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위헌 제재로 인해 벌어진 전쟁의 잔해로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테러가 일어나고 있으며, 회사는 세계의 미래를 위해..."
똑같은 하루의 시작이었다. 알렉산드라 선생님이 들려주는 세상의 흐름 그리고 그놈의 회사 찬양. 이 모든 것은 정부의 무능 탓이다, 동시에...
"여러분은 늘 잊지 말아 주셨으면 합니다. 그대는 회사를 이끄는 미래의 인재들이라는 것을."
우리는 회사를 이끄는 미래의 인재라는것을. 참으로 간단한 논리였다. 회사는 무조건 옳고 정부는 무조건 나쁘고 이렇게. 선생님과 또래 애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 무조건 회사에 대한 좋은 말을 해야 했다. 그것도 가슴 벅차게, 애국심으로 가득 차게 말이다. 아무것도 몰랐던 어릴 적에는 이것이 무조건 옳다고 생각했고.
지금 생각해보면 참 유치하고 너무 유치했다. 그렇게 회사가 잘났으면 왜 나이를 먹은 지금도 테러나 납치 사건이 일어날까. 그것도 번번이.
"거기 학생 지금까지 얘기했던 내용을 다시 말해주실까요?"
"에?"
"바깥 경치 감상 그만하시고요?"
주변에 웃음으로 가득 차 버렸다. 알렉산드라 선생님은 안경을 치켜든 채 나를 잡아먹듯 노려보셨고. 나중에 또 잔소리 듣게 생길 거라는 생각에 귀찮음을 느꼈다.
"야 너 그래서 알렉산드라 샘에게 얼마나 혼났냐."
"그래도 넌 행운아다. 우리 학교 최고 미녀 샘이랑 면담을 보고 왔으니까."
"시끄러워."
점심시간에 친구들하고 담화를 나누었다. 오늘 아침에 있었던 일들을 이야기하면서.
"내가 뭐 좋아서 안경 호랑이 셈 만나러 간 줄 알아? 그 선생님은 그냥 단순히 딴 데 본 거 가지고 참."
"그게 바로 예의 없는 행동인 거예요."
앞에 있던 친구의 옆에서 홍차를 마시던 금발 트윈 테일의 소녀는 홍차 한 모금 마신 뒤 냅킨으로 입을 닦으면서 말을 이어갔다.
"선생님도 우리 모두를 위해 신경 써 주면서 교육해 주시는데 중간에 딴생각하거나 딴짓하면 교육자 입장에서는 얼마나 기분이 불쾌할까요?"
"그래그래 우리 엘리 말이 맞네."
친구는 엘리라 불리던 소녀의 등을 토닥이면서 말을 이어갔다.
"너도 우리 엘리 닮아봐라. 예쁘지 똑 부러지게 말하지, 그리고-"
"그리고 숙녀가 홍차 마시는데 몸을 만지는 것이 아니옵니다 오라버니."
"좀 봐주라 그건 좀."
저 엘리라는 여자애 볼 때마다 은근히 바닐라가 생각난단 말이야. 곱게 생겼는데 은근히 독설가이기도 하고. 친구의 말에 의하면 자신의 부모님이 입양해서 데려온 여동생이라고 한다. 그 뒤로 오빠가 다니는 학교의 학생이 된 뒤 어디든 같이 다닌다고 하는데 얘가 특히 예의범절에 관해서는 엄청나게 엄격하다고 한다. 조금이라도 잘못되면 잔소리가 이어진다나.
띠띠띠-
"아 잠시만요. 어머니 아버지가 전화가 왔네요. 잠시 전화 받고 오겠어요 오라버니."
"수업 시작할 테니 빨리 갔다 와. 지난번처럼 너무 늦게 오지 말고."
"물론이죠."
엘리가 금발 트윈 테일을 휘날리며 카페테리아 밖으로 나가자 친구는 한숨 푹 쉬면서 하늘을 바라보았다.
"도대체 엄마 아빠는 왜 저런 여동생을 입양한거야. 귀엽게 생겼는데 입이 호랑이여."
"그래도 바닐라 보다는 낫은 편이야. 너도 알다 싶이 바닐라가 한번 독설을 시작하면 끝이 없잖아."
"너네 메이드는 타고났으니까. 바이오 로이드잖아 무엇보다."
우리들은 얘기를 하면서 시간이 흐른줄도 몰랐다. 무슨일이 있었는지 몰라도 엘리가 점심이 끝나도 돌아오지 않았고. (지금도 이게 궁금하다. 예의 범절 그렇게 얘기하는 애가 왜 정작 자신은 늦게 나타나는거지?)
학교가 끝난 뒤 밖으로 나와보니 어느새 해가 기울어져 가고 있었다. 아이들은 각자의 부모님 혹은 바이오 로이드들을 만나 손 잡고 집으로 향하는 모습을 보면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말이다.
"...역시."
아무도 오지 않았다. 부모님도 모습조차 보이지 않고 심지어 바닐라, 콘스탄챠 그리고 모모도 보이지 않았다. 저녁노을이 떠 있는 뒤를 잠시 바라보았다. 아이들과 어른들은 손잡고 같이 걸어가거나 혹은 부모가 아니더라도 자신의 바이오 로이드랑 걸어가는 모습이.
"도련님 여기 계셨군요-"
콘스탄챠의 목소리가 들려오길래 어? 하면서 고개를 들어보았다. 콘스탄챠 오늘 왠일로 마중 나왔어? 라고 말하려다 내 곁을 쓱 지나가더니...
뒤에서 또래의 남자아이에게 다가가 꼭 안는 장면이 눈에 보였었다. 서로가 등을 토닥이며.
"돌아가자 그냥."
집으로 돌아가자 그냥. 적어도 집으로 돌아가야 모두가 나를 반겨주니까. 부모님 빼고.
그때의 쓸쓸함 아직도 기억하고 있었다. 마치 나 혼자 세상에 남겨진 듯 한 기분. 모두가 나를 환영해주지 않고 나를 반겨주는 사람도 없을때의 기분은 그 어떤것보다도 씁쓸했었다. 마음속에 먹구름이 차는 듯 했고.
"야 꼬마 이리 와봐."
학교에서 빠져나와 도로를 걸어가던 중간에 누군가가 내 뒤를 당겨서 뒷골목으로 데려간 것이다.
"우--우웁-웁-!"
"이야 돈 많아 보이는 꼬마인데?"
"전부터 바이오 로이드 없이 혼자 돌아다니고 있다길래 봤는데 사실이네? 부모가 돈이 없나 봐?"
주변을 둘러보니 그때의 내가 봐도 애들 돈이나 뜯고 다니는 양아치들이 내 주변을 감싸고 있었다. 내가 도망가려고 해도 양팔을 잡고 있는 양아치의 손이 너무 세서 빠져나올 수가 없었다.
"그래도 몸값 두둑이 받겠는데? 가방이나 옷도 딱 부잣집 출신이야-"
"안된다면 테러리스트 형님들에게 팔아서 넘기면 될-"
스릉-
무언가의 날카로운 소리가 들려왔다. 이게 마냥 무시해서는 안 될 소리라는 것을 알았는지, 양아치들은 고개를 돌려보았는데.
검은색 캡에 회색과 검은색 조합의 후드 달린 잠바와 청바지를 입은 선글라스 낀 누군가가 서 있었다. 저녁놀의 태양 빛은 분홍빛이 감도는 주황색 포니테일을 한 소녀를 비추어 주었고.
실루엣은 입을 가린 마스크를 벗더니 상큼한 미소를 지었다. 그 뒤 한 손에 쥐고 있던 소태도를 들고 천천히 다가오더니.
"조용히 할까요?"
라고 나지막하게 말하였다. 해맑게 웃으면서.
손에 든 흉기 때문인지 아니면 선글라스에서 비친 다홍색 눈동자에서 느껴진 살기 때문인지 양아치들은 그대로 나를 던지고 도망쳤다. ㅁㅊㄴ이다! 라고 외치면서.
양아치들이 멀리 도망가는것으 본 뒤 나는 소태도를 든 소녀를 바라보았다. 소녀는 다시 마스크로 입을 가린 뒤 검지로 코를 댄 뒤.
"매지컬 사라지기-"
라면서 왔던 길로 되돌아갔다. 그것도 빠르게, 주황색 포니테일 머리카락을 휘날리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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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피드백 및 오타 지적 환영입니다.
원래 이번편에 시라유리를 넣을까 하다가 아무래도 시라유리 체형에 초등학생이라고 우기는것은 뭔가 아니어서 엘리로 대신 넣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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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래 따라간건 맞긴 하죠. 그냥 도련님이 모른척 한거. (이것도 그냥 몰래 따라갔다고 할걸 그랬나 라는 생각이 드네요) | 23.02.07 19:2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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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콘스탄챠나 바닐라 같은 양산형은 사람들이 어떻게 구분했나 궁금해질 정도임. 다 똑같이 생겼는데. (사실 모모 얼굴에 흉터 생기개 한것도 그 아유이기도 함. 흉터는 도련님의 모모라고 알려주는 표식 같은거니까요.) | 23.02.09 02:15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