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리스가 위험에 빠졌을때 인형들이 구할 수 있도록 프로그래밍 해놓은게 있어."
레이무는 한참동안 마법진을 이리저리 굴려보다가 눈에 띄는 문자 하나를 눌렀다. 마치 모니터에 새로운 창이 뜨듯 무언가 작은 화면 하나가 나타났다. 자그마한 지도와 그 가운데에 녹색 점이 찍혀있었다.
"찾았다! 여기가 앨리스가 마지막으로 위치 한 장소야. 움직이질 않는걸 보면..."
레이무가 말 끝을 흐렸다. 하지만 이내 이를 악물고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어서 이동하자! 머뭇거릴 시간이 없어! 하다못해...시체라도..."
레이무의 목소리는 자그맣게 떨리고 있었다.
=====================================================================================================================
"으음..."
가슴께에 느껴지는 고통에 눈을 떴다. 아직까진 죽지 않은 모양이다. 하지만 이정도 아픔이라면 꽤나 치명상급으로 심하게 다친거라는걸 안 봐도 알법했다.
"일어났나? 인간 치고는 꽤나 빨리 정신을 차리는군"
앨리스는 갑작스런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옆쪽에 누군가가 앉아 자신을 살펴보고 있었다. 앨리스는 소스라치게 놀라 곧바로 이부자리에서 튕겨져나듯 일어났다. 하지만 이윽고 엄습한 고통에 소리조차 지르지 못하고 주저앉아버렸다.
"진정해라. 너는 지금 저주에 걸렸어. 미안하네...이것도 내 동료의 실수...갑작스러운 이방인의 방문에 적인줄 알고 동료가 저지른듯한 모양일세"
"동...료...?"
앨리스는 통증을 참느라 간신히 힘을 짜내어 입을 열었다. 붉은 옷의 여인은 앨리스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고개를 돌렸다. 앨리스 또한 그녀가 고개를 돌리는것을 따라가다 어느 시점에서 시선이 멈추었다.
한 여자아이가 큰 잘못을 저지르기라도 한 것처럼 불안한 표정으로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내 동료 '스와코'가 저지른 행실에 대해서는 부디 용서해주기 바라네. 이쪽도 막 일어난 터라 정신이 한참 없을 테니까..."
"스와...코...? 서...설마..."
앨리스는 스와코라는 이름을 듣고 얼굴이 굳어졌다. 스와코는 사나에가 불러내려하다 실패한 신이 아닌가.
"말도 안돼...너희는 존재하지 않는...거짓된...신..."
"그래. 너희들이 알기로는 그렇게 알려져 있겠지. 아니, 어쩌면 알려져 있지도 않을지도 모르지..."
붉은 옷의 여인은 쓴웃음을 지으며 앨리스의 상처를 마저 꼬매기 시작했다. 갈고리처럼 굽은 바늘이 살점을 통과하자 자그마한 핏방울이 투명한 앨리스의 피부위에 맻히다 또르르 흘러내렸다.
"우리들은 한때 신앙을 모아가며 살아가던 신이었다...하지만 시대가 흐르고, 우리가 잊혀지기 시작하면서...우리는 살아남을 방법을 모색했지..."
붉은 옷의 여인은 여전히 입가에 쓴웃음을 머금고 있었다.
"방법은 하나뿐이었다. 우리들이 스스로 봉인되어 존재 자체를 없애버리는것..."
"그렇다는건...너희들은 원래부터 존재했다는 건가...?"
붉은 옷의 여인은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얼굴에는 아직까지 참담한 표정이 배어있었다.
"안타깝게도...나는 모든 일을 기억하고 있지만...저 친구는 자신의 존재를 최대한 오랫동안 유지하기 위해 자신을 끊임 없이 분열 시켜왔지. 덕분에 지금은 자아도 거의 남아있지 않은 상태...말하자면 어린 아이의 모습이네. 기억 또한 단편적으로만 남아있지"
붉은 옷의 여인이 일컬은 스와코라는 여자아이는 계속해서 불안한 눈빛으로 앨리스를 쳐다보다 붉은 옷의 여인에게 말을 걸었다.
"카...카나코...어떻게 해...죽는건 아니겠지?"
"걱정하지 마라 스와코. 운이 좋게 빗겨맞았네. 금방 나을테니 자네는 간만의 바깥 구경이라도 하는것이 어떻겠나?"
카나코라고 불리운 붉은 옷의 여인의 말에 스와코는 표정이 밝아져 금새 고개를 끄덕이고는 마당으로 달려나갔다.
"그렇게 된거군...그럼 사나에는...?"
"사나에라...봉인 당해있는 동안 잠결에 들은 기억이 있다...우리를 깨워내겠다고. 존재 자체가 말살이 되어버린 우리를 어떻게 알고 있는지 의문이었다. 하지만...아마도 본능 깊숙한 곳에는 우리라는 존재가 아직까지 각인 되어있는 모양이군"
"각인...? 대체 너희들은 어떠한 존재였던거지?"
카나코가 찢어진 살을 꼬매던 손을 멈추었다.
"우리는..."
한참을 망설이다 카나코는 간신히 입을 열어 대답을 해주었다.
"이 땅의 인간들이 신앙이라는 것을 가질수 있게 기초를 마련해준 신이다."
----------------------------------------------------------------------------------------------------------------
이번 스토리에 참으로 좋은 계기를 마련해준 이야기가 있죠.
절규하고 울부짖고 절망하는 인물이 나타났으면 싶습니다.
후에 여러분들도 글을 읽으면서 그 감정이 뼈저리게 느껴졌으면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