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레이븐의 불 후일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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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태어난 것은, 그렇게 쉽게 죽지 않는다.
그것은 비단 생명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아니, 그보다는...
『탐욕』에 관한 이야기다.
『탐욕』은 피를 부른다.
그것을 뿌리뽑기 위해서는...
불을 지펴야 한다.
타고 남은 모든 것에.
설령, 그것이야말로 무수한 피를 뿌리는 일이 될지라도.
이것은 정의가 아니다.
그렇다고 복수인 것도 아니다.
대의라고 부르기엔 피투성이이다.
그렇다면 무엇인가?
하나의 선택이었다.
내가 모든 걸 온전히 이해했다고는 빈말로라도 말할 수 없다.
내가 말할 수 있는 건,
나의 받은 은혜를 되갚았다는 것뿐.
정답이나 오답을 운운하는 것은 아니다.
「까마귀」는 그렇게 낮게 날지 않으니까.
그렇다고 그저 도망치기 위한 것도 아니다.
「까마귀」는 그렇게 높게 날지 않으니까.
나는 세계를 적으로 돌리는 것에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런 것들은 내게 사소했으니까.
나는 그저 「지인」의 소원을 들어주고 싶었을 뿐이다.
그런 것들은 내게 중요했으니까.
타고 남은 잿더미의 불씨마저, 전부 짓밟아 꺼뜨렸다.
그렇게 『탐욕』은 마침내 사그라들었다.
무수한 죽음 위에, 더 많은 죽음이 가로막혔다.
언젠가 이것을 읽게 될 누군가가, 나를 어떻게 생각할지는 모른다.
하지만 그 또한 상관없다.
나는 「까마귀」
땅과 하늘에 얽매이지 않고,
오직 내가 바라는 것에만 얽매이는 존재니까.
나는 「까마귀」
이름에 얽매이지 않고, 옳고 그름에도 얽매이지 않는다.
내가 얽매일 것은, 나의 「지인」 뿐.
이제 「지인」을 잃은 나는, 다시금 하늘로 날아오른다.
얽매이는 모든 것으로부터 풀려난 나는 그 누구보다 높이 날아오른다.
새로 얽매일 횃대를 찾아서.
새로 만나게 될 「지인」을 찾아서.
그렇게 나는 '새 삶'을 살리라.
이 수기는, 오롯이 나를 위한 수기이다.
나의 삶은 이제부터 내 스스로 쟁취할 것이니.
그 어떤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고,
그 어떤 폭풍에도 굴하지 않으리라.
나는 「까마귀」
나의 날개로 자유롭게 날아오르는 존재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