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중반에서 1990년대 초까지 경기 화성 일대에서 발생한 일명 ‘화성 연쇄 살인 사건’의 진범 이춘재(57)씨가 사건 발생 30여년 만에 법정에 증인으로 섰다.
그는 자신의 정체를 추적하는 내용의 스릴러 영화 ‘살인의 추억’(감독 봉준호, 2003)을 교도소 수감 중에 봤으며, 영화로서 봤을 뿐 별다른 감흥은 느끼지 못했다고 밝혔다.
수원지방법원 형사12부(재판장 박정제)는 2일 오후 ‘이춘재 8차 사건 재심’ 9차 공판에 이씨를 증인 신분으로 불러 신문을 진행했다. 이씨는 현재 현재 부산교도소에 수감 중이다.
이날 법정에서 재심 청구인 측 박준영 변호사는 이씨에게 “영화 ‘살인의 추억’을 봤느냐”고 물었다.
이에 이씨는 “교도소에서 봤다”며 “영화로서 봤고 별 감흥이 없었다”고 답했다.
박 변호사가 “마지막 장면에서 송강호 배우가 화면을 정면으로 주시하면서 끝나는 장면은 어땠나?”, “영화를 볼 때 보통 사람과 남다른 감정 있을 것 같은데 어떤가”라고 물었지만 답하지 않았다.
이씨는 “저는 그(화성 연쇄 살인) 사건에 관심을 가진 적이 없다”면서 “얽매여 생각하지 않았다. 개의치 않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영화에서 비가 오면 ‘빨간 옷’을 입은 여성을 대상으로 살인 사건이 발생한다는 내용 등 관련해 “사실과 다른 부분이 많아 신경 써서 보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편, ‘살인의 추억’을 연출한 봉 감독은 주연배우 송강호(형사 역)가 정면을 바라보며 끝나는 엔딩 장면에 관해 “범인은 과시적인 성격으로 자신을 다룬 영화를 보러 극장에 올 것”이라며 “마지막 장면에서 범인이 송강호의 눈을 똑바로 주시하도록 하고 끝내고 싶었다”고 설명한 바 있다.
현화영 기자 hh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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