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도민 36만명에 120원씩 줘
이후 수익 안 늘자 용도 변경 나서
“무리하게 추진 후 계획 바꿔” 지적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경기지사 시절 역점사업으로 추진한 경기 지역화폐 ‘데이터 배당제’의 낮은 수익성 탓에 경기도가 데이터 판매 수익금의 도민 배당을 포기한 것으로 드러났다. 데이터 배당제는 경기도민이 지역화폐를 이용하면서 발생한 데이터를 경기도가 외부기관에 판매해 수익을 얻고 도민에게 환원하는 사업이다. 이 후보는 대장동 사업 등에서 ‘도민 환원’을 수차례 강조한 바 있다. 이 후보의 이미지를 만들어낸 사업 중 하나인 셈이다. 경기도는 수익금을 기존에 지출하던 클라우드 비용으로 쓰겠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도민 환원을 내세운 당초 사업 취지와 어긋나는 것으로, 이 후보의 치적 홍보를 위해 사업을 무리하게 추진하고선 슬그머니 계획을 바꾼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세계일보가 26일 입수한 경기도 지역화폐 데이터 활용 관련 자료에 따르면, 경기도는 2019년부터 지금까지 총 11건의 데이터 판매 수익으로 1억원을 벌었다. 이 중 IT(정보기술) 기업인 에이아이닷엠은 2500만원에 지역화폐 가맹점 결제 정보를 구입했는데, 이곳 대표 최예림 서울여대 교수는 지난달 이 후보 캠프에 ‘MZ세대 전문가’로 영입됐다. 경기도는 2020년 2월 1차 배당으로 2019년 4∼12월 데이터 판매 수익 5000만원을 도민 36만명에게 120원씩 나눠주며 “데이터 주권 실현을 위한 의미 있는 첫걸음”이라고 홍보했다.
경기도는 이후 데이터 판매를 확대하고 도민 배당을 정례화하겠다고 했지만 2년 동안 별다른 소식은 없었다. 자료에도 “향후 데이터 판매금 운용 계획 수립 예정”이라고만 적었다. 경기도 관계자는 “지역화폐 사용자가 늘어나면서 배당 가능 금액이 너무 적어졌다. 그래서 판매 수익을 (지역화폐) 플랫폼 운영을 위한 클라우드 비용으로 지출하려고 계획 중”이라고 말했다. 내부 결재를 통해 데이터 수익금 용도를 바꾸기로 결정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1차 배당 전까지 8개월(2019년 4∼12월)간 데이터 판매 수익과 이후 2년간 판매 수익이 5000만원으로 같아 사업 수익성 자체가 초기보다 크게 떨어진 상황이다. 이 후보는 지난해 9월에도 경기도에서 ‘데이터 주권 국제포럼’을 개최하고 “데이터의 생산 주체이자 주인인 우리 개인들은 아무런 대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며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데이터 생산 주체인 개개인에게 합당한 보상을 줘야 한다고 강조했지만, 이와 관련해 내세운 사업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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