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1월 28일.
허룽시립축구장.
허룽시, 길림성, 중국.
허룽시 동쪽에 위치한 허룽시립축구장은
하얀 눈으로 덮여 있었다.
어린아이들이라도 뛰어놀았는지
여기저기 하얀 눈 위에 작은 발자국이 나 있었지만,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조용했다.
의약품이 잔뜩 든 배낭을 짊어지고 있는
엄주현은
불안한 표정으로
운동장에 쌓인 눈 위를 걷고 있었다.
그가 걸을 때마다
그의 발밑에서 살짝 얼어붙은 눈이
뽀드득 소리를 내면서
부스러졌다.
엄주현은
자신의 모습이 안절부절못하는 어린아이 같다고 생각했다.
어른답지도, 군인답지도 않다고
생각이 들었다.
그는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언제나처럼 아무런 미동 없이 팔짱을 끼고 서 있는
아까 전에 자신과
코디네이터를 놀라게 한
파란 양복에 빨간 나비넥타이를 맨
8살 정도의 일본인 소년과
그 소년 옆에서
아주 재미있는 얼굴을 하고 있는
국정원 김훈 1차장을 바라보았다.
저 소년처럼
진중하게 있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엄주현은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발이라도 움직이지 않으면
불안한 지금 마음을 어떻게 달랠 수가 없었다.
진짜로 헬리콥터가 올까?
끝끝내 차량을 구하지 못한
조선족 코디네이터는
결국 손을 들었다.
지금 가진 카드는
김훈 차장 옆에 있는
일본인 소년이 마련한 단 한 장뿐이었다.
왕 노사라는 이름이 나왔고,
어떤 인연인지,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 둘이 나눈 만담 아닌 만담 뒤
곧바로
다시 걸려온 전화를 받은
쿠도 신이치는
통화를 마치고 헬기를 구했다고 말했다.
엄주현은
지금 이 곳에서
쿠도 신이치라는 이름을 한
일본인 소년이 구한 헬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엄주현은
초조함을 감출 수가 없었다.
전화 한 통에 구해졌다는 헬리콥터가
진짜 올 것인지 걱정이 되어서
발이라도 움직이지 않으면 견딜 수가 없었다.
그렇게 운동장을 걷고 있는 그의 눈에,
축구장으로 들어서는
한 남자의 모습이 보였다.
몇 시간 전,
차량을 구하지 못했다고 말하던
코디네이터였다.
코디네이터는
웃으면서 엄주현에게 다가와
그가 메고 있던 가방을 내밀었다.
“펜타닐입니다.”
엄주현은
그 가방을 바라보았다.
모르핀의 2백 배의 진통 효과를 가진
마약성 진통제를 구해 온 것이다.
끝내 차량을 구하지 못한 그가 뭐라도 해 보겠다고 했는데,
이걸 구해 온 것이다.
“고맙……습니다.”
엄주현은 가방을 받아 들며 말했다.
정식 의약품이라 해도,
마약에 관해서 만큼은
필요 이상으로 민감하게 반응하는
중국 정부의 상황을 감안한다면
그가 얼마나 노력했는지,
말 안 해도 알 수 있었다.
“아닙니다.
일이 잘 풀리길 바랍니다.”
코디네이터는
그렇게 말하고 하늘을 바라다보았다.
“왕 노사가 누굽니까?”
엄주현도
눈 내린 뒤 맑게 갠
초저녁 하늘을 바라보며 물었다.
“……사람들은 그를
성공한 사업가,
또는
악독한 범죄자라고 부르죠.
물론 뒤에 말은
그의 앞에서는 하질 않지만.”
엄주현이 코디네이터를 바라보았다.
“마장팅(麻将厅, 마작을 하는 장소)에서
꽁지돈(도박장에서 급하게 빌려주는 불법 사채)을 빌려주면서
돈을 벌었죠.
알다시피
도박꾼들에게 빌려준 돈은 받기가 쉽지 않으니까
폭력이 필요했고,
폭력조직을 조직했고,
돈과 폭력, 두 개를 합쳐서 세력을 키웠죠.
길림성에서 돈 되는 건 다 하죠.
합법적이든, 불법적이든.”
코디네이터는
여전히 팔짱을 낀 채로 미동 없이 서 있는 김훈 옆에 있던
파란 양복을 입고 있는
쿠도 신이치을 흘깃 보더니
다시 말을 이었다.
“궁기에 대해서 아십니까?”
엄주현은 고개를 저었다.
“중국 전설의 환상종의 이름입니다.
사흉(四凶)중 하나로
선한 사람을 잡아먹고,
악인에게는 짐승을 사냥해 선물한다는
전설의 짐승이면서
왕 노사라는 그 인간의 별명이죠.
사람 잡아먹는다는 거 생각하면
딱 맞는 별명이기도 하고.
그나저나
저기 당신들과 같이 온
저 일본인 소년이
그 괴물을 어떻게 아는지 모르겠군요.
아는 건 둘째 치고,
움직일 수 있다는 사실이 놀랍군요.”
엄주현도 김훈도
그런 코디네이터의 말에
쿠도 신이치을 바라보았다.
현장과 관련되어 있는
지금 인원들 중
가장 안 어울리는 인물이자
단순히 엄주현 자신에게 쿠사리나 주었던
좀 잘난
일본인 소년인 줄로만 알았는데,
여전히 마음에 드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그 덕분에 카드 한 장을 얻을 수 있었다.
“오네요.”
코디네이터가 말했다.
엄주현은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았다.
구름이 거의 없는
맑은 하늘에는 아무 것도 보이지는 않았지만,
저 멀리서 들리는
헬리콥터 로터의 회전 소리가
축구장 안에서
조금씩 커져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 헬기를 보면서
코디네이터는
엄주현에 대한 양심의 가책도 동시에 느끼고 있었다.
방금 자신이 말한 거와는
완전히 틀린
쿠도 신이치의 진짜 모습과
그가 휘두를 수 있는 힘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싶은
충동이
방금 이야기를 하면서 들었지만
그것을 이야기하는 순간
자신은
왕 노사 손에 죽기 전에
저기 팔짱을 끼고 있는
쿠도 신이치의 손에 죽을 것이라는 강한 예감 때문에
결국
두리뭉실하게 이야기해야만 했다는
가책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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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부분은 약과입니다. 진짜 코난 아니 신이치의 카리스마가 어느 정도급인지는 나중에 나오니까 기대하셔도 좋을 겁니다...... | 23.05.14 17:14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