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제목 그대로 112시간 4분만에 엔딩을 보았습니다.
처음 시작할 때부터 기대가 컸던 작품이지만 작품을 진행하면 진행할수록 이 작품은 꼭 엔딩을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드디어 보게 되었네요.
사실 저는 이런 육성류 RPG를 시간이 걸린다는 이유 때문에 굉장히 싫어하는 편인데, 이 작품만큼은 거부감 없이 오랫동안 빠져들 수 있었습니다. 왜일까요, 그건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이 작품을 끝내고 나자마자 마치 하나의 잘 꾸며진 코스요리를 즐긴것 같다는 기분이 드네요. 초반 탐정 파트가 전채, 중후반의 디지털 월드와 현실 세계를 포함한 거대한 사건을 메인 요리, 그리고 주인공들이 본래 세계로 돌아가고 나서 노키아의 독백과 엔딩 크레딧 후의 짧은 이벤트가 입을 씻어주는 디저트 같은 기분이었습니다.
사실 저는 이 선택도 좋았을 거라고 봅니다, 이그드라실이나 다른 로얄나이츠 입장에선 이상한 이물질이겠지만, 이미 인간과 비슷해져버린 공백의 자리의 주인, 공백의 기사 알파몬과 함께라면 딱히 다른 디지몬과 마주칠 일도 거의 없겠지요.
등장부터 결말까지 그야말로 괴짜라고 말할수 밖에 없었던 스에도 아케미. 그는 결국 이터와 동화된 채로 이그드라실의 힘을 빌어 이터를 본래대로의 모습으로 되돌려, 원래대로의 세계로 돌려보내는 길을 택했습니다. 자신도 함께 말이죠. 사실 어떻게 보면 그 다운 선택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인간 스에도 아케미'로서의 최후와 '좀 더 고차원적이고 형이상학적인 존재와 동화한 스에도 아케미'로서의 새로운 시작은 그에게 '슬퍼할 일 따위는 생기지 않고, 자기자신을 진화시킨 결말'이라고 보면 되겠지요. 그래서일까요? 완전히 바뀌어버린 세계에서는 스에도 아케미라는 존재가 등장하지 않았습니다. 평행우주 세계관을 적극적으로 차용한 본 작품에서 세계가 변해도 스에도 아케미와 비슷한 역할을 해야 할 존재의 등장조차 없다는 점은 정말로 스에도가 현실세계에 얽매이지 않는 존재가 되었음을 암시하는 것 같습니다.
별로 보기 좋지 않은 모습을 자주 보여주긴 했지만 이 작품의 진 히로인이라고 말할 수 있었던 노키아. 여러 이벤트를 함께 하기도 하고, 마지막에 주인공을 가장 크게 추억하는건 역시 노키아였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노키아보다는 좀 더 복잡한 인간이었다고 생각하는 유코가 좀 더 관심이 있었네요, 저는. 그리고 어느 시점부턴가 공기가 되어버린 페이가 너무 아쉽습니다. 적어도 두프트몬을 상대할 때 작전 실행팀에 넣어줄 수도 있었을텐데. 나름 친구라고 부를 수 있는 사이도 됐을것 같고..
마지막으로 현실 세계로 돌아가게 된 주인공을 배웅해주는 알파몬과, 모습은 보이지 않지만 마지막 챕터에서 데려간 플레이어의 디지몬들. 이 작품의 디지몬 시리즈의 전통인 '선택받은 아이들'이라고 할 수 있었던 주인공 일행이 결국 디지털 월드와는 이별하게 됐지만, 그때까지 플레이어와의 추억을 잊지 않았다는 점이 굉장히 인상깊었습니다. 디지몬 어드벤처의 마지막을 보는 기분이었습니다.
그때까지 인간을 적대하는 모습뿐이었지만 최후의 순간, 유코에게 '키시베 리에'의 목소리로 마지막 말을 남기고 떠나간 로드나이트몬. 그 이유는 뭐였을까요? 개인적으로는 로드나이트몬으로서 자신이 유코의 아버지를 죽였다는 점에 대한 죄책감과, 유코의 아버지 '카미시로 사토루'와의 연애 상대이자 유코의 보호자 역할을 하고 있었던 '키시베 리에'로서의 감정의 결과는 아니었을까요.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마지막 순간, 유코와 리에는 서로가 서로의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면서 독설을 날리지만, 전혀 독설로 들리지 않습니다. 오히려 서로 그만큼 서로에 대해 깊게 생각한건 아니었을까요. 특히나 알파몬을 향한 로드나이트몬으로서의 마지막 말이었던 '인간과의 융합은 나에게 악영향만을 남긴 것 같군. 너와 나, 대체 무엇이 달랐던 것일까'는 결국 마지막에 가서 인간이란 존재를 인정하게 된 것은 아닐까요. 똑같이 인간과 융합하고도 자신은 인간과의 융합을 부정하면서도 인간과의 융합이 낳은 결과의 차이에 대한 로드나이트몬의 마지막 질문에 대한 답은 굉장히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타이밍이 안 좋아서 흔들려버린 스샷. 다운로드 완료라고 적혀있던 걸로 기억합니다. 아마 이 다운로드가 끝나고 주인공이 마지막으로 치료된 에덴 증후군 환자가 되었을 때, 유고, 유코, 아라타, 노키아의 기분은 표현하기 힘든 기쁨이었겠죠. 개인적으로는 주인공의 친한 사람들 쪽의 디지라인에 있는 주인공의 어머니와의 디지라인 내용을 보고 주인공이 깨어나는 시간이 조금만 늦었더라면 불효자가 될 뻔 했다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괜찮다면, 우리 사무소에서 일하지 않을래?' 에덴 증후군에서 깨어난, 주인공과 노키아 일행들이 알고 있던 그 인물이 아닌 진짜 쿄코 씨. 하지만 알파몬이 영혼 비슷한 존재로 쿄코의 몸에서 지내온 동안 정신만이 아닌 몸 전체에 남아있던 기억이 어렴풋이 주인공을 느끼게 한 것이라고 봅니다. 실제로 어릴 적에 안 좋은 경험을 가진 사람은 그 경험이 나중이 되어서도 트라우마가 된다는 점을 보면 확실히 무의식적으로 몸에 남아있는 영향은 강한게 맞는 것 같습니다. 전 덕분에 아직도 화상 입는걸 무서워하죠.
이것도 타이밍이 애매해서 글자가 거의 지워진 스샷. 눈을 크게 뜨고 보시면 '그 녀석을 붙잡아 줘!'라고 쿄코가 외치는 자막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그 녀석'이란 지미KEN이었습니다. 대체 이번엔 뭘 잘못해서 쫓기고 있던 걸까요. 시부야 타워 레코드의 점원 '타와 레이코'와 함께 음악 활동 하는 거 아니었던가요..이 녀석..거기다 의뢰 도중 레이코가 무의식적으로 뱉어낸 '다나카'라는 성을 감안하면, 아마도 지미KEN의 본명은 다나카 켄 정도가 되겠죠. 왜 굳이 지미KEN이라는 이름을 강요하는지 이해가 됩니다.
그게 어찌되었건, 결국 주인공은 다시 한번 쿠레미 탐정 사무소의 탐정 조수로서 일해나가게 되었습니다. 주인공의 앞에는 이제 무슨 일이 기다리고 있게 될까요. 그리고 7대 마왕 토벌 등의 선행으로 공개되기도 했던 일부의 DLC와 위대한 도전을 제외한 새로운 컨텐츠가 추가가 될지 안 될지가 걱정입니다. 이 게임에 너무 빠져들어서 문제가 크거든요. 최대한 빨리 단점을 개선하고 장점을 더욱 늘린 후속작이 최대한 빨리 필요합니다. 저는...
마지막은 쿄코와 친구들 스샷 중 택1의 고민 끝에 친구들 스샷. 근데 저거 알고보면 엄청 큰 사망 플래그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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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긴 한데, 디지몬들이 조사해오는 의뢰칸은 매번 새로운게 갱신될때마다 원래 자리에 새로운 의뢰가 올라오는 형식이더라고요. 그런 방식으로 DLC 추가가 된다면 또 모를지도 싶긴 합니다. | 15.04.09 12:42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