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볼로냐 라가치상 코믹스 영어덜트 부문에서 수상을 한 작품,
『플라네타륨 고스트 트래블』이 드디어 한국에서 출간되었다.
고요하고 아름답고 그리운 밤을 부드러운 그림체와 작가만의 언어로 그려 나간 SF 작품이다.
책이 출간되기 전부터 작가가 SNS에서 조금씩 게시한 일러스트(본 책에 수록) 덕분에
일찍이 인기가 많았다는 점이 특징이다.
책이 출간된 후에는 세계관이 연결되는 『별을 여행하는 소년』이란 시리즈를 펴내어
본격적으로 작가만의 이야기를 깊게 들려주고 있다.
이러한 밤 여행을 함께하기를 청하기 위해,
밤 이야기를 한껏 느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플라네타륨 고스트 트래블』뿐만 아니라
『별을 여행하는 소년』 1권(‘이 만화가 대단해! 2023’ 여성 5위),
두 권 모두 동시 출간하였다.
미지의 우주를 배경으로,
그 우주가 ‘플라네타리아’라고 불리던 시대에 한 소년이 여행하는 이야기이다.
어느 날, 죽음이 사라져서 영생을 얻은 사람들에게 영원한 잠이 찾아온다.
토비아스의 나무에서 뿜어 나오는 독이 체내에 일정량 이상 쌓이면
사람은 영원한 잠에 강제로 빠지게 되는 것이다.
그 이후 도시에서 빛이 하나둘 꺼지며 시스템은 점차 멈추게 된다.
그런 현상을 보고하고 기록하는 플라네타륨 고스트 트래블이란 회사에서
‘별여행자’라는 직종을 가진 한 소년이 그 세계를 돌아다닌다.
모종의 이유로 잠들지 못한 채, “여행을 많이 해.”라는 형의 유언을 계기로
소년은 아주 오랫동안 우주의 이곳저곳을 누비며
여러 사람의 삶이나 도시 등을 기록하고 기억한다.
작가는 막 무엇인가 크게 벌어지는 사건에 집중하기 대신,
이미 모든 게 벌어지고 난 후를 다룬다.
즉, 떠난 사람이 아니라 남겨진 사람에게 집중한다.
잠들기를 택할 수 있는 세계 속에서 타의로 잠들지 못하고 남겨진 소년의 밤은
사람의, 곧 우리의 밤과 닿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