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케다!”
“예, 육장보님.”
“네가 구대를 인솔해서 나가.
가서 애송이한테
나라시노 제 1 공정단의 실력이 어떤지를 제대로 가르쳐 줘.”
“알겠습니다.”
“혼다.”
“예!”
“자네가 제 3 보통대 예비팀 인솔해.
옥상에 저격수 배치하고
다케다와 별도로 나가.
나가서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적을 전멸시켜라.”
“알겠습니다.”
“나머지는 층 마다 경계하고.”
“알겠습니다.”
다카키 육장보가 증권사 소파에 앉아 창밖을 보았다.
“하아! 차-암 나!”
그는 기가 막힌 모양이었다.
“고등학생 둘에 세일즈맨이라니.
그것도
한 명은
그 소드 아트 온라인의 검은 검사?
국가 기밀?
허허허!
거기에 그 검은 검사라고 불리는 게임 오타쿠 소년
아니 키리가야 카즈토라는 소년에게
키쿠오카가 마음으로 굴복해?
어이가 없군!"
고개를 털어낸 다카키 육장보가 이를 악물 때
보좌관이 노트북을 탁자에 올려주었다.
카드 번호와 이름 옆으로 생존, 사망, 부상의 칸이 나뉘어 있었고,
아래로 총원이 명시되어 있었다.
아직까지 모두 생존에 파란불이 들어와 있었다.
“이 버튼이지?”
“예.”
다카키 육장보가 'S'자 버튼을 눌렀다.
위이잉! 위이잉! 위이잉!
그러자 주변에 짧은 사이렌이 세 번 울렸다.
“기도 안 차는구만.”
버튼을 누른 다카키 육장보는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허탈한 웃음을 터트렸다.
그러나
잠시 뒤
그 웃음은
어처구니가 없다는 것에서
어이가 없다는 것으로 바뀌게 되었으니........
***
삐이-. 삐이-
“뭐야? 이게?”
다카키 육장보가
노트북에 고개를 처박는 것처럼 상체를 앞으로 가져갔다.
사망이라는 칸에 빨간 불이 들어오고
생존자 총원이 50으로 바뀌었다.
당연하게 사망자 총원은 2명 늘었다.
그가 모니터를 노려보고 있을 때였다.
삐이-. 삐이- 삐이-.
연달아 세 번의 신호음이 울리고
사망 표시가 늘었다.
다카키 육장보는
처음으로 놀란 표정이었다.
그가 눈을 커다랗게 뜨고 창밖을 보는 순간이었다.
삐이-. 삐이-.
또다시 사망자 표시가 떴다.
“총구 앞에 줄이라도 서 있는 거야?
뭐야?
다케다 무전 연결해!”
다카키 육장보가 악을 쓰며 부관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삐이-.
“야!
다케다 연결하라고!”
“육장보님.
다케다 이등육위는.........
이미 사망......입니다.”
부관은
아예 얼이 빠진 얼굴이었다.
키쿠오카 일등육좌는
아직 들고 있는 소음기가 부착된 M4A1 SOPMOD 블록 1 카빈 돌격소총을
한 발도 발사하지 못했다.
틈이 없었다.
‘11명.’
전세계 특수부대의 모든 전술을 연구해서 만들었다는
레인저 과정을 전부 거친 키쿠오카이다.
그동안
오션 터틀 내에서 모리 일등육좌와
키리토를 경호하는
그 청년의 활약을 보지 못했기 때문에
맞붙으면
이기지는 못하더라도
일방적으로 죽으리란 생각은 안 해 봤다.
그리고
키리가야 카즈토 본인도 마찬가지일거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 소년은
주로 검을 쓰고
그것도
가상현실 게임에서나 명성을 날리는 정도라고만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키쿠오카는
그런 자신의 생각이
얼마나 한심한 생각이었는가를
그들의 활약상을 보면서 뼈저리게 느껴야만 했으니.....
푸슝! 푸슝!
‘열셋!’
이건 차원이 다르다.
키리토는 걸을 때 소리가 나지 않는다.
엎드려서 기어가는 포복에,
옆으로 몸을 틀어 전진하고,
달려가며
바로 옆에 있는 공격조인 모리 일등육좌에게
적의 위치를 수신호로 알린 뒤
곧바로
한 바퀴를 구른 다음 후방 지원을 하는 거?
다 배웠다.
그런데
키리토처럼 할 수 있다고는 생각해 본 적 없다.
이건 숫제 소총을 든 게 아니라
팔이 세 갠데
그중 하나가 소총인 괴물을 보는 기분이었다.
건물의 모서리에 몸을 기댄
전투복도 아닌 교복 차림에
장비라고 해야
머리에 쓴 무선 해드셋과
손에 든 소총을 제외하고는
그 흔한 대검 하나와
시그사우저 P220 자동권총이 든 권총집만 허리띠에 찬
키리토는
자세를 낮추고,
검지와 중지로 앞에 있는 건물을 가리켰다.
모리 일등육좌는 체격이 굵다.
그런데
그가 고양이처럼 소리 하나 내지 않고 쪼그린 채로 전진한다.
처음엔
저게 뭐하는 짓인지도 몰랐다.
앞에 있는 건물 유리창에 대고 거리를 뗀 채 조준경을 들여다보면
이중으로 비친다는 걸 키쿠오카는 처음 알았다.
모리 일등육좌가 손가락 네 개를 펴 보였다.
하나, 둘!
키리토와
그 옆에 붙어 있는
키리토를 호위하던 그 청년의 타이밍은
늘 반 박자 빠르다.
거미처럼 오른발을 쭉 내미는 순간,
그들의 몸은 이미 모서리를 나가 있었다.
푸슝! 푸슝! 푸슝! 푸슝!
정확하게 네 발!
연사는 아직 한 번도 없었다.
삐-. 삐-. 삐-. 삐-.
제자리로 돌아온 키리토가
고개를 짧게 움직였다.
모리 일등육좌가
조금 전 특수팀이 사살된 자리를 점거했고,
키쿠오카가 엄호한다.
‘열일곱!’
키쿠오카는
모리 일등육좌의 곁에 서며
사살된 대원들의 얼굴을 보았다.
이렇게
허무하게 사살되면
처음엔
어처구니가 없고,
다음은 좌절했다가
마지막에 화가 치솟는다.
상대가 돼야 어떻게 하지.
실전이었으면,
전투가 아니라 학살이라고 부르는 게 맞다.
키리토가 눈빛을 번득이더니
검지를 허공에 한 바퀴 돌리고 1시 방향의 건물을 가리켰다.
왜 저기 적이 있는지 모른다.
어떻게 아는지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하나는 분명하다.
1시 방향 건물에 대원들이 있을 거고,
잠시 후에 사살될 거라는 것!
군화가 아닌 구두를 신어도,
발 바깥쪽을
먼저 바닥에 대면 소리가 전혀 나지 않는다는 것도
이번에 처음 알았다.
알았다고 흉내 내지도 못한다.
몸이 휘청여서 당최 따라갈 수가 없었다.
키리토가
검지와 중지로 눈을 가리킨 다음,
왼쪽에 둘, 오른쪽에 셋이라는 표시를 했다.
하나, 둘!
푸슝! 푸슈슝! 푸슈슝! 푸슝!
씨익.
저 키리토와 같이 있는 청년은
평범한 고등학생이 아니다.
이중인격자도 아니고!
어떻게 된 사람이
눈빛부터 행동,
심지어 표정까지 완벽하게 다른 사람처럼 보인다.
모리 일등육좌가 손짓을 하는 바람에
키쿠오카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아차차!
‘지금 다섯이니까 합해서 22명!’
이제 서른 남았다.
고작 20분에 22명이니까 1분에 한 명꼴이다.
키쿠오카는 확실히 알았다.
키리토를 호위하는 그 청년과
모리 일등육좌에게
칼을 들고 덤비면
부상이라도 입히고 죽겠지만,
총을 들고 덤비면
그냥 죽는다.
그것도 단 한 방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