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우 이웃
나는 침묵을 말하기에 이르렀다
지지대 없이 나무느느 서 있었다
먼지 앉은 의자가 숲에 있었고 벌레가 많았다
두고 보자고 했다 불필요한 짓이며 불가능할 거라고
소리 없이 콜드브루 커피를 주문할 수 있다
문 앞에 생필품이 놓인다
기분이 없다
어제는 나갔다
말하지 않았다
기억나는 부분이 별로 없는 영화를 봤다
배의 무게를 줄이려고 국적 다른 군인, 같은 부대원이
아닌 동료 순서로 추방하는 장면 정도
지금 나는 나흘 만에 입을 연 인물로서 버벅거리며 늘
어놓지만
아까는 소장품 경매로 이웃에게 의미 있는 일을 할 거
라는 문자를 받았지만
오버사이즈의 옷과 죽은 시계, 소라 껍데기를 챙겨 늘어
놓아 봤지만
속 없는 물건들에 애착하는 것 같아 접었다
그날 저녁의 공원에서 벌레들을 죽이며 우리는 우리의
계획을 지지하거나 후원하는 이 없음에 관해 한탄하거나
분노하지 않았다
나는 침묵과 고요를 말하기에 이르렀다
지금은 묵언수행 중입니다
거듭 강조하던 어린 불자처럼
관광객 붐비던 가을 산사처럼
말없이 침만 삼켰다
혼자인데 몇 분이냐고 묻는 식당에서 나와 고기 냄새를
맡았다
이제 속으로 지르는 비명은 그만두자
젊은 날 일찌감치 절필한 제롬 데이비드 책을 흘려 보다
가 생각한 건 아니다
사용량 거의 없어 빈집인지 확인차……
전기 검침원은 내 얼굴을 보자 입을 다문다
방부제 방습제 살균제 냄새
냉장 냉동 장치가 웅웅거리는 소리
그럼에도 불구하고 벌레처럼 번지는 고독으르 인용하는 독
거인은 파르르 떠는 곤충과 교감하지 않는다
이들은 최선을 다하기에 무능하고 징그럽다는 소리를
듣는 것 같다
말도 비명도 죽인 채
나는 시체 안치소 직원처럼
김이듬
표류하는 흑발, 민음의 시 2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