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방금까지 타고 계셨던 거 진짜 전투기인가요? F-22??”
“예?”
“아... 예, 맞습니다. F-22 랩터.”
포복전진하다가 머리에 부딪힌 것은 거대한 롤리곤 타이어였으며, 그녀는 지금 전륜 롤리곤 타이어 후륜 캐터필러에 최고시속 600km/h로 달릴 수 있는 괴악한 속도의 개조 자동차를 타고 AGS 부대가 이동 중인 데빌스 타워 방향으로 가고 있었다.
자신을 태워준 사람. 그러니깐 갈색 머리에 흰색 브릿지를 넣은 금색 유광 라텍스 바디슈츠 차림의 여인은 신이 난 듯 유애니 대위에게 방금 추락할 때까지 타고 있던 것이 F-22 랩터 기종이냐고 물어봤고, 유애니 대위는 그것까진 기밀 내엔 들어가지 않을 것이라 판단하여 그렇다고 대답하였다.
“와~! 진짜 랩터라니! 인류가 멸망하고 나서도 랩터가 비행하는 모습을 보게 되다니, 저 정말 살아있길 잘한 거 같아요~”
“멸망 전에도 랩터가 날아다녔다는 걸 봤다고 하시는 거 보니 아무래도 멸망 전 분이신가보네요.”
“맞아요. 다만 군인은 아니고 퇴역함선을 스크랩 처리하는 업체에서 일을 했었답니다. 연합전쟁이 끝난 후에는 펙소 콘소시엄에서 일했지만요.”
“저... 근데 바래다 주시는 건 정말 고마운데, 그래서 대체 댁은 뭐하시는 누구시죠? 펙스라고 하신 거 보면 펙스 분 같아보이는데...”
“어머, 내 정신좀 봐봐.”
“저는 아자즈라고 해요. 사람들은 저를 해체자 아자즈라고 하죠. 지금은 딱히 어디에 적을 두진 않고 그냥 지하 기지에서 자급자족 하면서 살고 있답니다.”
“어, 어디 지하 기지요?”
“51구역이요. 멸망 전엔 미 공군의 비밀 무기 실험 기지였죠.”
“저 꼭 한 번 들어가보고 싶었던 곳이었는데, 철충이 침공하면서 인류가 멸망했을 때 그 곳으로 피신하기를 살다보니 아예 눌러앉게 되었답니다.”
“역시, 예상했던 대로 미 국방부가 만들려고 했던 비밀 무기의 프로토타입이나 설계도면이 남아있더라구요! 뭐, 물론 그걸 1대 1사이즈로 완성시켜봤자 공간만 더 많이 차지할 뿐이니 설계 부품들을 좀 작게 줄여서 프라모델로 만들어버렸지만요.”
“애초에 저는 조종사님처럼 전투기 조종사 자격증이 있는 것도 아니구요.”
“그, 그러신가요...?”
“아무튼 그러면 지금은 펙소 콘소시엄 소속은 아니라는 건가요?”
“음~... 그렇다고 볼 수 있겠지요? 딱히 퇴사신청서를 쓰진 않았지만, 펙스도 아마 인류가 멸망하면서 쫄딱 무너졌을 테니 지금은 소속이 아예 없다고 보면 되겠죠?”
“펙스는 망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인류가 멸망한 틈을 타서 세계를 정복하려고 살아남은 바이오로이드 인간들을 탄압하고 독재 정치를 펼치고 있습니다.”
“어머, 정말인가요?”
“어... 모르셨나요?”
“네, 전혀 몰랐어요. 그러니깐 펙소 콘소시엄이 아직 살아있다는 말씀이시죠, 그건?”
“예, 맞습니다.”
“신기하네요. 인류가 멸망했는데 아직 펙소 콘소시엄은 멀쩡하게 돌아가고 있다니...”
“... 이거, 굉장히 흥미로운 사실인데요?”
“...”
아자즈는 펙스가 아직 건재하며, 살아남은 바이오로이드 인간들을 탄압하고 독재 정치를 펼치는 것으로도 모자라, 멸망한 인류를 자신들의 세상으로 만들겠다는 무시무시한 계획을 가고 있다는 유애니 대위의 말에도 조금도 당황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것을 더러 흥미로운 사실이라며 활짝-! 하고 미소를 지어보이는 것은 덤이었다.
‘그럼 이 사람은 인류가 멸망하고 단 한 번도 세상 밖으로 나온 적이 없다는 말이야, 설마...?!?!’
“저, 아자즈 씨는 그러면 51구역 기지에 살게된 이후로 단 한 번도 지상 밖으로 나오신 적이 없나요?”
“아니요, 그건 아니예요. 언제 죽을지 모르는데 저도 먹고 살아야죠. 생필품이 필요할 땐 근처 라스베가스 시내에 있는 월마트로 종종 쇼핑을 하러 나가곤 했답니다.”
“그걸 인류가 멸망하고 2세기 가까이요??”
“예, 인류가 멸망하고 2세기 가까이요.”
“...”
아자즈의 말에 유애니 대위는 두 눈이 똥그래졌다.
인류가 멸망하고 혼자 지하 기지에서 180년을 살았다고 하니, 아마 저라면 정신병이 걸리고 남았을 짓이다. 그런데도 이 아자즈라는 사람은 태연한 태도를 보이고 있었다.
아니, 의연한 건지, 태연한 건지 감이 안 잡힌다.
어쩌면 이거 사실 펙소 콘소시엄 스파이의 고도의 연기가 아닐까?
어쩌면 AGS부대가 있는 곳까지 바래다 주는 것도 펙스 측의 스파이라서 그런게 아닐까?
유애니 대위는 아자즈에게 재차 물었다.
“펙스는 이미 인류가 멸망하고 난 직후에도 계속 미국과 유럽 전역을 점령해나갔는데, 아자즈 씨께선 그걸 여지것 모르셨었다구요???”
“네, 적어도 제가 라스베가스 시내로 나와서 생필품 찾으러 돌아다닐 때에는 펙스 사람들은 만난 적이 없었어요.”
“아, 아니 그래도 최소한 어쩌다 한 번 정도는 마주할 수 있을 수도 있었잖겠습니까?”
“적어도 네바다 사막에 사서 고생할 목적으로 들어오는 사람은 없었어요. 라스베가스는 멸망 전에나 도박으로 유명한 도시였지, 대위님 말씀대로 인류가 멸망한 판국에 도박을 즐길 만한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요? 당장 저 혼자 먹고 살기도 벅찬데.”
“그건... 또 그렇기도 하네요.”
“계속 대위님만 물어보시는데, 저는 질문 하나밖에 못 했잖아요.”
“저도 그러면 질문 해도 되나요?”
“예, 뭐... 보안상 문제 되는 것만 아니면 답변해드리죠.”
“그럼 지금 그 범인류연방... 이라고 불리는 곳에서 펙스랑 전쟁을 일으켰고, 지금 미 본토 전역에서 전쟁을 치르고 있다는 말이죠?”
“예, 그렇습니다.”
“펙스의 회장은 부활했다고 하구요?”
“예, 맞습니다.”
“어떻게 죽은 사람이 다시 부활을 했을까...?”
“저... 포인트가 거기입니까...?”
“뭐, 듣기로는 죽은 사람이 아니라 냉동 인간이랬으니 레모네이드 오메가가 뭐 어떻게든 살렸겠죠. 저희도 냉동 인간 세 명은 살렸으니까요.”
“어머, 그럼 꼭 한 번 뵙고 싶네요!”
“누구를요?”
“그 냉동 인간이라는 세 분이요.”
“냉동 인간을 다시 되살리는 기술은 멸망 직전에도 상당한 고난이도의 기술이었거든요. 애초에 멸망 전에도 냉동 인간을 완전히 되살리는 데에는 성공한 적이 없었으니까요. 근데 한 분도 아니고 세 분씩이나 되살리다니, 연방의 기술력은 정말 대단해요!”
“저, 꼭 한 번 방문해보고 싶어요!”
“아니, 뭐... 제가 한 것도 아니긴 합니다만...”
아자즈의 말에 유애니 대위는 괜히 우쭐해졌다.
확실히 냉동 인간을 세 명이나 부활시킨 연방이 꼴랑 늙다리 회장 한 명 부활시킨 펙소 콘소시엄보다 훨씬 대단하지 않은가. 더군다나 펙스와 다르게 연방은 그 세 명의 인간 남성 지휘관분들 덕분에 어엿한 2세들도 낳고 차근차근 인류 재건 계획을 이어나가고 있으니, 세 명의 인간 남성 지휘관, 인류 재건 계획, 그리고 자유와 인류 문명의 번영과 보존이라는 목적을 가지고 있는 연방이 펙스에 비하면 훨씬 멋있게 느껴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아자즈는 연방에 꼭 방문하고 싶다는 의사를 피력하였다.
추락하여 떨어진 후 몬태나 주와 와이오밍 주를 잇는 대평원의 한 복판에서 우연찮게 만난 아자즈라는 이름의 여인의 뜻하지 않던 도움으로, 파렌하잇 유애니 대위는 순조롭게 AGS군 부대 대열에 합류할 수 있었다. 특히나 무한궤도랑 롤리곤인지 롤리팝인지 모를 험지 돌파용 바퀴를 달고 직접 만든 특제 엔진을 달은 이 험지 개척용 차량 덕분에, 유애니 대위는 와이오밍 주의 북동쪽 끄트머리를 향하던 AGS군 부대의 대열에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빠른 시간에 도달하였다.
아, 근데 이래봐야 결국 이세라 대장에게 혼나는 시간을 좀 더 번 꼴 밖에 되지 않지 않나...
거기다가 막상 합류한 AGS군 대열은 어느새 펙스의 지상군 병력과 교전에 들어가 있었다. 구조되고 나니 또 다른 전투에 휘말리고 만 것이었다.
----------------------------
https://novelpia.com/viewer/3477242
댓글과 추천은 작가에게 큰 힘이 되어준답니다!
가시는 길에 댓글 꼬옥! 추천 꼬옥 한 번 부탁드리겠읍니다!
작 중 삽화로 사용되는 그림과 사진의 출처는 구글링과 핀터레스트입니다.
예비군 훈련 잘 다녀왔습니다.
동시에 좀 아팠어서, 비유적인 표현이긴 하나, 조금 사경을 해맸었습니다(바이러스 성 세균 감염이라고 하더군요...).
현재 라오가 정말 많이, 많이, 많이, 많이 아픈 상황입니다. 그 악명 높은 밸로프에 이관이 되었고, 수 많은 개발 및 운영진들이 퇴사를 하였습니다. 라스트오리진은 늘 게임 내적인 문제가 아닌 외적인 문제로 아파왔었고, 지금도 현재 그런 상황입니다. 유저들도 많이 빠져나가고 있는 반면, 꿋꿋하게 자리를 지키겠다 말하신 분들도 계십니다...
저는 계속해서 소설을 연재해나갈 예정입니다. 제 인생 처음으로 200회 넘게 적어보는 문학인 만큼, 그리고 라오 인게임과는 전혀 다른 세계관으로 가는 것인 만큼 라오가 끝장이 난다고 해서 제가 그만둘 이유는 없지요. 사실 냉정하게 말하자면, 밸로프로 이관을 하나, 라인에 계속 있나 라스트 오리진의 상황이 변함이 없다는 것이 가장 크지 않을까 싶습니다.
뭐 여하튼 그렇습니다.
함께해요, 이 세상의 마지막까지 라는 슬로건처럼, 저도 끝까지 남아있으려고 합니다. 아직 본편도 끝나려면 한참 남았는데, 벌써부터 라스트오리진의 껍데기만 쓰고, 연합전쟁과 인류가 멸망하지 않은 세계선의 제3차 세계대전 물도 고민을 좀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 딱 하나. 이 한 마디가 현재 상황에서 가장 잘 어울릴 한 마디인 것 같네요.
“라스트오리진 잘 되게 해주세요.”
(IP보기클릭)222.103.***.***
(IP보기클릭)125.179.***.***
제 말이요... | 24.04.28 13:11 | |
(IP보기클릭)222.118.***.***
(IP보기클릭)125.179.***.***
실례가 안 된다면 링크를 타고 들어가서도 댓글과 추천을 박아주시면 감사하겠읍니다! | 24.04.28 13:12 | |
(IP보기클릭)119.206.***.***
(IP보기클릭)125.179.***.***
| 24.04.28 14:20 | |
(IP보기클릭)183.96.***.***
(IP보기클릭)125.179.***.***
| 24.04.29 19:46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