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니악이에요. 던파한지는 1년 8개월정도 됐습니다.
개인적인 생각이라 고민하다가, 그냥 커뮤니티가 하고 싶은 말 하는 곳이겠거니 생각하고 결국 썼어요.
길지만 별 내용 없고, 맨 아래 한 줄 요약 있습니다.
예쁘게 봐주세요!
1. 서론(이라 쓰고 TMI라고 읽는 장)
전 모바일/PC/콘솔 게임을 10년 넘게 일체 안 해왔고 '게임' 자체를 좋아하지도 않습니다. 그러다 1년 반 전부터 던파 만큼은 열성적으로(물론 일이 빡세서 가끔 못하는 날도 있지만) 플레이하고 있습니다. 이상하게도 던파가 참 좋습니다. 중학생 때의 추억 하나로, 게임으로서 던파를 하기보단 던파로서 던파를 즐겨왔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지금도 다른 게임에는 흥미가 없거든요.
그런 겜알못에 던파바라기다보니 사실 저는 직접적인 게임플레이에서 문제를 체감하지는 못하는 타입입니다. 던파가 그렇다면 그러려니 하면서 주어진대로 그냥 즐기기만 합니다. 마치 어린 조카를 보는 기분인지라 이 녀석이 뭔 짓거리를 해도 삼촌으로선 그저 귀여워 보이는 그런 느낌입니다.
마이스터니 이관/성장 시스템이니 캐릭터 밸런스니 뭐니 힘든 부분은 있어도 저는 마냥 재밌게 즐겨왔습니다. 조심스럽게 꺼낼 말이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이번 시즌이 정말 환장할 정도로 재미있습니다. 이에 커뮤니티에 올라오는 문제점 지적 글들은 하나하나 보면서 "그렇구나 그렇구나" 하며 눈팅만 해왔고, 저는 그런 문제를 커뮤상에서 지적한 적이 거진 없습니다.
조카의 비유를 들었는데 다시 한 번 그 맥락을 가져오자면, 조카가 헛짓거리를 하는 것이 삼촌 입장에서는 피곤할지 몰라도 웃어넘기고 같이 놀아주면 그만이지만, 그런 과정에서 조카에게 육체적/정신적으로 중대한 성장이나 발육의 이슈가 의심될 정도라면 그건 삼촌으로서도 전혀 별개의 이야기가 됩니다. 조카를 사랑한다고 해서 모든걸 그저 웃어넘길 수는 없습니다. 내가 엄마가 아니라고 해도 삼촌은 그런 중대한 의심을 그저 나몰라라 하기는 어렵습니다. 이에 이곳에 계신 다른 삼촌분들께 생각을 얄팍하게나마 털어놓고자 글을 씁니다.
2. 본론
이 글을 쓰게 된 계기는 사실 딱 한 가지, 이벤트로 주는게 너무 많다는 것입니다. 주지 말라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주는 게 안주는 것보다는 낫죠.
근래 던파에 들어가면 들어가자마자 하는 것이 우편으로 수령해야하는 항목들을 챙기는 것입니다. 출석체크도 이벤트성이지만 체감상으로는 이제 기본값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출첵보상 받고, 세계수 포인트 받고, 세계수 증폭 나뭇잎 받고, 보안 토큰 받고, 패스 일일상자 받고, 요즘 17주년 맞이해서 날마다 주는 입장권도 기본으로 수령해야 합니다.(사실 전 노말 입장권 주는 건 사용하지도 않을 것 같아 받지도 않습니다)
그리고 셰계수 뿌리 모아서 히만스텔라에게서 이것저것 챙겨 받아야 하고, 플레이 좀 하고 나면 세계수 포인트 또 받고, 세계수 상점에서 주마다 판매하는 성장권이나 에픽 상자 등을 사야 하며, 점핑캐릭터의 경우 이제 명성이 좀 돼서 더 받을 것이 없으나, 키우던 당시만 해도 명성 오를 때마다 계속 뭘 줍니다. 선택사항이지만 던파 라이프도 들어가서 텃밭에 목화를 심습니다(눈밭 배경을 갖고 싶어서요). 점핑도 한번만 한 게 아니라, 반년도 안 된 시즌에서 벌써 두 번인가 했습니다. 암시장이 종종 열리고, 이제는 세리아까지 특별 상점을 엽니다. 성장해야 하니까 던전 돌아야 하고, 던전이 피곤하니까 정령석 세공을 다시 열어서 또 세공 해 줘야 하고 일던 돌면 나오는 정령석 주머니도 매번 까줘야 합니다. 그리고 금주에 엘프 방어전도 추가됐죠. 저 이거 거의 못하고 있어요.
항목에는 공통적으로 성장에 필요한 재화들과 간접적 보조시스템(대표적으로 세공)이 포함되어있습니다. 애초에 성장이 이번 시즌의 가장 중심 메타니까요. 베릴과 성장권, 이관권, 공명장비 선택상자 등이 그러합니다. 챙기는 항목이 점점 많아진다는 것은 그래도 던파가 어떻게든 원활한 플레이를 돕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이라 저는 생각합니다. 그래서 고맙게 여기고 넘기려 했으나 이게 어느 선을 넘어가면 근본적인 시스템의 문제를 의심할 수밖에 없습니다.
차량 브랜드 직영 판매업체에서 번지르르한 차를 한대 뽑았거나, 중고차를 한대 샀다고 가정해볼게요. 그런데 계속 문제가 생깁니다. 다행히 판매업체에서 해당 부분들이 발생할 때마다 무상으로 수리해주고, 사과 보상으로 이것저것 챙겨줍니다. 차량용 디퓨저니 엔진오일이니 쿠션이니 핸드폰 거치대니 한가득 줍니다. 한 두 번은 그러려니 할 겁니다. 적어도 노력하는 것은 보이니까요. 그런데 문제가 지속적으로 발생하면 차주 입장에서도 피곤할 뿐더러, '이거 침수차량 아니야..?' 혹은 '차 설계 자체에 큰 하자가 있는 거 아니야..?'라고 생각하기 마련입니다.
가령 차량의 헤드라이트가 나갔는데, 전구를 무상으로 교체해줬다고 할게요. 그런데 며칠 있다가 또 나갑니다. 그래서 또 무상 교체를 받고 이번엔 여분의 전구도 줍니다. 그리고 계속 나가고 여분의 전구로 계속 갈아 끼웁니다. 몇 번은 사비를 들여 더 좋은 전구도 사다 끼워봅니다. 그러다 또 나갑니다. 이 같은 문제가 계속 발생한다면 이건 전구 갈아주고 여분의 전구를 주는 것으로 끝낼 것이 아니라 리콜을 하던 어떻게 하던 헤드라이트를 담당하는 회로 자체를 뜯어서 보다 근본적인 문제를 찾아 해결해야 할 겁니다. 그런데 차량 브랜드 직영판매업체는 죄송하다면서 또 무상 교체 및 여분의 전구를 제공합니다.
던파가 최근 이벤트로 계속 제공하고 있는 성장 관련 재화들이 위와 같다고 느낍니다. 한 두 번은 성장에 도움을 주기 위해 이벤트로 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게 계속 반복되거나 점점 그 양이 많아진다는 것은 +a로 얹어주는 것이 아니라 올바른 성장 밸런스를 위해 곳곳에 물 새는 마이너스 부분들을 겨우 겨우 땜빵한다는 의미입니다. 당연히 근본적인 시스템에 의심이 생기는 부분입니다. 이관과 성장에 필요한 재화의 양을 떠나, 그 시스템 자체가 작동하는 방식에 문제가 있을 수도 있다는 겁니다.
심지어 지금 제공하는 성장권들과 이관권들, 베릴 조차도 대부분의 유저들에겐 넉넉하지 않습니다. 결국 개인이 보유한 재화들을 추가로 사용하여 성장해야합니다. 그 과정에서 피로감 문제나, 쌓여가는 에픽 장비들의 문제는 해결되지 않습니다.
조카의 이야기로 돌아와서, 그 녀석이 저지르는 실수에 대해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고 성실히 반성문을 쓴다면 더없이 좋겠으나, 같은 실수, 같은 반성, 같은 반성문이 지속된다면 그건 다른 문제입니다. 던파는 같은 문제가 반복되고 있고, 같은 레퍼토리로 그 문제를 해결하려 합니다. 공기조화나 위생관리체계에 결함이 있는 외양간을 고치지는 않고 그 안에 맛있어 보이는 먹이만, 한가득도 아니고 조금 조금 대충 뿌려서 지금 당장 소가 도망가지 않도록 하는 격입니다. 무슨 소용인가요. 그거 조금 먹더라도 더 나은 환경을 찾아 외양간 떠나는 건 시간문제입니다.
이미 많은 분들이 언급하신 대로 상던의 A/S, 에픽장비 A/S도 상황이 같습니다. 시즌 자체를 갑자기 갈아엎으면 안되니까 수리라도 하는 건 뭐 어쩔 수 없다 쳐도, 티어가 바뀔 때마다 다시 시스템으로 돌아와서 이관하고, 성장하고, 칼박 돌리고 그러느라 재화와 체력이 다 빠집니다.
제가 이번 시즌 들어와서 느낀 것이 두 가지 있습니다. 첫째는 "네오플이 생각 이상으로 성실하고 열정적이구나" 입니다. 그 많은 에픽 옵션들을 생각하고 하나하나 만들었다는 것부터, 일던의 퀄리티(피곤한 기믹과는 별개로)와 어떻게든 A/S를 하려는 모습들을 보고 그러했습니다. 이걸 언제 다했지 싶을 정도였습니다. 많은 분들이 네오플 일 안 한다고 말씀하시지만, 저는 일의 양으로만 보면 정말 빡세게, 감당하기 어려운 양을 하고 있다고 느낍니다. 뭐라도 해보려고 진짜 엄청난 시간과 노력과 공을 들이고 있구나. 진짜 힘들었겠다. 주인 의식 없으면 이렇게 못했을 것 같다 등입니다. 절대 '개인적으로' 그러합니다.
또 한 가지는 "네오플이 생각 이상으로 무능력하구나" 였습니다. 정말 황소처럼 일하는 건 알겠는데 그 결과물이 하나같이 나사가 빠져있고(특히 에픽장비), 뭐가 어떻게 잘못됐는지 아는지 모르는지 확신은 못하겠지만 필요한 데 놔두고 자꾸 엄한 데 수리를 하거나, 필요한 부분도 완벽하게 고치지 못하고 계속 임시방편으로 떼웁니다. 회사에서 굉장히 성실하고 주인 의식 투철한데 한편으로 굉장히 능력 없고 멍청한 사람이 중요한 사업의 PM을 맡는다면 딱 보일 그런 모습입니다. 그런 거 아시죠. 그 왜, 저도 공감하고 싶지는 않지만, 불성실하고 무능력한 직원에게 화가 나는 것보다 때때로 성실하고 무능력한 직원에게 더 화나는 그런 경우가 있잖아요? 불성실한 것 보다야 나을지 몰라도 화가 나는 건 어쩔 수가 없는 겁니다. 제가 네오플의 임원급이었다면 참을 수 없이 답답했을 것 같습니다. 많은 분들이 "네오플 일 안 한다"라고 말씀하시는 요점은 바로 이 부분에 있는 게 아닌가 싶어요.
3.나가며
내용 별거 없죠? 이미 다들 아시는 걸 굳이 이렇게 장황하게 썼냐 싶으실 테지만 해결보다는 공감을 바라는 F인데다 TMI가 말의 80%인 ENFP 특성상 어디 털어놓을 곳 찾다가 여기에 장문으로 쓰게 됐습니다.
이벤트로 주는게 너무 많아지는 모습에서 절감했던 것을 썼지만, 사실 그 재화 챙기는 것 자체는 일도 아닙니다. 그게 귀찮다기보다는 쏟아 붇는 이벤트 제공 재화로 겨우 겨우 유지되는 시스템이 좀 문제 있는게 아닌가 했고, 단지 "이번 시즌은 망했네"라는 단정보다는 "이런 부분들을 보니 시스템의 근본적인 문제가 의심된다" 정도로만 말하고 싶었습니다.
그러면서도 "어떻게 해야 해결된다!" 라는 것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그걸 제가 고민할 필요도 없습니다. 당연하게도 철저하게 네오플이 고민하고 답을 내야하는 영역입니다. 조카의 문제는 삼촌보다 1차적으로 부모가 책임져야 하는 것처럼요. 물론 유저 각각이 요구하는 바가 있지만, 그것들을 만족시키면서도 더 좋은 해답을 내놓은 것이 게임회사의 '능력'일 겁니다. "그럼 그렇지"가 아니라 "네오플이 아주 멍청하진 않구나"라는 말이 나오도록이요.
개인적으로 윤명진 디렉터의 행보에 대해서 큰 불만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한 가지 조언드리고 싶은 것이 있다면, 윤디의 현 행보는 '열심히 한다'는 모습을 보이는 것에만 집중하고 있다는 것이며, 앞으로는 '잘한다'는 모습을 보여야 유저들이 설득될 것이라는 점입니다. '열심히 한다'조차도 점점 지쳐가는 유저들을 더 이상 설득하지 못 하고 있으며 그런 '열심'은 오로지 잘하는 '능력'으로만이 증명해 낼 수 있다는 이야기를 전하고 싶네요.
<한줄요약>
이벤트로 이 정도까지 뿌려야 했다는 사실은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는 방증이니 열심히만 하지 말고 '잘' 하십쇼, 네오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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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공감되네요 100렙때부터 했는데 이새끼들 개발 운영 진짜 못하는걸 이벤트로 커버한다 싶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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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느낀 성장 효율 제한에 대한 답답함이 헤드라이트 비유에 잘 드러나네요 성장 제한에 문제가 있다~ 이걸 개선해야 한다~ 시즌 초기부터 나온 지적이고, 얼마전에 수천개 댓글달린 공홈 의견제시 게시물에도 베스트 박힌 리플들에 거의 공통적으로 보인 지적인데 개선을 했는데도 성장효율에 문제가 있으면 성장효율을 증가시키면 될 이야기인데 자꾸 미안하다 어쩌다 죄송하다 이러면서 성장효율은 냅두고 성장권이랑 이관권 몇장씩 찔끔찔끔 뿌리고 끝입니다 동종을 구하기 어려운템(소망신, 옵티컬, 커스텀템)을 '효율적'으로 성장시키려면 최소 2회 이관이 필요하고, 이런성장을 계속 지속하려면 주단위, 달단위 텀을 가진 이벤트로 커버치기엔 유저에게 너무 부담이 심해지는게 지금 상황인데 단순히 무능함으로 인한 불편으로 치부하기엔 너무 꼬움 게임사측에서 속으로 계산기 두드리면서 유저앞에서는 죄송한척 아닌척하면서 화전양면전술 거는 불쾌함이 앞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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