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고 보니 이미 프라모델 갤러리는 해소된 상태네요. 다행입니다.)
아침에 한국 아스트레이 관련으로 많은 이야기가 오간 것을 보고
떠오르는 것이 좀 있어 글로 적어봅니다.
많이들 생각하시는 의문에 대해 개인적인 사견을 포함해 적는 글이오니
이 점 염두하시면 좋겠습니다.
1. 조합과 가격에 대해서
8월 초 한국 한정에 대해 많은 정보가 공개된 직후
적지 않은 분들이
'저거 그냥 일반판 몇 개 사다가 조합하면 나오는 거 아니냐?'
라며 다소 실망하신 분들도 계셨던 걸로 기억합니다.
실제로 그렇긴 합니다.
자본만 따라준다면 굳이 한국 한정을 사지 않더라도 같은 제품을 만들 수 있습니다.
'자본만 따라준다면'요.
여기에 필요한 제품 리스트는 다음과 같습니다.
소체 - 블루 프레임 세컨드 R (4800엔)
소체 - 레드 프레임 카이 (5000엔)
백팩 - 데스티니 임펄스 (5200엔. 한정판이므로 프리미엄 가능성 有)
백팩 연결 조인트 - 아스트레이 느와르 (5000엔. 한정판이므로 프리미엄 가능성 有)
만들 수는 있는데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상황이 벌어집니다.
이 뿐 아니라 액션 베이스도 사야 할 테고,
여러 제품들에서 발생하는 정크 부품들은 한국 아스트레이보다 많을 뿐 아니라,
게다가 색상도 안 맞으니 도색할 도료와 마감제까지 사야합니다.
가지고 있는 것들로 조합해 만드는 것에 비하면 한국 아스트레이의 가격은
실제로 조합하면 재료비로 20만원은 넘길 소체와 빛의 날개, 베이스라는 구성을 생각하면
직접 조합하는 것에만 비교한다면 그나마 합리적인 가격이라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는 96,000원이라는 가격도,
실제로 건담베이스의 엔가 12배 정책만 빼고 보면
원가는 거의 8,000엔 할 텐데,
여러 정크가 포함된 런너들, 베이스까지 생각해보면
8천엔이면 애매하지만 나름 납득되는 가격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문제는 건담베이스의 엔가 12배지만...)
2. 결국 짜집기, 색놀이 아닌가? (부제: 중국 한정판과 비교)
다소 논란이 있었던 글의 댓글에서도 적었던 의견이지만, 많은 분들과 의견을 공유하기 위해 적어보려 합니다.
지금까지 나왔던 지역구 한정으로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중국에서 발매한 여러 한정판들
GCP 프리덤
오다이바 유니콘
GFT 퍼스트 (오다이바 유니콘 세워지기 전 1:1 건담)
후쿠오카 뉴 건담
요코하마 퍼스트
(이 외 제가 알지 못하는 것들 등)
이 중 실제로 건담베이스, 혹은 반다이 공식 판매점이 있는 곳에 입상한 라이프 사이즈 건담이 아닌 이상은
실제로 지역구 한정으로 건프라를 내준 건
한국 아스트레이 이전으로 제가 알기로는 중국의 한정판들이 유일합니다.
우선 라이프 사이즈로 입상한 건담의 제품들의 경우
그 지역에 세워진 건담을 기념하며 만들어진 제품들인데,
동시에 그 지역을 대표하는 입상이니 당연히 심혈을 기울일 수 밖에 없습니다.
GFT 퍼스트는 너무 오래 전이라 제외하더라도,
GCP 프리덤은 오리지널 RG 킷들의 단점인 통짜 프레임에 신규 파츠를 넣어 해결함과 동시에 여러 신금형 런너로 변경시켰고,
RG 유니콘 오다이바는 신규 데칼 추가와 함께 실제 유니콘 입상을 재현할 수 있는 신규 파츠를 추가했습니다.
RG 후쿠오카 뉴 건담도 일부 외장 디테일 변경을 위해 아예 신규 파츠를 넣어주었고,
요코하마 퍼스트는 디자인부터 다르니 아예 새로 제품을 만들었죠.
그에 비하면 GCP 프리덤 이전 중국 한정들은 일반적으로 상단에 첨부한 사진과 같이
기존 제품에서 컬러만 바꾸고 데칼을 추가한 제품들입니다.
(컬러링에 대해서는,우리야 저 컬러들이 너무 화려하고, 너무 억지스럽다 느낄 수 있지만 정작 현지인들은 다르게 느낄 수 있으니 넘어가겠습니다.)
한국 아스트레이는 어떤가요?
기업 입장에서는 중국 한정판들처럼 기존 제품에서 컬러만 바꾸고 구성은 그대로 둔 채 발매하는 게 차라리 속이 편합니다.
패키지와 매뉴얼까지 한글로 따로 인쇄하는 것보다 그게 수지타산에 맞으니까요.
아시다시피 신규 금형이란 기업 입장에서 상당히 중요할 수 밖에 없습니다.
거의 6년 전 이야기긴 합니다만, PG 런너 제작에 들어가는 비용이 장당 900만엔이었던 것을 미루어 볼 때,
타 등급의 일반판 금형 하나 만드는 데에도 적지 않은 비용이 들어감을 추측하면
그만큼 반죽음 입장에서는 신금형 제작에 앞서 고민을 수십 수백 번을 할 수 밖에 없을 겁니다.
그래서 한국 한정 건프라를 신금형으로 제작하기엔 아마도 수지타산이 안 맞고,
그러니 어쩔 수 없이 비용을 최대한 아낄 수 있는 선택을 고려한 결과
흔히 말하는 짜집기를 할 수 밖에 없었겠죠.
그러나 이런 극소에 가까운 조건에도 불구하고 현직 메카 디자이너까지 고용해
'기존 건프라를 재활용해 새로운 기체를 만들라'는 주문과,
그 조건 아래에서 현지 국기 이미지 컬러를 기반으로 리컬러링.
그리고 지금껏 없었던 패키지와 매뉴얼 한글화, 습식 데칼 한글 이미지화, 현지 지형 일러스트 등.
이런 일련의 과정을 과연 구성도 안 바뀐 고작 색놀이에 비교할 수 있을까요.
물론 엄밀히 따지면 짜집기와 색놀이는 맞습니다.
비록 재정적인 이유로 신금형은 넣을 수가 없기도 하고,
1번 문단에서 말씀드렸다시피, 자본만 따라주면 혼자 조합할 수 있는 간단한 기체입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해
라이프 사이즈 건담도 입상하지 않았고,
입상할 자리도, 그럴 이유도 마땅치 않은데다
중국에 비하면 규모도 작은 한국 시장을 위해,
건담베이스 20주년을 기념하며 이 정도의 수고를 들여주었다는 점은
적어도 한국의 대다수 소비자에게는 가장 크게 다가옵니다.
그 과정과 결과만 보아도 중국의 단순한 색놀이 한정판 이상의 의미가 있으니
솔직히 전 고마움을 느낍니다.
(이건 결국 본 제품의 가치를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평가가 달라지는데, 아래 문단에 하술하겠습니다.)
3. 사람들이 생각하는 한국 아스트레이의 가치성
결국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여러 가시적인 매개체에도 불구하고
어떤 제품에 대한 인상이나 소비자의 평가란 '각 사람이 제품의 가치를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결정됩니다.
제가 본 바 프라모델 갤러리에서 한국 아스트레이에 대한 평가는 두 가지로 갈렸습니다.
중국 한정판과 다를 바 없는 단순한 짜집기 아니냐
20주년 기념에 한국 한정으로 이 정도라니 고맙다
요하자면 이 두 가지 의견은
'20주년 기념과 별개의 상업적인 제품으로 보는 시선' 과
'20주년 기념판 한국 한정이라는 무형적인 상징성' 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일단 본 제품은 여타 건담베이스 한정판처럼 별개의 상업적 제품보다는
오다이바 유니콘이나 후쿠오카 뉴 건담처럼 일종의 무형적인 상징성에 가치를 두는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애초에 한국 아스트레이는 한국 건담베이스 20주년을 기념하고자 발매한 제품이다보니,
다른 일반판, 한정판처럼 '내가 이 제품을 사지 않으면 수집 라인을 완성 못해!' 같은
일종의 소비 강박 관념이 내재된 제품이 아니니 말이죠.
그래서 여러 객관적, 주관적인 평가를 종합해보면,
결국 이 제품을 사고 말고는 엄연히 소비자의 선택에 달려있다고 생각합니다.
'한국 소비자라면 이 제품을 무조건 사야 한다' 라던가,
'그 돈이면 다른 가성비 프라들 몇 개는 살 수 있는데 흑우냐!' 같은게 아니라요.
개인적으로는 이번 엑스포에서
엑스포 운영 측에서 약 3000개 가량의 물량을 준비했음에도
찾아주시는 분들이 많아 악성 재고가 되지 않고 품절이 되었던 점.
그 후로도 적지 않은 분들께서 한국 아스트레이를 찾아주셨다는 점을 보고
상당히 감명이 깊었습니다.
색놀이나 짜집기나 어쨌든
건담베이스 20주년이라는 상징성과,
대한민국의 유일한 지역구 한정이라는 상징성은
유형적인 요소들에도 불구하고 결코 무시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적자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럼에도 이런 팬서비스 같은 무형적인 요소들이
사람들이 취미 생활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하는 원동력이 되니까요.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앞으로도
한국 한정 말고도 반죽음에서 이런 팬서비스를 가끔씩 더 해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엑스포 행사 운영은 좀 더 신경 써주고...)
다소 두서 없는 긴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프라모델 갤러리가 취미 세계의 건전한 담화의 장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IP보기클릭)221.167.***.***
글 잘읽었습니다. 입문한지 얼마 안된 입장에선, 기대치가 높았었기에 사정고려없이 제품 그자체에 포커싱이 맞추어져 평가했습니다. 폭넓은 시선으로 두루 살펴본 글을 읽어보니 제 시선에 어느정도 조정이 되네요 다양한 입장과 시선을 가진 사람들의 취미공간인 만큼, 자유롭게 비평하는 와중에도 그 표현은 완곡하게 하는게 바람직할것같다라고 스스로에게 자문해봅니다
(IP보기클릭)106.101.***.***
이쁘게 잘 나온것 같은데 왜 이정도로 욕을 먹는지를 잘 모르겠습니다.
(IP보기클릭)210.118.***.***
이쪽은 액션베이스 조인트도 겸하기때문에 사실 더 좋아요 ㅎ
(IP보기클릭)86.48.***.***
그러고보니 오다이바에 세웠던 첫 등신대 건담 입상을 손안에 올린게 RG 퍼스트였고 그걸 다시 MG로 낸게 건담 3.0인가 그랬죠(...)
(IP보기클릭)106.244.***.***
저도 다른 나라의 한정판처럼 색만 바꿔서 나올줄 알았는데 짜집기지만 나름 기체 자체를 새로 구성해서 나온것과 한글데칼 메뉴얼 한글등 많이 신경써서 나왔구나 싶어서 좀 놀랐습니다. 이번에 한국 한정판매량이높아서 다음에도 한국한정 한정판이 나왔음좋겠습니다.
(IP보기클릭)223.39.***.***
올크
1. 중국 한정판들 보면 더 좋으면 좋았지 꿀리는 구성이 아니다. 2. 억소리 나는 금형을 새로 만들어줄 만큼 큰 시장이 아니다. 3. 제품의 모형으로써의 가치로 보느냐 한국 한정이라는 상징성의 가치로 보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 23.08.31 16:4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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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잘읽었습니다. 입문한지 얼마 안된 입장에선, 기대치가 높았었기에 사정고려없이 제품 그자체에 포커싱이 맞추어져 평가했습니다. 폭넓은 시선으로 두루 살펴본 글을 읽어보니 제 시선에 어느정도 조정이 되네요 다양한 입장과 시선을 가진 사람들의 취미공간인 만큼, 자유롭게 비평하는 와중에도 그 표현은 완곡하게 하는게 바람직할것같다라고 스스로에게 자문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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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쁘게 잘 나온것 같은데 왜 이정도로 욕을 먹는지를 잘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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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다른 나라의 한정판처럼 색만 바꿔서 나올줄 알았는데 짜집기지만 나름 기체 자체를 새로 구성해서 나온것과 한글데칼 메뉴얼 한글등 많이 신경써서 나왔구나 싶어서 좀 놀랐습니다. 이번에 한국 한정판매량이높아서 다음에도 한국한정 한정판이 나왔음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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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i_Allelujah
이쪽은 액션베이스 조인트도 겸하기때문에 사실 더 좋아요 ㅎ | 23.08.31 15:5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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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보니 오다이바에 세웠던 첫 등신대 건담 입상을 손안에 올린게 RG 퍼스트였고 그걸 다시 MG로 낸게 건담 3.0인가 그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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