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 이 요망이들을 어쩔꼬
주토피아 2 개봉 후 바로 보고 옴
저 잡아 먹을려는 눈빛 VS 잡아 먹히고 싶어하는 눈빛
일단 재밌다. 디즈니 아직 안 죽었다.
내용과 평가에 대해서는 스포 때문에 아래 스크롤
1. 장점
주토피아 특유의 화면을 깨알같이 꼭꼭 눌러담은 동물들의 특징을 유쾌하게 표현한 디테일들이
이번에도 전혀 약해지지 않고 그득그득하다.
나중에 OTT로 나오면 화면 정지해 가면서 장면 구석구석 챙겨볼 재미가 쏠쏠한 수준
PC나 사회정치적 요소가 노골적이지만, 그걸 불편하지 않게 은유적으로 제시한다.
아침 출근하는데, 누가 옆에 붙어서 회사까지 따라 들어오면서 "1 + 1은 2다!!" 외친다면
거기다가 한 소리 내지 않을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그런데 거기다 한 소리 냈더니 "너는 1 + 1이 2라는 데 반대하는 반지성주의자구나!" 하고 역 버럭거린다면
할 말은 많지만 그냥 싹 무시하는 게 나을 지경일 거다.
요새 말하는 소위 PC (본토 용어로 woke)들의 문제점은 이런 비유로 설명할 수 있다.
메세지 자체는 옳을 수도 있고, 그를 수도 있지만, (대체로는 들어줄 만한 메세지들이지만)
그걸 내세우는 방식에서 상대방들이 불쾌감을 유발하고 자기들 자존감만 올라가는 방식이라 문제였었고
상대방의 형편, 상태, 정서에 대한 배려가 빠져 있다.
주장을 할 때도 듣는 쪽의 상황과 경우를 고려하지 않는다.
거기에 학을 떼다가 "PC 냄새만 나도 무조건 부정하고 폄하하는 사람들"마저 많이 나오는 추세임
그런데 주토피아는 1에서도 그랬듯이 2에서도 그걸 제시하는 방법이 스무스하고 자연스러움
이 애니는 '파충류(유색인종 이민자)'가 사실은 주토피아를 건설하는 원안을 제시했던 선구자였고,
그 과거는 고양이(백인 자산가)에 의해서 파충류 혐오로 덧칠되었다'
는 아주아주 PC적인 메세지를 내밈
그런데, 보통 PC질 한다고 손가락질 받는 영화들이 그런 메세지를 내세운답시고
'파충류만 옳고, 합리적이고, 정의로워야 한다'는 식으로 메리수 짓을 벌이지만
주토피아는 이 명제를 놓고 '일을 해결하는 닉과 주디의 티격태격 알콩달콩' 서사에 치밀하게 엮어 넣어서
별 거부감이 없게 받아들이게 하더라
전개 방식의 반전도 주토피아 1 때의 길을 답습하지만, 그런 답습은 요즘 영화판에 차라리 반가울 지경
안 그래도 전세계적으로 정치적 양극화가 극도로 심해지는 요즘에는
주토피아2가 제시한 '파충류 혐오 음모론' 같은 수준의 은유도 못마땅해 보일 수 있지만,
영화 전체의 정서적 거리를 아동만화 수준으로 다듬어서 먹여 주니
이걸 불편해 하면 '애들 만화에 딴지거냐?'는 카운터가 날라올 법도 하다.
무엇보다 주디와 닉의 관계가 알콩달콩 볼 만하게 메인으로 잘 제시했다.
주디는 참 요망하고 매력적인 캐릭터지만,
그 장점 속에는 다소 무모하고, 자기중심적이고, 자기가 주도해야 직성이 풀리고, 성질 급한 면모도 없지 않음
닉도 참 매력적인 캐릭터(여성들 반응 들어보니 아주 '섹시'한 캐릭터라더라)지만
그 장점 속에는 너무 빈정대는 타입의 화법과 방어적인 태도가 없지 않았었음
그 때문에 일을 진행할 때 둘이 서로의 단점을 보완해 줄 때는 그렇게 케미가 좋을 수 없는데,
서로 힘들고 다툴 만할 상황에서는 너무도 다르고 섞일 수 없는 관계이기도 함.
ESTJ와 ISFP 커플 붙여 놓은 것 같음
내 기준에서는 이번에는 주디가 닉에게 좀 너무한 것 같은 상황이 많이 보였다.
보다보면 닉에게 자꾸 감정 이입되는데,
그 상황에서도 착한 닉은 꾸역꾸역 주디를 위해서 달려와주고 참아주는게 그리 매력적임
그런데, 닉에게 빙의해서 주디를 보면 참... 나를 힘들게 하지만 그럼에도 도와주고 싶은 매력쟁이라서 어쩔 수 없는
그런 관계가 참 맛있더라
그런데, 바로 둘의 꽁냥거림이 앞에서 말한 정치적 메세지의 해법의 키워드로 딱 제시하는 거임.
"이것 저것 겪으면서 둘이 서로 너무 다름을 보고 위기가 오지만,
결국 둘이 서로 다름을 받아들이고 나서, 이 정치적 음모론 적 사태를 바라보니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림이 그려지는"
이런 구도로 제시를 하더라.
그래서 '이런 식으로 올바름을 내민다면 덜 거부감들겠지...' 하는 생각이 저절로 떠오름.
불편한 가시 덩어리인 사회적 메세지를 달달하고 부드러운 주디와 닉의 관계성이라는 젤리에 싸서 먹여주는 느낌?
주토피아의 장점은 또한 화면 가득한 활기(Animated)라 할 수 있는데,
이번에는 동물들의 종류가 더 늘어나서 더 색다른 활기들이 화면을 가득 채움
바다사자나 목도리 도마뱀 같은 종류의 활기가 더 풍부해짐
음악도 재등장하신 샤키라 가젤의 주제가가 전작만큼 흥을 돋운다. 전작 Try everything 처럼 몸이 들썩들썩함
결정적으로 '섹시한 호랑이 백댄서'들도 건재한다는 게 중요함
2. 단점
그런데, 스토리 전개에서 너무 단순하게 과거사들을 내밀고,
그 단순한 제시를 너무 짧은 시간 안에 해석하고 전개를 하다보니
"주디가 사진 몇 장 보고 과거의 일들을 다 추론해냈고, 이제 남은 건 증거 찾기 레이스"
같은 편의적인 전개들이 많이 나옴.
내러티브적인 요소에서는 전작에 비해서 확실히 약해진 것 같음.
그런데 정신없이 몰아치는 전개로 그 약점들을 효과적으로 잘 감춤.
(이 정신없이 몰아쳐서 문제점을 숨기는게 요즘 영화들, 드라마들이 잘 선택하는 특징이기도 함)
신캐들(뱀과 비버 동료들)을 잘 데뷔는 시킨 것 같고, 그들의 개성을 잘 표현하긴 했지만
신캐들이 메인 조역인지, 일회용인지는 이것만 보고 잘 모르겠음
만약 메인급으로 푸쉬할 거였다면,
이 둘이 사건 전개상 한 것은 많은데 비해서 이 정도 캐릭터 개성 표현으로는 많이 부족한 걸로 보임.
1편에서 '역차별' 요소로 '반대 측면의 의견 제기도 중요하게 고려해 보자'는 것이 매우 큰 호평을 받았는데,
이번에는 '반대 측면의 입장도 고려'하는 것이 거의 없다시피 함
내가 2편이 1편보다는 좀 떨어진다고 생각하는 이유 중에서 가장 큰 이유임
그런데 지금 현실을 떠올려 보니(트럼프... ) 참작해 줄 만하긴 함
주토피아 1편의 시대에서는 사회가 '누가 더 옳냐'로 토론하는 느낌이었다면
주토피아 2편의 시대에서는 사회가 '내가 옳고 네가 틀렸다. 반대한다면 서로 싸우자' 느낌이라서
중간에서 고민하는 회색지대가 싹 걷어치워져 버린 변화에 적응하려는 선택이 아니었을까 하는 느낌.
그러나 어쨌건 간에 단점은 단점이라고 본다
1편은 그 부분에서 참 신선한 충격이었음.
애들에게도 통용될 표현의 만화가 어른들도 고민 많이 해 봐야 할 주제를
예술영화 기법을 동원하지 않고 애들도 이해하기 쉽게 제시한다는 그 표현 방법에 신선했었음.
2편도 그랬으면 더 좋았을 건데 말임.
3. 기타
(1) 주토피아 1과 비교해서 어떰?
솔직히 주토피아 1 보다는 못함. 주토피아 1은 그야말로 육각형 단단한 작품
(2) 주토피아 2는 그래서 재밌음?
상당히 재밌었음. 닉과 주디 관계성을 중심으로 보면 제대로 맛도리
(3) 주토피아 2는 잘 만든 거 같음?
디즈니 아직 안 죽었다고 생각함. 이번에는 잘 만들었음
(4) 혹시 이번에 뭔가 작품 외적인 암시 같은 거 있음?
스탭롤 내려가면 쿠키영상 나오는데, 거기서 주토피아 3를 조류를 테마로 낼 거 같은 암시가 나옴
(5) 그래서 작성자는 퍼리가 될 거 같음?
난 남자지만 이번에는 닉이 좀 더 매력적... 오해 ㄴ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