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장 – 부화
“저기 느껴지는게 있긴 한 대..”
“으응?”
“이래서는 집중이 안 되는데요!”
먼저 살아가기 위한 방법을 배우기 위해 리아는 마력과 마기를 느끼는 방법에 대해 알려주고 있었다. 마력과 마기를 운용하기 위해선 ‘느끼는 것’부터 진행해야 했다.
그러나 이미 몸과 동화되어있는 마기와 마력을 느끼기엔 상당한 어려움이 있었고, 리아는 내게 ‘포션’이라는 물약을 먹이고 기운을 느껴보라고 했지만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아무 변화가 없다는 말에 리아는 뒤에서 날 껴안았다.
“그치만, 자신의 내부에 가지고 있는 마력과 마기를 모르면 대기중에 존재하는 마력이라도 느껴야하지만, 여기는 ‘차원의 틈’이라 마력은 없고, 내 체내에만 있단다.”
“자.. 자극이 너무 강한대요..?”
“마력이나 마기가 느껴지니?”
“잘 모르겠습니다!”
뒤쪽에서 느껴지는 풍만한 여성의 그것과, 리아의 요염한 목소리와 입김이 귀를 간지렀다.
남성의 몸이었으면 아마 반응을 했겠지.. 어느 곳이.. 뜨겁게
어? 뜨겁다.
왠지 뜨겁다.
“뜨.. 뜨거워”
“그 감각에 집중을 하려구나”
왠지 배꼽 아랫부분부터 뜨거운 감각이 전해졌다. 뜨겁고 커다란 무언가가 겹쳐있는 기분이었다.
“그 감각을 몸의 다른 부분으로 옴겨 온다고 생각 하렴”
리아는 그러면서 내 팔을 자신의 품으로 옮겨갔다.
그러자 뜨거운 기운이 따라서 점점 팔로 이동하는게 느껴졌다.
그렇게 계속 다리나 다른 신체부분을 하나씩 하나씩 따듯하게 만들었다.
“이게 마력의 기초적 운용법이란다. 세상에선 이를 ‘투기’라고 하더구나.”
“투..기?”
“기본적으로 마력을 몸에 투사하여 신체의 내구도를 강화하고, 위력을 높이고, 운동능력을 상승하게 하는 기술이라고 생각 하렴”
투기는 신체를 강화시킨다. 몸 내부에서 계속적으로 마력이나 마기를 순환 시키는 것이기에 마술과는 다르게 소모량이 적다. 때문에 가장 기본적으로 다루며 이 세계의 마술사들 또한 상당한 전투능력을 갖추게 되는 원인이다.
“리아씨... 저 부끄러운데..”
“어머나?”
등 뒤에 계속 리아가 닿고 있고, 입김이 귀에 닿아서 슬슬 괴로워졌다. 사실 부끄러웠다. 투기로 인해 뜨거운 기운이 느껴지는 몸보다 얼굴이 뜨거웠다.
“후훗 이제 투기를 사용하는 방법을 알았으니 다른 것도 배워 보자구나.”
“네에”
투기 하나 배우는대도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걸렸지만..
이 세계에 지낸지 벌써 3개월의 시간이 지났다.
“저기 리아, ‘언어’라는 게 원래 이렇게 어려운거야? 그리고 우린 대화가 잘 통하는데 굳이 배워야해?”
“어머~ 지나~ 네가 레어에만 있지 말고 나가서 사람들도 보고 싶다고 했잖니? 그러면 언어를 알아야해~ 우리가 대화 할 수 있는 거는 ‘드래곤의 마법’으로 ‘내 말만’ 알아들을 수 있는 거라고 했잖니?”
“그치만 구경만 하고 아무말도 안하면 되는거 아닐까?”
“이 세계는 공용어를 쓰고, 근처에는 내 비호를 받는 ‘아인의 마을’ 뿐이 없어, 그리고 마을에 들어가기 전에 위병이 우리에게 방문목적을 물어 볼 거고.”
“너무 어렵단 말이야. 내가 그래도 영어도 할 줄 아는데.., 그때 배울 때 보다 훨씬 어려운걸.”
“자아~ 이제 어린이 동화는 읽을 수 있잖니? 나이가 인간기준으로 애가 있을 나이인대~ 어쩜 어린애처럼 응석부리니~?”
“아흐윽”
3개월간 많은 일이 있었다. 한 달 동안 타인의 마력을 감지하는 방법과 마력과 마기의 운용에 대해 배웠다.
리아가 마법을 쓸 때 혹은 눈을 감고 있을 때 마법으로 공격을 하면, 그 공격을 느끼며 눈은 감은 상태 그대로 회피를 해야 하거나, 리아가 주는 굉장히 쓴 맛이 나는 포션을 먹고 정좌한 상태에서 몸의 기운을 느끼는 훈련을 했다. 그로 인해 나는 어느정도 사용했던 ‘투기’를 완벽하게 사용하게 되었다.
해봐야 근력이나, 속도가 빨라지는 정도지만, ‘전 세계’에 있을 때 보다 훨씬 빠르고 강했다.
관계도 많이 변해서 서로 존대가 아닌 반말을 하게 되었고, 리아는 나의 ‘친언니’와 같은 역할을 하면서 살면서 느껴본적 없는 가족의 따듯함을 주었고, 마법과, 스킬의 적성검사와 신채능력 테스트 등을 받고, 계속 저택에만 있으니 너무 심심해서 저택에 있는 서재를 보고 어린애처럼 책을 읽어달라고 하고, 세상에 대한 이야기들을 듣고 밖을 구경하고 싶다고 한 게 화근이었다.
리아와의 대화는 드래곤의 힘으로 ‘의지’로서 대화가 가능하지만, 보통 사람들과는 그렇지 못하다는 게 리아의 말이었다.
그런대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책 읽어 달라고 너무 조른 것이 문제인거 같다.
그치만 심심한걸.. TV도 없고 게임이나 만화도 없는 세상이라니.
“먼저 이야기 꺼낸 거는 지나니까, 어른답게 책임을 지렴.”
“네에..”
상냥하게 웃으며 말하는 리아는 엄격한 선생님이었다. 그날 정한 수준까지는 반드시 마치고 마는 선생님..
중학교때 엄격했던 수학선생님이 떠올랐다. 공부가 싫었던 고아원 출신에 운동만 좋아했던 내게 끝까지 손을 놓지 않으셨던 선생님이. 성인이 되고나서 감사한 마음이 들었고 추억이 되었지만 다시 엄격한 선생님의 수업을 듣고, 공부하니 과거는 ‘추억보정’이 심각하게 들어간 고통이었단 것을 심히 깨달게 되었다.
“오늘 분량의 공부를 완벽하게 끝내면, ‘상’을 줄게.”
“상?! 알겠어! 반드시 끝내겠어!”
상이란 말에 왠지 모르게 의욕이 솟아났다.
그렇게 책과 노트와 ‘선생님’인 리아와 시간을 보내길 수 시간 드디어 오늘의 분량을 끝냈다.
나는 사실 ‘언어’를 배울 때 ‘회화’만 알면 되겠거니 생각했지만, 리아는 달랐다. 전 세계가 공용어를 쓰기 때문에 배우는 김에 ‘글’까지 전부 배워야 된다는 생각이었다.
“그럼 식사를 하고 ‘상’을 줄게~”
간드러지는 리아의 목소리와 응큼하게 웃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같이 배시시 웃었다.
그리고 리아는 정말 아름다운 미인이란 것을 다시 깨달았다.
“오늘은 리아도 같이 먹으면 좋을거 같아.”
“음~ 그럴까? 공부도 열심히 했으니까?”
드래곤은 식사가 필요 없다고 한다. 차원의 틈바구니에 거처를 마련하였고, 끝이 없는 정기를 흡수하고 있기 때문에 식사는 따로 필요 없지만 기분에 따라 먹는다고 한다. 그리고 나는 식사가 필요하다. 그러나 혼자 먹는건 기분이 좀 그렇다. 때문에 언젠가부터 리아에게 같이 식사할 것을 요청했고, 간간히 리아는 나와 함께 식사를 했다. 역시 밥은 같이 먹는게 좋다.
“구현화 연습도 하고 있는거니?”
“응. 충분히 하고 있지만 역시 안정이 쉽지 않더라.”
구현화, 나의 고유 스킬이다. 태고의 지고의 존재가 사용했다고 전해지는 상상하는 모든 것을 창조하는 힘.
처음 능력이 발휘될때는 아주 사소한 일이었다. 투기를 유지하는 훈련을 할 때 군 시절에 훈련중에 담배를 태우던 생각을 했는데 그때 내 손에 담배 한갑이 튀어나왔다.
‘으엑 디X...’
이 생각을 하며 깜짝 놀랐고, 리아는 이 능력이 ‘구현화’ 라고 했다. 과거에 세계의 의지가 세계를 창시할 때 지고의 존재가 사용했다고 하였고 리아또한 상당히 놀란 눈치였다.
그때 리아의 표정 귀여웠지
왜 이런 ‘고유 스킬’이 나에게 부여됐는지는 의문이다. 리아 또한 알 수 없다고 했다. 사용하기에 따라서 세상을 정복 할 수 있는 힘이지만, 내가 ‘구현화’를 사용할 때는 ‘마기’를 사용한다. 그리고 체내에 있는 ‘마력’이 이를 방해한다. 때문에 내가 창조하는 것은 늘 불안정하고, 되다 만 반푼이 되어 버린다. 예를들어 담배는 그냥 무언가 태운다는 느낌만 들었고, 물건을 만들어봤자 동작은 되지 않았다. 대신 담배냄새는 그대로였기에 리아가 냄새가 나서 싫다는 말에 뒤도 안돌아보고 다시 끊었다.
“천천히 하다보면 분명 안정이 될거야. 아니면 늘 사용했던, ‘뚜렷한 이미지’를 떠올릴 수 있는 것부터 해보는게 어떠니?”
리아의 말에 수긍을 하며 2층 서재에서 1층 식당으로 내려왔다. 리아의 요리는 언제나 맛있었고, 리아는 책에서 본 레시피를 읽고 기억만 하면 마법으로 요리를 알아서 할 수 있다고 한다. 때문에 이 큰 저택에 사용인조차 없이 혼자 지내고 있었다고 한다.
만약 나였으면 쓸쓸해서 힘들었을거 같아 리아가 대단해 보였다.
“오늘은 공부가 끝났으니 약속한대로 상을 주려는데 무언가 하고 싶은게 있니?”
식사가 끝나고 차를 마시면서 담소를 나눌 때 리아가 내게 물었다.
“오랜만에 땀 좀 빼고 싶어! 근접전투 하는 것도 재밌을것 같아!”
CQC는 사실 내가 싫어했던 부분이 많았다. 약속대련으로 시작해서 동작이 숙달 될 때 까지 반복했고, 그로 인해 모든 동작과 상황에 따른 조치방법과 대검이나 나이프를 쓰는 방법을 익혔지만, 이 세계는 지구와는 다르게 ‘총’이 없다. 때문에 검이나 창, 도끼 같은 장비나 활과 마법이 발달하게 되었다고 한다. 마력이 있기에 그것을 활용한 신채강화나 무기강화 등에 사용 한다고 한다. 때문에 나는 이전까지 몸에 숙달시킨 CQC 백병전의 방법을 전면적으로 수정해야할 소요가 생긴 것이다.
“그럼 좀 쉬었다가~ 대련하도록 하자.”
“응!”
괜스레 신이 났다. 정말 리아 말대로 몸이 어려지니 마음이 어려진 것일까? 아니면 그저 ‘사랑’받은 적이 없어 지금 받고 있는 ‘애정’이 좋아서 그런 것일까? 아무리 생각해도 알 수 없지만 그저 리아와 함께 있는 시간들이 너무나 행복했다. 그래도 유흥거리가 없는 게 힘들었다.
움직이기 편하게 옷을 갈아입고 저택의 정원으로 나섰다. 꽃밭과 가로수들이 있는 정원의 한쪽 구석엔 잔디만 심어져있었고 피크닉 테이블이 놓아져 있었다. 우린 그 잔디밭에서 가끔씩 대련을 했고 나는 나이프나 대검으로 리아는 검이나 창으로 대련을 했다. 대련하면서 단 한 번도 리아를 이긴 적이 없다. 몸은 불사하고 옷에 상처를 낸 적조차 없지만 반대로 나는 늘 상처두성이가 되었다.
“후우...”
길게 심호흡을 했다. 요 3개월간 알게 된 것은 내 신체의 변화로 인해 인간의 범주를 벗어난 속도를 낼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근력이나 힘은 과거 군 복무시절 ‘합참 특수타격 분견대’에 있던 수준에 비해 턱없이 부족했다. 때문에 대검이나 나이프와 주먹과 발 모든 것을 활용해야한다.
“시작.. 해볼까?”
리아는 생긋 웃으며 말을 했다.
가능한 빠르게 접근하면서 왼쪽손에 정수로 쥔 대검으로 리아의 왼쪽 복부를 노렸다. 그러자 예상한대로 리아가 살짝 몸을틀어 검으로 대검을 흘렸다.
나 역시 당하고만 있지 않고 흘려지는 대검으로로 검의 날을 그대로 쭉 따라 이번엔 리아의 오른팔을 오른손의 역수로 쥔 나이프로 노림과 동시에 발로 리아의 하체를 노렸다.
“후훗”
“후훗?”
그 순간 대검을 받아내던 검이 대검을 그대로 튕겨냈고, 무게중심이 쏠린 탓에 앞으로 나자빠질 뻔하자, 리아의 검이 그대로 머리쪽에 내려오는 것을 보았고, 황급히 무게중심을 잡으며 검의 궤적에서 멀어짐과 동시에 대검을 그대로 리아에게 던졌다.
리아는 대검을 검으로 여유 있게 처내며 나의 행동을 기다렸다.
“리아, 너무 말도 안되게 강해! 대련이 성립되지 않아!”
나도 모르게 볼멘소리가 나왔다.
“검은 힘으로 다루는게 아니란다. 상대방의 공격에 맞추어 대응을 하며 허점을 찌르는게 기본이란다.”
리아는 역시 ‘선생님’ 같았다. 모든 것이 교육이며 모든 것이 가르침이었다.
“그래도! 단 한 번도 맞춘 적이 없단 말이야!”
“아직 성장하는 중이잖니? 실력이 금세 좋아지는 게 느껴진단다.”
“정말?! 푸하하”
나도 모르게 신났다. 또 어린아이처럼 신났다.
다시 한 번 심호흡을 했다. 이번엔 거리를 단숨에 좁혀서 앞을 치는 척 하면서 뒤를 잡아야겠다, 생각을 하며 나이프를 고쳐 잡았다.
귀에선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날 정도로 빠르게 접근을 했다.
뒤를 잡았다고 생각한 순간 리아가 뒤를 돌아보았고 다리 쪽을 향해 검이 궤도를 그리는 게 보였다. 즉시 자세를 낮추고 크게 뛰어 올랐다. 발로 리아의 검을 밟고 리아의 목을 향해 나이프를 꽂아 넣을 생각으로 검을 밞으려는 순간, 분명 아래로 향했을 검이 어느 순간 눈앞으로 와있었다.
“으아아악!”
빡!
검의 날이 없는 넓은 풀러와 머리가 강하게 부딪쳤다. 눈에 별이 보이는 게 무엇인지 정말 몸소 깨우치게 될 정도로 아팠다. 그대로 뒤로 나자빠지면서 바닥에 대자로 뻗어버렸다.
이기지 못해 분했지만 리아와 함께 있다는 것이 기뻤다.
“어머 여태 들었던 소리 중에 가장 큰소리가 났는데 괜찮니 지나?”
“아, 응 아마”
간신히 일어나는 내 이마에 물에 적신 손수건을 가져다 대며 리아는 걱정 어린 시선을 보냈다.
그런 리아가 너무 좋아서 그대로 껴안았고 리아와 함께 대자로 바닥에 뻣었다.
“잡았다. 리아”
“어머~ 잡혀버렸네. 후훗”
간드러지게 웃는 리아와 함께 크게 웃었다. 역시 난 공부보다는 몸을 움직이는게 좋다.
바람이 불지 않지만 느껴지는 기분이다.
“요즘 점점 빨라지고 있어.”
“그래? 좋은 걸까?”
“성장은 늘 좋은 일이란다.”
“그래도 리아의 검의 궤적은 읽지 못 하겠어. 피했다 싶으면 어느 순간 눈앞에 있고 흘렸다 싶으면 튕겨내고.”
“처음 대련할 때를 생각해 보렴, 단 한수조차 받지 못했는데 이제는 몇 수는 하게 되었잖니?”
“하하 그렇지?”
“그리고 지나의 웃음도 많이 보고 있고.”
그런가? 생각해보니 웃으면서 살았던 적이 30년간 적었던 것 같다. 어릴 적 고아라는 이유의 따돌림과 싸우고, 자라면서 운동을 배우며 불량배들과 싸우고, 군 복무시절엔 늘 힘든 훈련, 힘든 과업, 작전, 살인, 정찰, 살인, 폭파, 살인 생각해보니 살육의 반복의 일상이었다. 국가를 지키기 위함이라곤 하나, 전우를 지키기 위해 싸웠던 것 같다. 늘 중압감에 싸웠던 것 과는 다르게 지금은 그저 ‘놀기’위해 싸우고 있다.
“이제 들어가서 씻고 ‘코~’ 할 준비 하자”
“알겠어~ 정리하고 쉬고 내일도 공부해야지! 그리고 ‘코~’ 한다니! 난 애가 아니라고!”
그렇게 또 하루가 지나갔다. 저택의 목욕탕은 도무지 적응이 안 된다.
정말정말 이런 크기가 집에 있다니 싶은 욕조와 시설 그리고 비싼 향유를 비치하고 늘 사용할 수 있다. 때문에 나와 리아는 몸에서 같은 향이 나게 되었다.
난 이 향기가 너무 좋다. 리아에게 안긴 듯한 향이 난다.
“정말 비싼 것처럼 느껴지는 향이야~”
목욕을 하고 나오면 항상 입었던 옷은 가져가고 새로운 옷과 속옷이 바구니에 놓여있다.
어째 점점 속옷이 귀여워지고 있는 느낌이지만..
그렇게 또 6개월이 지났다.
이제는 왕국들의 관계에 대해 배웠다. 우리가 있는 ‘세계의 틈’의 입구인 동굴은 ‘드래곤 산맥’의 성역에 존재한다고 한다. 리아가 처음 날 발견했었던 이유는 드래곤 산맥의 성역에 강한 마기와 마력을 느껴서라고 한다. 이 세계에 넘어올 때 이곳에 떨어진게 참 불행 중 다행이라고 생각되었다.
‘드래곤 산맥’은 ‘소르트’ 왕국의 동쪽 끝에 위치한다고 한다.
먼저 소르토왕국은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왕국이다. 바다는 각 대륙과의 무역을 활발하게 하며, 이로 인해 소르트 왕국은 상당한 부를 축척하고 있다고 한다.
‘소르트’ 왕국 동쪽에 있는 거대한 천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제국 ‘오슬란’은 언제나 바다의 패권을 위해 서쪽으로 세력을 넓히려고 하나, 리아의 존재로 인해 ‘소르트’ 왕국을 침범하지 못하고, ‘오슬란’ 제국의 남쪽에 있는 ‘누마’ 공국은 각종 해산물과, 제국과 소르트 왕국의 접견지로 무역의 중심지로서 타국이 쉽게 건들이지 못한다고는 하나, 그 원인은 ‘누마’의 다른 이름인 향락의 제국이 있기 때문이란다. 매춘, 도박, 마약 등 모든 음지의 요소가 공국이 허가를 했기 때문에 웬만한 국가의 귀족들은 이를 적극 이용하고 있어서 서로 건들이지 못하는 나라가 되었다고 한다.
그 외에도 소르트의 북쪽의 바다를 끼고 있는 야만족의 북반구 ‘스플’, 또 남쪽의 바다를 끼고 있는 ‘소로토’와 동맹국 ‘에센스’ 왕국, 서쪽엔 최대의 곡창지대로 따듯하고 모든 국가의 여행지이자 중립국인 ‘프리미야’ 연맹국이 있다.
제국들과 중∙소 국가의 협력과 견제로 인해 접견지는 언제나 분쟁 요소가 발생할 수 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용병을 기용한다고 한다. 기사단의 존재가 있지만 ‘기사’는 귀족의 작위를 받기 때문에 출정을 하지 않는 한 변경에 가지 않는다고 한다. 때문에 성벽과 검문을 하는 수비대와 힘들고 더럽고 전투나 정찰 등 위험한 일을 하는 용병이나 ‘아인’이 국경지대에 배치되어 있다.
“참 어디를 가나 분쟁은 생기는구나.”
세계를 배우면서 혼잣말을 했다. 나 또한 한국에 살면서 늘 고아라는 시선으로 분쟁을 겪고, 성인이 되어선 국가 간의 분쟁으로 돈을 벌었기 때문에 뭐라고 할 처지는 아니지만 세상 사는 게 어디를 가도 거의 비슷하다고 생각되었다.
그리고 거의 1년이 되어가면서 읽고 쓰기는 아직 어려운 부분이 있으나 일상 대화정도는 가볍게 구사할 수 있었고, 구현화로 내가 자주 쓰던 무기인 K-1 기관단총과 탄약정도는 만들 수 있게 되었다.
때문에 탄알집과 베스트에 부착할 탄알집 주머니, 그리고 45구경 권총탄 등을 구현해냈다.
사람이 있을때는 구현화 능력을 사용하지 말라는 주의를 받았다.
구현화를 하는 순간 마력과 마기가 서로 충돌하여 구현화가 되기 때문에 큰 도시의 마을에선 결계로 인해, 인간 세상에선 마족으로 오인되어(이미 마족에 가깝지만) 사살당할 우려가 있을 수 있다고 한다.
“하아. 겨우 해봐야 이 조그만 것들을 만드는 것조차 내가 죽을 수 있는 이유라니.”
45구경 탄 한발을 들고 조용히 말했다.
리아의 말은 허투로 들을 수 없다. 때문에 지켜야하는 ‘가이드 라인’이 되었고, 리아는 내게 마력을 사용한 투기와 검기, 그리고 마기나 마력의 갈무리 방법을 알려줬다.
“처음 배울 때는 힘을 너무 줘서 소변을 지렸지.”
어느새 옆으로 온 리아가 내게 말했다.
순간 부끄러워서 자리에서 일어나 양손으로 리아를 쿵쿵 쳐댔다.
“그런 이야기 하지마~!”
“후훗 알았어, 알았어. 그나저나 오늘은 약속한 날이네?”
“응! 오늘은 마을을 둘러보기로 한 첫날이야!”
그랬다. 내가 마기와 마력을 갈무리하여 숨길 수 있게 되었을 때, 그리고 마법의 도움이 없어도 언어를 잘 구사 하였을 때 마을에 구경을 가기로 했다.
아무래도 저택이 넓다고는 하지만 갇혀있는 갑갑한 기분이 드는 것은 사실이었다.
때문에 언어를 집중적으로 배웠고, 연습하고 마법의 도움 없이 대화를 자주 했다.
그리고 오늘은 드디어 근처에 있는 마을에 방문하는 날이다. 리아는 연금술과 학자로서 마을에 알려져 있었고 1년에 한 두 차례 마을에 방문하여 연구했던 기록이나 정원에서 기르는 약초를 넘겨주어 마을 발전에 이바지 하고 있었다. 방에서 권총과 홀스터 그리고 베스트를 입고 대검과 나이프를 챙겼다. 리아는 내가 지켜야한다.
리아아와 나는 망토형식 로브를 쓰고 정원으로 나섰다.
“자, 그럼 마을에 갔을 때 주의할 점들을 다시 이야기 해보렴.”
“첫째 아인들을 봤을 때 놀라거나, 삐져나온 귀나 꼬리를 만지지 않는다. 둘째 사람들과 부딪혔을 때는 ‘죄송합니다.’ 라고 한다. 셋째 사람들이 많으니 꼭 손을 잡고 다닌다. 넷째 절대 갈무리한 마기를 풀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절대 싸우지 않는다. 이상!”
“잘 외우고 있으니 외출을 해볼까?”
“응!”
정원 정문에 놓여진 반석위에서 리아에 손을 잡았다. 리아는 잠시 눈을감았고 그 순간 아무것도 없던 반석위엔 알 수 없는 문자가 떠올랐고 그 순간 강한 빛이 우리를 감쌌다.
강렬한 빛에 눈을 꽉 감았고 리아의 웃음소리에 눈을 떠 보니 동굴의 안이었다.
“오오!”
처음 리아의 레어에 올때는 깜깜한 밤이라서 못 느꼈지만 굉장히 신비로운 기분이었다.
말 그대로 눈 깜짝할 새 풍경이 바뀌었다.
놀라고 있던 사이 내 손을 잡고 있던 리아가 날 당기는 게 느껴졌다.
동굴 밖으로 나오고 나서도 손을 계속 잡고있는 리아를 바라보며 궁금증 가득한 표정을 지었고 리아는 생긋 웃었다.
“놀라더라도 손을 놓지 마려구나.”
대답을 할 새도 없이 리아가 날 이끌었고, 산악지역을 가볍게 걸었다. 이상한 것은 분명 천천히 걷고 있는데도 주변 풍경이 엄청난 속도로 우리의 옆을 지나갔다.
솔직히 무지막지하게 놀랐지만 리아가 놀라더라도 손을 놓지 말라고 하였기에 손을 놓지 않았지만 리아와 꼬옥 쥐고 있는 손에 땀이 맺히는 게 느껴졌다.
부끄러웠다. 주변풍경은 빠르게 지나가고 손에 땀이 맺히고, 그로인한 부끄러움으로 등과 이마에도 땀이 흘렀다. 도착하고 놀리면 어떻하나 싶은 생각을 하는 와중에 리아가 멈춰섰다.
“이제, 거의 다 왔어 천천히 걸어가면 될거 같구나.”
“아.. 응.. 손 놔도 될까?”
리아는 생긋 웃으며 입고 있던 로브에서 손수건을 꺼내며 눈높이에 맞추어 허리를 굽히고, 곧 내 이마를 정성스럽게 닦아 주었다.
“많이 놀랐구나, 미안해”
“아냐, 놀라지 않았는데..”
내 땀이 묻은 자신의 손보다 나의 안색을 먼저 살피며 땀을 닦아주는 아주 사소한 것조차 지금까지 살면서 느껴본 적 없는 ‘온기’였다.
그 순간 내 눈에서 살짝 눈물이 흐른 것 같았지만, 리아는 그저 묵묵히 얼굴을 닦아주었다.
몸이 어려지니 마음도 어려진걸까?
“아.. 고마워 리아”
“자아~ 손 다시 잡을까?”
리아의 말에 얼른 손을 바지춤에 스윽 닦고 다시 손을 잡았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얼마간 걸었을까? 곧 나무울타리와 그 앞을 지키는 위병들이 보였다.
리아 말고는 사람을 다른 사람을 처음 봤기에 두려움도 있었지만 호기심이 앞섰다.
위병들은 용맹스러운 얼굴을 하고 있었고, 가죽으로 보이는 경갑과 장갑에 철로 보이는 갑주를 덧씌운 모양으로 보였다. 방탄헬멧과는 다른 철 투구를 썼고 귀와 옆 얼굴 전체를 덮었다.
“오오”
작은 탄성을 내지르며 위병에 앞에 섰다.
리아는 위병들 앞에 나와 함께 섰고, 로브의 모자를 벗었다. 그러자 한쪽에 있던 위병은 반가운 미소를 한껏 띠우며 우리에게 다가왔다.
“학자님 어서 오십시오! 방문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간 안녕하셨는지요? 너무 오랜만에 방문해 죄송스럽습니다.”
“하하하 아닙니다. 그나저나 뒤에 있는 꼬마아가씨는?”
“제 가족이에요. 돌봐줄 사람이 없어 제가 돌보고 있답니다.”
두 명의 정다운 대화에 내 이야기가 거론되자 나는 가볍게 목례를 하고 내 소개를 했다.
“안녕하세요. 지나입니다.”
“하하하 방문을 환영한다. 꼬마아가씨! 재밌게 놀다가렴! 학자님도 좋은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위병장님도 좋은 하루 보내시길 바랄게요.”
지나는 다시 로브를 쓰고 나도 위병장이라는 사람에게 꾸벅 목례를 했다.
마을 입구를 지나며 위병장의 뒷모습을 보았고, 표범같은 꼬리가 엉덩이 쪽으로 빠져나와 바람에 맞춰 흔들거리는 게 보였다.
아인의 마을이라고 들었는데, 위병조차 아인들이구나.
“자아 우선 볼일을 보고 가게들을 둘러볼까?”
“응 그러자”
처음으로 이 세계에 와서 사람들을 구경했다. 아인들의 특징은 리아의 설명대로 귀나 꼬리가 나있는 게 가장 큰 특징이었고, 아인의 피가 진하면 얼굴 전체가 동물형이거나 손과 발이 동물형이었다. 사람들을 구경하면서 리아가 레어에서 재배한 약초들을 ‘개 아인’의 약방에 넘겨주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보는데, ‘개’처럼 보이는 아인 여자애 하나와 눈이 마주쳤다.
13살정도 되어보는 앳된 여자아이와 비슷 외모에 접힌 강아지 귀가 머리에 솟아 나있었고, 꼬리는 겁을 먹었는지 축 처져 있었다.
“안녕?”
연장자답게 먼저 인사말을 건넸다.
그러자 아직 경계를 하면서 마찬가지로 인사를 했다.
“반가워요..”
사람을 경계하는 건가 싶어서 로브의 모자를 벗고 작은 배낭에 있는 육포를 꺼냈다.
“이거 먹어볼래?”
마치 모르는 강아지에게 간식을 주듯 천천히 다가가 육포를 건넸다.
그러자 양손으로 육포를 받고는 곧 킁킁 냄새를 맡았고, 나는 똑같은 육포를 꺼내 한입에 먹었다.
“이건 씹을수록 맛이 잘 나니까 오래오래 씹어 먹어봐!”
내가 먹는 것을 보고 그녀는 천천히 육포에 입을 가져다 대고 여러번 씹더니 표정이 밝아졌고 꼬리가 세차게 흔들렸다.
“와아!”
“더 있는데 이거 줄게 나는 지나라고 해, 이름이 뭐야?”
“저는 네리타에요 반가워요. 언니”
언니라는 말에 순간 소름이 돋았다. 리아에겐 늘 어리광을 부리고 있지만 난 ‘남자’였다.
아무리 외적으로 여성이 되었다곤 해도 내면적으론 아직 ‘합참 특수타격 분견대원’, 그리고 ‘용병’이었다.
“말 편하게 해 네리타 오늘부터 친구하자! 나 사실 친구가 없어”
“아.. 응!”
네리타의 꼬리가 주인을 본 시골 강아지처럼 흔들렸다.
“주인아저씨가 네리타의 아버지야?”
“응 우리 아빠야”
“네리타는 그럼 가게를 도와주고 있는 거야?”
“아 응 아빠 혼자 가게를 보면 나 혼자 집에 있어야 해서 도와주고 있어”
네리타의 이야기로 판단하면 어머니가 안계신거 같다. 그래도 씩씩하게 아빠를 도와서 약초방을 운영하고 있다. 안쓰럽기도 하고 기특하기도 해서 나도 모르게 머리에 손이 갔고, 예전 중동 해외파견때 IED 탐지견을 쓰다듬듯 머리를 쓰다듬었다.
“저.. 저기..”
‘별이’라는 이름에 셰퍼드 품종이었는데 사실 미군이 운용하는 군견이었고 ‘스타’라는 이름이 있었지만 국군장병들은 그 ‘스타’가 ‘다른 ‘스타’가 생각난다고 ‘별이’라고 멋대로 개명해서 불렀다.
“그.. 그만”
아.. 실수했다. 멋대로 만지지 말라고 했는데..
정신을 차리고 본 네리타는 얼굴에 홍조를 띄고 눈물까지 맺혔다. 그게 너무도 귀엽고 미안해서 그대로 끌어안았다.
“미안해! 나도 모르게 그만!”
“아니야.. 사람이 이렇게 쓰다듬는 게 처음이었어.”
끌어안은 상태에서 진정을 시키고자 등을 토닥였다.
그리고 시선이 느껴져서 옆을 보니, 약초 매입이 끝났는지 리아와 주인아저씨가 우리 둘을 웃으면서 보고 있었다.
“헤..헤..”
멋쩍게 웃으면서 리아의 눈치를 봤다. 귀나 꼬리를 함부로 만지지 말라는 말이 이제야 생각났다.
그래도 귀가 아니라 머리였으니까 괜찮겠..지?
“네리타랑 친해졌나 보구나? 나는 볼일이 좀 더 있는데 여기서 좀 놀고 있을래? 점주님만 괜찮으시다면”
“저야 괜찮습니다. 학자님 늘 신세를 지고 있는걸요.”
껄껄 웃으면서 주인아저씨는 간식거리를 내오겠다고 했다.
리아는 본인의 것은 사양하며 좀 늦어질 수 있다고 했고, 나는 네리타와 간식거리를 먹으며 여러 가지 이야기를 했다.
네리타는 이 마을에서 나고 자라서 아인이 아닌 사람과는 접점이 적다고 했고, 나처럼 머리카락이나 눈 색이 특이한 사람은 처음 봤다고 한다.
특이 하다라... 사실 핏빛을 띄는 붉은색은 어디를 가도 흔치 않은데 이쪽 세계도 그런걸까?
“네리타는 평소에 뭐하고 지내?”
“평소에는 가게 정리나, 가끔 오시는 위병분들에게 차나 간식거리를 주고, 아빠 심부름을 해”
“아니, 가게 말고 놀거리나 이런건?”
“아빠가 만들어준 장난감이나 인형을 가지고 놀거나 글공부를 하면서 지내고 있어!”
“우와! 읽고 쓰고 다 할 수있어? 나는 아직도 어렵던데”
“어느 정도는 할 줄 알아”
신기했다. 나는 읽는 것 쓰는 것 전부 어려운대.. 간단한 문장정도야 금방 쓰고 읽는데 리아가 보고 있는 문헌들은 문장 하나 읽는데도 오래 걸렸다.
왠지 어린 네리타가 대견해 보였다.
“둘이서 마을 구경하고 오지 그러니?”
간식을 다 먹어가자 주인아저씨가 우리를 보고 말했다.
“그래도.. 아빠가 아직 일 하는 중인데..”
“친구가 생겼잖니? 지나는 이곳이 처음이라고 하고 , 첫 친구가 마을을 안내하면 좋을 거 같단다.”
“그래도 되?”
아빠의 승낙이 떨어지자 접힌 귀가 반짝 펴진 네리타 역시 강아지들은 다 귀여운거 같다.
네리타에게 주인아저씨는 군것질을 하라고 용돈을 주셨고, 동화 몇 닢을 받았고 꼬리는 전에 없이 흔들렸다.
알기 쉬운 게 ‘개 아인’의 특징인가 생각하면서 네리타의 손을 잡고 가게를 나왔다.
마을은 생각보다 컸다. 드래곤의 가호가 있기에 마을엔 마인이나 마물이 주변에 없었고, 사육이 가능한 가축으로 분류 되는 마물이 뜰에서 방목을 하고 있었다.
‘뿔달린 돼지’, ‘사람 얼굴과 비슷한 얼굴을 한 소’, ‘발에 날개 비슷한게 달린 말’ 같은 동물들이 있었다. 마을 밖은 어린 우리들은 나가지 못하지만 더 많은 가축과 화전으로 개척했던 밭이 있다고 한다.
네리타는 12살이고 곧 생일이라 13살이 된다고 한다. 리아는 내 나이를 누군가 물어보면 웬만한 나라에선 성인의 대우를 받는다고 16살로 하라고 했다. 때문에 네리타는 ‘성인’인 나를 부러워했다. 갑자기 궁금해져서 물어봤다.
“왜 성인인 게 부러워?”
“어른이잖아. 나는 빨리 어른이 돼서 아빠를 도와주고 싶어”
빵가게에서 산 빵을 오물거리며 네리타가 대답했다.
“저기, 네리타 어른은 입에 뭐 넣고 이야기 안하는걸?”
“우씨!”
네리타는 살짝 얼굴을 붉혔다가 곧 꿀꺽하고 입에 있는 빵을 삼켰다.
“아하하 천천히 먹어~ 안 뺏어 먹는다고~”
“그러는 지나는 입가에 다 묻었는걸?”
그러면서 네리타는 손수건을 꺼내 내 얼굴을 닦아 주었다.
“어른이라면서 입에 자꾸 묻히고 먹는 지나는 아직 아기구나~”
“우씨!”
상황이 방금과 반대로 되어서 서로 얼굴을 보며 크게 웃었다.
그렇게 웃고 떠들고 있을 때 갑자기 네리타가 킁킁대기 시작했다.
“왜그래 네리타?”
“어.. 무언가 처음 맡는 냄새가 나서”
“오? 어디서 나는대?”
“저쪽 방향에서”
그러면서 네리타는 마을의 가게가 모여있는 거리를 손으로 가리켰다.
거리가 은근 멀었기에 나는 네리타의 후각에 감탄했고, 호기심이 생겨서 가고자 했다.
“나는 한번 둘러볼건대 같이 가볼래?”
“어.. 응”
약간 멈칫 한 뒤 승낙을 했다. 얼굴엔 걱정이 있었으나, 궁금증이 더 커서 마지못해 승낙한 기분이었다.
“네리타, 걱정하지 마. 무슨일이 있어도 지켜줄게!”
“응!”
나는 네리타의 손을 잡아주었고 반드시 지켜주겠다고 약속을 했다.
나와 네리타는 빠른 걸음으로 냄새를 추적했고, 가게들이 모여 있는 거리에서 한번,
여관 앞에서 한번 멈춰서 킁킁대는 네리타를 신기하게 바라보았다.
“이곳에서 나고 있어!”
“들어가보자!”
여관의 이름은 ‘밤하늘’ 이었다.
나무로 되어있는 간판에 침대 그림과 고기처럼 보이는 그림이 같이 그려져 있었고, 안에는 이미 경무장을 한 인간과 아인들이 술과 음식을 먹고 있었다.
네리타는 경무장을 한 인간들을 살짝 가리키며 내게 말했다.
“저 사람들 처음 보는 사람들이야. 저 사람들의 냄새가 맞아”
“오! 신기하다. 냄새를 잘 맡는 구나 네리타는”
퍽! 퍽!
나는 칭찬을 했다고 생각했는데 얼굴이 사과처럼 빨갛게 물든 네리타가 내 팔을 양손으로 번갈아가며 때렸다.
“아니, 칭찬한건 대..”
“됐네요!”
순간 주변이 묘하게 조용해져서 주변을 둘러보니 주점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우리를 보고 있었다.
“아하하.. 아.. 안녕하세요..”
“히끅”
겸연쩍게 웃으며 인사하는 나와 이상한 소리를 낸 네리타의 얼굴은 서로 같은 색으로 물들었다.
그런 우리 들을 보며 사람들은 크게 웃었고, 친절하게 보이는 점원이 다가왔다.
“저기, 네리타, 오늘은 친구를 대려 왔니?”
“아 응..”
마을이 작은지 서로 다 아는구나 싶었다. 친구가 없다면서 아는사람은 많은 게, 꼭 복무할 때 아는 사람은 많았지만 실질적으로 친구가 없던 나와 겹쳐보였다.
“안녕하세요. 네리타의 친구 지나라고 합니다.”
“하하 반가워요. 두 분 자리 안내해드릴까요?”
나는 네리타가 알려준 사람들쪽을 쳐다봤고, 점원은 나의 생각을 눈치 챈 듯 그 옆자리로 안내했다.
자리에 앉아 메뉴를 보는데 솔직히 잘 모르겠고 배도 어느 정도 불러서 음료를 결정했고, 네리타는 메뉴를 보면서 고민하는 눈치여서 걱정을 덜어주고자 말했다.
“돈은 걱정하지 마! 리아가 아까 용돈을 줬어”
“그래도..”
“친구에게는 하나도 아깝지 않은 돈이고, 리아도 이렇게 사용하라고 준 돈이야”
네리타의 얼굴이 몰라보게 환해지는 것을 보며 마주 웃었다.
주문을 마치고 잠시 기다려 달라는 점원에게 생긋 웃어주었고, 옆 자리에 앉은 인간들의 대화를 엿들었다.
“서쪽나라는 위험하지만 재밌었지!”
“네가 괜히 ‘그쪽 신전’에 들어가서 문제가 생기지 않았을 때 까지”
“하하하 자네들은 ‘신을 모시는 자’를 추행했잖나! 정말이지 내가 간담이 서늘했다네!”
서쪽나라? 그쪽 신전? 신을 모시는 자?
아무래도 프리미야에서 일을 마치고 온 사람들 같았다.
제일 나이가 많아 보이는 사람이 일행의 대장인 듯 보였다.
계속 술자리의 분위기를 이끌었고, 대화의 내용을 들어보니 용병이나 모험가 같았다.
“주문하신 홍차와 사과주스 나왔습니다. 즐거운 시간 되세요~”
“감사합니다. 잘먹을게 지나!”
“맛있게 먹으렴~ 감사합니다.”
인사하는 점원과 감사를 표하는 네리타에게 짧게 말을 하고 네리타와 나는 계속 엿듣고 있었다.
“그쪽 여성들은 흑발이 참 묘한 분위기가 있는게 참 좋았습니다.”
“그렇지? 그래도 신전 사람들의 붉은색의 화려한 옷도 잘 어울렸단 말이야?”
“하하하! 자네들 그쪽 사람들은 몸의 노출을 하지 않지 않나! 그쪽 여자들이 제국의 여자들을 좀 본받았으면 하내”
“그렇죠? 하하하”
흑발? 붉은색 옷? 노출이 적다?
무언가 익숙한 말들이었다. 놓치고 있는 부분이 있나?
이야기를 들으며 고민을 하는데 어느 순간 옆자리 사람들이 조용해 진 것을 눈치 챘고 눈이 마주쳤다.
“아하하.. 아무것도 아니에요!”
실수다. 고민을 하며 너무 빤히 쳐다봤다.
당황해서 괜스레 더 시끄럽게 말을 돌렸으나, 대장으로 보이는 나이가 많은 사람이 우리에게 말을 했다.
“오! 마을의 사람인가? 우리 이야기에 관심이 있나?”
“아.. 마을 밖을 잘 몰라서 신기해서 들었어요.. 언짢게 했다면 죄송해요.”
“하하하! 괜찮다내! 이렇게 아리따운 아가씨들이 늙은 모험가의 이야기를 들어주다니, 우리가 고맙지! 괜찮다면 이쪽으로 와서 이야기를 듣는 것을 권유한다네!”
“대장, 우리 같은 냄새나는 용병과 같이 합석할 여성은 없습니다.”
“하하하하! 자네 너무 자신을 과소평가하는군!”
솔직하게 사과를 했으나, 대장은 아무것도 아니란 듯 크게 웃고, 괜찮다면 합석할 것을 제안했다.
나는 네리타를 바라봤고 네리타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합석 하도록 할게요.”
“이쪽에 자리가 비었다네 이쪽에 앉게나”
“감사합니다.”
“아리따운 아가씨들이 함께 라니 술맛이 아주 좋구나!”
나이 많은 용병은 크게 웃으면서 자신들을 소개했다.
이들은 제국에 거점을 두고있는 용병이라고 했고, 서쪽 연맹국인 프리미야에 원정을 갔다가 돌아오는 길이라고 한다.
“서쪽에서 돌아오셨다고 했는데 서쪽은 왜 가신건가요?”
“용병이 돈을 쫓는건 당연한 일이지!”
“헤에..”
“사실 그쪽에 마인들의 왕 ‘마왕’이 나타났다고 들어서 다녀왔어요.”
옆에서 듣고 있던 젊은 용병이 대답해줬다. 마왕이라.. 처음 들어봤다.
“마왕은 아주 위험한 인물이라네! 그 무시무시한 마인들을 통솔하는 흉악한 자지!”
“그럼 전투도 했었나요?”
“그렇다네! 여기 팔에 상쳐가 보이나? 이게 바로 마왕과의 전투에서 얻은 영광스러운 상쳐라네!”
“아닙니다. 저건 야영 중에 대장님이 늑대를 쫓다가 나무에 걸려서 찍힌 상처입니다.”
“자네! 이번 보수 안받고싶나?”
“할 말은 해야죠. 그리고 이번일 아무것도 안 해서 없잖습니까.”
“그렇지! 아하하하”
“제대로 설명해 드리죠, 1년 전 마인들의 이상행동과 프리미야에서 강한 마기의 발산을 감지하였고, 제국의 궁중마술사들이 ‘마왕’이 탄생한 것 같다는 보고를 해왔습니다.”
“아! 그래서 여러분들이 동원된건가요?”
“아닐세! 우리는 돈을 쫓아 서쪽으로 향했다네!”
즉 서쪽에 엄청나게 강한 마기와 리아가 알려줬던 ‘마인’ 이라는 녀석들이 이상한 행동을 해서 마왕의 탄생을 의심한 거고, 이들은 돈냄세를 맡아 먼저 서쪽으로 향했단 것인가?
“그리고 막상 가보니 더할 나위 없이 평혼한 나라더군요.”
“헤에.. 프리미야는 어떤 나라인가요?”
“아주 신비한 곳이야! 신을 자신의 몸에 모시는 자와 신전에 모시는 자가 있는 신비한 종교가 있었지”
“그리고 큰 온천도 있었고요.”
“아가씨들 서쪽엔 말이야, 복장도 상식도 모든 게 다 이상하다네, 여자는 신전을 빼고는 남자와 이야기조차 안하려고 했었지!”
“대장님 몸에 냄새가 너무 나서 그랬습니다. 좀 씻고 다니시죠.”
“온천엔 자주 들어갔었네! 하하하”
그들의 말을 들을수록 무언가 그리운 느낌이 났다. 서쪽 ‘프리미야’라..
한창 용병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을 때 리아가 찾아왔다.
“어머나? 지나의 친구들이 많이 생겼네? 반가워요”
“리아! 일은 다 끝났어?”
“후훗, 조금 더 할 일이 남았는데 곧 돌아가려고 찾아왔단다.”
“그럼 갈 준비를 해야겠구나!”
“네리타, 아버지께서 찾으시는 구나, 집 앞까지 대려다 줄게”
무언가 시선이 느껴져서 용병들을 쳐다봤다. 그들은 리아를 넋을 놓고 바라보고 있었다.
그래.. 보통은 저렇게 되는 구나.
“용병아저씨들! 저희 가볼게요. 재밌는 이야기 고맙습니다.”
“아.. 그래! 나야말로 즐거웠다네!”
용병들에게 인사를 하고 네리타의 손을 잡고 나가려고 할 때 젊은 용병의 혼잣말이 들렸다.
“프리미야엔 다 흑발이지만 저렇게 아름다운 흑발은 없었어..”
주점이자 여관인 ‘밤하늘’을 나왔고 리아가 나의 손을 잡아주었고, 나는 네리타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 돌아가는 길에 네리타와 마을을 구경하며 있었던 일들을 리아에게 이야기 해주었다.
리아는 잘 놀았다며 칭찬을 해줬고 그때마다 나는 기분이 좋아졌고 잡은 손이 따듯해지는 느낌이었다.
네리타를 집에 대려다 주고 헤어지기 아쉬워 하는 네리타에게 곧 다시 만날 수 있을 거라고 이야기를 해주며 힘껏 안아줬다.
네리타와 헤어지고 나서 리아와 함께 마지막 일을 하러가는데, 사람이 없는데 계속 손을 잡고 걸었다. 처음 만난 날에도, 마을에 올 때도 리아와 계속 손을 잡았고 따듯한 리아의 온기가 기분 좋게 느껴졌다.
“리아 우리 어디로 가는 거야?”
“오늘 이 마을에 온 목적을 달성하러 가는 거야”
“목적?”
의문을 띄우는 나의 물음에 리아는 후훗 짧게 웃고는 나를 이끌었다. 이윽고 무덤가에 도착했다.
“공동묘지..?”
나를 돌아본 리아는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잠시만 기다리렴.”
그러고는 리아는 마을의 묘지앞에서 무릎을 꿇고 앉았고 곧 손을 모아 합장을 하고 기도를 했다. 기도를 할 때 리아의 주변엔 환한 빛이 보이는 듯 했다. 마력의 느낌과 비슷했던 빛이 따듯하게 리아를 감싸는 느낌이었고, 곧 리아가 눈을 뜨자 빛은 서서히 하늘로 흩어져갔다.
마치 무언가 의식을 행하는 듯한 모습을 멍하니 보고 있었다.
“이 마을엔 나의 축복을 주고 있어. 때문에 마기가 닿지 않아 악한 마물이 습격하지 않아”
“리아의 축복?”
“일종의 결계 같은 거란다. 그래도 축복은 영원하지 않기에 이렇게 가끔씩 마을에 오고 있어”
“리아는 이 마을을 좋아하는구나!”
“후훗 그럴지도?”
“나도 이 마을이 좋아 다들 친절하고”
“다음에 또 오자구나 이제 돌아가자”
“응! 집으로”
매주 일요일엔 올릴 수 있게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