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령관에게 장인이 빙의했다.
아니, 장인어른 말고. 도자기 가마 앞에서 세상 근심 다 짊어진 듯한 찌푸린 표정으로 갓 만들어진 도자기를 노려보다가 "쯧, 이게 아니야!" 하고 깨 버리는 그런 류의 장인 말이다.
"쯧! 얘도 아니야!"
물론 바이오로이드는 도자기가 아니고 제조시설에서 만들어진 바이오로이드의 뚝배기를 깨서 죽일 수는 없다. 하지만 사령관이 아주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벌써 셀 수도 없이 저어진 고개를 또 한 번 더 젓자, 갓 만들어져 나온 이오는 (알몸인 채) 영문도 모르고 고개를 갸웃하다가 시무룩한 사령관의 등에 떠밀려 제조실 바깥으로 사라져갔다. 그리고 이쯤 되자 벌써 몇주째 옆에서 그의 제조를 거들던 닥터도 인내심의 한계가 오고 말았다.
"그만 해 오빠! 벌써 오르카가 가진 게놈지도는 다 써봤어! 나올 수 있는 애들은 다 나왔다고! 도대체 뭘 원하는 거야?"
사령관이 음울한 표정으로 그녀를 노려보자 닥터는 찔끔하고 말았다. 물론 위의 말처럼 정말 그에게 편집광적인 장인 유령이 빙의한 건 아니지만, 그 집착에 가득찬 눈빛을 보는 순간 닥터는 조용히 실금...아, 아니 오르카 정신과에 문의해보아야 하는 게 아닌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어디 보자...오르카에 믿을 만한 의사(Doctor)가.....나구나. 제기랄. 허나 사령관은 닥터의 물음에 대답해줄 정도의 관용은 있었다.
"나만에 의한, 나만을 위한, 나만의 바이오로이드"
"뭐 미국 남북전쟁이라도 일으킬거야?"
"단 하나의."
이 미쳐버린 사령관을 밀실에 처넣고 뇌에 전극을 꽂고 충격을 줄 계획까지 세우던 닥터는 그 망상을 잠시 접어두고 일단 설명을 마저 요구하기로 했다.
"오빠. 바이오로이드는 온갖 종류가 다 있어. 멸망 전에 나왔던 바이오로이드들 종류를 다 합치면 수천 가지도 넘을 거야. 그 중에 오빠 맘에 드는 게 하나도 없겠어?"
그러나 사령관은 심각하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물론 그렇지. 온갖 바이오로이드가 다 있고, 다들 각양각색에 독특한 특성들을 갖고 있지. 그녀들 하나하나가 다 아름답다는 것도 동의해."
"그래. 그럼 그 중에 오빠 맘에 드는 언니 하나 골라잡으면 되지! 뭐가 문젠데?"
"하지만 그녀들은 결국 공산품이잖아. 결국은 다수의 욕망 평균에 맞춰져 만들어진 아이들이야."
"어?"
"나라는 개인에게 완전히 딱 들어맞는 기성품 바이오로이드는 존재하지 않아. 기성품이니 나만을 위해 만들어진 것도 아니고."
"아니 그러니까 그건...
"나는 딱, 나에게 맞추어진, 나에게 완벽하게 맞추어진 그녀를 원한다고."
이 무리한 요구에 닥터는 결정했다. 빠른 시일 안에 사령관의 머리를 망치로 내리쳐야 한다고. 바이오로이드는 제품이다. 모든 바이오로이드 유전자 씨앗은 대량생산이든 소량생산이든 하여튼 여럿을 만들 것을 염두에 두고 설계된다. 애초에 바이오로이드는 일종의 복제인간이란 말이다. 멸망 전에 기존의 유전자 씨앗을 개조해서 '커스텀' 바이오로이드를 만드는 비싼 서비스가 없던 건 아니었지만, 염가형 바이오로이드의 파생형인 프로스트 레프리콘도 못 만드는 마당에 오르카에 그런 커스터마이징 시설이나 기술을 마련하는 것도 무리고. 다시 말해, 무슨 유전자 씨앗으로 무슨 바이오로이드를 만들든 그건 '사령관만을 위한, 사령관 개인 취향에 완벽하게 맞추어진' 것은 아닐 것이다. 이미 멸망 전의 과거에 미리 설계된 것들이니까.
"그만두자. 왜 갑자기 그런 생각을 하게 된건데?"
닥터의 그 말에 사령관은 흐음, 하고 턱을 매만져 보였다.
"멸망 전의 문학작품들을 좀 읽어 보았어"
"음. 인류를 재건하려면 멸망 전 인류 문명의 문화와 감성을 이해하는 것도 바람직한...아니, 이거 바람직한 건가?"
멸망 전 인간들이 보통 정신나간 게 아닌 미치광이들에, 패륜과 잔혹의 늪에서 헤엄치기를 즐기던 광기의 집단이었다는 걸 안다면, 그들의 문화와 감성을 이해한다는 게 꼭 좋은 일은 아닐 수 있었다. 물론 문명의 재건에 인류 문화 복원도 중요한 임무긴 하지만, 문화도 문화 나름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하며 닥터는 불길하게 사령관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이상한 건 아니야. 연애를 다룬 웹소설이나 로맨스물들이었어"
"....멸망 전의?"
"응. '이세계 전생했더니 제국 황태자가 나만 바라보는 남친이었습니다' 라든지, '내 여친은 암컷노예'라든지, '황혼'이라든지...."
엄청나게 이상하게 들린다. 뭔가 제목만 들어도 두려워지는 작품들이었다. 물론 로맨스물이 결코 나쁜 장르는 아니지만, 그 어떤 장르든 괴작이나 쓰레기는 있게 마련이다. 그리고 우연찮게도 사령관은 그런 작품들만 골라 본 모양이었다. 멸망 직전의 인류가 만들어 낸 콘텐츠 중에 재정신인 게 얼마나 있겠느냐마는, 역사의 아이러니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망한 것은 망했기 때문에 오히려 오래오래 회자되고 후대에 남겨지고 마니.
"아, 그래서, 그런 데 나오는 소위 완벽한 사랑에 푹 빠지셨다?"
"그리고 거기 나오는 주인공의 완벽한 반려에도. 남주면 히로인, 여주면 히어로."
"......"
"완벽한 사랑을 하려면 당연히 완벽한 짝이 필요하지 않겠어?"
결국 그거였군. 사령관은 판타지에 빠져 그놈의 '판타지'를 현실에 구현하려는 불가능한 욕망에 빠져 허우적대는 것이다. 남정네들 좋아하는 순애 하렘 판타지든 야한 여자 나오는 동인지든, 여성향의 로맨스 판타지든 판타지는 판타지인 걸 생각하면 무슨 어린애 같은 치기어린 투정이냐고 할 수도 있지만, 사령관은 어린애가 맞다. 이제 겨우 네 살이란 말이다! 닥터는 사령관을 잘못 물들인 멸망 전의 웹소설이니 미연시니를 저주했다. 하지만 저주해봤자 과거인들은 이미 전부 죽었고 엎질러진 물은 엎질러진 물이다. 오르카의 사령관은 고집스럽기로만 따지면 온 세상의 철충이 다 몰려와도 물러나지 않을 똥고집을 자랑하니, 이제 그 엎질러진 물을 어떻게든 수습해야 하는 것이다.
자아, 그러면 어떻게 사령관이 원하는, 그놈, 아니 그년의 '완벽한 이상형의 그녀'를 만들 것인가?
...
사령관이 미쳤다(?)는 이야기가 오르카에 퍼지는 데는 시간이 얼마 걸리지 않았다. 뭐 끽해야 잠수함과 그 부속 선박들 뿐이니까. 하지만 그 소문의 임팩트는 결코 작지 않았고 바이오로이드들은 서로 머리를 맞대고 '사령관의 이상형'이 과연 무얼까 고민하기 시작했다. 때로는 자기 부대원들끼리, 때로는 타부대원끼리, 때로는 삼삼오오로, 떄로는 다같이 한데 모여서. 때로는 은밀한(?)곳에서.
"수북한 사람이 아닐까?"
"팬서 대장. 본인의 희망사항을 사령관의 의지와 동일시할 나이는 지나지 않았어?"
"일단 큰 가슴은 아닐 확률이 높죠. 오르카는 큰 것들이 너무 많으니, 희소성이 없어서라도 질렸을 거에요"
"나이트앤젤 대령, 작은 것과 없는 것의 차이는 구분하자"
"최소한 땅꼬마 취향이 아닌 건 분명한 거 같은데요, 대장. 아쿠아나 더치걸에게 손 안 대시는 거 보면."
"야!"
"으음...주인님이 눈 뜨고 나서 가장 처음에 만난 게 그리폰이랑 콘스탄챠니까, 둘의 스타일이 뇌리에 각인되지 않았을까요?"
"주인님은 알에서 깨어난 오리가 아니에요, 프리가 님."
어찌 보면 웃기는 논쟁인 건 알았지만 바이오로이드들은 진지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들이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인간 남자의 취향이다. 어떻게든 거기에 맞춰주고 싶지 않을 리 없다. 문제는 그게 무엇이냐는 것과 그게 가능하냐는 것이다.
"설마 육렬맘마통 같은 건 아니겠죠"
"그게 뭔데요, 아자즈 님?"
"멸망 전의 어떤 파란 웹사이트 아카이브에서 봤어요. 정확히 뭔진 저도 모르겠네요, 이터니티 씨."
"다들 왜 내 방에서 그런 이상한 이야길 하는 건데!"
정상인부터 괴짜까지, 츤데레부터 얀데레까지 오르카의 모든 바이오로이드들이 이 고민에 매달렸다.
"그냥 가서 주인님께 여쭤보면 되는 건 아닌가요."
"그게 문제에요, 바닐라 언니. 주인님도 모르겠다고 하십니다"
"?"
바닐라가 고개를 갸웃하자 블랙웜이 마저 설명했다.
"주인님도 자신의 이상형이 뭔지 정확하게 설명을 못하고 계세요. 뭔가 떠오르는 이미지는 있긴 한데. 표현하긴 힘들다나요"
"......"
"그냥 자신에게 완벽한 바이오로이드가 나타나면 알 수 있을 거라고만 말씀하셨어요. 뇌에 천둥이 치듯이요."
"판타지를 너무 보신 거 같은데."
"왜, 첫 눈에 확 반한다는 거 있잖아요? 그런 걸 기대하시나봐요."
"멸망 전의 연애소설이 주인님의 뇌에 전기충격을 너무 세게 준 것 같네요."
"일단 뱃살 잡힌 육덕취향이 아닌 건 확실하지 않을까 하노라"
"앨리스, 히루메 교육을 어떻게 시키는 거지?"
"죄송해요, 라비아타 언니. 히루메? 조금 있다 좀 보자"
"히익?"
그리고 그건 사령관이 의도치 않은 부수적 효과를 가져왔다. 다들 사령관의 이상형을 연구하느라 몰두한 덕분에 - 혹시라도 지금의 자신이 사령관의 이상형과 거리가 멀다면 지금 그에게 다가가는 것은 오히려 역효과일 터였다 - 덕분에 사령관은 간만에 바이오로이드들의 대쉬에 시달리지 않고 편안하게(?) 일중독에 몰두할 수 있었다.
'뭐어...거의 열흘 가까이 아무도 손대지 않곤 있지만...'
물론 조금 불안하긴 했다. 그가 알기론 오르카의 바이오로이드들은 남자를 백 년 동안 못 본 여자들처럼 구는 - 어라, 생각해보니 이거 명백한 사실 진술이다 - 치녀들이었고, 그런 그녀들을 열흘 동안 방치한다는 것은 표출되곤 있진 않지만 오르카 안에 욕구불만이 들끓고 있을 거란 얘기였다. 모르긴 몰라도 그렘린제 딜도와 브이브레이터가 불티나게 팔리고 밤마다 각 부대 방에서 자기위로 하는 소리가 들릴 거란 생각이 들었지만, 그래도 사령관은 설마 그런 걸로 폭동까지 일어나랴 싶었다.
'이참에 최고의 이상형이 아니면 안지 않겠다고 선언해볼까'
그러면 아예 공식적으로 일에만 몰두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닥터에게 말했듯이 사령관 자신이 '이상형' 을 바라는 건 사실이지만, 또한 닥터의 반박대로 그런 '오로지 사령관만을 위한, 사령관에게만 특화된' 이상형이 오르카 안이 있을 가능성이 낮다는 건 그 자신도 알았으니까.
여하튼 그는 열흘 동안 비어 있는 야밤의 비밀의 방을 둘러보며 약간의 생소함(?)마저 느끼고 있었다. 보통은 휴일 정도를 제외하면, 아니 때로는 휴일도 포함해서 이 시간에 이 방이 비어 있는 적은 없었는데 말이다.
"결국, 이 시대에도 단 한 명만을 위한 단 한 명은 없는 거군."
'서로에게 완벽한 짝, 서로에게 완벽한 상대, 서로 퍼즐조각처럼 완벽히 들어맞는 연인'이라는 것은 결국 소설 속 판타지에 불과한 것일까. 하기는 그럴지도 모른다. 그는 흐응, 하고 실망스러운 혹은 냉소적인 한숨을 토했다. 그러면서 그가 비밀의 방을 나서려는 그 때였다.
누군가가 비밀의 방 문을 두드렸다. 누구람? 열어보니 익숙한 얼굴 셋이 보였다. 사령관은 시선을 약간 위로 올려야 했다. 이터니티는 몰라도 라비아타와 프리가는 그보다 키가 좀 커서.
"오, 너희들. 이 시간에 웬일이야?"
"주인님의 이상형을 찾은 것 같아서요."
"?"
이건 무슨 소리지. 새로운 바이오로이드의 유전자 지도를 입수한 것일까? 하지만 그래봤자 그 바이오로이드도 결국은 유일하지도 않고, 사령관을 위해 맞추어지지도 않은 멸망 전의 공산품일 게 자명하지 않나. 사령관은 지금 이 셋이 뭘 생각하는진 몰라도 하여간 그게 자신이 바라마지 않는 '완벽한 이상형'은 아닐 거라고 확신했다. 아니, 솔직히 지금 그녀들이 제대로 된 사고가 가능한지도 약간 의심스러웠는데, 지금 그녀들은 하나같이 눈에 하트를 띄우고 살짝 뜨거운 숨을 몰아쉬는 상태였기 때문이다. 아아, 그렇다. 열흘이다, 열흘. 그녀들을 상대 안 해준지.
'안 좋은데'
물론 사령관의 몸은 오리진더스트가 듬뿍 주입된 최상품이고, 웬만한 바이오로이드도 제압할 수 있을 만큼 강력하다. 하지만 그 못지않게 육체가 강력한 최상급의 바이오로이드라면 얘기가 좀 달라진다. 셋 모두 그 주인된 자의 호위를 위해 육체각 극한까지 강화된 바이오로이드들이다. 프리가는 AGS를 찢고, 라비아타는 괴물 같은 검을 휘둘러 철충을 두조각내고, 이터니티는 중화기와 탄약이 그득한 관짝을 번쩍 걸머지고 다닌단 말이다. 만약 그녀들이 성욕에 폭주한 상태라면....허나 의외로 셋은 꽤 이성적으로 말을 걸아왔다.
"주인님이 멸망 전의 문학작품에서 이상형에 대한 영감을 얻으셔서, 저희도 한 번 멸망 전의 문학을 찾아봤어요."
"응?"
"그러고보니 뭔가 꺠달았답니다"
"뭘 말이야?"
"지금부터 보여드릴려고요. 한 번 시도해 볼게요"
'시도를 한다고?'
그렇게 말하는 그녀들의 손에는 생텍쥐베리의 어린 왕자가 들려 있었다. 뭐지 이건. 쇼타플레이를 하고싶다는 암시인가? 허나 그녀들은 그보다는 좀더 심오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어린 왕자를 보니까, 여우와 장미가 나오더라고요"
"그런데?"
"여우와 장미는 세상에 흔하고 흔했지만, 왕자와 특별한 관계를 형성함으로써 왕자에게는 세상에서 단 하나의 유일한 여우, 유일한 장미가 되잖아요?"
"어..응, 그래?"
사실 잘 모르는 내용이었다. 사령관은 어린 왕자를 읽을 시간이 없었기 때문에. 수많은 보고서나 기술서적 등을 읽느라 바쁘고, 문학을 읽을 시간이 좀 나도 "제국 여황제의 소꿉친구가 되어보았다" 같은 거 읽느라고 말이다. 그래서 여우니 장미니가 다 무슨 이야기지? 그게 이상형이랑 무슨 관계가 있는 거야?
"그걸 읽고 생각해 보니까요, 주인님."
"?"
"이상형은 날 때부터 정해지는 것이 아니에요"
"??"
무슨 말인지 이해하기 어려워 사령관은 바로 반문하지 못하고 버벅거렸다. 그 태도에 이터니티가 예의 그 사려싶은, 그러나 늘 그렇듯이 정신나간 미소를 지어 보였다.
"조금 자세히 설명할까요? 주인님께서 아이를 낳으면 그 아이는 완벽하게 주인님 취향의 아이일까요?"
"당연히 그렇겠지! 내 아인데!"
"어째서일까요. 주인님과 안 닮은 부분도 있을 테고, 맘에 안 드는 부분도 있을 텐데. 태어나기 전에는 어떤 아이인지 알 수도 없을 텐데요? 확률적으로 따지면 세상의 다른 모든 아이들과 다를 바가 하나도 없을 텐데?"
"그, 그거야, 나랑 내 반려가 낳은 아이니까, 어떻게 태어나든 나랑 맞겠지!"
이터니티의 말을 받은 라비아타가 미소지었다.
"맞아요. 의미를 가지기 때문이죠. 수많은 아이들 중에, 하필이면 그 아이가, 주인님의 아이라는 의미를."
누군가가 무언가에게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기 전에는, 그리하여 그 무언가와 특별한 관계를 갖기 전에는, 그 무언가는 단지 세상의 흔하디 흔하고 그래서 아무런 특별함도 없는 무언가에 지나지 않는다. 여우는 어린 왕자가 자기에게 이름을 지어주길 원했다. 이름이 곧 의미요 관계의 시작이므로.
그리고 그것은 바이오로이드들이 사령관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오르카의 모든 바이오로이드들은, 하나같이 사령관의 무엇인가가 되고 싶고, 또 자신이 사령관의 무엇이기를 바란다. 서로가 서로를 잊지 못할 만큼. 어린왕자가 장미를 그리워하듯이.
"그러니까 이상형이라는 건 상대방에 의해 정해지는 것이 아니에요. 자기 자신이, 상대방과의 관계에서 정하는 거죠"
이젠 무슨 리앤...혹은 하르페이아가 할 법한 소리를 한다. 생긴거랑 달리 나사가 한둘은 빠져 있는 프리가가 그런 철학적인 말을 하니까 사령관은 이거 내가 지금 설정오류가 난 세계에 와있나?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하지만 그런 건 아닌 것 같았다. 적어도 셋의 숨소리가 점점 더 거칠어지는 걸 보면 여긴 분명히 그가 열흘 동안 바이오로이드들을 아무도 안아주지 않고 방치한 오르카가 맞았다.
"그래서 저희는 좀 적극적으로 그렇게 해보기로 했어요"
"???"
"주인님의 생각대로라면 저희 스스로가 주인님의 완벽한 이상형이 되는 건 불가능하죠. 아무리 노력해도 저희는 결국 공산품이고 유일하지 않으니까. 하지만...."
프리가가 이터니티의 말을 받았다. 그녀 눈에 떠오른 하트가 이제는 세 배쯤 더 커진 것 같다.
"주인님은 가능하시죠. 저희를 '이상형'으로 만드는 것이요"
"그게 무슨 소리야"
"주인님이 저희에게 의미를 가지시면.....되는 거잖아요?"
"!!!"
그제야 사령관은 처음보다 그녀들이 자신에게 지나칠 정도로 가까이 다가와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비밀의 방 선실 문을 닫기에는 지나치게 가까이. 그녀들의 흥분한 게 틀림없는 숨결이, 달아오른 체온이, 너무 지나칠 정도로 거대한 가슴의 출렁임이, 사령관의 얼굴에 느껴질 만큼. 그리고 또한 사령관은 깨달았다. 오리진 더스트를 듬뿍 주입한 사렁관 자신의 몸은 물론 강인하지만, 역시 마찬가지로 최강의 육체로 만들어진 세 바이오로이드를 동시에 제압하고 도망치긴 어렵다는 사실을. 자신도 모르게 등줄기에 싸하게 흐르는 두려움에 떨며 사령관은 정중하게 반문해 보았다. 이미 눈에 음란한 하트를 가득 띄우고 있는 세 강대한 바이오로이드들에게.
"야...너희들..."
"후훗. 오늘, 한번 저희에게 '의미'를 부여해 주세요, 주인님?"
"잠깐, 잠깐, 얘들아...."
"프리가, 문 좀 닫아 줄래요?"
끼이익 - 철컹, 하고, 무거운 비밀의 방 문이 닫혔다. 그 두꺼운 문에 가로막히는 바람에, 사령관이 꺼낸 대답...혹은 비명이 무엇인지는 확실하지 않았다. 다만,
오르카의 밤은, 누군가의 취향을 '능동적으로' 수정하기에 충분히 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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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은 떨어졌지만 아이디어가 너무 아까운 당신!
혹은 마음 속에 정말 죽고 못 사는 당신만의 누군가가 있는 당신!
혹은 정말 기깔나는 바이오로이드/AGS로 아이디어가 있는 당신!
도전해보세요! 당신만의 이상형을 라스트오리진 게시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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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실수했다 까이는 히루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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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아는 한 사령관은 가끔 이상한 데 꽂혀서 바보짓이나 푼수짓을 하긴 해도 악인은 아니니까요 ㅎㅎㅎ | 23.01.28 23:45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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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실수했다 까이는 히루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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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틀메이드 조직이 은근히 살벌할 거 같지 않습니까? 군기문화나 서열문화도 강할 거 같고... | 23.01.28 23:46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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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배틀메이드는 그럴것 같은 이미지가 있죠... 귀한 분들을 모시는 역할이다보니 예의범절이나 행동거지에 신경을 많이 쓸것 같은 ㅋㅋㅋ | 23.01.28 23:58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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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3.01.28 23:46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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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3.01.29 17:21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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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가 재밌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인류도 멸망하고 자신만 남은 이 풍진 세상에 ㅎㅎㅎㅎ | 23.01.29 17:2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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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대회 독려 겸 아무말 쓰고 싶었습니다 ㅎㅎㅎ | 23.01.29 23:24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