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목표였던
만화가
토리야마 아키라 선생님의
갑작스러운 부고 뉴스를 듣고
왠지 모를 허탈함과 공허함이 밀려왔습니다.
물론,
저는 조산명 선생님을 실제로 뵌 적도 없고
아무 연고도 없습니다만
그렇기에,
제가 20대 때,
아주 먼 발치의 구석 자리였지만
비틀즈의 “폴 매카트니” 의 공연을
라이브로 보고 들었던 것처럼
언젠가는
토리야마 아키라 선생님을
실제로 볼 수 있었으면!
...하는 소원이 있었습니다.
더 나아가
일본 만화 잡지 소년 점프의
[데즈카 상]을
조산명 선생님께서
심사위원으로서 코멘트를 해주는 것처럼
언젠가는
내가 그린 만화를
토리야마 선생님이 봐주셨으면
...하는 꿈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무엇보다도
저를 가장 공허하게 만든건
이
세계적인 천재의
새로운 작품과
그림과
글과
아이디어를
더 이상은 볼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68세가 적은 나이는 아니지만,
선생님은
여전히 왕성한 활동중이셨기에
새로운 기술과 시스템을 통해
더 가까이
더 디테일하게
선생님의 천재성을
배울 수 있으리라 기대했습니다.
그렇기에 너무 일찍 떠나신 것 같아서
정말 허탈하고 슬프네요...
....ㅠㅠ
‘너는 드래곤볼 전문도 아니면서
뭘 이렇게 오버하냐?’
...라고 물으실 수도 있겠습니다만
어렸을 적,
제대로 만화라는걸
처음으로 보기 시작한 작품은
드래곤볼이었고
그 이후로도 지금까지
꽤나 많은 만화를 봐왔지만
드래곤볼을 뛰어넘은
작품은 없었습니다.
또한
어린 시절,
어른이 시키지 않고,
내 의지대로 그림을 그려본건
아래가 비치는 투명한 기름 종이를
드래곤볼 만화책 위에 올려두고
손오공을 따라 그린 것이었습니다.
그 이후로도 지금까지
그림을 그려왔지만
40이 되어서도
20대의 토리야마 아키라가 이뤄낸,
누가 봐도 알 수 있는 자신만의
그림체를 만들지도 못했고,
동물, 공룡, 기계, 괴물 등등
그 어떠한 것에도 생명력을 불어넣은
살아있는 디자인을 만들지 못했으며,
한번 보면 잔상이 남을정도로
빛이 나는 컬러감을 형성하지도 못했고,
선두, 카린탑, 신의 궁전, 뱀의 길, 계왕성
나메크 별등
리얼하면서도 환상적인
자신만의 세계관과 스토리를
구축하지도 못했고,
한번 보면 손을 놓을 수 없는
가독성, 전달력, 속도감, 만화 연출 등을
폭발시키지도 못했습니다.
단언컨데
추억 보정을 넘어서서
지금까지 그 어떤 만화가도
토리야마 아키라를 뛰어넘지를 못했고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그렇기에
[만화]라는 방식 안에서
신의 영역에 도달한
조산명 선생님의 새로운 영감과
인생사룰 볼 수 없다는 것이
저를 너무나 허무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이 감정은 저만 느끼는게
아니라고 확신합니다.
그리고
왠지 모르게
“난 그동안 뭐 한걸까?”
“난 앞으로 뭘 해야 되나?”
...라는 공허함이
파도처럼 밀려와서
약 일주일동안
집이건, 회사건 의욕없이
멍청하게 있었습니다.
그런 와중에
멍 때리면서 보던 것은
토리야마 아키라의 일화를 소개하는
일본 뉴스나 다큐, 과거 인터뷰등의
유튜브 영상이었습니다.
그것들 중 인상적이었던 것은
조산명 선생님께서도
데뷔 전에는
500 페이지 이상의 단편 만화를 그리며
여러모로 절박한 심정이었다는 것.
제가 주목한 것은 구체적인
[500페이지] 였습니다.
내가 지금까지 살면서
만화를 500페이지나 그려본 적이 있는가?
...
그토록
토리야마 아키라 선생님처럼 되고 싶었으나
선생님이 죽고나서야
그리고
내가 곧 죽을 나이가 되어서야
어떻게 해야할지에 대한 답이
보이는 것 같습니다.
저 답을 예전에도 알았던 것 같은데
그냥 더 일찍 해보지,
왜
[그냥] 하질 못하고
매번 변명과 의심만 하다
시간을 날린 후에
이제서야 그냥 하게 될 마음이 드는건지
원....
나름 글에
기승전결을 주기 위해
마무리는 파이팅하자! 로 썼습니다만
솔직히
여전히 뭔가 좀 형언할 수 없게
허탈합니다.
이것은 저만 그런 것도 아니고
전세계인들이 마찬가지니
다만, 시간이 약이겠지요.
떨어진 삶의 의욕을 일으키고자
어렸을 적 기름 종이에
드래곤볼을 따라 그린 것처럼
토리야마 선생님을 그려봤습니다. ^^ㅋ
별로 안 닮아서 죄송합니다.
토리야마 센세...
선생님의 그림은 너무나 시그니처해서
어렵네요... ㅠㅠㅋ
제가 죽었을 때
신을 만날 수 있다면
진짜로 신이 된 선생님에게
제가 그린 만화를 보여드릴 수 있도록
죽기 전에 제 나름의 시그니처한
그 무언가를 남기겠습니다!
당신과 같은 시대에 태어나
선생님의 만화를 볼 수 있던 것은
행운이자 축복이자 영광이었습니다.
당신과 당신의 작품과 캐릭터는
영원불멸입니다!
이제 편히 쉬세요.
토리야마 아키라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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