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아블로4가 다른 건 몰라도 그래픽으로 비판받을 만한 퀄리티는 아니라는 생각이 드네요.
일단 디아블로3와는 완전히 다른 엔진, 새로운 기술로 만든 전혀 다른 게임입니다. 확장팩 운운은 정말 말도 안되는 소리구요.
일단 가장 크게 다른 점은 [배경 거의 모든 오브젝트가 실시간 그래픽] 이라는 점입니다.
모든 것이 풀폴리곤으로 렌더링되는 완전한 3D 게임으로 크게 진화한 것이죠.
트레일러에서 그러한 점을 보여준 장면이
이겁니다. 여기서 월드맵 전체가 회전을 하죠. 쿼터뷰라는 고정시점에서는 굳이 배경전체를 실시간으로 처리할 필요가 없어요.
디아3나 POE 처럼 몇몇 오브젝트만 실시간으로 처리를 하고 프리-렌더링 이미지를 깔아놔도 됩니다.
하지만 오픈월드로 변하면서 단순히 줌인 줌아웃만 되는 게 아니라 화면 전체가 전환이 가능한 full 폴리곤 그래픽이 된 겁니다.
자세히 보면 저 멀리 말, 사람 움직임, 굴뚝 연기 하나하나가 모두 실시간입니다.
한 마디로, 시점만 쿼터뷰지, 그래픽의 구성은 FPS 게임처럼 풀폴리곤 실시간 렌더링 그래픽입니다.
프리-렌더링 시네마틱을 사용했던 전작과 다르게 인게임 그래픽으로 처리한 이벤트씬
블리즈컨 디아블로4 시연PC를 모두 RTX급 카드로 달아놨는데도 오픈월드로 나오는 부분에서 프레임 드랍이 발생했죠.
그만큼 거의 전체 오브젝트의 실시간 처리가 자원을 많이 잡아먹은 것이겠죠.
(게임인포머에서 블리자드 본사로 방문해 시연했을 때는 이 부분에서 프레임 드랍이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아마 PC사양이 좀 더 높았던 듯)
텍스쳐 맵핑의 해상도 자체가 다른 완전히 새로운 게임엔진. 캐릭터 모델링만 봐도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 아시겠죠.
그리고 제 눈으로 보고 느낀 점이지만 디아블로3가 '동적 그림자'라면 디아블로4는 '실시간 그림자' 처리를 한 것처럼 보이네요.
단순히 캐릭터의 움직임에 맞추어 보이는 게 아니라, 빛의 방향, 거리에 따라 그림자의 방향, 길이도 동시에 움직입니다.
설명으로 하면 느낌이 안 오지만, 영상을 보면 ...느낌이 오실 겁니다.
블리즈컨 전체를 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아트 섹션에서 디자이너들이 가장 많이 한 표현이
새로운 기술입니다. 기술적인 면에서 진일보했음을 강조한 것인데,
테크닉을 설명하는 부분은 지루해서 사람들이 잘 안 보죠...
용어가 어렵기도 하고.
스킬 이펙트 광원에 따라 움직이는 그림자
향상된 물리엔진.
원래 디아블로3의 물리엔진도 대단했습니다. 많은 분들이 디아블로3의 그래픽을 저평가하지만
스킬에 맞은 죽은 몬스터가 이리저리 튕기고, 배경 오브젝트가 터져서 파편이 튀는 장면은 그 당시로서는 참 대단해 보였죠.
POE에는 이런 물리엔진이 적용 안 됐습니다. (2에는 물리엔진을 적용했더군요)
디아블로4의 물리엔진은 더 디테일한 게, 핏방울이 튀어서 캐릭터에 묻고 흘러내립니다.
피와 살점, 뼈가 튀어서 나뒹구는 애니메이션이 물리엔진으로 구현되었습니다.
배경 오브젝트가 무너지거나 흘러내리는 장면도 좀 더 자연스럽고요.
영상 캡쳐 화면이라 해상도가 낮지만, 실제 시연영상은 굉장히 자연스러웠고 리얼했죠.
그래픽이란 게 취향으로 볼 수 있지만, 객관적인 평가는 좀 더 기술적으로 뜯어보는 거라고 생각하네요.
디아블로4 영상을 보면서 제가 느낀 것은 화려함을 자제하고 분위기에 집중했다는 겁니다.
스킬 이펙트도 3 처럼 알록달록하거나 과하게 비현실적이지 않습니다.
번쩍 번쩍 빛이 나고 칼라풀한 스킬 이펙트들이 화면을 덮는 그런 게임은 아니죠.
하지만 텍스쳐 맵핑, 월드맵에서 먼 배경의 말, 사람의 자연스러운 움직임까지 실시간 구현한 것을 보면서
디테일한 면에 신경을 많이 썼구나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순전히 제 생각이지만, 아트북을 그대로 폴리곤으로 구현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텍스쳐의 질감이 약간은 리얼리즘보다 삽화적인 느낌에 가까웠거든요.
(영상을 자세히 뜯어보면 뭔가 삽화같은 느낌이 날 겁니다)
타격감이란 것도 '느낌'인 만큼 무엇을 중요하게 보느냐에 따라 다를 수 있습니다.
효과음이 팍팍 나는 그런 게임같은 느낌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고
좀 더 현실적이고 자연스러운 느낌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고.
아마도 많은 게시판 유저들은 전자겠지만...
디아블로4는 후자에 가깝다는 생각입니다.
전 둘 다 매력이 있고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블리즈컨에서 보여준 디아블로4는 절대 대충 만들었을 수가 없는 퀄리티입니다.
이 게임은 PS5, Xbox 스칼렛 같은 차세대기를 염두에 두고 제작하는 게임이며,
인터뷰어 : 디아블로4 모든 데모PC에 RTX 카드가 달려있었다. 레이-트레이싱이 옵션인가?
머피 (light engineer) : 아직은 말할 수 없다. 하지만 우리는 엔진을 현대화하는 데 많은 시간을 보냈기 때문에 꽤 좋을 것이다.
새로운 기술의 적용도 염두에 두고 있는, 쿼터뷰 핵 앤 슬래쉬에서는 기술적으로 선도하는 게임입니다.
게임이 마음에 들고 안 들고는 개인의 취향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래픽은 기술적으로 뜯어볼 수 있고,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항목이 아닐까요.
저도 게임 자체는 요새 POE를 더 많이 하고, 게임의 재미나 시스템적 완성도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POE가 잘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디아블로4가 여러 외부적인 요인 때문에 그래픽까지 평가절하 당하는 거 보면서, 이건 아닌데..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길게 끄적여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