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 시절부터 집에 있던 책들입니다
그때부터 재밌게 보던 책들이긴 한데 책의 정체에 대해서 안 것은 그로부터 한참 지난 고등학생 때였습니다
오소마츠상으로 인해 한국에도 알려지게 된 일본 개그만화의 거장 아카츠카 후지오가 그린 학습만화 시리즈... 의 해적판입니다
만화에서는 주로 천재 바카본(얼렁뚱땅 반쪽이네)의 캐릭터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원제는 '냐로메의 재미있는 입문 시리즈(ニャロメのおもしろ入門シリーズ)'
컴퓨터 말고도 여러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이쪽이 원본
같은 페이지를 찍어본 해적판입니다
보시면 알겠지만 원작은 흑백이고, 해적판은 몇가지 색이 들어간 컬러입니다
미묘하게 다른 걸 보시면 알겠지만(바카본 파파의 옷이 다르다던가) 그냥 복사는 아니고 라이트박스로 베낀 것 같습니다
표지를 넘기면 나오는 부분
당연하지만 원작자 아카츠카 후지오의 이름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출판사명도 '아동교육문화연구회'라는 거창한 이름입니다만 해적판은 교육에 안좋다고... 범죄잖아...
내용물입니다
사실 이 책의 내용은 철저하게 일본 내수용으로 만들어져있습니다. 여기 나온 컴퓨터도 우리가 흔히 쓰던 IBM PC가 아닙니다
키보드 모양부터 IBM과 확실히 다릅니다. 사실 제목의 '마이컴'도 일본식 용어입니다. 우리는 그냥 컴퓨터 아니면 PC(퍼스널 컴퓨터)라고 하죠
잘은 모르겠지만 아마 샤프의 컴퓨터가 아닌가 싶습니다
카세트에 데이터를 기록하는 방법도 설명되고 있습니다
참고로 이 책이 한국에 나온건 1989~1990년이었습니다. 한국엔 이 시기에 교육용 PC사업으로 인해 IBM PC가 보급되고 있었던 것으로 압니다
즉 이 책은 나온 시점에서도 어차피 쓸모는 없었던 책이었던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이렇게 데이터 기록된 카세트를 그냥 플레이어로 재생하면 어떻게 될지가 매우 궁금했었습니다
검색해서 들어본 바로는 그냥 소음이 나오더군요
바카본 캐릭터들이 중심이지만 오소마츠 군이 나오는 에피소드도 있습니다
참고로 해설역의 캐릭터인 냐로메(고양이)는 바카본 원작에서는 애초에 대사가 없는 동물 캐릭터였다고 알고 있습니다
베이식 언어로 프로그래밍을 하는 모습도 나오고, 원리에 대해서도 간단히 설명해주고 넘어갑니다
본바탕이 개그만화인 작품답게 이렇게 실없이 웃긴 부분들도 다소 있고
컴퓨터만 재미없게 설명하면 아쉽다고 생각했는지 SF적인 이야기들도 다소 있습니다
뭐 컴퓨터랑 SF는 떼어놓을 수 없는 관계이긴 합니다
그리고 뒤쪽에는 간단한 컴퓨터의 역사 같은 설명이라던가
굉장히 뜬금없는데 뭔가 교육적인 걸 넣어야 겠다는 의무감이 있었는지 일기 쓰는 법 같은것도 있습니다
설명에 의하면 '나는 장풍을 했다' 는 좋은 일기라고 볼 수 없습니다
참고로 저 주소엔 지금은 음식점이 있더군요. 그리고 이곳에도 원작자 아카츠카 후지오의 이름은 없습니다
이 학습만화 시리즈는 의외로 한국에서 꽤 인기를 끌었습니다
그래서 냐로메를 호돌이로 바꾸고 로컬라이징을 거쳐서 만들어진 괴상한 해적판도 하나 있었고
(표지는 문공사 게임북 시리즈로 유명한 장석준이 그렸습니다만 내용은 아카츠카 후지오의 만화입니다)
아동용 컬러 대백과사전 시리즈 형식의 전집 중 한 권이었는데, 이 책과 내용은 완전히 똑같으면서 그림체와 캐릭터만 다른 것도 있었습니다
다른 책들은 제가 못봐서 모르겠습니다만, 대충 인터넷에서 찾아보니 아동 대상 치고는 상당히 높은 수준의 내용들을 다루고 있던 것 같더군요
어쨌건 이 책을 초등학생 때부터 엄청나게 읽었었는데(집에 몇개 없는 만화책이기도 했습니다. 부모님이 만화책을 못 사게해서)
아마 제가 이후 대학교에서 컴공과를 졸업하는 데 영향을 주지 않았을까 싶... 기도 합니다
이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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