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경찰서가 직원들에게 사과 상자를 무더기로 판매한 것을 두고 경찰 내부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직원들은 박영대 강남서장과 친분이 있는 업자가 판매하는 사과를 경찰서에서 홍보한 것을 두고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5일 경찰 등에 따르면 서울 강남경찰서 경무과는 지난달 “가격이 저렴한 사과가 있으니 살 사람은 사라”는 취지로 내부 공지를 올렸다. 공지가 올라온 이후 경무과 등 강남서의 전 부서 직원들이 신청을 했고, 사과박스 약 100개가 판매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강남서 직원들에게 사과를 판매한 사과업체 대표 A씨가 박 서장과 사적으로 친한 사이라는 점이다. A씨 업체는 경남 함양에 위치해 있다. 박 서장은 2015년부터 1년간 함양경찰서장을 지냈고, 고향 역시 함양 인근인 거창인 것으로 전해졌다. 강남서의 한 경찰은 “서장하고 친한 업자가 판다는 사과인데 안 사기도 어려웠다”며 “특히 인사철을 앞둔 시점이라 진급을 하고 싶은 경찰이나, 되도록 잘 보이고자 하는 경찰들은 몇 상자씩 대량 구매하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일부 직원들은 사과가 정상 상품이 아닌 소위 ‘못난이 사과’라는 점도 지적했다. 해당 사과는 표면에 흠집이 있는 등 상품적 가치가 비교적 떨어지는 사과로 확인됐다. “해당 사과는 꼭지가 갈라져 있었고, 원래라면 제가격을 주고는 사기 어려운 상품”이라는 하소연도 나왔다.
논란이 일자 강남서 간부들이 사과상자를 구입한 직원들에게 “구입 여부는 자율에 맡기지 않았냐”는 취지로 다독였다고 한다. 또 애초 “사과를 판다”고 한 강남서 내부 공지 역시 게시된 지 3일 만에 삭제됐다. 구설에 오르자 관련 증거와 진술을 없애려 했다는 의혹을 직원들은 제기하고 있다.
박 서장은 이에 대해 “너무 좋은 사과가 있어 되레 업체 대표에게 먼저 요청해 직원들에게 싼 값에 사도록 하고 농민도 돕고자 추진한 것”이라며 “업체 대표가 지인인 것은 맞지만 당초 이 사실을 전혀 밝히지 않고 희망자에 한해서 사라고 공지를 올렸다”고 해명했다. 박 서장은 이어 “10㎏에 3만원이면 저렴한 게 맞지 않냐”며 “실제 과실을 맛있게 느껴 더 주문하고 싶다고 호의를 보이는 직원들도 많았다”고 설명했다.
한 경찰 관계자는 “모든 조직이 그렇듯 기관장 지인 업체의 물건을 사라는 공지가 올라오면 직원들 입장에서 사실상 강제적인 판매로 느껴지지 않겠냐”며 “과거 지역 경찰서에서나 있는 줄 알았던 행태가 2019년 서울 한복판 강남경찰서에서 있었다니 황당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경찰 관계자는 “강남경찰서는 버닝썬 사건과 각종 비위로 홍역을 치른 곳”이라며 “버닝썬 사건이 잠잠해진 지 반년도 지나지 않았는데 이런 잡음이 또 나는 게 안타깝다”고 꼬집었다.
김청윤 기자 pro-verb@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IP보기클릭)106.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