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 학원에서 기초부터 싸그리 갈아치우는 등의 바쁜 나날 중에 한 메일이 들어오게 되었음.
군대에서 알게 된 하사였던 지인이었는데 솔직히 그렇게 친하진 않았음.
그래도 뭔가 싶어서 보니까
내용은
오랜만이다, 해후 먼저 나누고 싶다만 지금 자신의 아이가 많이 아프다.
세상에 있을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아이가 지금 동물의 숲을 굉장히 좋아하는데, 동숲의 캐릭터와 같이 작업 해주지 않겠냐.
자신이 알고 믿고 있는 그림 작가가 같이 군생활 했던 너 뿐이라 이렇게 연락준다.
돈은 원하는 대로 낼테니 2주 안에 배경과 같이 작업해달라 요청함.
안 받을 이유가 없어서 열심히 작업함.
내가 인쇄 관련 정보도 공부해서 인쇄소에서 인쇄한 다음, 1000 퍼즐짜리 액자에 넣어서 아이가 있는 병원으로 갔음.
보호자 외 접근 금지라 직접 볼 수는 없었지만, 그 지인이 날 보자마자 내 손을 잡으면서 정말 고맙다고 함.나도 눈시울이 붉어져서 아이 이야기, 군대 당시 이야기 등 풀다가 집에 갔음.
보수로는 원래 액수의 두 배 가량인 40만원 상당을 받았는데, 쓸 곳도 없고 쓸 마음도 들지 않아서 그냥 뒀다가
후에 아이 장례식장에서 그대로 조의금으로 내고 옴.
나중에 전화 와서 울면서 아이가 정말 좋아했다고 고맙다고 하고, 나는 이 이야기를 다른 데서 이야기 해도 되냐고 물어봄.
그 지인이 긍정하면서 이렇게 덧붙임.
이 이야기는 언젠가 마음대로 풀어도 괜찮지만, 대신에 이 그림은 세상에 공개하지 말아달라.
우리 가족만의 기억이었으면 한다.
단순 글귀였고 이모티콘 하나도 없었지만 왠지 울음을 삼킨듯한 그 메시지에 알겠다고 함.
이 의뢰를 계기로 국내쪽 커미션도 해보면 어떨까 하는 느낌으로 일도 시작하게 됨.
그 동안 가까운 사람한테도 안 풀고 있다가, 이 참에 세상엔 빌런만이 있지는 않았다는 의미로 풀어봄.
그 형이 이 글을 볼 지는 모르겠지만 굉장히 인상 깊었던 일이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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