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밤, 험준한 산맥 사이의 분지에 존재하는 ‘마룡 혈족’의 마을.
빽빽한 숲 속에 존재한 마룡의 사당 근처의 동굴. 동굴 속에는 오래되어 보이는 드래곤의 석상이 존재했고, 그 앞에는 한 늙은 여인이 정좌한 채로 눈을 감고 있었다.
명상 중인 여인의 얼굴엔 세월을 짐작케 할 만한 주름이 자리잡았지만, 곧게 펴진 허리와 그녀의 주변을 맴도는 엄숙한 분위기는 그녀가 평범한 사람이 아니란 것을 알 수 있었다.
한참 동안 명상을 하던 노인은 어느 순간 눈을 뜨고, 석상 앞에서 일어나 동굴 밖으로 나갔다.
“게 아무도 없느냐?”
노인의 한마디에 사당 입구에서 시립하고 있던 마젠타색 장발의 여성이 달려왔다.
“레이니 레츠, 장로님을 뵙사옵니다. 무슨 일이신지요?”
레이니가 한쪽 무릎을 꿇으며 예를 표하자, 장로는 속으로 올라오는 긴장을 숨긴 채, 엄숙한 표정으로 말했다.
“드디어, 그 때가 도래했다.”
“그 때라면..?”
“파멸을 원하는 사악한 빛이 세계를 좀먹고 있느니라. 선대부터 우려하던 일이 일어날 것만 같구나.”
엄숙한 표정이지만 긴장된 듯한 말에, 레이니는 자신도 모르게 차렷 자세를 취하며 침을 삼켰다.
“내 개인적으로 이런 일은 시키기 싫었지만, 운명은 어쩔 도리가 없구나. 네 동생을, 무녀를 불러오너라.”
“존명, 받들겠습니다.”
레이니는 장로에게 목례를 취하고, 땅을 박차며 뛰어올라 숲 속으로 사라졌다. 장로는 레이니가 사라지자마자 한숨을 쉬었다.
“후우.. 유리아에게 미안하구나. 아직 어린 나이일 터인데 잘 해낼 수 있을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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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를 옮겨타며 이동하는 레이니. 그녀의 마음도 심란하기 그지없었다.
‘시기가 일러도 너무 일러.. 세계를 여행하면서 이런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느끼긴 했지만, 벌써부터 사악한 빛의 신이 부활할 조짐을
보인다니..’
레이니 레츠, 그녀는 5년 전에 마을을 떠나 세계를 방랑하며 인연을 쌓아왔고, 2년 전에 여동생이 무녀의 시험을 통과했다는 소식을 듣고 마을로 돌아와 그녀의 호위가 되었다.
‘내 동생, 유리아가 과연 그 신에게 대적할 수 있을지.. 마룡 혈족에 대대로 전해져 오는 ‘그 힘’을 깨우치지 못한다면 가능성은 부족해..’
계속해서 나무를 타고 이동하다, 숲 속 어딘가에 위치한 폭포 옆의 오두막에 도달한 레이니.
“밤이 늦은 시간이지만 그 애가 자고 있진 않을 테고… 아, 저깄다.”
레이니의 동생이자 마룡의 무녀인 ‘유리아 레츠’는 밤늦은 시간임에도 하얀 도복을 입고 폭포수를 맞으며 명상에 돌입해 있었다.
그녀가 폭포수를 맞으며 수행하는 시간엔 어느 누구도 방해할 수 없기에, 레이니는 오두막의 벽에 기대어 얌전히 기다렸다.
“여전히 열심이구나.”
레이니는 동생이 수행하는 모습을 보며 웃었지만, 한편으론 측은한 마음도 들었다.
‘자신이 부족함을 알기에 수행하는 건 괜찮지만, 언제 혈족에 내려오는 그 힘을 터득할지..’
그렇게 수행 중인 유리아를 보는 레이니. 하지만 그 순간, 폭포를 타고 통나무 하나가 떨어지려 하고 있었다.
“위험해!”
레이니가 비명을 질렀지만, 통나무는 멈추지 않고 빠르게 떨어져 내렸다.
그 순간!
“하압!”
눈을 뜬 유리아가 일어나 도약하여, 허리춤에 맨 손도끼를 꺼내들어 아래에서 위로 휘둘러 통나무를 반으로 쪼갰다.
도약한 유리아는 그대로 강으로 다이빙했고, 다시금 수면 위로 올라왔다.
“어푸! 어라, 언니?”
놀란 가슴을 쓸어내린 레이니는 강에서 유리아를 건져올렸다.
“여긴 무슨 일이야? 밤이 늦었는데.”
“밤늦게 수행하는 네가 할 말은 아니지. 그것보다, 장로님이 부르셔.”
장로님의 호출. 그 의미를 모르는 유리아가 아니었기에 표정을 굳히며 말했다.
“알았어, 잠시만 기다려.”
폭포수 때문에 홀딱 젖은 도복을 갈아입기 위해 오두막으로 뛰어간 유리아.
몇 분 후, 붉은 셔츠에 검은 바지로 갈아입은 유리아와 레이니는 사당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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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장로는 사당 안에 앉아 유리아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장로는 이미 파멸의 빛이 세계를 좀먹어간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세계의 중심부, 나츄르의 신성수에 그 빛의 일부가 침투했다는 걸 느꼈기 때문이었다. 이미 알고 있던 일인 만큼 최대한의 대비를 했다고 생각했지만, 그 시기가 다가오니 그 무게가 결코 가볍지 않다는 걸 실감하고 있었다.
사당의 촛불을 밝히고 정좌한 장로 앞에, 한 인영이 내려앉으며 무릎을 꿇었다.
“무녀 유리아 레츠, 장로님을 뵙사옵니다.”
기다리던 목소리를 들은 장로는 인자하게 웃었다.
“잘 왔구나. 그래, 내가 그대를 왜 불렀는지 알겠는가, 무녀여?”
“잘 알고 있습니다.”
장로는 유리아의 힘 있는 대답에 만족한 듯한 웃음소리를 내었다.
“허허, 역시 무녀의 시험을 수석으로 통과한 아이로구나. 유리아야, 지금부터 너만이, 일족을 통틀어 무녀인 너만이 할 수 있는 일을
맡기고자 한다.”
“알겠습니다. 맡겨만 주세요.”
즉각적으로 떨어지는 그녀의 대답에 장로는 유리아를 데리고 사당 안의 봉인궤로 향했다. 붉은 도장을 한 봉인궤의 뚜껑을 열자, 그
속엔 도끼머리에 악마룡의 머리를 조각한 토마호크와, 한 뭉치의 덱이 들어있었다.
장로는 그것을 꺼내들어 유리아에게 내밀었다.
“유리아야. 너도 잘 알고 있겠지만, 우리 마룡 혈족은 세계가 위험에 처할 때마다 일어나서 그 위험을 몇 번이고 잠재웠단다.”
유리아는 침묵하며 장로의 말을 경청했다.
때로는 전쟁을, 때로는 재난을, 때로는 세계의 파멸을, 때로는 악한 음모를, 무엇이든 세계가 위험에 처했을 때, 마룡 혈족은 분연히 일어나 몇 번이고 그 위험을 종식시켜 왔다.
“자, 받거라.”
토마호크를 유리아의 허리에 채우고, 덱에서 몇 장의 [레조네이터] 카드와 [레드 데몬즈 드래곤], [레드 노바], 그리고 3장의 백지 카드
를 보여주고서, 덱을 건네주었다.
“이걸 저에게 하사하신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지 않느냐. 홍련의 마룡과 함께 세계를 떠돌며, 힘을 키워나가거라. 믿을 수 있는 동료를 모으면 더 좋고.”
“장로님…”
“파멸의 빛을 네가 종식시키리라 믿겠다. 어른으로서 아직 어린 너에게 무거운 짐을 지우게 하는 거 같아 미안하구나.”
못내 미안한 장로는 잠시 눈을 감았고, 유리아는 장로를 안심시키기 위해 강인한 얼굴에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걱정 마세요, 장로님. 반드시 파멸의 빛을 종식시키고 돌아오겠습니다.”
“그래야지. 모든 것을 감싸안는 자애로운 어둠의 여신께서 너를 돌봐주실 게야.”
유리아는 말 없이 목례하며 사당을 나갔고, 장로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멀어져 가는 유리아를 바라보고만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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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룡의 무녀의 조촐한 계승식이 이루어지던 그 때, 한 야산에 세워진 푸른 지붕의 저택.
평소 같았으면 그 저택의 밤은 고요했겠지만, 어째서인지 저택 곳곳에는 불이 거세게 타오르고 있었고 저택 내부에는 싸우는 소리와 비명 소리가 어우러져 아비규환을 이루고 있었다.
“남자든 여자든 가리지 말고 죽여라!”
“목표는 금발 머리다! 그 외의 것들은 가리지 마라!”
“예!”
검은 옷과 복면을 쓴 인간들의 고함소리와, 그들의 무기에 머리가 뚫리고 등이 찔리며 스러지는 도망자들. 일부 생존자들은 무기를 들고서 맞서고 있었으나, 수적으로 불리한 탓인지 맞서는 이들도 서서히 스러져 갔다.
저택의 집기는 박살나고, 벽이나 방 곳곳엔 화마가 휘몰아치고 있었으며, 불타지 않은 곳은 시산혈해를 이루고 있었다.
한편, 저택 밖으로 나온 금발 머리의 소녀와 그를 보좌하는 흑발의 메이드는 저택의 담벼락에 찰싹 붙어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하아… 하아… 아가씨, 괜찮으십니까?”
“으.. 응. 난 괜찮아. 그치만 리아, 하지만 아버지와 어머니가..”
“주인님께서 마님을 미리 비밀 출구로 대피시키셨다고 하셨습니다. 주인님은 강인하신 분이고, 비밀 출구는 이 저택의 인원 중에서도
일부만이 알고 있는 곳이니 저런 무뢰배들에게 들키는 일은 없겠지요. 무엇보다, 우선 몸을 피하는 게 우선입니다.”
메이드는 소녀를 안심시키기 위해 등을 토닥이며 말했지만,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거한이 그녀들을 발견하며 소리쳤다.
“이봐! 목표를 발견했다!”
“어디, 어디?”
“이런!?”
메이드 리아는 순간 당황했지만 이를 악물고서 왼팔에 찬 듀얼디스크를 전개한다.
‘아주 약간이라도, 아가씨가 도망칠 시간을 벌어야만 해..!’
“아가씨! 숲 속으로 향하세요! 이 리아트리스는 여기서 시간을 벌겠습니다!”
“안 돼! 너도 같이 가, 리아!”
“전 괜찮습니다! 그랑카트 일가의 듀얼 메이드장의 칭호를 걸고, 반드시 아가씨 곁에 돌아올 테니까요! 그러니 먼저 가십시오!”
고집을 피우려던 소녀는 리아트리스의 결연한 눈빛을 보고, 결국 마음을 돌려 숲 속을 향해 뛰어가기 시작한다.
“...알았어! 반드시 돌아와야 해!”
숲 속으로 뛰어들어가는 아가씨의 뒷모습을 등지고서, 리아트리스는 듀얼디스크에 카드를 연거푸 내려친다.
“나오너라, 나의 수하들아!”
듀얼디스크에 카드가 인식되자, 리아트리스의 전면에 분홍빛의 드래곤, 푸른색 털의 용, 검붉은 비늘의 드래곤, 녹빛 비늘의 드래곤이 사열하며 전투 태세를 갖춘다.
검은 복면의 거한들이 잠시 주춤하던 사이, 리아트리스는 손을 내뻗어 공격 지시를 내렸고, 용들은 각각의 브레스를 내뿜어 적의 시야를 차단했다.
거한들이 브레스로 인한 거센 흙먼지 때문에 우왕좌왕하는 사이, 리아트리스는 카드를 회수하여 덱에 꽂아넣고 소녀가 달려간 숲 속을 뒤쫒듯이 달린다.
‘부디 무사하십시오, 아이린 아가씨!’
이렇게 그랑카트 일가 저택 방화&학살 사건과 더불어, 아이린 그랑카트와 메이드 리아트리스의 도피생활이 시작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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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장한 그랑카트 저택이 의문의 거한들에 의해 방화되던 시기, 흐르는 숲 속에 위치한 한 저택 지하의 비밀 연구소.
지금 이곳은 붉은 경고등이 사방천지를 밝히고, 경고음이 시끄럽게 울어재끼고 있었다.
애애애애애애앵! 애애애애애애앵!
-침입자 발생! 침입자 발생!
-코드 알파를 발령한다! 반복한다! 코드 알파를 발령…
“...시끄러워.”
사방천지를 울리는 스피커를 총 모양의 듀얼디스크에서 카드를 발사해 부수는, 보라빛이 도는 청발 포니테일의 소녀.
한쪽 눈을 검은 안대로 가린 그 소녀는 귀에 손을 대고서 교신을 시도한다.
“여기는 케이. 비밀 연구소로 돌입했다. 타겟의 위치는?”
케이의 귀에 끼워진 장치에 노이즈가 섞인 청년 남성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현재 건물 내를 스캔 중이다. 그동안 정면돌파라도 하고 있어.
“말이야 쉽지..”
케이가 불평을 터뜨리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위험경보 중 최상급인 코드 알파가 발령된 순간, 연구소 내에 주둔하고 있던 경비
들이 일제히 그녀를 향해 총부리를 겨누고 있었으니까, 심지어 [속사포 드래곤] 이나 [머시너즈] 시리즈들이 실체화하여 그녀에게 포구를 겨누고 있는 걸 보면 고작 한 명에게 이런 과잉화력을 퍼부으려는 것 자체가 어이가 없는 일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뭐, 그래도 심심하진 않겠,네!”
케이는 자신을 향한 수많은 총부리와 포구를 보면서도 코웃음을 치며, 입고 있던 슈트에서 빛의 날개를 전개한다.
날개가 전개되는 순간 경비들의 총과 몬스터들의 포구에서 화망이 펼쳐져 그녀를 향해 쏘아졌지만, 날개와 함께 발동된 [성스러운 방어막 거울의 힘]에 의해 모조리 반사되어 버렸다.
그들의 압도적인 화력을, 그들이 도로 받아가버린 것이다. 사망자는 없겠지만, 중상자라도 앞을 막지는 못하는 법이다.
“일단 제1단계는 클리어. 근데 아직도 스캔 안 됐어, 아저씨?”
-아저씨라고 불릴 나이는 아니야. 아무튼, 일단 그쪽에서 두 블럭 앞으로 전진.
남성의 지시에 따라 케이는 전개한 날개를 더욱 넓게 펼쳐서 앞으로 돌진한다.
-그곳에서 바로 왼쪽으로 튼 다음 쭉 나아가면 내려가는 길이 보일 거다. 그곳으로 향해.
“라져!”
곧장 커브를 틀어 왼쪽으로 선행한 다음, 빠른 속도로 날아들어서 내려가는 길로 향하는 케이.
-거기서 내려간 다음, 곧장 전진한 뒤 보이는 벽을 뚫어버려.
“벽을 뚫으라니.. 드릴도 없는데 너무한 거 아냐?”
-그건 네가 알아서 할 일이지. 아무튼 그쪽에 타겟이 있으니까 빨리 선행해!
“라져!”
통로를 따라 내려온 케이는 총 모양 듀얼디스크를 검 형태로 전환해서 에너지를 충전한 다음, 정면으로 빠르게 날아들며 보이는 벽을
베어낸다.
“돌입 완료.”
-좋아. 정면엔 뭐가 보이나?
남성의 목소리에, 케이는 날개를 해제하고 옆구리에 장비한 손전등을 켜고 수색하다가, 민트빛 머리의 약간 깨진 가면을 쓴 소녀가 머
리에 기이한 헤드기어를 쓴 채로 멍하니 서 있는 걸 발견했다.
“타겟 발견. 어떻게 할까?”
-우선 그녀를 데리고 탈출해야 하는데, 이미 늦은 것 같군.
남성의 말대로, 남은 경비 중 대부분의 인원이 비밀의 방 앞에서 진을 치고 대기하고 있었다.
“하, 이거… [성방]도 써버려서 더 이상 뚫을 방법이 안 보이는데…”
-잠깐, 그 아이의 머리를 잘 봐, 케이.
“머리? 헤드기어가 있는데.”
-어쩌면 그 헤드기어가 그 아이의 능력을 봉쇄하고 있을 수 있어. 그걸 벗겨내 보도록,
“괜찮겠어?”
-다른 방법이 없잖아. 빨리.
이런 시간에도 경비들은 포위망을 좁혀오고, 곧 비밀의 방에 들어올 찰나였다.
케이는 반쯤 포기한 채로, 소녀의 헤드기어에 손을 뻗었다.
“에라, 이판사판이다!”
소녀의 헤드기어를 벗기는 케이. 그 순간, 소녀의 눈에 생기가 돌아오며 엄청난 충격파가 연구소 전체를 뒤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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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초 후. 충격파로 인해 기절한 경비들과 케이.
-케이, 케이! 괜찮아!?
충격파의 여파에서 간신히 깨어난 케이는 머리를 흔들며 일어났다.
“으윽.. 몸뚱아리는 멀쩡해. 통신기 빼고 슈트의 기능은 싹 다 고장났지만.”
-그 충격파 떄문인가 보군. 뭐, 그래도 그 방에서 위로 파고 올라갈 수는 있을 거 같다.
“무슨 소리야?”
-충격파로 인해서 연구소 근처의 지반이 약해졌어. 아마 강력한 일격 한 발이면 지반에 구멍이 뚫리면서 연구소가 무너질 거야.
“위험천만한 도박인데…”
-죽는 것보단 낫지 않아? 그리고 슬슬 경비들이 깨어날 거 같은데.
케이는 그 말을 듣고, 충격파를 내뿜고서 잠든듯이 쓰러진 소녀를 바라보았다.
“뭐, 다른 방법은 없는 거 같네. 그렇다면!”
케이는 듀얼디스크를 왼팔에 차고서 전개하고, 한 장의 카드를 디스크에 내려친다.
“부탁한다. [바렐로드 드래곤]!”
그녀의 전면에 나타난 것은, 몸체엔 거대한 실린더가 심어져 있는 붉은 색 몸에 녹빛의 선이 전개되고, 빛의 날개를 펼친 드래곤이었
다.
케이는 방의 입구에 카드를 몇 장 붙여놓은 뒤, 소녀를 들쳐업고서 선글라스를 썼다.
“자, 그럼.. 위험천만한 베팅의 시간이다!”
그 순간, 경비들이 깨어나서 방의 입구에 도달했으나, 그걸 눈치챈 케이가 듀얼디스크의 한 버튼을 조작한 순간 설치한 카드, [만능지뢰 회색안개]가 폭발하며 입구를 무너지는 잔해로 막아버린다.
“목표, 전방 45도 위!”
[바렐로드 드래곤]은 묵묵히 날개를 접고, 입을 크게 벌리며 내부의 포신을 전개한다.
“에너지 충전! 바렐모드 체인지!”
지시를 내리며 소녀를 업은 채로 [바렐로드 드래곤]의 등에 올라타는 케이.
잔해를 치워서 방에 돌입하기엔 시간은 많지 않았지만, 그녀에게는 충분한 시간이었다.
“타겟 록 온!”
[바렐로드]의 목이 멈추고, 포신에 에너지가 집중된다.
“최종 세이프티 해제!”
포신에 에너지가 더욱 많이 모인 그 순간. 케이는 박수를 치며 호령한다.
“이제 이 갑갑한 곳과도 안녕이다! 라이트닝 바렐 캐논(Lightning Borrel Cannon), 파이어!”
공격 선언과 동시에 선글라스 속의 눈을 감는 케이.
[바렐로드]의 압도적인 광선포는 연구소의 위벽을 꿰뚫고, 지면에 구멍을 만들어냈다.
“비상해라, [바렐로드 드래곤]! 이 갑갑한 곳을 탈출한다!”
[바렐로드]는 케이의 명령을 따라 날개를 펼치고서, 빠르게 구멍 속으로 날아올라 저 하늘 너머로 사라졌다.
방의 입구를 막은 잔해를 다 치워낸 경비들은 이미 뻥 뚫린 천장과 텅 빈 방만을 보며 아연해할수밖에 없었고, 그들의 수장인 노인은 펄펄 날뛰었지만 별 도리가 없었다.
그들이 가장 먼저 개발했다 탈주한 실험체, 케이어스 디 라이피의 손에서 또다른 실험체를 탈취당한 것은 어쩔 수 없는 사실이니까.
한편, 숲 속의 저택 근처 언덕에 선 청년은 유성과 같은 빛을 보며 웃음을 짓고 있었다.
"결국 성공했구나. 케이어스."
그렇게 케이어스와 한 청년의 합동 작전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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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전에 쓰던 거 갈아엎고 다시 시작했습니다
근데 여기서도 올렸었던가 싶기도 하고 그러네요.
다음화는 언제 올라올지 모르므로 기대는 하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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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글라스 미리 꼈습니다 | 20.08.14 09:37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