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코지마 히데오 다큐가 나왔다는데 디즈니 플러스 계정이 없어서 생각난김에 써본 글입니다. ㅋ
이하 평어체로 갑니다.
코지마 히데오라는 사람에대해서 이야기하면 빠짐없이 나오는 것이 영화광이라는 말과 함께 그의 창작물에 녹아있는 영화의 오마주, 복제(흔히 일본식으로 파쿠리) 혹은 표절에대한 논쟁이다.
코지마 히데오 스스로도, 그의 팬들도 그 시절을 낭만의 시절이었다고 말하며 그냥 옛날일이라고 넘기려는 경향이 좀 있는데, 사실 그러기엔 코지마는 선을 많이 넘기는 했다.
코지마가 예전 인터뷰에서 가이낙스를 언급하며 그 시기에는 저작권을 신경쓰지 않고 만들 수 있어서 축복받은 시기였다고 언급한 적이 있는데, 가이낙스는 지금은 뭔가 횡령 탈세 무개념이미지가 강해진 회사지만 자기들 이름 걸고 나온 상업작품에 패러디가 아닌 타사의 상업 컨텐츠의 요소를 복제해 넣어서 문제가 되진 않았다. 여기서 가이낙스가 언급된 이유는 높은 확률로 '다이콘3,4' 오프닝 애니메이션을 언급하는 걸거다.
<다이콘3, 4 영상>
다이콘3,4 오프닝영상에는 분명 스타워즈, 스타트렉을 비롯한 수많은 상업작품의 캐릭터들과 연출이 패러디되어 등장한다. 하지만 다이콘3,4 영상은 동인이벤트에서 상영하는 것을 전제로 만들어진, 일종의 취미영상이다. 상업작품이 아니다. (이 문제를 자세히 다루려면 일본의 오타쿠 1세대의 동인문화와 결부해서 2차창작계에대한 상당히 긴 설명이 필요하므로 대략 이렇단 정도만 이야기하겠다)
스필버그의 레디 플레이어 원(2018)처럼 상업작품 요소가 짧게라도 등장하면 원칙적으로는 상대방의 허가를 얻어야한다. 당시 이 영화가 개봉전부터 이슈가 되었던 것도 오버워치, 건담, 고질라 등 쉽게 허가를 얻기 힘든 캐릭터들이 대거 카메오 등장하기 때문이었다.
코지마에게 이 논란이 항상 따라다니는 근본적이유는 코지마가 영화에서 구성요소, 캐릭터, 연출을 무허가로 가져다 썼기 때문이다. 당시에 사용허가를 신청했으면 대가없이 사용이 허가되었을지도 애매한 수준의 것이 꽤 많은지라...지금은 이미 지나간 일이긴해도 논란 자체는 사라지기 힘든 것이다.
## 결론부터, 왜 이런일이?
원래 작품들에 들어간 표절논란 요소들을 먼저 설명하려고 했는데, 뭔가 너무 비방목적으로 보일 것 같아서 미리 오해를 막기위해 결론부터 이야기를 하자.
코지마는 능력없는 게임 제작자가 영화 복제로 성공한 사람이 아니다. 그는 충분히 실력있는 게임 개발자이며, 자기만의 스타일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물론 그게 좋으냐 별로냐는 개개인의 취향에 따르겠지만) 스내쳐 등 논란의 중심인 어드벤쳐 게임은 서양의 어드벤쳐 장르에 영향은 받았을지언정, 문제요소를 제외해도 그 자신의 독창성을 잘 드러낸 게임으로 완성되었고, 재미도 평도 나쁘지 않다. 메탈기어 솔리드1도 표절논란의 부분을 제외해도 게임은 멀쩡하게 호평할만하며 게임의 중심에 영향을 주는 부분을 표절한 것은 분명 아니다. 특히 메기솔은 특유의 기믹플레이와 자유도, 3D를 활용한 공간적인 구성으로 당시 게임업계에 큰 영향을 끼친 게임이기도 하다. 문제요소는 문제요소라 쳐도 게임의 본질은 분명 재미있는 게임인 것이다. 게임은 원래 목적이 그러하듯 재미의 추구방향은 플레이 그 자체에서 오는 즐거움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의 작품에서 문제시되는 부분은 모두 동일하게 영화로부터 캐릭터, 내용, 소재, 화면 연출을 따온 것들이다. 그러니까 게임의 '플레이'에 영향을 주는 부분은 아니지만, 기본토대가 되는 소재 및 전개, 혹은 캐릭터 등을 영화로부터 영감을 받는 수준을 넘어서 그대로 복제해 넣는 것이 문제가 된 것이다. 논란이 뒤늦게 불거진 이유도 여기에 있다. 게임이 게임을 그대로 베낀 경우엔 보통 사람들이 손가락질을 한다. 하지만 다른 매체의 것을 베낀 경우에는 아무래도 직접적인 비교가 쉽지않기에, 혹은 소비층이 다르기에 잘 모르는 채로 우야무야되었던 시기적 영향이 크게 작용했다.
그럼 왜 선을 넘은 표절요소가 많은가... 좋게 말하자면 코지마는 사랑하는 영화의 요소를 자기 게임에 구현한다는 낭만에 빠진 사람이고, 나쁘게 말하자면 좀...생각이 짧았고, 개념이 없었다. 당시라고 해서 남의 작품을 함부로 복제해서 넣는 것이 OK였던 것은 아니다. 당시에도 디즈니는 자신들의 캐릭터를 함부로 복제하면 고소를 하고 있었고 미국에서는 각본의 주요부분을 복제해 쓴걸로 저작권을 두고 소송전을 벌이는 일도 결코 적지 않았다. (심지어 백투더퓨쳐2는 마티의 아버지역 배우가 교체되었는데, 교체 된 배우가 과도하게 1편의 자신을 흉내냈다며 소송을 걸었을 정도다)
그러나 영화의 주류 시장과는 동떨어진 일본이라는 지리적 특성, 그리고 게임이라는 당시에는 아직 메이저 문화로 편입되지 않은 틈새 시장의 매체(아래 리스트를 보면 알겠지만, 코지마의 문제될만한 게임들은 거기서 더 마이너한 MSX2, PC98계열로 나왔다)라는 특성으로 주목을 받지 않았던 것 뿐이다. 그렇다보니 제동이 걸릴 때까지 문제라는 인식 자체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코지마의 표절논란이 일만한 게임들 중 서구권에 정식으로 발매된 첫 게임은 메가시디판 스내쳐(1994)로, 나온 시기가 차세대기(PS1, SS) 발매 시기와 겹쳐 쫄딱망해서(수 천장 밖에 안팔렸다) 큰 이슈는 되지 않았지만, 어?하는 분위기는 있었다. 후속작격이며 3DO 초기부터 대작으로 소개되며 많은 매체에 올랐던 폴리스노츠(PC9821판 1994, 3DO판 1995, PS/SS판 1996)가 해외시장에 끝까지 정식 발매되지 않은 것도 매체에 실렸을 때부터 리썰웨폰 표절논란이 있었던 것이 영향을 끼쳤을 가능성이 높다.
이 때까진 게이머들 사이에서 언급되는 것 정도로, 그래도 법적인 송사가 일어날 뻔 한 사건은 직접적으로는 없었는데, 플레이스테이션1의 대흥행과 3D그래픽시대 도래로 인한 주류 미디어의 관심이 쏠리기 시작하면서 상황은 변하게 된다.
바로 메탈기어 솔리드(1998)가 존 카펜터 감독의 뉴욕탈출(1981)과 후속작의 탈을 쓴 리메이크작인 LA탈출(1996)의 설정, 구성, 연출을 너무 대놓고 쓴 탓에 소송을 당할 뻔 하게 된다. 그나마 주 저작권자인 카펜터 감독이 영화사측에 소송하지 말것을 종용해서 조용히 넘어가긴 했지만 이 때 소송을 걸었으면 어찌 되었을지는 분명치 않다.
이 사건을 계기로 코지마도 문제를 심각하게 인식하게 되었는지 이후로는 영화의 요소들을 그대로 복제해서 작품에 넣는 것을 피하고 오마주임을 인지할 수 있는 형태로 넣게 된다. (메기솔2에서 스네이크가 플린스킨을 가명으로 쓴다던가)
그래서 메탈기어 솔리드2부터는 직접적으로 뭘 베꼈다, 표절이다 이런 논쟁은 잦아들게 된다. 결과적으로 이 논쟁은 저작권에 무지하던 시대와 '내가 좋아하는 영화의 요소를 게임에 넣고싶다'는 창작자의 무책임한 욕심이 결합되어 낳은 산물이라 할 수 있겠다. 문제가 될줄 몰랐다고 해서 행위가 정당화 되지는 않겠지만 말이다.
정리하자면 그가 여러 영화의 요소를 무단 복제한 것은 사실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변명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그가 만든 게임의 재미에대한 평가마저 절하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앞서 말했듯 그가 표절, 혹은 복제한 내용은 게임의 핵심적인 부분보다는 부수적으로 영향을 주는 것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공은 공이고 과는 과다. 그의 표절행위는 비판하고 게임의 재미있는 부분을 칭찬하면 될 일이 아닐까. 최소한 문제라는 것을 알고나서는 더이상 과거와같은 실책을 반복하고 있지는 않으니까.
## 문제의 작품들
대략 논란이 있었던 것들 중 본인이 기억하는 한도 내에서 정리를 해보았다.
### 메탈기어
터미네이터의 카일리스와 MSX판 메탈기어 표지.
메탈기어(1987)는 표지가 터미네이터(1984)의 카일리스 등장컷의 무단 도용이다. 캐릭터명과 잠입, 요인구출이라는 요소는 뉴욕탈출(1981)에서 따왔고, 스토리는 람보2(1985)를 비롯한 전쟁기반 영향을 받았지만, 양쪽 모두 영향을 받은 정도지 표절소리를 들을 정도는 아니다. 반전요소를 포함해서 짜임새 있는 이야기가 많은 호평을 받기도 했고, 동시기 람보2에 직접 영향을 받은 SNK의 이카리(1986) 등에 비하면 훨씬 독창성이 높다. 추가로 매뉴얼에 실린 빅보스가 뉴욕탈출의 스네이크를 닮긴 했다.
### 메탈기어2
메탈기어2(1990)는 스내쳐 이후에 나온 게임인 탓인지, 한 층 더 과감해져서 1편이 표지를 영화에서 도용한데에 한 술 더 떠서 작중 등장하는 캐릭터 얼굴이미지를 전부 영화의 유명인 이미지를 그대로 따서 사용했다. 이정도로 대놓고 쓰면 지금이라면 초상권 침해에 걸릴 것이다.
### 스내쳐
스내쳐(1987)는 어드벤쳐 장르이다보니 메탈기어와 달리 정지컷이긴해도 영화적 연출을 넣을 여지가 많다보니 굉장히 광범위하게 선을 넘어간 게임으로, 기본 캐릭터 디자인의 상당부분을 포함해 세계관 구성을 블레이드런너(1982)와 바디 스내쳐(아마도 1978년판)에서 따왔으며, 작중 스내쳐의 골격은 터미네이터, 라이벌 캐릭터는 듄에서 스팅이 연기한 페이드 로타 캐릭터를 그대로 복제했다.
### 폴리스노츠
폴리스노츠(1994) 또한 기조를 그대로 이어받아 리썰웨폰 시리즈(1987, 1989, 1992)의 주역인 마틴 릭스, 로저 머터프의 디자인을 그대로 따왔다.
작품 내의 소재들도 세세한 차이는 있지만 상당 부분을 리썰웨폰 시리즈에서 차용해 변주한 부분이 혼재한다. 리썰웨폰 콤비 캐릭터의 성격이나 행동패턴을 너무 그대로 쓴 점도 분명 문제지만, 사실 이 작품에서 제일 문제되는 부분은 캐릭터보단 스토리 부분의 표절에 있다. 메인스토리의 장기 밀매와 관련한 내용을 코마(1978)에서 소재와 내용구성 거의 대부분을 그대로 따왔다.
처음 발매된 PC9821판에서는 작중 월면기지에서 진실과 조우하는 씬을 영화 코마(1978)의 인상적인 가사체 데롱데롱씬을 아예 그대로 따다 썼다. 스내쳐 메가시디판 발매후 이슈화 된 것의 영향인지는 모르지만 게임기 이식판에서는 가사체가 캡슐에 보관된 형태로 수정되었다.
게임기판의 같은 가사체 보관장면. 완전히 달라졌다.
이 작품도 스내쳐와 마찬가지로 오리지널리티가 가미된 세계관 속에서 이 작품 저 작품에서 따온 요소들이 뒤섞여 우당탕탕 벌이는 활극같은 작품이라 즐겁기도 하지만, 개발 초기부터 CD를 매체로 하면서 용량의 한계가 사라져 스내쳐보다 한층 더 다른 영화의 요소들을 그대로 복제해넣었다는 점, 특히 화면 구성이나 연출을 그대로 복제했다는 점에서 스내쳐보다 더 비판받을 요소가 많은 작품이기도 하다.
### 메탈기어 솔리드
그의 작품들 중 가장 큰 센세이션을 일으킨 첫 3D게임인 메탈기어 솔리드(1998)의 경우는 일단 게임 설정부터 뉴욕탈출(1981)과 후속작 겸 리메이크작인 LA탈출(1996)의 '폐쇄된 곳에서 정부 요인을 구출하라'는 구도를 따르고 있으며, 임무거부를 막기위해 시간제한이 걸린 바이러스 병기를 주사한다던가 세상을 뒤흔들 최신병기가 얽혀있다던가 여러부분을 따왔다. (어찌보면 첫 작품인 메탈기어1의 주인공 이름, 빅보스의 모습 등이 뉴욕탈출의 오마주였으니 코지마는 이것을 원점회귀로 여겼을지도 모른다)
끌려와 브리핑 후 약물 주입당하는 스네이크들.
오프닝도 뉴욕탈출과 LA탈출의 요소를 섞어서 따왔다. 스네이크를 연행해 임무부여 후 바이러스 투여, 어뢰형 잠수정으로 잠입시키는 전개까지 완벽하게 그대로 따라간다.
폴리스노츠와 비슷하게 화면 연출이나 캐릭터를 다른 작품의 연출에서 많이 따왔음을 알 수 있다. 폴리스노츠까지의 별 문제 없었던 경험과, 3D그래픽으로 표현하는 표현기법의 차이로 문제가 없을 것이란 안일한 발상이었을지도 모르겠지만, 메탈기어 솔리드1은 정말 너무 많은 부분을 탈출 시리즈를 레퍼런스로 삼아놔서 준수한 자신만의 스토리와 세계관, 각종 신선한 시도에도 불구하고 소송당해 매장당할 뻔한 지뢰요소가 되었다.
## 마치며
하다보니 너무 시간이 오래 걸려서 대략 이정도로 정리하도록 하겠다. 특별히 코지마의 팬은 아니지만 그래도 좋은 게임을 만들었던 크리에이터를 과도하게 까는 것은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 반대로 잘못한 것마저 잘했다고 옹호하는 것도 좋지 않은 일일 것이다. 잘한건 잘했다고, 못한건 못했다고 선을 그어서 평가 해주면 충분하니 과도하게 빨지도 과도하게 까지도 말았으면 좋겠다.
이상 과도하게 긴 글을 읽어주셔 감사합니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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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지마 초기에는 진짜 뻔뻔하긴 했음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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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단의 기술이기는 하지만 처음으로 만드는 컨탠츠 한정으로 쓸수 있는 기술이 있다...그냥 가져다 배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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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기솔이랑 스내쳐보면 확실히 비슷하다고는 느꼈는데 역시 이런일이 있었구만 잘읽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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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좀 아쉬운건 코지마는 그 당시는 그랬어란 것을 변명 삼아 과거의 일을 묻어만 두고 있다는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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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기솔이랑 스내쳐보면 확실히 비슷하다고는 느꼈는데 역시 이런일이 있었구만 잘읽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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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샤합니다 ㅋ | 23.12.10 16:24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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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지마 초기에는 진짜 뻔뻔하긴 했음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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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별로 보면 별 문제 없으니까 점점 에스컬레이션을 한게 아닌가 싶기도 하네요 ㅋㅋ | 23.12.10 20:07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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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좀 아쉬운건 코지마는 그 당시는 그랬어란 것을 변명 삼아 과거의 일을 묻어만 두고 있다는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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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단의 기술이기는 하지만 처음으로 만드는 컨탠츠 한정으로 쓸수 있는 기술이 있다...그냥 가져다 배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