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티아스의 수기
한때 나는 성화 교회의 가르침을 믿고 있었다.
신관으로서 사람들에게 성화를 향한 신앙을 전파했다.
당시의 내가 경건한 신앙의 사자였다는 사실은
그 누구도 부정하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그야말로 어리석은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성화 교회에 불신을 갖기 시작했던 것은 언제부터였을까?
리블랙과 만났을 때부터였나?
아니, 그건 그저 계기에 불과했다.
리블랙이 나타나기 이전부터 그 감정은 내 안에 잠들어 있었다.
그것은 내가 부임했던 작은 마을이, 낙뢰 때문에 일어난 산불에 휩싸였던 때였다.
화재는 순식간에 퍼져 나가 마을을 둘러쌌다.
그리고 수많은 마을 사람들이 죽어갔다.
나를 따라다녔던 어린아이들도, 불에 휩싸여 죽어 버렸다.
그들에게는 아무런 죄도 없었다.
나는 성화에 기도했다.
하지만 계속해서 성화에 기도해 보아도 마을 사람들은, 그 아이들은 되살아나지 않았다.
기적은 분명 일어날 것이라고 마음 속으로 믿고 있었는데도 말이다.
1개월 정도 기도했을 때 나는 그제서야 잘못을 깨달았다.
마음 깊이 기도했고, 그리고 깨달은 것이다.
성화 교회의 가르침을 믿고 기도한다고 해서 기적이 일어나는 것은 아니라고.
금기로 불리는 힘일지라도 내 경건한 마음을 담아 행사한다면 기적이 된다.
그것이 내가 고난 끝에 깨달은 신앙의 경지였다.
다른 누군가의 영향을 받은 것이 절대 아니다.
유일한 구세주인 나이기에 진정한 계시에 도달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래, 처음은 아니었으나 리블랙에게는 감사하고 있다.
내가 100년의 시간을 보내도 늙지 않았던 것은 그녀 덕분이었다.
'변옥의 서'에 기록되어 있다는 수명을 늘리는 흑주술…….
그것을 전해준 것이 그녀였으니까.
영원히 유지되는 목숨을 얻은 나야말로 구세주에 걸맞다.
이 힘을 이용해 많은 사람들을 구원해야 한다.
그렇기에 이 세상을 검은 불꽃으로 채워야만 한다.
성화의 힘이 쇠약해지게 된다면
갈데라 신의 힘이 피니스의 문에서 넘쳐 흘러
나는 더욱 강대한 힘을 행사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성화 교회의 추적에서 벗어나기 위해 잠복한 것도 전부 이 사명을 위해서였다.
시간의 흐름은 나의 편이었다.
과거의 기억은 잊힌 지 오래였다.
한때는 배교자로서 성화 교회에 기록되어 있던 내 모습을 아무도 더 이상 기억하고 있지 않을 것이다.
새로운 이름을 손에 넣는 것도 돈만 있다면 별 일 아니었다.
덕분에 상인 마티아스의 이름을 대는 것으로 교회 내부에 침투하는 것도 가능했다.
요셉 대주교 역시 나를 완전히 신뢰하게 되었다.
갈데라 신의 제단을 발굴할 수 있었던 것도 내가 올바랐기 때문이다.
갈데라 신의 힘의 일부를 이용해 기적을 일으키자, 위스퍼밀의 사람들도 구세주로서 나를 숭배하고
내 말에 따르기 시작했다.
자금을 마련하고 이용하는 데에는 시메온과 함께 세운 흑요회가 꽤 도움이 되었다.
시메온은 나를 다른 간부들에게도 밝히지 않았다.
결정적인 수로 써먹으려고 한 것인가, 아니면 신용하지 않았던 것인가.
어찌 됐든, 지금 와서는 아무래도 좋은 일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때가 되었다.
흑요회를 통해 손에 넣은 독으로
요셉 대주교를 확실히 쇠약하게 만들었다.
그 누구도 병으로 죽었다는 것에 의심을 품지는 않을 것이다.
남은 것은 불씨를 운반하는 리아나의 마음 속에 어둠이 생긴다면
신성한 불꽃이 검은 불꽃으로 바뀌게 된다…… 그랬어야만 했다.
앞으로 한 걸음.
앞으로 한 걸음만 나가면 됐다.
이제 한 걸음밖에 안 남았는데!!
구세주인 내가 어째서 이런 감옥과 같은 곳에 갇혀 있어야 하는 것이냐!
아아, 이곳은 깜깜하다.
누군가, 빛을 가져다 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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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필리아 스토리의 악역, 마티아스의 과거입니다. 요셉 대주교의 죽음의 진실과 프림로제 스토리에도 나왔던 흑요회가 여기에서도 나오네요.
이전에 다른 분께서도 이 부분은 번역했었지만 아예 8개 캐릭터를 직접 정리하는 차원에서 올립니다.
오필리아를 마지막으로 8개 캐릭터의 뒷이야기가 모두 끝났습니다. 긴 번역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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