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우리와 베르트랑이 어디론가로 사라진 이후에, 시큐리티 포스 내외에서는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우선, 가장 큰 사건으로는 말레우스와 그 일당의 입맛에 맞게 여론을 조종했던 언론사들이 말레우스의 실각 이후로 모조리 나락을 가버렸고, SNS가 마비된 뉴스를 대체품으로 해서 실시간으로 소식을 전하고 있었다. 이러한 혼란 속에서, 알베르의 활약으로 말레우스가 저지른 사건이 해결된 후 시큐리티 포스는 내부의 안정화를 가장 우선시하고 있었고, 그중에는 일곱 용자들에게 가혹한 고문을 가하여 대량 탈옥 사태를 일으킨 여러 요원들에게 적절한 처벌을 내리는 것도 포함되어 있었다. 또한 수울즈콰리터 시티의 근처에 있던 몇몇 시민들의 제보로 인해서 미캉코의 광신도들이 저지른 만행이 세상 밖으로 드러나면서 시민들은 미캉코에게 이런 만행에 대한 전적으로 책임을 져야 한다고 항의하고 있었다.
"하으, 후우리, 베르트랑 이녀석들은 도대체 어디에 있는거야.... 이 추운 날 바깥에서 혼자 떨고 있는건 아니겠지? 아니면 어디 잘못되기라도 했나?"
자신에게 닥친 여러가지 일로 인해 지칠대로 지친 김철수는 시큐리티 포스의 일을 잠깐 내려놓고 사라진 후우리와 베르트랑의 행방을 찾고 있었다. 곁에 있던 사람이 순식간에 사라진 것에 대한 상실감, 그리고 자신이 이런 사람들을 지키지 못했다는 사실에 대한 죄책감 때문에 그날 이후로 정상적인 상태가 아니였기 때문이였다. 알베르와 체스터를 따라서 말레우스 일당에 대한 체포 절차도 같이 진행했었고, 체스터의 옆에서 자신들을 습격한 말레우스의 졸개들도 쓰러뜨렸지만, 알베르의 눈에는 그의 상태가 이상한 것을 느꼇다 싶었는지 그의 권유에 따라서 잠시 시큐리티 포스의 요원으로서가 아닌 김철수 자기 자신으로서 사라진 둘의 행방을 찾아다니고 있었다.
"이거 SNS를 봐도 맨날 같은 이야기만 나오고 있네. 하, 쟤네들도 후우리와 베르트랑 엄청 찾고있네. 내가 먼저 못찾으면 난리나겠는데."
"눈 진짜 많이오네, 우산 들고 왔는데 옷에 눈이 쌓이고있잖아."
일단 후우리가 종종 들렀던 리나 시티의 시장가부터 가보기로 한 김철수는 최근에 오기 시작한 눈하고, 이제 슬슬 겨울 이벤트를 준비하는 리나 시티의 시장가를 보면서 이 추운날 밖에서 떨고 있을 둘을 상상하고 있었다. 리나 시티의 시장가는 시큐리티 포스의 혼란스러운 내부 상황과는 반대로 얼마나 평화로운지 많은 사람들이 왁자지껄하면서 매우 활발하게 장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아니 뭐야, 이 꼬마애들은 어디서 굴러들어온거야? 이렇게 사람 많아지면 나 관리 잘 안될텐데...."
"얘들도 우리와 똑같이 불쌍한 애들이야, 좀 도와줄 수 있니?"
"하..... 이건 내 예상에서 좀 벗어난거 같은데..."
시큐리티 포스의 만행에 진절머리가 나서 자기가 스스로 이들에게 손을 내밀겠다는 생각으로 성유물의 용자들중 일부를 데리고 도피를 한 베르트랑은 좀 떨어진 곳에 있는 산데비스탄 시티의 어느 작은 집에 보금자리를 잡아서 도피생활을 하고 있었다. 안티아, 루치아와 자기 멋대로 끼어든 노엘르에 이어서 나머지 루니샤를 제외한 세 용자들까지 어디선가 소식을 듣고 왔는지 베르트랑이 새로 마련한 집 앞에서 자신들도 끼어달라고 얘기하고 있었다. 순식간에 인원이 대량으로 늘어난 베르트랑은 난처해 했지만, 찾아온 손님을 생각해서라도 그리고 자신이 생각했던 걸 실행하기 위해서라도 받아들이기로 했다.
"야, 거기 있는거 다 알아! 어서 내놓지 그래!"
'이런, 그놈들 온다, 일단 숨어!' "하? 너희같은 머저리한테 알려줄 건 없는데?"
"이 자식, 말로 해선 안되겠구만! 힘으로 뺏어야겠는걸!"
"힘으로? 좋지. 한번 덤벼보자고."
성유물의 용자들을 쫓아서 온 말레우스의 파벌들은 종종 베르트랑의 집을 습격하며 용자들을 빼내려 하지만, 겨우 그정도 어설픈 힘으로는 베르트랑에게 상대 조차 되지가 않았다. 두고 보자는 말을 남긴 채 그대로 튀어버린 말레우스 파벌들을 뒤로 한채 베르트랑은 숨었던 여섯 소녀들을 안심시키며 상황을 정리하고 있었다.
"걔네들 갔어? 휴 다행이다...."
"그래서... 우리 뭐 부터 시작하면 돼? 빨래? 청소? 요리? 아니면...."
"나 무서워..... 그 사람들 또 보기 싫단 말이야...."
"아으 아파... 어디 약 없나?"
"좀 천천히 얘기해봐, 정신없어 죽겠네."
한 집에 7명이나 살게 된 베르트랑네는 그렇게 모인지 얼마나 되었다고 아수라장이 되었으며 이 들을 어떻게 먹여 살려야하는지 감도 잡히지 않는 베르트랑이였다.
"우으 추워..... 갑자기 눈도 오고 난리야..... 그나저나, 나 이제 어디가서 자야하지? 하.... 집에 돌아가기도 싫고..."
"으아앙.... 엄마는 진짜 끝까지 하나도 도움 안주면서 가버리고.... 예전엔 나 데려가려고 아우성인데 지금은 아예 나 때려죽이려고 난리치고있네..."
"야, 저기 저 여자애 한번 꼬드겨볼까? 내가 한 매력 하잖아."
"거기 다들리거든? 저리 안 꺼져!"
"으아아아악!"
갑자기 자신에게 작업거는 웬 사내들을 쫓아낸 후우리는 다시 평소처럼 주저앉아서 낙담하고 있었다. 자신도 알 수 없는 곳까지 와버린 후우리는 길을 잃은 채 자신의 현재 상황에 대해서 한탄하고 있었다. 후우리의 말마따라, 말레우스가 실각하고 난 후에 상황은 급변하여, 미캉코의 만행이 전국적으로 퍼진 와중에 사람들이 미캉코에 대한 엄정한 처벌을 요구하고 있던 중이였다. 한때 미캉코의 무녀였던 후우리도 해당이 되어서, 후우리가 뭘 했는지 사람들은 관심도 없고 그녀를 포함한 미캉코의 신도들을 사적으로 심판하려고 혈안이였다.
"우으 내가 너무 심했나 그때.... 아니야, 그건 했어야만 하는거야"
"근데, 다른 애들 보고싶어.... 이게 이렇게 외로울 줄은 몰랐는데... 으으..."
그렇게 정체를 숨기고 돌아다니는 후우리는 또다시 행방이 묘연해졌다.
아무리 자신들이 몸을 숨기고 돌아다닌다 해도, 사람들의 눈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지라 누군가가 찾아내기도 하고, 또 소문이 삽시간에 퍼져나가기도 하던가, 시큐리티 포스가 어느정도 안정화 되고 나서도 시간이 좀 지난뒤, 그러니까 시리우스가 총대장 자리에 앉아서 빠르게 정리하는 와중에 혼자 남아있던 체스터에게 반가운 정보가 들려왔다. 다름아닌, 사라졌던 후우리와 베르트랑을 누군가가 봤다는 것. 방황을 마치고 어느샌가 돌아온 김철수에게도 이 소식은 전해졌고, 한때 한솥밥을 같이 먹었던 이들은 어느샌가 의욕이 되살아나서 그들이 목격되었단 곳으로 출동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김철수, 체스터에게는 더 할 나위없는 기회가 찾아왔고 이 것을 놓치고 싶지 않았던(그니까 더 이상 소중한 동료를 잃고 싶지 않는다는 마음) 그들은 최대한 아는 사람들에게 지원을 요청, 최대한 자신들과 함께할 요원들과 지원을 모으고 있었다.
'이번에는 그녀를 잡아두겠어, 더는 너희를 잃고 싶지않아. 후우리, 베르트랑!'
김철수의 자그마한 후회가 커다란 후회로 바뀌기 전에, 그들을 붙잡기 위해 체스터와 함께 출격 준비를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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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우스가 실각이 된지 10일정도 지났을 무렵에 베르트랑과 후우리의 소식이 들려왔고, 그걸 들은 김철수는 아까도 말했듯이 바쁘게 준비하고 있었다.
"헤이, 거기 청년(blue years)? 뭐가 그리 심각한가, 아앙?"
"뭐야 저 사람은, 아니 왜 말을 그렇게 부담스럽.... 어? 댄디 요원아냐?"
"히히히, 이몸 훌륭하게 부활했지! 이제 나한테 맡기라구!"
"얌마, 뭘 맡기긴 뭘 맡겨, 이미 상황은 다끝났고 남은 애들은 싹다 나가버려서 나 혼자 남았는데."
이제는 혼자 남아버린 체스터 팀의 방에서 김철수가 혼자 짐정리를 하고 있을때, 갑자기 그의 뒤에서 누군가가 나타나서 환영 인사를 하고 있었다. 그의 정체는 다름이 아닌, 수울즈콰리터 시티에서 임무를 진행할 때 부상을 입었던 요원 댄디. 지금 김철수가 심각한 상황에 처해 있는걸 아는지 모르는지 댄디는 해맑게 웃고 있었다.
"에이, 그걸 뭐하러 걱정해? 쓸데없이 방해만 되고."
"야, 눈치좀 챙겨. 걔네 어떻게 나갔는지 알기는 해?"
"아주 잘알지. 그때 무슨일 있었는지 다 들었고, 최근에 나간 애들하고 연락도 했는걸?"
"뭐? 베르트랑하고 연락했다고? 얘가?"
댄디가 이 모든 사실을 알고 있다는 사실도 놀랄 일이지만, 그보다 더 놀라운 건 베르트랑과 댄디 사이에 연락이 있었다는 거로, 이제껏 댄디는 후우리와 같이 다니는 거만 알고 있던 김철수는 깜짝 놀랄수 밖에 없었다. 그나저나, 자기만 빼고 지들끼리 연락했다는 걸 안 김철수는 자존심이 약간 상했지만 말이다.
"그래서, 걔는 요즘 어떤데? 데리고 간 애들은?"
"그거까진 얘기 안했어, 하지만 통화하다 보니까 베르트랑이 겁나 바쁜건 맞는거 같더라고. 소문대로 용자들을 자기가 죄다 데리고 간거 같아."
"하.... 모두 다라..... 그나저나 너도 이 작전 들어갈꺼야? 이건 진짜로 시리우스 총대장, 알베르와 체스터 팀장님 빼고 싹다 모르는데?"
"그런 작전에 이몸이 빠지면 섭섭하지않니? 가여운 레이디들이 위험에 처해있는데 당장이라도 구하러 가야지."
"그게 되겠냐? 걔네는 지금 시큐리티 포스만 보면 치를 떨텐데?"
"그니까 친절하게 접근해야지. 이리온? 무서운 아저씨 아냐 괜찮아. 이렇게?"
아무튼 댄디도 이번 작전에 참전하게 되고 김철수는 조금 한숨을 내쉬며 또 잘못되면 어쩌나 싶었다. 그것보다 더 중요한건, 과연 자신이 후우리와 베르트랑을 설득시킬수 있느냐 이것이 더 중요한 거였다.
"후우리.... 그때 그 후우리는 진짜 뭐 잘못되나 싶었지. 일단 애가 살아있었음 좋겠는데...."
"내가 이걸 진짜로 할 수 있을까.... 주변 사람들은 나 말고는 그 누구도 할 수 없다는데, 그거때문에 괜히 부담만 되잖아."
"어려울건 없어. 후우리에게 필요한건 뒤에서 조용히 껴안아주거나, 천천히 다가가서 따뜻한 위로를 건네주는거 뿐이잖아? 베르트랑은 우리에게 맡기라구! 저어기 마리아씨와 같이 갈테니까, 너도 원하는 사람 있으면 데리고 가보라고."
"원하는 사람이라..... 하, 뒤에 거기 물거품씨? 저희만 남은거 같은데, 같이 가실래요?"
김철수에게 간단한 격려를 한 댄디는 그대로 체스터 일행이 있는 곳으로 떠나고, 뒤의 루루칼로스와 단 둘이 남은 김철수는 마지막으로 후우리, 베르트랑과 함께했던 추억들을 기억하며 각오를 다졌다.
"그래, 일단 해보는거야. 모두 다 괜찮아 질꺼야, 시간도 지났으니 어느정도 풀어졌겠지. 좀만 기다리라고."
시간이 모든 걸 해결해준다고 했던가, 어느정도 생각할 시간을 가졌던 김철수는 엉망이던 그때 그 상황보다는 확실히 나아진 상태였다. 짧은 시간동안 많은 인연들을 거쳐가며 마음 속 쌓여있던 상처를 털어낸 김철수는 이제 타인의 마음 속의 어둠을 걷어내고 아픈 사람을 보듬아주러 갈 시간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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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시큐리티 포스의 작전은 비밀리에, 세상 사람들 모르게 진행되었다. 자신들을 괴롭히는 자그마한 후회들을 떨쳐내기 위해 각오를 다시는 체스터 일행(아쉽게도 최근에 합류한 니니와 하레는, 후우리의 경계를 우려해서 빠지기로 했지만), 현장에 투입되는 핵심 요원 댄디와 마리아, 루루칼로스와 김철수 이렇게 두 팀으로 나눠서 각자 맡은 곳으로 갔다.
"좋아, 저기 루치아가 보인다. 아무래도 작전 장소로 무사히 온거 같은데요."
"일단 대기, 추가 용자들 보일때 까지 기달려. 내가 강조했던거, 잘 알고 있겠지?"
"네, 다른 사람들이 눈치채지 않게 조심히. 시간은 우리편이니 급하게 가지 말것, 그리고 절대 하림 일행과 브레이크 일행에게 이 작전이 노출되지 말것."
"그건 걱정마, 내가 알아서 얘기할께?"
"뭐야! 당신 누구야! 여긴 어떻게 알고?"
"하아... 마리아가 보이길래 뒤따라갔지. 요즘 걔가 상태가 별로인거같아서 무슨 일이 터졌나 싶어서."
산데비스탄 시티의 어느 동네 마트 근처에서 진을 치면서 감시하던 댄디 곁에서 웬 여성이 여자아이를 데리고 자신에게 인사를 나누고 있었다. 시작하자마자 작전이 개작살나게 생긴 댄디는 일단 경계 자세를 취하며 앞으로 벌어질 수 있는 여러 변수에 대해서 대비하고 있었다. 익숙한 얼굴들이 보인 체스터의 명령대로 일단 대치만 해둔 상태로 알베르의 지시를 기다리고 있었다.
"잠깐만, 그거 나한테 줄 수 있나? 어... 어.... 그래, 거긴 무슨일로 온거야?"
"시큐리티 포스에서 그 난리가 났는데 당연히 걱정되서 와봤죠. 안그래도 SNS에서도 대혼란 사태인데 무슨 이상한 일이라도 일어나나 싶어서요."
"에스트렐라, 이거 중요한 일인데. 그 사적인 일이라면 끝나고 나중에 따로 불러줄래?"
"아 제가 도와줄께요. 대충 무슨 일인거 아니까 저도 생각이 있어서 왔거든요. 아, 나나양도 데리고 왔어요. 얘 오랜만이죠(나나 : 안녕 광대아조씨~)
"'아오 이런, 제대로 변수가 터졌네' 일단 댄디, 경계 풀고 에스트렐라와 같이 다니도록해. 자세한 설명은 내가 직접 가서 전할테니까"
브레이크 일행중 한명인 에스트렐라가 갑자기 끼어들면서 큰일 날 뻔했지만, 지금의 에스트렐라는 딱히 누군가의 원한같은걸 가지지 않고 순수하게 알베르 일행을 도와주러 온 것이다. 마침 오랜만에 나나양을 데리고 같이 놀러나온 이 둘은 알베르의 설명을 듣고 이번 작전에 합류했다.
"으아아앙.... 나도 친구 만나면서 어디 놀러다니고 옷 산거 자랑도 하고 그냥 평범하게 살고 싶단 말이야.... 도대체 왜 나한테 그런게 안되는데..."
"엄마는 또 날 저주하면서 투신했다 하고.... 죽으면 다른사람으로 환생한다 하는데, 나도 확 죽어버려?"
"학생! 그런 이상한 소리는 하는거 아냐. 그리고, 시간 다되서 이만 나가봐야 할거 같은데?"
"우으으으..."
후우리의 엄마이기도 한 미캉코 장로가 스스로 저세상에 갔다는 소식까지 들려오면서 후우리는 완전히 망가진 채로 폐인이 되어가고 있었다. 다른 사람들처럼 이 원망스러운 세상을 도망치고 싶어서, 아니면 더 이상 살아갈 의미가 없어져서, 아니면 행복해지고 싶어서인지 요즘따라 코카토리스 캡슐이라든지 투신장소라던지 위험한 정보를 알아보고 있던 그녀는 여관 체크아웃할 시간이 되었다는 그리폰 시티의 낡은 여관의 주인장의 말과 함께 너덜너덜해진 옷을 챙기고 그대로 나갔다.
"어? 쟤 어디선가 많이 본 사람 아니야? 저기요~~"
"사람 잘못봤습니다."
"거 이상하다? 내가 잘 못 본게 아닌데... 뭐 실례했습니다."
"칫, 맨날 저러고 난리야. 또 잡아서 매달셈이지"
어짜피 사람들에게 후우리의 사정이야 안중에도 없고, 그들에게 후우리는 그저 인신공양을 저지른 미캉코의 무녀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어짜피 잡아서 심판하겠지 하고 이제는 체념하기 시작하는 후우리는 그리폰 시티를 벗어나서 정처없이 어디론가로 가고 있었다. 얼마나 오래 걸었을까.... 어딘가 익숙한 장소가 보인 후우리는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한 후 리나 시티의 폐쇄된 어느 장소의 높은 난간에 올라 앉았다.
"이야, 곧 연말이라고 다들 정신없이 준비하네. 나도 정말 정신없이 사는데 왜 아무것도 없을까"
"저긴 사람들 잘 받아들이겠지? 난 그게안된다고...."
"눈이 점점 쌓이네.... 이대로 내가 파묻혀버린다면 날 찾을 수는 있을까?"
반대편에 보이는 리나 시티의 야경을 보면서 후우리가 감탄 아닌 감탄을 하고 있었다. 야경에는 사람들과 차량들이 오고가는 것 부터 시작해서 시장가에서 장식품들을 걸어놓는 광경, 화려한 조명들로 인해 밝게 빛나는 리나 시티의 아름다운 풍경이 이루어져 있었다(그래서 리나 시티의 야경이 유독 유명한 이유이기도 하다) 아무튼, 후우리는 사람들을 보면서 축복받는 것에 대해서 매우 부러워 하고 있었다. 그녀 입장에서는 아무도 자신을 구하러 오지도 않을 것이고, 또 자신은 구원 받을 수 없다는 생각에 절망에 빠졌는지 감정이 또다시 복받쳐 오르는 중이였다. 그녀의 말대로, 트와일라잇 시티의 많은 사람들은 후우리를 그저 미캉코의 무녀로 생각하며 그녀가 삶에 지쳐서 모든 것을 내려놓으려 하는지는 크게 상관없는 일이였다. 단, 한사람을 제외하고서 말이다.
후우리를 찾아서 이곳 저곳 찾아다닌 김철수와 루루칼로스, 그니까 그 외의 추가 지원 없이 단 둘이 수색한 결과 리나 시티에 폐쇄된 곳이 몇군데 있다는 걸 확인한 김철수 일행은 그곳에 후우리가 있길 바라면서 텅 빈 곳을 엄청나게 뒤지고 있었다. 후우리를 목놓아 외치며 제발 그녀가 무사하길 바라는 김철수는 덤. 힘들게 찾아다닌 보람이 있었는지, 후우리의 흔적을 찾은 김철수 일행은 이제는 놓치지 않겠다며 곧바로 그녀의 흔적을 따라 달려가고 있었다.
"허억... 허억.... 허억..... 저기 저 사람은? 어이! 거기 누구 있어요?"
"뭐야?! 여긴 또 어떻게 찾아서 온거야! 대체 날, 굳이 왜 찾아온건데!"
"거기 가만히 있어봐! 내가 금방 갈테니까!"
"그니까, 오지 말라고!!!!"
누군가의 절규하는 외침과 함께 강풍이 일어나며 김철수를 밀어내고 있었다. 이 힘은, 그렇다. 후우리의 힘이였던지라, 김철수는 지금 자신의 눈 앞에 있는 사람이 후우리임을 확신했고. 그녀가 밀어내는 바람에 더이상 물러서지 않겠다며 한걸음, 한걸음 나아가고 있었다. 루루칼로스도 그를 도와주기로 했는지 방울벽으로 김철수가 밀리지 않도록 바람을 막아줬고, 그렇게 후우리의 곁으로 다가가려 한다.
"안돼! 그만하라고! 제바아아알! 제발... 날.... 내버려두란 말이야..."
"더이상 후우리를 내버려 두지 않겠어. 후우리를 두고 도망치지도 않을거고. 이 추운 날 밖에서 눈 맞아가며 벌벌떠는 후우리를 그냥 둘수는 없단 말이야."
"이.. 이상한 소리 하지말란 말이야..... 나 잡아먹히기 싫어... 나 이런거 싫단 말이야..."
김철수가 그녀에게 다가갈수록 그녀의 원망은 점점 울상으로 바뀌여갔다. 그녀의 원망어린 절규는 김철수의 마음 깊이 꽂히지만, 김철수의 각오는 그런 것 쯤은 아무런 방해가 되지 않았다.
"그딴 어설픈 위로는 필요없어! 어짜피 내 인생은 처음부터 망가져있단 말이야! 김철수도, 니니도, 하레도, 내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단 말이야! 누가 내가 힘들때 손 내밀어 주기라도 했어? 따로 얘기라도 했냐고!"
"이젠 괜찮아. 다 괜찮다고."
"뭐가 괜찮아! 하나도 안괜찮아! 세상 사람들 모두가 날 원망한단 말이야!"
"......"
"너도 얘기해봐! 뭐가 괜찮냐고! 뭐가 괜찮냔 말이야...... 내 주변엔 아무도 없단 말이야.... 내 곁에서 지켜주는 사람도 없고, 날 안아줬던 사람도 없고.... 나를 사랑해준 사람도 없단말이야.... 왜 난 이래야만 하는데...."
후우리의 울음섞인 말을 조용히 듣던 김철수도 그녀를 따라서 조용히 눈물을 훔치고 있었다. 그는 지금까지 시큐리티 포스 내에서 쌓아왔던 모든 추억들, 그러니까 베르트랑과 후우리 그리고 댄디, 체스터까지 자신이 겪었던 모든 일 들을 회상하고 있었다. 사람들의 시선에 점점 지쳐가던 후우리는 자신의 눈 앞에 있는 김철수를 밀치며 점점 낭떠러지로 자신을 몰아붙혔다.
"그런 사람들 시선같은건 신경안써, 더는 너를 잃고싶지 않아. 너를 위해서라면 그 어떤 시선에도 맞서 싸워 나갈꺼니까."
"안믿어! 안믿는다고! 어짜피 니 눈에 나는 그냥 꼴도 보기 싫은 정령놈일 뿐이잖아!"
"그런건 이제 신경안써! 내 눈앞에 너는 내 동료일 뿐이야. 내 곁에 와준 소중한 사람이라고. 그 어떤 수단을 쓰더라도 널 지킬꺼야."
"나를... 지켜줘? 이런 날 말이야?"
"후우리가 나가고 나서, 내 마음 속에 쌓여있는 모든 추억들이 생각이 나더라고. 그동안 같이 진행했던 모든 임무들, 그리고 같이 어디론가 놀러갔던 기억들, 서로 모든걸 내려놓고 웃으면서 이야기하던 모든것들이 말이야."
"지금 우리 모든걸 내려놓고, 다시 한번 이야기 하는거야."
"내게 그런 추억따윈 남아있지 않아... 그냥 여기서 죽으면 새로 생길 애들하고 새로 추억이나 쌓으라고해..."
"후우리!!!!!!!!!!!!"
김철수의 정성어린 설득에도 후우리의 아픈 마음은 좀처럼 나아지지를 않았고, 죽으면 새 사람으로 태어나는지 자기도 이런 세상에서 벗어나고 싶었는지 그대로 낭떠러지에서 몸을 던지려 하고 있었다. 투신만큼은 절대 안되는 김철수와 루루칼로스는 냅다 달려가서 후우리의 팔을 잡아서 그녀를 지탱해주고 있었다.
"이 손 놔! 그냥 내버려두라고! 왜 날 가만히 두지 않는데!"
"후우리가 아니면 그런건 의미없어! 오직 너여야만 된다고!"
"필요없다고!! 필요없단 말이야!!!!"
"후우리!!!!!!!"
김철수에게 트와일라잇 시티에 전해지는 환생과 관련된 이야기는 전혀 중요하지 않았고, 오직 후우리를 구해주고 싶었던 김철수는 그녀의 손을 더욱 세게 잡았다. 그런 그의 마음따윈 전혀 모르는 후우리는 이내 냅다 물리적인 힘으로 그의 팔을 가격했고, 순식간에 후우리를 놓아버린 김철수는 자기도 같이 몸을 던져서 후우리를 공중에서 껴안았다.
"넌 왜 몸을 던져... 왜 넌 나한테 이러는데...."
"생각해보니, 고운 정 미운 정 싹다 들어서. 어느샌가 너를 좋아하게 되더라고 헤헤..'이 마음을 진작에 전해줬어야 했는데'"
"무.... 무슨......"
어느샌가 자신을 좋아하게된 김철수의 고백 아닌 고백을 들은 후우리는 큰 충격을 받았고, 김철수는 일단 후우리라도 살려야 겠다는 생각에 자신이 모든 충격을 받아낼 셈이였다. 후우리가 살아서 자신을 기억해주길 바래서인지, 자신과 쌓았던 모든 추억을 마음속에 간직하고 다니길 바래서인지 그대로 눈물을 흘린채 조용히 눈을 감았고. 심경에 변화가 생긴 후우리는 이내 자신의 힘을 이용해 최대한 김철수를 보호하려 했지만, 너무 늦어서인지 그대로 둘은 땅바닥에 쳐박혀 버렸다. 큰 부상을 입은 김철수는 그대로 땅바닥에 주저앉아서 도통 일어나질 못하고 있었고, 자신을 대신해서 희생한 김철수를 보면서 후우리는 도대체 그런 바보같은 짓을 왜 했냐며 아까와는 조금 다른 오열, 그러니까 서럽게 울고 있었다.
"하하하... 그렇게 멀쩡한 걸 보면 무사한거 같네.. 그래 그거면 충분해..(후우리 : 우아아아아아앙! 안돼! 가지마! 가지말라고!! 으아아아아앙!)"
"힘들거나 괴로울때 못버티겠으면 그대로 주저앉아도 돼, 네 곁에 언제나 함께할테니까....."
후우리의 안전을 확인한 김철수는 만신창이가 된 채였고, 뒤따라온 루루칼로스와 후우리의 오열을 뒤로한채 기절하고 말았고, 소란을 듣고 뒤늦게 몰려온 사람들을 보면서 후우리와 루루칼로스는 '내 소중한 사람을 너희들에게 절대로 줄 수 없다'며 그대로 장판파를 시전, 사람들을 그대로 내쫓은채 병원을 찾아서 사라졌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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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데비스탄 시티의 어딘가에 댄디 일행이 베르트랑을 지켜보고 있었다. 시간이 지나서 다른 용자들 까지 확인한 그들은 최대한 조심스럽게 베르트랑의 집 근처로 다가갔다. 일단 들어가지는 않는 댄디 일행, 그들 눈에 보인 베르트랑은 왠지 평화로워 보였다.
"어때, 지금 많이 좋아졌어?"
"우으....."
"아직 갈길 멀었나보네....."
"히히, 좀만 기다려봐. 분명히 좋아질꺼야."
항상 불길한 기운을 내뿜으며 어딘가 화가나있던 성유물의 용자들이 베르트랑의 보살핌 덕분인지 상태가 많이 좋아진 상태였다. 아직은 낯선 사람들을 경계하는 듯 하지만, 지금 이 상태라도 어디인가. 베르트랑의 보살핌 덕분에 용자들 마음 속의 증오가 어느정도 줄어든 상태였다.
"저기... 혹시 안에 계시나요? 잠깐 누군가를 찾으러 왔는데."
"저기, 손님이 오긴 왔는데. 혹시 당신 누구세요?"
"어이 베르트랑, 니 얘기는 많이 들었어. 잠깐 우리 대화좀 나눠볼래?"
"잠깐만.. 뭐야, 니네 언제 여기까지 왔어? 도대체 뭐때문에 온거야?"
베르트랑을 보러 온 에스트렐라와 마리아는 그대로 그의 방문을 두들겼고,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온 베르트랑은 도대체 자신에게 무슨 용무가 있길래 저 둘까지 찾아온건가 싶어서 일단 그들을 들여보내기로 했다.
"여긴 그래도 있을건 다 있네. 괜찮은 집을 구했나보다?"
"베르트랑씨, 요즘은 어때요? 애들은 괜찮고요?"
"좋겠냐, 웬 미치광이들 때문에 골머리 앓고 있는데. 가뜩이나 사람 많아서 정신없는데"
"그래서, 나한테 할 말이라도 있는거야?"
간단한 인사정도 나눈 마리아는 빠르게 본편으로 넘어갔다. 같이 일했던 다른 동료들이 자신을 걱정한다는 내용, 베르트랑 자신이 생각하는 정의에 관한 내용, 앞으로 어떤 계획을 가지는지에 대한 내용 등에 대해서.
"하? 아무래도 거기 돌아갈 일은 없을 거 같은데. 얘들이 그 요원놈들 엄청 경계하기도 하고, 나도 그런 놈들에게 질리기도 했고."
"베르트랑씨, 잘 들어요. 당신에게 요원 복귀 같은걸 바라는게 아니라, 그냥 세상 밖으로 나가보는게 어떠한가 싶은거에요. 다른 애들하고 연락 정돈 나눌 수 있잖아요?"
"뭘 한다고? 나 지금 미쳐버리겠는데 거기에 신경 더 긁겠다는 셈이야?"
"베르트랑씨!"
마리아의 설득에 어딘가 불편한 기색인 베르트랑, 하지만 그녀는 멈추지 않고 더욱 자신의 말을 이어갔다. 분명히 베르트랑이 건넨 구원이라면 충분히 그 아이들도 세상 밖으로 당당히 나갈 수 있다면서, 그녀들에게 조화와 공생을 조금씩 알려달라면서. 이 세상을 평화롭게 살아가게 해달라면서.
"지금 세상이 얼마나 엉망인지는 알고 얘기하는거야? 완전히 개판으로 돌아가는데 말이야. 왜, 노엘르가 맨날 얘기하잖아 그런 세상은 없어지는게 낫다는데?"
"네, 그런 세상은 없어지는게 나아요!"
"뭔 소리야? 너네 세상 지키는 쪽 아니였어?"
"저희는 지금 그런 부조리한 세상을 없애고, 사람들과 어울리며 좀 더 평화로운 세상으로 바꿔가고 있죠. 당신도 그 아이들에게 그런 세상을 안겨 줄수 있잖아요?"
"어이 베르트랑, 괜찮냐? 쟤 말대로, 지금 세상 많이 달라졌다? 맘에 안드는 세상은 그냥 비웃어 버려. 지금 니가 사는 세상은 모두가 행복하고 평화롭게 살아가는 세상이잖아?"
자신의 예상과는 다른 이야기를 마리아와 에스트렐라가 하기 시작하자 베르트랑은 당황했고, 그런 베르트랑을 본 에스트렐라는 베르트랑에게 성유물의 용자들에게 행복을 안겨주라며 더욱 그에게 위로의 말을 건네기 시작했다. 근데, 그때 누군가가 갑자기 위독한 모습으로 그들 앞에 나타났다.
"노엘르? 아니, 그 상태는 또 왜그래요?"
"하하하하..... 평화... 구원.... 난 이미 늦었어... 내게 구원따윈 없다고..."
"뭔소리야? 야! 하지마! 그런거 하지말라고!"
"미안해, 난 내 스스로 내 손에 피를 묻혔어... 더이상 돌아갈 곳 따윈 없다고.. 헤헤... 이런 나를 지켜줘서 고맙단 말을 남기고 싶었는데.... 아무래도 우리는 다음 생에 만나야 될거 같아..."
노엘르는 다른 용자들과는 다르게 완전히 체념한 모습으로 그들의 앞에 나타났다. 코카토리스 캡슐을 깨물었는지 그녀의 몸은 거의 죽기 일보 직전까지 갔고, 자신을 정성스럽게 돌봐준 베르트랑에게 감사의 인사를 남기며 피를 토한채 그대로 쓰러졌다. 바닥의 피 투성이와 철푸덕 누워버린 노엘르를 본 이 들은 예상 외의 상황으로 인해 노엘르를 외치며 제발 죽지말라며 오열하기 시작했고, 당황한 건 바깥의 댄디 일행도 마찬가지인지라 일단 근처의 의사들과 의무병을 죄다 불러둔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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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그마한 후회들을 너는 그 마음으로 안아줬어'
누군가는 구원을 받고, 또 누군가는 구원을 받지 못했군요. 어느 인상깊었던 노래를 토대로 한번 이야기를 만들어 봤습니다. 으어 졸려죽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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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쓴맛은 이 달콤한 맛으로 없애줫다고(?) ??? : 그속에서 누군가가 검은 비를 뿌리겠지 | 23.05.14 13:49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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