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 이젠 우리 둘을 어떻게 할 생각이야?"
얘기를 끝낸 시라유리 앞에 나는 한발자국 다가갔다. 주변에 브라우니들이 여전히 총을 들고 있었지만 이렇게라도 나오지 않는다면 시라유리가 계속 리드 할거라는 생각이 들어서 였다. 이럴때 일수록 기 죽지 말아야 하니까.
"네가 말한 대로 목적을 다 이루어냈잖아. 더이상 데리고 다녀도 의미가 없을텐데?"
"훗, 많이 크셨네요 선배. 오래전에 그 자칭 학생 회장 앞에서는 쩔쩔 매시던 모습이 안보이고요. 하지만..."
철컥-
시라유리의 말이 끝나자 마자 브라우니들이 각자 손에 든 총을 들어서 우리에게 겨냥했다. 비록 바이저로 눈이 가려져 있었지만 나와 모모는 알수 있었다. 한발자국이라도 움직이는 순간, 방아쇠를 당겨서 우리 두사람의 몸을 벌집으로 만들것이라는것을.
그때의 그 위기감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맹수들에게 몰리면 어떤 기분일지 그때 확실히 알게 되었고.
"세상은 생각보다 복잡하다고요. 두 사람은 너무 많은것을 봐버려서 저희쪽에서도 그냥 놓기에는 리스크가 커요."
"결국 이렇게 나오시겠다? 지금까지 선배 선배 한것도 다 연기였겠고 결국?"
말이 끊긴 시라유리. 아까전의 미소는 언제 부터 사라졌고, 딱딱한 표정만 남긴체 우리 두사람을 쳐다보다다가...
"목격자를 남기지 않는자. 그게 저희의 방식입니다. 선배."
한참뒤의 침묵을 깨고 다시 말하자 브라우니들이 한발자국 다가왔다.
"악의같은것은 없어요. 그저 두 사람이 운 나쁘게 휘말린거 뿐이에요. 저도 선배님이랑 이러기도 싫고요. 이건 진심이에요."
모모가 양손에 든 카타나가 떨리기 시작했다. 아무리 모모라도 평범한 인간인 나까지 지키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한발만 맞아도 생사의 가로에 놓이게 될테니까.
"....................그렇지만 예외는 있는법."
시라유리는 은색으로 빛나는 무언가를 모모에게 던져 주었다.
"...차 열쇠?"
갑자기 뜬금없는 행동에 시라유리를 바라보니, 브라우니들이 총을 내리고 있었고.
"원칙 대로라면 두분을 여기서 처리해야했지만, 모모양이 세뇌에서 해방 된뒤의 행동방식도 기록해야할 필요가 있습니다. 선배님은 계속해서 모모양 곁에 있어주셨으면 하고요. 사랑하는 사람이 곁에 머물면 분명히 더 만족 스러운 결과가 나올텨."
"결국 또 실험의 목적으로 놔주는거야?"
"적어도 총알에 맞는거 보다 낫지 않을까요? 선배님도 이게 베스트 초이스 겠고요. "
맞는 말이었다. 지금 이 상황에서 고집 부려보았자 분명히 시라유리가 마음이 바뀌겠지. 그러면 나하고 모모는 날아오는 총알들을 피하지 못하겠고.
"자 얼른 가세요. 상황이 바꿔지기 전에."
자신들이 해야할일을 끝냈다는 듯 손을 흔드니 브라우니들은 하나 둘씩 어둠속으로 사라졌다. 시라유리도 뒤 돌아서 걸어갔고.
"터널 끝까지 걸어가면 차 한대가 보일거에요. 그거 타고 두분 빠져 나가세요. 아 혹시나 해서 말인데 폭탄 같은거 심지 않았으니 부담 없이 타시길. 앞으로도 오늘일 누설하거나 혹은 기업들간의 전쟁에 끼어들지 않는 한 아무일 없이 일상을 보내시게 되실거고요."
"가기 전에 몇가지 질문 해도 되?"
걸어가던 시라유리에 말을 거니 그녀는 천천히 나한테 뒤돌아보았다.
"왜 이렇게 우리를 도와주려는 거야? 내가 학창 시절때 부터 그랬고 그리고 아까전 C구역에서도 빠져나올때도 우리를 목숨 걸고 도와주려고 했잖아. 네가 말한대로 임무 완수를 위해서라면 굳이 그러지 않아도 됬는데?"
딱딱했던 표정에 미소가 보이기 시작했다. 표정 덕에 마음에 드는 질문이라고 나한테 간접적으로 말해주고 있었고.
"그거야 간단하죠."
천천히 다가오는 그녀. 내 얼굴 가까이 다가오더니...
"선배님과의 시간은 절대 거짓이 아니었으니까요. 진심으로요."
쪽-
"어어!?!?"
그녀의 입술이 내 입술에 닿은 뒤 그녀는 푸훗-하는 웃음을 내 뱉으면서 그대로 달려갔다. 한손으로 입을 가린 체. 모모에게서 비명 비슷한게 들려왔고.
"그럼 두분 조심히 가시길. 마법 소녀 분도 도련님 잘 보살펴 주시길. 저는 슬슬 뒷처리를 해야해서 말이죠.
"시라유리."
어둠속으로 서서히 사라지면서 마지막으로 시라유리는 우리 두사람을 바라보았다. 뭐죠? 라고 표정으로 말하면서.
"...떠나기 전에 이 말은 해야할거 같에."
"그건?"
"고맙다고. 우리를 구해줘서. 네 도움이 아니었다면 빠져나오지 못했을거야."
평소의 속을 알수 없는 시라유리 특유의 미소가 서서히 그려져갔다. 마치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갔다는 듯. 아니면 마지막이라도 평소에 알던 모습을 보이고 싶다는 듯.
"전 그저 제 할일을 한거뿐입니다. 나의 선배님."
떠나기 전 시라유리는 이 말과 함께 완전히 어둠속으로 사라졌다.
"인연이 있으면 또 봐요. 그때까지 건강하시고요."
부르릉-
차를 타고 가고 길을 따라갔다. 마치 원래 목적이 숨겨진 길목이라고 말하듯 숲의 길목은 어둠으로 짖혀져 있었고.
"....쿠울..."
모모는 피곤했는지 조수석에서 꾸벅 졸고 있었다. 하루만에 여러일들을 겪었는데 피곤하지 않겠냐만.
"도련님..."
"응?"
한참동안 졸고 있던 모모는 다홍색 눈동자를 뜬 체 말을 꺼내었다.
"이젠 우리 어떻게 하면 좋죠."
모모는 뒤에 앉아 있는 바닐라를 바라보았다. 여전히 눈을 감은 체 미동도 없는체로.
"가족들이...떠났어요. 언니 두명이......."
"..."
"...이젠 남은건 우리에요. 저하고 도련님 그리고..."
손에 쥐고 있던 메모리 칩을 건드리면서 말을 이어갔다.
"아저씨만 빠져나왔고요. 저 이상한곳에서."
".......지금은 푹 자둬 모모."
숲을 빠져나오니 화려한 빛이 우리 두 사람을 감쌌다. 테마 파크의 화려한 불빛이 멀리서 우리를 비춰주었고.
시라유리의 말이 사실이었구나. 테마파크안에 저런곳을 숨겨두었다고.
"먼저 해야할일이 있어."
운전대를 꽉 잡으면서 나는 테마파크의 빛을 향해 운전했다.
"결판을 내야해. 어머니라 불리우는 사람하고."
테마파크의 빛으로 비춰지는 도로 어디엔가에서 누군가가 서 있었다. 깃털이 달린 모자를 쓰고, 스카프 케이프를 입은, 양손에 하프를 든 푸른 머릿카락의 소녀는 자신이 곁을 지나가는 차를 바라보았다.
"......향해 가시는군요."
한참동안 차가 간 곳을 바라보던 소녀는 하늘 위에 떠 있는 별과 보름달을 바라보았다. 한 손으로 간단한 연주를 하면서.
"두 분의 이야기의 끝을 말이죠. 이 이야기의 끝을. 아니 정확히는."
연주를 끝낸 뒤 소녀는 작게 아무도 안들릴정도로 말하였다.
"세 분의 이야기를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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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화 부터 에필로그 파트로 넘어갈겁니다.
감사합니다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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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때 밝혀질 예정입니다. 그때까지 마음의 준비를 하시길.... | 23.06.01 22:29 | |
58.227.***.***
모모와 도련님 눈 앞에서 복원/수리 준비중인 라인리터가 철충되는 모습을 상상해보고있네요. | 23.06.02 07:05 | |
118.235.***.***
72.136.***.***
| 23.06.01 22:28 | |
222.237.***.***
216.181.***.***
원래는 최종장이 청년기로 가야했는데, 이미 알래스카편에서 청년기라고 쓰는 바람에 최종장으로 대체했음 허헛... 시라유리는 애초부터 목적이 임무를 수행하기 위함이지만 동시에 사모하던 선배를 구하기 위함인것도 있음. 선배에 대한 마음은 진심이었다랄까. (도련님이 사령관 같은 입장이었다면 모모가 정실 그뒤 시라유리를 두번째 아내로 맞았을 확률이 높습니다) | 23.06.05 13:23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