짤은 제목이랑 가장 비슷한 느낌의 짤
서문
냉기와 어둠만이 가득 한곳 고대인들은 지옥을 이렇게 묘사했다.
헬의 영토, 외롭고 슬픈 곳, 한빙지옥, 등등
하지만 현대인들은 스스로 지옥에 갇혀 세상을 거부하기 시작했다.
냉동인간 기술의 권위자인 빅터 프리즈 교수가 고안한
완전한 냉동인간 기술 엔디미온 시스템의 개발로 인간은 죽음을 초월하였다.
생명체의 완전한 냉동과 해동이 가능해진 이래로
당시 사람들은 희망을 꿈꾸었지만
그러나 세상은 오히려 더욱 각박해졌다.
재벌등 부호들은 죽기 직전에 스스로를 냉동시켜 상속세 등을 회피했고
회춘의 연구등을 바라며 잠이 들었으며 그렇게 재벌들은
막대하고 절세하는데 시간과 노력이 드는 상속세를 납부하는 대신
연 1억의 냉동인간 타워의 유지비를 내는 것으로 대체했다.
-물론 그 과정에서 오고간 돈은 미래를 위한 투자였을 뿐
명분적으로 뇌물이 아니라는 것은 모두가 알고있는 사실이리라.-
'The king is dead, long live the king!'
냉동인간 기술이 발명되고 부자들이 냉동인간 시설의 비용의 대부분을 납부해도
수많은 가구들이 나머지 비용을 여전히 감당하지 못했고
제대로 된 해동절차에 소모되는 추가비용 조차 지불하지 못하고,
설사 냉동된 이유의 난치병과 불치병의 치료법이 개발된다 하여도
치료비가 만만찮아 그대로 얼어붙은 관짝에서 시신을 꺼내가야 하는 경우 또한 허다했다.
'오 내 영혼이 빠져나와 원하는 대로 이리저리 걷게 하소서.
제물들이 바쳐질 때 나의 이름으로 바쳐진다면 내가 이를 알아차릴 수 있게 하소서.
내가 그 제물을 받을 수 있게 하소서. 설령 그 것이 나의 것이 아니라
호루스에게 바쳐진 것이라 할지라도 내가 이를 나누어 받을 수 있게 하소서.'
그리고 나는 이 냉동인간들을 위한 마천루 정글의 얼음 피라미드 속에서 깨어있는
(잠이 들지 않는 한) 유일한 사람이다.
나는 이 냉동타워의 관리인으로서 유일한 살아있는 인간 남성이다.
-그렇다고 다른 여성, 동물이 있는것은 아니다.-
아, 방금의 표현은 냉동인간의 생존권을 침해하는 발언이었군
부디 잊어주기 바란다.
나의 하루 일과는 간단하다. 잠에서 깨어나 간단한 식사를 하고
오전 순찰을 돌면서 램프를 체크하며 시스템 이상을 확인하고
점심 식사를 한 다음 후식을 먹고 소화와 독서를 한 다음
저녁 순찰을 돌면서 램프를 확인하고 시스템 이상을 체크한다
내가 테어나서 성인이 된 이후로 맞이한 첫 직장이자
마지막 직장이 될 곳이었다.
어차피 이곳은 턱걸이 냉동타워
간신히 냉동인간 비용을 부담하는 사람이 머무는 곳
아무리 더러워도 청소할 필요가 없지만, 나는 늘 순찰할 때마다 청소를 하면서
이곳을 돌아다닌다.
그것이 죽지도 살지도 못한 양자얽힘 상태에 있는 이 사람들에 대한 답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 사람들은 관측되었지만 나는 해동을 관측으로 간주하겠다.
기계에 오류가 있었을 확률도 있으니.)
고대 이집트의 현인들은 시체를 최대한 온전히 보존한 미라로 만들어야
내세에서 돌아와 다시 부활하여도 살 수 있을 것이라 믿었다.
그들은 시체를 말렸고
우리는 시체를 얼렸다.
그 차이 뿐이다.
여기 얼려져 있는 사람들 대부분은 계속 얼려져 있을 것이며
해동되는 사람들은 없다시피 하고 비용을 감당못해 녹아버리는 사람만이 나올 뿐이다.
암울한 시대다.
과거의 한 현인이 말했다.
역사는 영원히 되풀이된다고
우리를 보라. 기원전 수천년 전을 이제서야 재현하고 있지 않은가?
그들은 살아서 죽었다.
죽지않기 위해 죽었다.
잠들었을 때 일어나지 못할까 두려워서 죽었다.
나는 언제나 죽음을 영원한 잠으로 생각해왔다.
죽음이란 언제나 찾아올 수 있는, 그런 무언가라고 생각되기 때문이었다.
우리는 잠들 때마다 한번씩 자아의 죽음을 경험하고
사후세계를 거닐다가 다시 태어나는 생명의 순환을 겪고있지 않은가?
그러나 냉동인간은 얼음 피라미드의 꿈을 꾸는가?
그렇다면 나는 매일밤 결코 우아하다거나 고상하게 죽지는 못했지만
그렇다고 천박하거나 추악하게 죽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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