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올해로 일본에 산지 햇수로 12년 됨.
나는 지방에 있는 2년데 기능대 졸업생임.
아, 지금은 폴리텍 대학이라고 하나?
라떼는 기능대라고 불렀음.
여튼 학벌도 변변찮고 군대도 늦게 간 놈이
취업을 해봐야 그 수준의 잣소에 들어가는게 일반적이었는데
한 번 그렇게 취업했다가 인간적으로 이용만 당하고 거하게 배신 당해서
때려치고 고향으로 내려와서 백화점 주차 안내 알바 했음.
그러면서 이력서 넣고 떨어지기를 반복하니까 별 수 있나..
할 줄 아는 외국어가 일본어 밖에 없으니 일본으로 눈 돌렸지.
워홀 비자 따고 얼마 안 있어서 3.11 대지진 터졌단 말이지?
일본에서 살고 있던 사람들이 너나 나나 할 거 거 없이 귀국을 하니
신오오쿠가 난리가 났던지 채용 공고가 올라 왔길래 면접 보고 합격.
그 길로 일본으로 건너왔지.
나는 이른바 신오오쿠보 한류샵 1세대 점원으로 일을 했었음.
근데 MB께서 독도 땅 한 번 밟아주시니
일본의 오른쪽 놈들이 풀발기를 하니까 신오오쿠보 경기가 박살이 나더라고.
가게 매출이 반쪽이 나면서 알바들 목 날아가는 거 보니까
나도 날아가겠다 싶어서 지금 업계의 회사로 이직을 함.
처음에는 해외 무역 그러니까 포워딩을 먼저 했었음.
영어? 잘 할리가 없잖아. 당연히 구글 신에게 의지했지.
일본어는 어차피 신오오쿠보 시절에 아주머니들 상대하면서
어눌했던 것이 말 술술 풀렸기 때문에 대화 자체는 그렇게 문제 없었고
포워딩 업무를 하면서 이제 비즈니스 일본어를 구사해야 했기 때문에
선배를 메일 보면서 따라했었지.
거기서 2년 정도 포워딩을 하면서 또 이직을 했지.
우리 나라 물류 대기업의 일본법인으로 운좋게 이직을 했는데
생각을 해봐라?
한국에서 이 기업에 나 같은 놈이 이력서를 낸다?
바로 쇄절기 감이란 말이지?
근데 나는 운도 있었지만 쉽게 그 회사 이직을 하게 되었음.
그래서 그 회사에 도합 7년 반 정도 일했음. 내 인생에 가장 긴 근속이네.
그 중에 2년은 포워딩 수출 업무. 나름 큰 안건도 했었음.
포워딩 일이라는게 꽤 재밌더라고. 물론 같이 일해 준 협력사들이 잘 해준 것도 있었음.
나머지 5년, 5년 반을 일본 국내 물류를 했었음.
포워딩이랑 차원이 다른게 국내 물류더라고. 진짜 많이 고생했었는데
당시에는 창고 소장이랍시고 그렇게 차려진 창고에서 일을 했었지.
창고가 어느 정도 안정화 되고
후임이 들어와서 내가 본사로 불려 내려왔는데
내려오자 마자 사내 정치에 휘말릴 거 같길래 사표 써버림.
사실 창고 소장 할 때 너무 고생을 했지만 이루어낸 것도 많아서
약간 번아웃이 왔었던 모양임. 그래서 여러 여건이 겹치려고 하니
좀 쉬자며 사표 쓰고 나와서 일 자리 조금씩 찾다가
지금 회사로 왔음.
지금 회사는 스위스가 본사인 업계에서는 좀 많이 알아주는 회사임.
거기 운영하는 창고에 관리직으로 이제 2년 됐나.
여튼 나는 보면 대학 전공이랑 전혀 동떨어진 일을 하고 있는 놈임.
토익도 없는 놈이 스위스 회사에서 되먹지도 못하는 영어 써가며 일을 하고 있음.
일본 취업을 생각하는 게이들은 잘 생각해야 되는게
일본어는 당연한 거임.
그리고 나는 일본 내에서는 죄다 외국계 기업에 취업을 한 사람이지만
비단 외국계든 일본계든 한국에서의 당신 학벌은 전혀 도움이 안 된다.
아. 토익 이런 거는 도움이 됨.
결과적으로 일본 회사 입장에서 당신은 일본어를 할 줄 아는가
그리고 부수적으로 영어가 좀 되면 더 좋고? 임.
일본의 어느 일반적인 회사를 가던 간에 입사하면 스타트 지점은 똑같음.
고만고만하다는 거임.
거기서 자기 몸을 어떻게 불리냐가 관건임.
내가 어떻게 글로벌에서 업계에 내로라 하는 회사에 이직을 했을까.
결국에는 물류 업계의 인력 부족이라는 특수성도 있지만
10년에 가까운 내 경력에 있었다는 거임.
이 회사는 토익도 없고 학벌도 변변찮은 나를 10년 경력 보고 뽑아준 거임.
나도 내 경력에 대한 프라이드도 있었고 말이지.
일본에서 경력은 무시할 수가 없어.
하지만 3년까지는 경력 축에 못 껴.
3년 버티고 5년 버티면 그제사 사람구실 하겠다 싶어지는 거야.
그리고 이직을 해가면서 내 몸 값 불려가는 거지.
일본 회사에 취업하려거든 당장의 욕심을 버려야 됨.
이게 현실임.
요약.
1. 일본어 잘 해라.
2. 한국의 학벌 가지고 내가 이런 사람인데는 버리고 영어만 더 파자.
3. 그렇게 취업해도 당장 내 앞 길은 꽃밭이 아니다.
4. 당신의 대학 전공이 반드시 일본에서도 이어지지는 않는다.
5. 그냥 부여된 비자 안에서 열심히 살아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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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포워더면 판알피나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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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때 운이 잘터져서 그럭저럭 성공한 캐이스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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땡. 틀렸습니다. 선생님 | 23.01.04 13:46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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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앤크
학생. 정진 하시게... | 23.01.04 13:50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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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때 운이 잘터져서 그럭저럭 성공한 캐이스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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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아. 운이 좋았던 거는 부정 못 하겠음. 만약 전 직장에 티오가 없었더라면 이직 당연히 못했겠지. 그리고 지금의 나는 없었을 거고. 당시에는 12월 연말이었고 물류 업계에서 12월은 지옥 중의 지옥이라 사람이 필요했었던 타이밍에 내가 이력서를 넣었고 한 번 보자고 해서 봤더니 덜컥 붙어 버린 거지. 그리 들어간 회사에서 창고장까지 하게 될 줄 누가 알았겠어. 거기서 배운 게 지금 회사에서 많이 도움 되고 있지. | 23.01.04 13:56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