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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권총과 해충 파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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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방주에 주둔중인 어느 날. 사령관은 평소와 같이 패널을 보면서 업무를 처리하고 있었다. 그리고 눈에 띄는 기획서가 하나 있었는데, 아자즈의 기획서였다. 트리톤 때의 교훈으로 사령관은 꼼꼼히 아자즈가 보고를 올린 기획서를 확인했다.
아자즈의 기획서의 제목은 이러했다.
‘레모네이드 감마 전투 대응 훈련’
사령관의 우려와 달리 내용은 크게 특이사항이 없었다. 다만 레모네이드 감마를 재현하는 로봇을 만드는 것이라서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것만 빼면, 생각보다 정상적인 내용에 사령관은 망설임 없이 기획 승인을 했다. 아마도 아자즈는 기획서가 통과된다는 가정하에 이미 상당수 일을 진행을 했다고 사령관은 추측을 했다. 아니 분명히 거의 다 완성을 해놓고서는 능청을 부릴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리고 사령관은 아자즈의 발상에 감탄했다. 지금껏 철충과의 전투에만 집중을 하고, 훈련을 했지 적대적인 바이오로이드를 대상으로 한 훈련을 생각지도 않고 있었다. 물론 바이오로이드끼리의 싸움을 대비한 훈련도 하지만 레모네이드 감마와 같이 고스팩의 상대를 한다는 생각은 미처 못 했기 때문이었다. 레모네이드 감마의 스팩과 장비를 재현한 로봇을 만들어서 훈련을 한다면, 개인의 전투력과 전력이 증강이 됨이 확실했다.
방주로 오기 전에 레모네이드 감마(이하 감마)와 용의 전투는 오르카 호의 인원들을 긴장시키기에는 충분했고, 당시 감마의 침입은 위협적이었다. 난민 구출 당시의 사령관은 내색을 하지 않았지만 엄중한 감시를 뚫고, 자신의 앞까지 온 감마가 위협이었고, 감마가 마음만 먹었으면, 목숨은 건져도, 부상은 입었음이 틀림없었다.
급격하게 변하는 상황 속에 지휘를 하느라 당시에는 금방 잊혔지만 지금 생각하니 오한이 들 정도로 위협적인 상황이었다. 감마가 용의 대한 호승심으로 별다른 일이 없이 넘어가서 다행이었지만 만약 감마 자신도 피해를 입을 것을 각오로 다른 바이오로이드들을 암살이라도 했으면 피해가 엄청 났을 거라고 생각하니 사령관은 생각하기도 싫은 듯 고개를 저었다.
“페하. 오늘 업무가 끝났습니다.”
오늘 사령관의 부관인 아르망이 생각에 빠져있던 사령관의 패널을 뺏으면서 말했다.
“아르망. 아직 일이 안 끝났는데?”
“정확히 13초 전에 업무 시간이 종료 되었습니다.”
아르망의 말에 혹시나 하는 마음에 사령관은 시계를 보았지만 역시나 아르망이 틀릴 리가 없었다. 패널을 뺏은걸 못마땅한 사령관은 못이기는 척 딴 짓하는 척 하다가 패널을 뺏으려 했지만.
“예측 했습니다. 페하.”
아르망은 패널을 뺏으려는 사령관의 손에서 패널을 지켰다. 아르망의 예지를 이기지 못한 사령관은 패널을 뺏기를 포기 할까 하면서도 일이 끝났다는 것이 아쉬워서 여러 번 패널을 뺏으려 했지만 역시나 아르망의 예지에 간파 당해 헛손질만 하던 사령관은 패널을 결국 뺏는 것을 포기했다. 하지만 이대로 아르망에게 지는 것이 내심 분했던 사령관은 아르망이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아르망을 끌어안아 침대로 눕혔다. 예지를 했어도 몸이 반응을 못하면 아무런 쓸모가 없는 법. 사령관은 이런 생각과 함께 아르망을 이겼다는 것에 내심 뿌듯함을 느꼈다.
“이것도 당연히 예지했겠지?”
“네. 페하. 알면서 당해드린겁니다.”
사령관은 실실 웃으며, 아르망에게 입맞춤을 시도했다. 하지만 아르망은 사령관의 입맞춤을 피하고 귓가에 말했다.
“폐하. 뒤에 아자즈 님이 계십니다.”
아르망의 말에 깜짝 놀라서 뒤를 보니 그 곳에는 아자즈가 손을 흔들고 서있었다.
“어머, 제가 방해한건가요? 그럼 다음에 올게요.”
사령관은 쑥스러운 듯 머리를 긁더니 방을 나가려는 아자즈의 손목을 잡았다.
“같이... 할까?”
한바탕 난리 이후에 침대에 잠든 아르망을 뒤로하고 사령관은 아자즈와 함께 제작 중인 레모네이드 감마 로봇(이하 감마 로봇)을 보러 공방으로 향했다. 오랜만에 본 공방은 오르카 호의 엔지니어들이 바쁘게 뛰어다니고 있었다. 예상대로 감마 로봇을 만드는 일은 진행 중에 있었다.
아자즈는 사령관을 대형 화면 앞에 앉혀놓고, 제작 과정을 설명했다. 골격은 AGS와 같은 로봇에 그 위에 인공 근육은 신체가 무너져가던 라비아타를 고친 기술을 응용했다고 했다. 그리고 감마의 주요 장비인 케스토스 히마스는 완전한 복제가 불가능해서 바이오로이들이 가지고 있는 장비와 AGS의 내장된 기능들을 조합해서 구현을 했다고 한다.
“대단한데.”
오르카 호의 엔지니어들 대단한 수준인걸 알고 있었지만 다 같이 모이니 상상하는 모든 것을 만들 정도라고 생각했다. 문제는 비용이지만.
아자즈가 감마의 장비와 뼈대를 구현하고, 라비아타를 한번 고친 전적이 있는 닥터는 인공 근육과 용과의 감마의 전투 데이터를 토대로 AI를 제작 중이었다. 세컨드 엔지니어인 포춘과 그램린도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게다가 간만에 의욕이 나는 일인지 사령관이 온 줄도 모르고 웃으면서 일하고 있었다.
“그런데, 아자즈. 훈련 상대는 누구로 할 건지 정해놨어?”
“물론이죠. 이미 섭외까지 다해놨어요.”
아자즈의 말이 끝나자마자 사령관의 눈에 안 띄게 경호하던 리리스가 나타났다.
“오늘 순번은 페로하고 하치코가 아니었어?”
“오늘 마침 일이 있어 순번을 바꿨어요. 주인님.”
리리스는 제작중인 감마 로봇을 보면서 쌍권총 손잡이를 만지작거렸다. 당시 일을 생각하면, 리리스가 나서는 것도 이해가 갔다. 아마도 호위 순번까지 바꾼 이유가 감마 로봇과의 훈련을 지원 때문이겠고, 공개적으로 훈련을 할 인원을 모집했으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리리스가 훈련에 나섰을 것이었다. 가까운 거리에서 감마가 눈을 감고 사격을 피한 것은 리리스의 자존심의 타격이 있었을 것이라고 사령관은 생각했다.
“좋아. 그럼 리리스가 훈련에 참여 하는 것으로 하고, 대신 훈련 참가 인원을 한명 더 늘려줬으면 하는데. 괜찮지? 추가 인원은 컴페니언을 제외한 인원으로 리리스가 정하는 걸로 하고.”
“감사합니다. 주인님. 추가 인원은 리리스가 벌써 생각해놨답니다.”
리리스는 추가 훈련 인원을 생각하면서 웃었다.
일주일이 지났다. 방주 인근에는 훈련을 위한 임시 건물이 세워졌다. 훈련을 위한 감마 로봇의 준비도 끝났다는 보고를 받은 사령관은 부관인 콘스탄챠의 안내를 받으며 훈련장으로 향했다. 훈련장에 이동하면서 훈련에 관한 추가 보고서를 확인 했는데, 리리스가 선택한 추가 인원은 예상대로 리제였다. 리리스가 속한 부대인 컴페니언 말고는 다른 부대원들과 교류가 크게 없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충분히 예상을 했었다.
추가 보고서를 읽으며 훈련장 건물에 도착한 사령관은 따로 마련된 훈련 통제실로 들어갔다. 훈련 통제실 안에는 지휘관 급과 비슷한 위치에 있는 바이오로이드들이 먼저 와서 대기하고 있었다. 훈련 통제실에 먼저 와있던 인원은 아자즈와 마리, 레아, 레오나, 홍련, 레모네이드 알파가 있었다.
“각하. 오셨습니까.”
사령관이 오자 인사하는 마리와 차례대로 인사하는 지휘관들의 인사를 받아준 사령관은 훈련 참관을 위해 준비된 의자에 앉았다. 통제실은 훈련장 위쪽에 위치해서 훈련장 전체를 내려다 볼 수 있었다. 훈련장 안에는 다른 부대원들도 참관 할 수 있게 관람석이 마련되어 있었고, 훈련 참관하려는 인원들이 들어오고 있었다. 그리고 관람석에는 팝콘을 팔고 있는 인원이 있었는데, 복장과 행동을 보니 높은 확률로 브라우니임이 확실했다. 그 모습을 본 마리는 머리가 아픈지 관자놀이 눌렀다.
-임펫 상사 있나.
-승리. 찾으셨습니까?
-지금 훈련 중인 인원을 확인하도록.
잠시 시간이 지나자 훈련중인 인원을 확인한 임펫에게 연락이 왔다.
-브라우니 9972번이 없습니다. 설마...
옆에서 듣고 있던 사령관은 조만간 찾아올 피바람을 막고자 마리에게 말했다.
“경계 근무를 서는 최소 인원을 제외하고, 훈련에 참관하도록 하는 게 어떨까?”
“알겠습니다. 각하. 최소 인원을 제외하고 훈련 참관을 하도록 지시하겠습니다.”
나머지 사령관들도 사령관의 지시에 따라 최소 인원을 제외한 나머지 인원들을 전부 훈련에 참관하도록 시켰다. 최소 인원을 제외한 인원들이 들어오기 시작하자 훈련장 관람석 자리가 빈틈없이 채워지기 시작했다. 인원이 채워졌고, 훈련장 바닥이 갈라지더니 공연장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뭐야? 상당히 본격적인데?”
“간만에 큰 이벤트가 있어서, 기걸 기회로 이런 자리를 마련했답니다.”
사령관의 의문을 레모네이드 알파가 답했다. 1시간에 걸친 공연이 끝났고, 훈련장의 분위기가 달아올랐다. 공연이 끝나 공연장은 다시 바닥으로 내려갔고, 훈련장 천장이 열렸다. 열린 훈련장 천장으로 레모네이드 감마와 똑같이 생긴 로봇이 내려왔다.
레모네이드 감마 로봇이 훈련장에 나타나자. 관람석에 있던 몇몇 바이오로이드 들은 당시 일이 생각나는지 경계하며 무장을 즉시 꺼낼 준비를 했다. 이와 같은 반응을 예상한 사령관과 지휘관들은 실제 원본이 아니라 훈련을 위한 로봇임을 알려주었고, 잠시간의 소동을 진정시킬 수 있었다. 감마 로봇은 주위를 둘러보더니 훈련 통제실을 발견했다. 그리고 손을 흔들었다.
“엄마! 저 열심히 싸울게요!”
예상치 못한 충격적인 감마 로봇의 말에 훈련 참관하던 전 인원과 통제실에서 잠시 티타임을 가지던 사령관을 포함한 지휘관들 입에서 차가 뿜어져 나왔다. 레모네이드 감마와 똑같은 얼굴을 가지고 나오는 예상치 못한 말의 파괴력은 모든 인원들을 당황시키기에는 충분했다.
“우리 딸! 힘내~”
감마 로봇에게 대답해주는 아자즈를 보며 사령관은 놀라 말했다.
“우리?”
당황한 사령관의 무릎에 올라앉은 아자즈는 다른 지휘관들의 눈총을 받았지만 아랑곳 하지 않았다. 오히려 보라는 듯이 행동했다.
“자기 왜 모른척해요. 저와 당신이 함께 만든 우리 딸이잖아요.”
“따아알?”
물론 보고서를 보고 승인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렇게 아자즈가 지휘관들이 있는 곳에서 이럴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당황해하는 사령관에게 몸을 기대는 아자즈는 누가 봐도 지휘관들을 향해 도발을 하는 행동이었다. 아자즈의 도발에 마리의 주시자의 눈이 붉은 안광을 내면서 빛나고 있었고, 레오나의 권총이 장전 되는 소리가 났다. 뒤에서는 레아의 따끔따끔한 정전기가 느껴졌다. 문 쪽에서는 홍련의 석궁에 화살이 장착 되는 소리가 들렸다. 식은땀을 흘리는 사령관은 레모네이드 알파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손짓을 했다. 레모네이드 알파에게 아무런 반응이 없자 사령관은 고개를 돌렸다. 그 곳에는 레모네이드 알파가 얼굴이 상기된 채로 상의의 단추를 하나씩 풀고 있었다.
“주인님. 미안해요. 저도 모르게 흥분 했어요. 저번의 약속 기억하시죠?”
“훈련은 어떡하고!”
사령관의 외침에 아자즈는 웃으며 말했다.
“혹시 몰라서 감마 로봇에 레크리에이션 기능도 탑해 해놨어요.”
훈련장을 본 사령관은 놀라서 쓰러질 뻔했다. 감마 로봇은 온갖 묘기를 부리면서 훈련장에 모인 인원의 시선을 끌고 있었다.
“한 시간 이상 시간을 끌 수 있을거에요.”
귓가를 대고 조용히 속삭이는 아자즈의 말에 사령관은 정신이 아찔해지는 것을 느꼈다. 마지막으로 사령관은 콘스탄챠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콘스탄챠가 아무리 오늘 부관이라고 해도 이곳에 있는 대부분의 인원들은 콘스탄챠 보다 계급이나 작전 권한이 높았다. 그래도 사령관은 콘스탄챠에게서 희망을 포기하지 않았다. 사령관의 시선을 눈치 챈 콘스탄챠는 별일 아니란 듯이 웃으며 말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다 같이 할까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콘스탄챠의 말에 모두 헛기침을 하더니 정숙해졌다. 레오나는 모른 척 차를 홀짝이고 있었고, 문 앞에 있던 홍련은 귀에 장착된 마이크를 대고 어디론가 연락을 하고 있었다. 뒤에 있던 레아는 전기를 일으켜 딴청을 피우면서 팝콘을 한 알씩 튀겨 먹고 있었다. 어느새 옷을 입었는지 레모네이드 알파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아자즈에게 훈련을 시작하자고 재촉했다. 사령관은 한숨을 쉬고는 대기실에 훈련시작을 알리는 신호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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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대로 캐릭터 성을 파악한다고 하면서 썼는데, 팬픽이 캐릭터 성을 파악하고 쓰는 부분이 좀 어려운거 같습니다. | 22.05.23 14:57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