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냥팔이 소녀의 재림을 찍은 감독 장선우는, 사실 한국 영화판에서 상당한 각광을 받고 있던 감독이었어.
내 기억으로는 첫 히트작이었던 성공시대
명예와 돈을 좇던 남자의 흥망성쇄
보잘 것 없는 변두리 사람들의 '나름대로' 애절한 사랑
광주민주항쟁을 정면에서 다룬 첫 영화
등등 장선우는 '서울대 출신 감독'이라는 타이틀과 함께
충무로에서 상당히 승승장구했단 말야.
<꽃잎> 이후
<나쁜영화> <거짓말>처럼 논란이 많은 영화들을 찍기도 했지만
어쨌든 영화가 나오면 이슈가 됐기에 투자를 받는 데에 문제가 없었어.
만약 영화가 흥행이 되지 않더라도 해외 영화제에서 상이라도 타오긴 했으니까.
그랬던 감독이 당대 최고의 아이돌이라 손꼽히던 'TTL 소녀'를 데리고 영화를 찍는다고 하니
게다가 이제 막 시작된 새천년 분위기에 어울리는 SF를 찍는다고 하니
당시에는 엄청난 금액이 100억 가량의 투자비를 쏟아붓게 된 거야.
물론 애초에 계획했던 규모가 100억은 아니었다고 해.
하지만 로케 장소에 도착해서
"야, 여기 간판들이 영화 톤이랑 안 맞는다. 가게 주인들한테 얘기해서 모레까지 다 바꿔."
라는 말도 안 되는 지시를 내렸다가 막상 그 모레가 되니까
"오늘 느낌이 안 오네. 못 찍겠다. 들어가자"
식으로 일정을 늘리니 돈이 줄줄 샜던 거지.
아, 중간에 감독이 못해먹겠다고 사라지기도 했어.
그래서 대타가 투입됐지만
애초에 제대로 된 시나리오, 스케쥴, 콘티가 없었던 터라
감독이 돌아오길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고 하더라구.
암튼,
이렇게 완성된 영화의 최종 제작비는 110억에 달했는데
400만이 들어야 본전을 치는 규모였지만
2주 동안 최종 14만이 들면서 극장에서 간판을 내렸고
장선우 감독은 제작사에게 웃으며
"크게 보시한 셈 치세요."
라는 말을 남겼다고 하네.
<쉬리> 이후 한국 영화판이 '산업'으로 성장하고 있던 중요한 시기였던 터라
장선우의 이 폭탄 같은 영화는 상당한 상처가 될 수밖에 없었지.
돈이 안 모이니 영화가 안 만들어졌거든.
암튼 그래서 지금도 장선우라는 이름에 이를 가는 영화판 사람들이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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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서 카페한다고 하더라구. | 24.04.19 11:33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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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제작비 효율적으로 사용해야지. | 24.04.19 11:34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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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병이 가장 큰 원인이 아니었을까? | 24.04.19 11:34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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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아. 그때는 지금처럼 시스템 하에서 분석하고 투자하는 게 아니라 주연배우, 감독 이름 보고 투자가 이뤄지는 게 일반적이었으니까. 뭐 지금도 전혀 그렇지 않은 건 아니지만. | 24.04.19 11:35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