 유저들의 요구를 받아들여서 이번 KOF 2002 UM은 많은 부분에서 보강 작업을 거쳐 원작에 비해 꽤 화려한 모습으로 거듭나게 되었습니다. 위에서도 언급했듯 더 이상 불만이 없을 정도로 많은 캐릭터가 추가되었으며, 배경 또한 화사해졌습니다. 그리고 MAX2 발동시에는 일러스트를 활용한 컷인 연출과 함께 화면이 깨지는 연출을 집어넣어서 원래의 연출보다 한결 나은 모습을 보여줍니다. 구사하기 힘들고 투신전이 생각날 정도로 터무니없는 커맨드에 성능적인 측면이나 볼거리적인 측면이나 전략적인 측면이나 모두 높은 평가를 받지 못했던 MAX2였지만 KOF 2002 UM에서는 사용하기 쉽도록 커맨드가 간단해지고 시스템이 바뀌면서 사용할 수 있는 기회도 많이 늘었기 때문에 비로소 제대로 된 시스템으로 인식될 듯합니다. BGM 역시 어레인지 버전과 함께 오리지널 곡을 다수 삽입했으며, 캐릭터들의 음성도 재녹음을 하는 성의를 보여줍니다.
이것이 오리지널 MAX2. |
컷인 연출이 들어간 2002 UM 버전 MAX2. |
마무리는 화면이 깨지는 연출로. |
원작의 암울했던 BGM에서 벗어난 것만으로도 만족. |
가정용 게임으로 나온 만큼 엔들리스 모드나 챌린지 모드, 갤러리 모드 등 KOF 98 UM과 거의 같은 모드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엔들리스 모드는 기존의 서바이벌 모드와 동일하며, 플레이어의 체력이 전부 없어질 때까지 CPU 캐릭터들과 싸우는 모드입니다. 한 번 승리할 때마다 플레이어의 체력이 조금씩 회복되며, 엔들리스 모드에 등장한 보스 캐릭터나 히든 캐릭터를 이기면 해당 캐릭터를 선택할 수 있게 됩니다. KOF 시리즈의 팬들에게는 빼놓을 수 없는 모드라 할 수 있는 갤러리 모드에는 KOF 2002 시절의 자료를 모아놓은 올드 갤러리, KOF 2002 UM의 자료를 모아놓은 2002 언리미티드 매치 갤러리, 엔딩 화면을 모아놓은 엔딩 갤러리, 오프닝과 이벤트 화면을 감상할 수 있는 데모 & 무비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이번 작품은 예약 구매자에게 따로 콤보 영상을 담은 DVD를 제공하기 때문에 KOF 98 UM처럼 게임 내에 수록되어 있던 콤보 동영상은 없습니다.
캐릭터가 많아 한 바퀴 돌기도 벅찬 엔들리스 모드. |
갤러리 모드도 물론 준비되어 있다. |
챌린지 모드 역시 KOF 98 UM과 같은 모드이지만 이번에는 난이도에 맞게 노멀 챌린지와 익스퍼트 챌린지로 나뉘며, 종류 역시 노멀 챌린지 30개, 익스퍼트 챌린지 20개로 그 수가 늘어났습니다. 애초에 본 게임의 시스템을 플레이어에게 가르쳐주는 모드이며, 실제로 KOF 2002의 시스템을 제대로 숙지하지 않았다면 클리어할 수 없는 과제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노멀이라고는 해도 어렵지 않은 것은 아니기 때문에 모두 클리어하기는 무척 어려운 편이며, 익스퍼트로 넘어가면 그야말로 시스템에 대한 완벽한 이해와 함께 정확한 커맨드 입력 능력이 요구됩니다. 모든 챌린지 과제를 클리어하면 KOF 2002 UM의 모든 숨겨진 요소를 해제할 수 있지만 KOF 08 UM에서 말이 많았는지 챌린지 모드를 클리어하지 못하더라도 일정 횟수 이상 재도전을 하게 되면 어린 게이머를 어엿비 여겨 모든 요소가 해제되는 나름 상냥한 면모를 보여주기도 합니다.
독하기 그지없는 챌린지 모드. |
총 50개의 과제가 준비된 챌린지 모드. |
이번 작품 역시 이전 이식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캐릭터 포커스 효과나 블러 타입 효과를 단계별로 조절해서 취향에 맞게 어느 정도 화면을 조절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블러 효과를 주면 캐릭터뿐만 아니라 아예 게임 내에 모든 화면이 흐려지는 기괴한 현상은 KOF 98 UM과 마찬가지입니다. 비록 저해상도에 도트가 두드러지는 게임이지만 꽤 알찬 컬러 에디트 모드로 취향에 맞게 캐릭터의 색상을 바꿔줄 수 있으며, 캐릭터뿐만 아니라 그 캐릭터가 사용하는 필살기의 연출까지 원하는 색상으로 바꿔줄 수 있다는 것도 나름 만족스러운 부분입니다. 또한 KOF 94 리바웃과 KOF 98 UM에 오리지널 네오지오 버전을 수록한 것처럼 KOF 2002 UM에도 네오지오 버전이 수록되어 있어서 K9999으로 플레이할 수 있습니다.
포커스 노멀에 제일 선명한 상태. |
포커스 소프트에 가장 흐린 상태. |
취향에 맞게 컬러 에디트를 해보아요. |
네오지오 모드도 물론 지원. |
원작 자체도 꽤 인기가 좋았던 타이틀이었는데다 이번에 새로이 리메이크되면서 다양한 부분에서 많은 진화가 이루어졌고, 여기저기 정성 들인 부분이 묻어나는 타이틀이지만 KOF 98 UM에서 지적받았던 단점 중 상당 부분이 KOF 2002 UM에서도 거의 그대로 이어진다는 것은 여러 모로 아쉬움이 남는 부분입니다. 비록 원작이 MVS 기판으로 제작되긴 했지만 PS2라는 상대적으로 성능이 높은 하드웨어의 타이틀로 나오는 만큼 시각적으로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 기대한 게이머들이 적지 않을 겁니다. 물론 수많은 캐릭터 전부 도트를 고해상도로 다시 찍는 건 처음부터 기대하지 않았지만 그 외의 부분은 고해상도로 제작하거나 반투명 효과를 적용해서 깔끔하게 처리할 것이라 기대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실제로 훨씬 오래 전에 발매된 PS2용 SNK VS. CAPCOM 카오스에서는 반투명 효과를 사용한 필살기 연출을 넣었으며, 마찬가지로 PS2로 발매되었던 KOF 2001은 도트 일러스트를 모두 가정용 오리지널 일러스트로 바꿔서 게임에 삽입했던 적이 있기 때문에 최신작이라 할 수 있는 KOF 2002 UM에 대해서도 그러한 기대를 가지는 것은 당연할 것일지도 모릅니다. 특히 이번 작품은 인기 일러스트레이터 히로아키의 일러스트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서 MAX2 사용시 컷인 연출을 넣었고 캐릭터 셀렉트 화면이나 승리 화면에도 큼직한 일러스트를 넣어서 원작에는 없었던 볼거리를 충분히 제공해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게임 내에 등장하는 일러스트는 깔끔한 일러스트의 느낌이 아니라 모두 도트 느낌이 나는 저해상도의 그래픽으로 들어갔기 때문에 PS2용 KOF 2001와 같은 고해상도 일러스트를 기대했던 유저들에게는 실망스럽게 느껴집니다.
다행스럽게도 그림자 연출조차 깜박거리는 네오지오 버전 그대로였던 KOF 98 UM과 달리 이번에는 그림자 연출 자체는 깔끔하게 수정했지만 필살기 연출은 역시 원작의 모습이 그대로 이어집니다. 어차피 네오지오 모드를 따로 수록해서 원작의 모습 그대로 즐길 수 있기 때문에 좀 더 과감하게 PS2의 성능을 활용한 연출을 넣어주었다면 어땠을까 생각합니다. 이전 이식작에서는 고해상도 일러스트와 반투명 효과를 잘 넣다가 왜 최신작에서는 그런 기능을 넣지 않는지 의아스럽기까지 한 부분이기도 합니다. 게다가 KOF 98 UM과 마찬가지로 오래 플레이하지 않아도 대번에 발견할 수 있는 자잘한 버그가 여기저기 많이 노출되는 것은 타이틀의 성격을 생각해볼 때 너무 허술하지 않았나 생각도 듭니다. PS2용 타이틀이라 따로 온라인상으로 패치를 제공해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나름 KOF 12 발매 전 최후의 시리즈 정리작이란 것을 생각하면 아쉽기만 합니다.
게임 내의 일러스트를 모두 새로 그린 PS2용 KOF 2001. |
반투명 효과가 들어간 PS2용 SVC 카오스. |
개인적으로 히로아키의 그림을 좋아하는 터라 더 아쉬운 부분. |
이번엔 그림자도 안 깜빡거려요. |
KOF 2002 UM은 무척 정성 들인 타이틀처럼 보이지만 한편으로는 의외의 부분에서 자잘하게 마무리가 덜 된 듯한 타이틀이라는 감상입니다. 버그 수정 버전을 따로 내줄리도 없고 온라인 패치도 사실상 불가능한 타이틀이기에(이전 이식작들과는 달리 아예 온라인 대전 기능 자체도 없습니다) 좀 더 깔끔한 마무리를 기대했지만 소소하게 눈에 밟히는 버그가 아쉽습니다. 그래도 일단 게임 자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만한 큰 문제는 없는데다 원작에 비하면 훨씬 깔끔하게 정리된 시스템 덕분에 대전 게임으로서의 가치는 높은 편입니다. 어느 정도는 기대한 것과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타이틀이지만 볼륨 넘치는 추가 요소 덕분에 지난 15년간의 KOF 시리즈를 나름 충실하게 정리한 타이틀이라 평가할만합니다.
비록 PS2용 KOF 2001과 같이 한글화가 이루어지지 않은 것은 아쉽지만 일본 발매일과 별 차이가 없는 빠른 정식 발매와 함께 일본판과 같은 예약 특전 DVD까지 예약 구매자에게 제공해주는 등 한국 게이머 입장에서도 만족스러운 타이틀이기도 합니다. 앞으로는 고해상도로 제작되는 KOF 12나 3D로 제작되는 KOF MI 시리즈가 새로운 KOF 시리즈를 이어나갈 것이기 때문에 더이상 도트 튀는 저해상도 KOF 시리즈를 볼 수 없겠지만 오랜 세월 동안 투박하지만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의 마지막 무대인 KOF 2002 UM은 옛 시대의 마지막을 나름 화려하게 장식하는 타이틀로 손색없으며, 앞으로 발매될 KOF 12를 기다리며 즐겁게 플레이할 수 있는, SNK PLAYMORE의 옛 추억이 서린 마지막 선물이라 할 수 있습니다.
아쉬운 부분도 있지만 만족스러운 부분이 더 큰 타이틀. |
그러고보니 벌써 15주년. |
보는 순간 슬레이어즈? |
KOF 일레븐처럼 고해상도였더라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