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들의 도시 라는 책이 라오어1,2에 나옵니다.
이 책이 왜 자꾸 나오나 하고 읽었는데,
소설 속 니콜라이와 레프의 관계가 조엘과 엘리의 관계와 비슷하게 나옵니다.
스토리 자체는 비슷하게 흘러갑니다.
도둑들의 도시의 니콜라이와 레프는 생면부지의 사이이며 며칠 동안 함께 했습니다.
2차대전때 레닌그라드라는 도시에 남은 소년 레프는 통금령을 어긴 죄로 감옥에 갖히는데,
감옥에 가자마자 만난 젊은 남자 군인 니콜라이는 레프를 처음 보는데도 살갑게 대합니다.
니콜라이는 얼굴도 보이지 않는 감옥 안의 어둠 속에서 레프에게 소시지를 주면서 친해지려고 합니다.
내일 아침이면 둘 다 처형 당할지 모르는 상황에서요.
레프는 니콜라이한테 마음을 닫은 상태로 매우 차갑게 대합니다.
타인에 대해 마음을 닫은 상태라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 마음을 닫은 상태의 레프는 아버지가 비밀 경찰에 끌려가서 죽은 이후로 타인에게 마음을 닫았습니다.
레프는 타인을 믿지 않습니다.
조엘도 딸 사라가 죽은 뒤 타인에게 마음을 닫았습니다.
조엘의 심리 상태가 레프와 무척 유사한 느낌이었고,
레프의 말투랑 비슷하기도 했습니다.
니콜라이는 젊은 남자 군인이었는데, 심성이 착했습니다.
처음 만난 레프에게 친아버지처럼, 형처럼 대해 줄 정도로요.
조엘과 엘리의 관계에서 엘리도 착하지만 조엘에게 쉽게 다가가지 못했습니다.
조엘은 심리 상태가 레프보다 더 심하게 마음을 닫은 상태였습니다.
임무 도중에 테스의 죽음으로 안그래도 안좋은 조엘의 심리 상태가 말이 아니라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엘리는 처음엔 조엘을 바로 아버지처럼 여기진 않았던 것 같습니다.
같이 여행하면서 서로를 의지하면서 가까워졌지만,
조엘은 토미를 만나는 시점에서 엘리를 밀어냈고, 엘리는 아버지처럼 여긴 조엘이 자신을 밀어내는 것을 느끼고
토미와 조엘 곁을 갑자기 홀로 떠나버립니다.
조엘은 엘리의 마음을 느끼면서, 부성애로 하여금 엘리와 다시 여행을 떠납니다.
대학교에서 조엘이 부상을 입으면서 엘리는 조엘을 지극 정성으로 돌봤고,
이때 조엘이 마음을 엽니다.
레프와 니콜라이는 계란 12개를 구하려다가 식인종의 아파트에 들어가게 되고,
니콜라이는 레프더러 도망치라고 하고 근육질의 거대 식인종 남자와 혈투를 벌이는데,
니콜라이를 버리고 도망친 레프는 계단에서 무서워서 떨다가 니콜라이를 버리고 왔다는 죄책감에 휩싸이고,
그를 구하러 올라가다가 도망쳐 나오는 니콜라이와 만나게 됩니다.
이때부터 레프는 니콜라이를 걱정하기 시작합니다.
레프가 니콜라이에게 마음을 조금씩 열었던 겁니다.
니콜라이에게 마음을 열지 않았다면 니콜라이가 죽어도 신경쓰지 않고 나왔을 겁니다.
조엘이 빌과 똑같은 마음 상태였다면, 후반부에 물 속에 빠진 엘리를 보고 구하려들지 않았을 겁니다.
마음 상태가 빌이었다면 물에서 건져낸 엘리를 살리려고 하지도 않았을 겁니다.
파이어 플라이에게 엘리를 건내준 뒤 엘리에 대해 걱정하지도 않았을 겁니다.
조엘이 마음을 열었기 때문에 엘리의 소중함을 느낍니다.
니콜라이와 레프는 레닌 그라드 밖을 돌면서 독일 나치 암살부대에게 쫓기고
같이 도망치던 사람들이 하나 둘 쓰러지고 레프는 혼자 도망치다가
멀리서 니콜라이가 살아서 걸어 오는 장면을 보고 기뻐서 소리를 지를 뻔 합니다.
그 전까진 니콜라이를 좋아하지도 않았고, 낙천적이고 수다쟁이인 그를 보고 있으면 화가 날 때가 많았는데,
니콜라이에게 마음을 연 것입니다.
그가 살아있어서 기뻐서 소리치려고 했습니다.
레프가 니콜라이에게 마음을 닫았다면 그가 살아있는 걸 보고도 아무 느낌이 없었을 겁니다.
인간이 인간에게 상처입어 닫은 마음을 열기란 굉장히 힘든 일입니다.
라오어라는 게임에선 조엘과 엘리의 관계 속에서
어떻게 조엘이 엘리에게 마음을 여는지 그 과정이 감명적이었습니다.
만약 조엘이 끝까지 빌처럼 닫힌 마음 상태였다면,
라오어1 마지막 병원에서 엘리를 구했겠습니까?
애비의 아버지를 살해하고 엘리를 구했겠습니까?
절대로 엘리를 구하지 않았을 겁니다.
조엘의 심리 상태가 변했습니다.
타인을 믿지 않는, 마음을 굳게 닫은 상태의 그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마음을 굳게 닫은 상태의 조엘이라면,
후속편에서 애비를 구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냥 내버려 둘 겁니다.
생면부지인 애비를 구하다 내가 죽으면 어떻게 해? 왜 그런 짓을 하는데?
조엘이 자기를 죽일 수도 있는 애비를 구했다는 것은,
타인을 믿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타인을 믿지 않는 빌이 아니라, 타인을 믿는 조엘이 되어버렸습니다.
빌과 조엘의 차이점은 타인을 믿는 것에 있습니다.
닐 드럭만 감독은 조엘이 엘리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빌처럼 되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감독이 빌이라는 캐릭터를 등장 시킨 이유는,
조엘이 엘리를 만나지 않았다면 이렇게 되었을 것입니다 라고,
보여주기 위한 캐릭터로 보입니다.
타인에 대해 완전히 마음을 닫아버린 인간 말입니다.
빌이란 캐릭터의 입을 빌려서 실제로 이렇게 말했습니다.
"감염체는 예상이 되지만, 인간이 더 무서워 인간은 예상이 안되거든."
빌이 어떤 캐릭터인지 이보다 더 확실하게 보여주는 대사가 없을 지경입니다.
저는 소설 도둑들의 도시를 읽으면서,
제가 느낀 라오어와 도둑들의 도시가 일치하는 점을 발견했습니다.
도둑들의 도시에서 니콜라이가 쓴 액자소설이 하나 나오는데,
7년간 집 밖을 나가지 않고 타인에게 마음 문을 닫고 살던 남자가,
앞 마당에 하운드라는 개가 살기 시작하고 그 개에게 먹이를 주다가
개가 죽은 뒤에 묻어줄 사람이 없다는 생각에 개를 묻어주려고 집 밖을 나가는 내용입니다.
창-녀들은 그가 누구랑 밖을 나갈지에 대해 내기를 했다고 나옵니다.
창-녀들의 예상과 달리 사람이 아닌 개가 그의 마음을 열었다는 점이 놀라운 점이지만요.
작가가 액자 소설을 통해 자신의 작품에 대한 의미를 확고하게 만드는 경우가 있는데. 이 경우가 그렇습니다.
라오어의 경우는 실존하는 책인 '도둑들의 도시'가 바로 액자소설이며, 도둑들의 도시를 읽으면서 저는 라오어라는 작품에 대한 의미를
이전 보다 더 확실하게 느꼈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