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경기의 의미있는 성과 중 하나가 비디디 폼은 딱히 문제가 아님을 보여준 것이라고 봄.
플로리스가 작정하고 커버플레이에 집중하는 픽을 하고, 비디디는 라인전에 빡집중하니까 여전히 라인전도 강하고 캐리력도 있다는 걸 증명할 수 있었음. 사실 이런 플레이를 진작에 한화전 3세트 때 보여줬어야 했지만... 기존의 팀전략을 한순간에 바로 바꾸긴 어려웠는지 그땐 그렇게 됐고, 이번에 플로리스랑 세팅해서 보여줬다고 생각함.
다만 정글이 망하고 다른 라인들도 힘들어져서 자기 라인에 집중할 수 없었던 2, 3세트에서는 그냥 평범한 플레이가 나왔는데... 이 부분이 참 많은 것을 시사한다고 봄. 비디디가 팀을 전체적으로 신경쓰면서 이타적인 플레이를 할때와 그걸 다른 사람한테 맡기고 자기 플레이에 빡집중 할때의 폼이 너무 다르다고 밖에는 할 말이 없거든.
개인적으로는 너무 많은 것에 신경을 쓰고 있는게 아닌가 싶음. 퍽즈처럼 극한의 로밍형 플레이를 시도하고 있는게 나쁜 방향은 아니라고 했었지만,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그냥 무리한 플레이로 과부하 걸리는 상황에 불과하거든. 뭐 아직 시즌 초니까 더 지켜봐야겠지만.
2. 플로리스
젠지가 왜 플로리스를 받아들였고, 1군 로스터에 등록했는지 확실히 이해할 수 있는 경기였음.
젠지의 강점은 각 라인이 하나하나 강하고 캐리력도 있다는 거고, 약점은 근데 그 라인들 간에 유기적인 연결이 부족하다는 점이었거든. 그걸 커버하기 위해서 정글이 최대한 뛰어다니면서 적극적으로 라인과 라인의 사이를 연결하고 관리해주는 플레이는 매우 인상깊었음. 망하긴 했지만 2세트 우디르도 그런 플레이 의도에 딱 들어맞는 픽이었고.
다만... 그걸 실현할 능력이 부족했음. 1세트도 결과가 좋으니까 괜찮았던거지, 릴리아 자체 cs는 좀 심각하게 밀렸거든. 게임 뒤집어진 중후반 뿐만 아니라, 줘패고 있던 초반부터 꾸준히 니달리와의 격차가 점점 벌어지고 있었으니까. 라이너들이 잘 크게 돌봐준건 매우 큰 공이었지만, 본인 성장이 말려서 결과적으론 2서폿 체제라고 봐도 되는 상황이었음. 라이너들이 강하니까 담원 상대로도 어찌어찌 게임이 돌아가긴 했지만, 매번 그렇게 잘될거라고 기대할 수는 없고, 실제로 2, 3세트는...
그래도 뭐 플로리스가 고점이 없었던 선수도 아니고, 앞으로 폼을 끌어올려서 자신의 뛰어난 분석력을 그대로 플레이로 표현해낼 수 있을거라는 기대는 있음. 그리고 동시에, 클리드도 이번 경기를 보면서 젠지에 무엇이 부족했는가에 대해서 많은 걸 느꼈을거라고 생각하고. 지난번엔 굳이 언급을 안했지만, 사실 쵸비 원맨쇼의 기반을 만들어 준 것도 클리드였으니.
암튼 뭐 플로리스가 폼을 끌어올리던, 클리드가 플로리스의 분석을 자신의 것으로 흡수하던, 둘 중 하나만 이루어져도 최소 결승은 갈 수 있다고 봄.
3. 라스칼
일단 한체탑 얘기는 다음 담원전까지는 못함.
칸한테 확실히 졌다고까지는 생각하지 않지만... 메가동하한테는 명백히 졌음.
그렇다고 나르한테 밴을 쓰는 것도 참 답답한 일이니, 다음에는 확실하게 나르를 이기거나 억제할 수단을 준비해야함.
그리고 해설들이 좀 포장해주긴 했지만 고립사는 확실히 줄일 필요가 있고. 라인전 공격적으로 하다가 고립사하는 건 괜찮지만, 불리한 상황에서 과하게 전진하다가 고립사 하고 그런건 좀 아님. 3연승 할때만 해도 고립사 타이밍에 마침 팀원들이 지원오고 역공으로 더 이득보고 그런 장면들이 나와서 의도적으로 끌어들이는 건가 했는데... 적어도 지난 한화전과 오늘 담원전은 그냥 작년 젠지 생각나는 고립사였어.
그래도 초중반의 파괴적인 퀸이나, 3세트의 오른 상대로 cs 격차 쭉쭉 벌리는 그라가스는 나름 충분히 인상적이었음. 여전히 메카닉은 한체탑 후보로서 부족함이 없다고 봄. 사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라스칼이 뭐 폼을 더 끌어올리고 말고 하는 얘기를 할 상황은 절대로 아니고, 그냥 진짜로 우실줄만 해도 한체탑 찍을 수 있는 폼이라고 봄. 뭐 공격적인 스타일에는 실수가 따라붙을 수 밖에 없으니까, 어느 정도는 어쩔 수 없겠지만.
4. 룰라듀오
딱히... 할 얘기가 별로 없음.
이번 경기에서 잘했냐? 고 물으면 그건 좀 아니지만, 그렇다고 장래가 걱정되냐? 고 물으면 그것도 딱히 아님.
2세트는 그냥 위에서부터 터지면서 망한 게임이고, 3세트는 개같이 맞긴 했지만 원래 맞는 조합이긴 했고...
그냥 자야라칸이 이번시즌의 새로운 친구일지 어떨지 좀더 지켜봐야 할거 같음. 못하는 챔도 아니고, 잘했던 전적은 충분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