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이야기
26화
https://bbs.ruliweb.com/mobile/board/184992/read/97868?search_type=member_srl&search_key=5087654
-----------------------------------------------------------------------------------------------------------------------
그렇게 천천히 걸어가던 소완은 서서히 속도를 높이다가 이내 달려가기 시작했다.
부머 분대가 별 어려움도 없이 황궁을 헤집고 들어간 지 채 십 분도 안 되는 시간. 이들은 별다른 손실도 없이 황제의 옥좌 근처까지 도착하게 되었다.
브라우니는 평소처럼 소완이나 네오딤이 방해하러 올 상황을 생각했다. 아니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너무 쉽게 들어가는 게 아닐까?”
하지만 아무런 방해도 없었다. 마치 궁궐로 그대로 들어가라고 누가 일부러 ‘길을 열어놓은’ 것처럼 보였다.
“이봐 시아누크. 혹시 이건 황국군 측에서 파놓은 함정 아닐까? 궁궐 안에 전기 쇼크를 설치했다거나, 아니면 가스실로 개조해서 우리를 전부 다 한꺼번에 쓸어 없애려는 함정 말이야.”
원래 독가스는 대인용이긴 하지만, 강한 부식성 가스를 사용해 AGS까지 그대로 솜사탕마냥 녹일 수 있는 종류가 있어 안심할 수도 없었다.
하지만 시아누크는 가볍게 웃으면서 브라우니의 걱정에 한마디 했다.
“아니 괜찮아. 아무 문제 없을 거야. 이번에야말로 확실히 이길 수 있을 것 같으니까, 괜히 전리품 욕심내지 말고 끝까지 살아남으라고 브라우니.”
“괜찮아. 그동안 너희들이 전리품을 거의 내 앞으로 몰아줘서 이번 전장만 끝나면 내가 원하던 걸 세울 수 있을 것 같거든. 그동안 고마웠다고. 시아누크. 부머. 기간테스.”
브라우니가 씩 웃으면서 의기양양하게 말하자, 시아누크와 부머 03은 브라우니를 더 강하게 걱정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시아누크는 그보다 더 큰 고민을 품고 속으로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이제 갈게 형. 이 지긋지긋한 전쟁도 끝을 낼 때가 되었잖아.’
한편 캄뮤 대위는 자신이 평소에 지휘하던 시아누크의 분대를 내버려 둔 채, 다른 국민군 병사들과 용병 부하들을 긁어 모아뒀다.
이들은 하나같이 국민군 상부에서 주는 새 모이 같은 작은 보상에 불만을 갖고 있었다.
그런 병사들에게 블랙 리버가 직접 주는 보상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 그들의 눈이 흥분으로 강하게 충혈되어갔다.
“그러니 내가 말한 그 바이오로이드를 생포하고, 그 AGS를 잡아 오면 블랙 리버에서 평생을 쓰고도 남을 돈을 준다고 했지.”
“그거 설마 너만 받는 거 아냐?”
평소 캄뮤 대위의 행동을 잘 봐뒀던 병사들이 합리적인 의심을 던졌다. 하지만 캄뮤 대위는 이 한마디로 병사들의 입을 막을 수 있었다.
“나는 이미 막대한 돈을 받았다. 자 봐라!”
그는 평소 같지 않게 큼직한 가방에 담긴 금화를 사방팔방으로 뿌려댔다. 그러자 병사들은 돈을 바쁘게 싹 쓸어 담으면서도, 캄뮤 대위가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제 확실히 알겠지? 그 바이오로이드와 AGS에 블랙 리버가 얼마나 막대한 돈을 쓰는지.”
이걸로 캄뮤 대위는 저 굶주린 병사들이 얼마나 미쳐 날뛸지 알 수 있었다.
“그러면 바로 가자고. 평소 용병단장이 급여를 짜게 줘서 얼마나 춥고 배고팠어. 이번 기회에 팔자 한번 고치는 거라고.”
그 한마디에 모두 다 캄뮤 대위를 따라, 아군에게 총을 겨누기 위해 황궁으로 달려갔다.
그동안 시아누크 분대는 왜 갑자기 캄뮤 대위가 사라져 버렸는지에 대해, 이야기를 주고받고 있었다.
“역시 겁먹고 도망간 거 아닐까? 캄뮤 대위 같은 녀석은 보통 총공세가 오면 귀신같이 숨었다가, 제일 중요한 공만 빼먹고 보상만 받으려고 하잖아.”
어떻게 보면 편견이 가득한 한마디였지만, 그것만큼 그동안의 캄뮤 대위를 요약할 한마디도 없었다.
시아누크는 브라우니의 말에 실없는 웃음을 터트리면서도, 캄뮤 대위가 그냥 도망가서 숨어 있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괜한 불안함에 쓴맛이 담긴 표정을 지었다.
그때. 한 사람 그림자가 시아누크의 분대를 향해 천천히 걸어오고 있었다. 시아누크와 부머는 바로 소총의 안전장치를 풀었고, 시아누크는 상대방을 향해 한마디 던졌다.
“저항할 의사가 없다면 손을 머리 위에 얹고 걸어와. 만약 수상한 모습을 보인다면 바로 쏘겠다.”
하지만 부머는 다시 소총의 안전장치를 잠근 다음, 시아누크의 총구를 아래쪽으로 내렸다.
“이봐 부머 대체 뭐 하는….”
“레이시 안심해라. 나는 여전히 여기에 있다.”
하지만 시아누크는 부머 03이 레이시를 부르는 것에 바로 안심하고 안전장치를 잠갔다.
“부머! 거기 있었군요!!”
레이시는 바로 부머 03을 향해 달려갔다. 그리고 다시 한번 그녀는 부머의 차갑고 딱딱한 몸을 끌어안았다.
“부머! 저 마음을 굳혔어요. 앞으로 항상 당신과 함께할 생각이에요.”
그 한마디에 부머 03이 이것저것 물어볼 법도 한데, 부머 03은 묵묵히 레이시의 체온을 느끼며 침묵을 유지할 뿐이었다.
그 모습을 본 시아누크는 자신이 하지 못했던 선택을 떠올렸다.
‘정말 그걸 이야기한다면 부끄럽기만 하겠지. 역시 브라우니가 나중에 물어보더라도 모르는 이야기로 넘어가야만 할 것 같아.’
그렇게 시아누크가 괴로운 생각에 잠겨 있을 때, 아군의 다른 분대에 소속된 AGS랑 바이오로이드가 쏟아져 나왔다.
“지원인가?!”
브라우니가 혹시 지원군인가 하는 생각을 아주 잠깐 했다.
하지만 그들을 향해 총알이 몇 발 날아오자, 브라우니는 그 생각을 내다 버리고 자신들을 공격해오는 아군에게 망설임 없이 공격을 퍼부었다.
그리고 시아누크와 브라우니. 기간테스와 부머는 그 뒤에 캄뮤 대위가 있다는 걸 알아차리고,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눈치챘다.
“저게 캄뮤 대위가 말한 실험체인가?”
“포획하면 금일봉이라고!”
그들은 다른 사람도 아니라 바로 레이시를 향해 달려들었다. 동시에 레이시를 향해 많은 총알이 날아왔다.
레이시는 습관대로 자기장을 펼쳐 날아오는 총알을 막으려 했다. 하지만 부머 03은 그녀의 앞을 가로막으며 한마디 했다.
“위험하다. 엎드려라!”
당연히 그 총알들은 아무런 방해 없이 부머의 몸뚱이를 사정없이 두들겨댔다. 부머 03의 장갑판 일부가 깨지면서 세라믹 안쪽의 내열재가 드러나 버렸다.
그 모습은 AGS임에도 마치 사람이 피부가 벗겨진 것처럼 보기 흉했다.
그제야 레이시는 저들이 세라믹 탄을 가져온 걸 알 수 있었다.
“저 병사들이 세라믹 탄을 써야 한다는 걸 어떻게 알고 있는 것이죠? 나와 네오딤은 부머 당신 앞에서만 나타났는데.”
반면 시아누크와 브라우니는 캄뮤 대위가 무슨 짓을 했는지 완전히 다 파악했다.
그리고 한심함과 분노가 가득 찬 투로 코웃음을 치며 반란군이 된 옛 전우들을 향해 거리낌 없이 방아쇠를 당겼다.
“역시 또 블랙 리버인가.”
부머 03은 바로 불만이 가득한 모습을 드러내며, 아군을 향해 사격을 가했다. 브라우니와 인간 병사 역시 불쾌함을 감추지 않은 채, 연막탄과 섬광탄을 던져 그들의 시야를 막았다.
“또 캄뮤 대위인가? 그 인간은 정말이지 끼어들지 않는 곳이 없군.”
그렇게 순식간에 아군. 아니 한때 아군이었던 배신자들을 정리해버린 부머 03은 레이시의 손을 잡고 황궁 더 깊은 안쪽으로 들어갔다.
“어서 피하자 레이시.”
부머 03은 바로 레이시를 안아 들었다. 물론 그런 부머의 몸 곳곳에서 삐걱대는 소리가 새어 나왔지만, 그는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발바닥의 롤러를 사용해 질주했다.
그리고 시아누크와 브라우니는 부머가 먼저 빠져나갈 수 있도록, 한때 같은 편이었던 국민군 용병들을 향해 거리낌 없이 총알을 퍼부어줬다.
-----------------------------------------------------------------------------------------------------------------------
어제 잠을 거의 못 잔 관계로 이번 편은 조금 일찍 올리겠습니다. 내일은 제 시간에 제때 연재를 올릴 걸 약속드리겠습니다. 죄송합니다 여러분.
(IP보기클릭)58.227.***.***
레이시&부머 vs 네오딤이려나요.
(IP보기클릭)58.227.***.***
레이시&부머 vs 네오딤이려나요.
(IP보기클릭)58.143.***.***
네오딤보다 넘어야 할 산이 하나 더 있긴 하겠네요. | 21.04.14 19:19 | |
(IP보기클릭)211.201.***.***
(IP보기클릭)58.143.***.***
그건 다음 편에 기다리고 있습니다. | 21.04.15 06:41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