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이즈 제도 앞바다에 있던
오션 터틀에서 발생한
교전 아닌 교전으로
일본과
전 세계의 모든 시선이
또다시
이즈 제도 근처의 해상 쪽으로 쏠리는 사이
일본 본토에서도
절대로 알려져서도 안되고
알릴 수도 없고
알려지지 않을
일본 본토 전의
본격적인 교전 아니 전쟁이 시작되었으니.......
이즈 제도에서 일어난 교전(?)으로부터
며칠 뒤,
사이타마 현 외각의 한 야산에서는
일본 육상자위대 제 1 공정단 제 3 특과대 대원 중
키리토가 선발한 대원들 대
북한 정찰총국 대원간의
사상 최초의 일본 본토 전의 서막이라고 할 수 있는
진짜 교전이 터지고 있었지만
그 사실은
일본의 어느 누구도 모르고 있었으니.....
모병 포스터나 안내용 애니에는
이런 거 한다는 소리 안 나왔었다.
육상 자위대 제복 차림으로
되게 지루한 표정으로 사카모토의 모병 지원서를 받아 간 모병관도
자위대에 들어온 이상
앞으로 이런 거 한다는 소리 안 했었다.
1000km가 넘는 거리를
발바닥이 개차반이 될 정도로 걸어다닌다는 소리도 없었고,
세상의 무게를 가진 군장 때문에
슬슬 등이 꾸부정하게 된다는 소리도 없었다.
거기에
키리토에게
지시 아닌 지시를 받았을 때에도
무엇보다도
이렇게 강풍에 춤을 추는 헬리콥터에서 2미터 높이 아래,
산 정상의
코딱지 만한 땅바닥 위로 뛰어내릴 거라는 소리는
더더욱 안 했으며
저쪽 산 능선 너머에서
아군 추격대에게 저격탄을 날리는 북한 공작원들을 잡으러
이렇게 뺑이 친다는 소리는
특히나 안 했었다.
제기,
난 낙하산 타는 자위대원 아저씨 사진보고
이 자위대에 제 발로 걸어왔단 말이다.
게다가
난 두 달 뒤면 전역한단 말이다.
"야, 꽉 잡아! 꽉 잡으라구!"
키쿠오카 일등육좌가
사카모토에게 소리를 버럭 지르는 게
시끄러운 헬기 엔진음 속에서 겨우 들렸다.
사카모토 삼등육조는
기체의 개방된 출입문 쪽에 쭈그려 앉아
아래쪽의 지상으로 뛰어내릴 타이밍을 보고 있는데,
그 모습이
요동치는 기체와 함께
모두에게 불안하게 보이는 모양이다.
키쿠오카 일등육좌는
계속해서
그런 사카모토에게 경고를 하는 중이다.
이윽고
블랙호크 헬기가 중심을 잡은 듯
공중에서 차분히 떠 있게 된다.
그 틈에
사카모토 삼등육조는
2미터가 조금 넘는 지상을 향해 몸을 날렸다.
기체 바닥의 끝에 앉아 있던 터라
엉덩이로 바닥을 차고
앞으로 몸을 기울이자
그의 몸이 공중에 붕 뜬다.
허공에 떠 있는 기분 나쁜 느낌이
뒷머리를 뻣뻣하게 만든다 싶었는데
갑자기,
발바닥과 발목에 충격이 느껴진다.
두 눈을 뜨고
빤히 가까워지는 지상을 바라봤는데도
거리 감각은
저 위의 헬기 안에 놓고 왔는지 착지했다는 생각도 하기 전에
이 놈의 몸뚱이가
암반 바닥 위에 철퍼덕하고 떨어진 것이다.
그리고는
중심을 잃고 뒤로 자빠진다.
또 오른손은
꽉 움켜 줬던 89형 자동소총을
자신의 면상에 떨어뜨린다.
잘 한다.
빌어먹을.
"억!"
총 몸이
자신의 아랫입술을 때리면서
찌릿하다.
그러나
아프다고 구시렁거리기 전에
사카모토는
몸을 굴려
그 자리에서 최대한 벗어났다.
곧 다음 팀원들이
그 자리로 뛰어 내려야 하기 때문이다.
사카모토는
자리를 벗어나자마자
가까이에 있는
이끼로 뒤덮인 바위 뒤에서
사격 자세를 잡았다.
아랫입술을 입안으로 들여
혀끝으로 입술의 상처를 살피고 있었지만
시선을 총구와 함께
북한 공작원들이 짱 박혀 있는
동쪽 산 능선을 경계했다.
다음 팀원이 떨어지는지
퍽 하는 소리가 한번 들리고는
육두문자가 그쪽에서 들려 온다.
박력 있는 욕설로 보건데
텐쿠치 일등육조 아니면
오오하라 삼등육조 같았다.
UH60 블랙호크 헬기는
머리 위에서 금방이라도 몸살이 날 것 같은 엔진음을 토해 놓고 있지만
이미 일대의 흙이나 돌 조각은
진작에 저 하강 풍에 쓸려 날아갔는지
흔한 먼지조차도 일지 않는다.
그저 시원한 하강풍이
땀에 젖은 온 몸을 말려 준다.
원래 키쿠오카를 포함한
그들의 침투 지점은 이곳이 아니었다.
저쪽 10시 방향에 있는 산 정상이
1차 침투 지점으로서
그곳에서 로프를 이용하여 내려오기로 했으나
강풍에 헬기가 몇 번 춤을 추니까
그 망할 놈의
급속 레펠용 로프가
나무 가지에 걸려 버린 것이다.
어떻게 빼 본다고
헬기 승무원과
텐쿠치 일등육조가 용을 써 봤지만
로프가 걸린 나뭇가지만 통째로 흔들리기만 했다.
결국
로프 거치대에 있는 연결고리를 풀어,
로프를 포기하고
어찌어찌 찾아본 투하 지점이 지금 이 장소였다.
적 공작원들에게 역습을 가하고자
헬기로 여기까지 침투 비행을 해 왔기 때문에
속이 다 울렁거렸는데
이제는 알아서,
재주껏 발목 안 부러지게 뛰어내리라는 것이다.
하여간
이 놈의 자위대는
뭐가 정석대로, 교범대로 돌아가는 법이 없다.
하지만
동쪽 산 능선 너머의 난장판을 수습하기 위해서는
이 방법을 통해서라도 도착한 게
천만 다행이었다.
그곳 산 능선 너머에서는
2개 중대 병력의
경찰 기동대 수색 부대가
아마 두 명으로 추정되는 공작원들의 교차 사격에
꼼짝도 못하고 발이 묶여 있었다.
적들의 정밀한 사격으로
이미 세 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상황이며
또 몇 명의 공작원이 더 있는지도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기에
모든 상황이 시급했다.
게다가
저들 말고도 상당수의 공작원들이
이 곳을 빠져나가서
카와고에 시 방면으로 간 것이 확인된 이상
무슨 수를 써서라도
저들을 돌파하는 것이
최우선 순위의 임무가 되어버린 상황이기도 했다.
일본인들 누구도
이 엿같은 전쟁 아닌 전쟁이라고 할 수 있는
자세한 상황을 알지 못하지만
비공식적으로나마
이번 북한군의
일본 본토 침공에 대한 전수방위 작전이 시작된 시점이
불과 48시간도 안 된 상황이지만
전체적인 상황은 아주 심각했다.
처음 북한 공작원으로 의심되는 사람들에 대한 신고가 있자마자
해당 지역의 경찰 병력이
공식적인 이유로는
불법입국자 체포 목적이라는 이유로
긴급하게
도로를 차단한 것까지는 좋았다.
그런데
그런 검문절차를 진행하고 있던
승합차 행렬의 마지막에 있던
소형 승용차에 탑승했던
두 명 혹은 세 명으로 추정되는 괴한들이
검문을 하던 경찰관과
하필이면
그 초소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던 SAT 대원들에게
소구경 권총을 쏘아 대고는
그들의 89식 소총 2정과
MP-5 A4 경기관총 2정,
그리고
실탄 360발을 탈취해 간 것부터
일이 꼬이기 시작했다.
이 곳이
사이타마 현 근방이라서
북한 공작원들이 여기서 더 내려가,
사이타마 시 시내로 들어가면
더 심각한 상황이겠지만
이미
그들이 여기까지 침투한 것도
일이 충분히 꼬인 상황이었다.
그 뿐만 아니라
현재
적 저격에 발이 묶여 버린
경찰 기동대 수색대의 처지는
키쿠오카를 포함한 그들에게 있어서
꽈배기 선물세트나 마찬가지였다.
그들 특임 중대가-
중대라고 해봐야
열 한 명이 전부지만-
가장 가까운 곳에서
투입 임무를 맡고 먼저 도착했다.
나머지 지원 병력들이
트럭과 헬기에 분승하여
이 쪽으로 오고 있다고는 하지만
언제 오려는지 모르겠다.
설마,
우리 열 명의 팀원들이
이 모든 깽판 5분전 쇼를 떠맡게 되는 건 아니겠지?
"저기! 저쪽이야!"
바로 등뒤에서
우리 중대의 선임담당관 텐쿠치 일등육조가
사카모토 삼등육조 앞쪽을 가리키며 소리친다.
블랙호크 헬기는
벌써 나머지 팀원들을 모두 지상에 떨궈 놨는지
대기 위치인
남쪽 산 너머로 이동하고 있었다.
헬기가 멀어져 가면서
텐쿠치 일등육조 곁에서
무선망에 상황을 전파하는
현장지휘관 키쿠오카 세이지로 일등육좌의
다급한 음성이 들려 온다.
"그래, 알았다.
현망에 대기하는 모든 통사들도
귀소 위치를 파악하고 있다.
잠시 대기!
잠시 대기!"
사카모토는
바위 뒤에 웅크리고 있던 몸을 조금 일으켜 세운 뒤,
조심스럽게 고개를 두리번거리며
동료들을 살폈다.
다들 어디 안 부러지고 잘 접지했나?
텐쿠치 일등육조,
동기 오오하라 삼등육조,
또 중대 막내 카토 삼등육조.
한데 녀석 옆에는
내 바로 위 고참인 텐쿠치 일등육조가
평소에 욕을 내뿜을 때처럼
눈을 반짝이며
카토 삼등육조의 발목을 만지고 있었다.
부상자구나.
오오하라 삼등육조는
이미 카토 삼등육조가 발목을 다친 것을 알고 있는지
자기 조수인 나카무라 삼등육조에게 손짓을 보내어
카토 삼등육조에게 보낸다.
슬금슬금 뒷걸음질로
그들에게 다가가자
키쿠오카 일등육좌의 교신 내용과 뒤섞여 들리는
욕쟁이 할배
텐쿠치 일등육조의 욕설이 귀에 들어온다.
"야,
이 똥 대가리야!
내가 헬기가 움직이지 않을 때 뛰랬잖아.
뭐가 그렇게 급하다고 훌쩍 뛰어내려?
너 혼자 내려가서
저 북한 공작원들 다 잡으려구?
그래서
훈장 타고
내일 아침 부로
일등육조 아니 삼등육위될래?
오냐!
그래,
그래서
내일 아침부터 나한테 경례받아라,
이 씹쭈구리야.
새끼,
생긴 것 보면
띨한 것 다 아는데 티를 내냐?
어휴∼멍청한 놈 같으니.
에이, 씨."
"죄송합니다,
시정하겠습니다!"
"죄송으로 마빡을 까 버릴까 보다."
텐쿠치 일등육조가
새파란 삼등육위와 떠들고 있는 동안
지금 그들의 지휘관인
키쿠오카 일등육좌가 다가갔다.
"텐쿠치, 얘, 못 걷지?"
"네, 키쿠오카 일등육좌님."
키쿠오카 일등육좌가 혀를 끌끌 차더니
사카모토를 한번 쓱 쳐다본다.
뭔가 좋은 일을 시킬 것 같은 눈치가 아니라서
사카모토가
눈길이 마주치기 전에 시선을 피하니
그는
다시,
시선을 돌려
고목 줄기 뒤에 몸을 숨긴 채 경계 중인
나카무라 삼등육조를 응시했다.
"나카무라!"
"삼등육조 나카무라 킨!"
나카무라 삼등육조가
우리 쪽으로 달려오자
키쿠오카 일등육좌가
카토 삼등육조를 가리키며 지시한다.
"막내가 이동을 못 할 것 같다.
네가 함께 있으면서
여기서 동쪽 공제선을 관측해라.
혹시라도
다른 지역대 애들이
일대에서 착륙할 곳을 찾으면
내가 조치 할테니
네가 여기서 무전으로 유도해 주고. 알았냐?"
"네, 알겠습니다."
저럴 줄 알았으면
키쿠오카 일등육좌의 눈길을 피하는 게 아니었는데…
입맛 다시는 소리를 내며
키쿠오카 일등육좌를 응시하자
그가 사카모토를 툭 치고는
텐쿠치 일등육조 쪽으로 달려가고,
그가 다가오는 것을 본
텐쿠치 일등육조가
곧바로 휴대하고 있던 지도를 꺼낸 뒤
"이 곳에서 교전 지점까지 가려면
두 곳의 능선을 타고 갈 수 있겠습니다.
대장님."
"그래?"
"네,
저쪽 사면 아래로 한 20여 미터 내려가면
좌우로 구불구불하지만
그래도 동쪽의 산으로 이어져 있는 능선들이 있습니다.
아까 한 뺑이 치기는 했지만
그래도
최초 침투 지점보다는
이 곳이 휠씬 이동하기에 좋은 것 같습니다."
텐쿠치 일등육조의 지형 보고에
키쿠오카 일등육좌는
그를 빤히 쳐다본다.
그뿐만 아니라
대원들 모두의 시선이
텐쿠치 일등육조에게 향한다.
"선임담당관,
두 조로 나누어서 갈까 생각중인가?"
"네, 대장님.
혹시 모르니까
양쪽으로 갈라져 이동 한 후에
교전 지점이 있는 산 능선에서 다시 합류하면 되겠죠."
두 사람의 의견은
나머지 팀원들의 생각과 크게 다르지 않아서인지
그들의 대화에
모두가 긍정하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자, 출발 1중대!
이동 간 경계 확실히 하고!
선임담당관,
우리 먼저 이동하겠네."
"예, 대장님."
키쿠오카 일등육좌가
첨병으로 앞장선 뒤
그의 지휘를 받는 1조 중대원들이
사면 끝에서 오른쪽으로 방향을 바꿔
조심스럽게 부엽토 바닥을 달려 내려갔다.
그러자
곧바로
텐쿠치 일등육조와 사카모토 삼등육조가 그들의 뒤를 조금 쫓아간 다음,
그들이 향하는 능선의 동쪽을 응시했다.
사카모토 삼등육조는
쌍안경으로
간헐적으로 아군의 총성이 울리는 산의,
우리 쪽을 향하고 있는 사면을 응시했고
텐쿠치 일등육조는
8배율 저격용 스코프를 통해
중대장조가 향하는
그쪽 전방을 살폈다.
"텐쿠치 일등육조님,
교신 끝났습니다."
오오하라 삼등육조가
우리의 전개 상황을
키리토가 있는 임시 상황 본부에 보고 한 후,
무전기 키를
PRC999K 무전기의 몸체에 고정하며 속삭였다.
"그래,
우리도 가자.
오오하라, 선두!"
"예."
오오하라 삼등육조는
특과대 내에서
우지 기관단총의 접이식 개머리판을 붙이는 식의
불법 개조를 한
미네베아 PM-9 기관단총의 멜빵을
총 몸과
용수철 개머리판에 감아서 정리한 후,
총기를
우측 어깨에 견착하면서
발걸음을 옮겼다.
그 뒤로
약간의 거리를 두고 사카모토가 뒤따랐고
다른 팀원들 역시,
산사면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겉으로 보기에는
단단한 지면 같았지만
부엽토가 깔려 있는 바닥에
두 발이 푹푹 빠지기도 했다.
온 몸에서 땀이 비 오듯이 흘렀지만
긴장 때문에
더위는 물론,
피로도 이미 잊은 지 오래였다.
지난 30시간이 넘는 시간 내내,
산 속이나 땅굴을 심마니처럼 헤맸는데
이 놈의 북한 공작원들은......
엉뚱한 곳에서 나타났다.
씨∼.
부엽토 사면이 끝나자
이제는
전방에 구불구불한 길이 나타났다.
길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수풀이 우거져 있고
어쨌든,
선두에 선 오오하라 삼등육조는
묵묵히 거친 진로를 인도해 나갔다.
나뭇가지에
얼굴에 생채기가 나고
돌덩어리에게
발목이 꺾여 가면서
그들은
최대한 속도를 내서 능선을 타고 이동했다.
오오하라 삼등육조가
진로를 막는 나무 덤불과
서로 엉켜져 있는 잔가지들을 정글도로 쳐내거나
혹은
한 팔로 휘저어 밀어내면서
진로를 개척할 때는
사카모토 삼등육조가
어김없이
그의 등에 밀착하여
전방을 경계했는데,
오오하라 삼등육조의
거친 숨소리 속에는
육두문자가 섞여 있어
사카모토 삼등육조의 귀에 들리는 것 같은 느낌까지 들었다.
그가 말 안 해도 다 들린다.
'좆도, 니미,
맨 날 이 뺑이야,
아∼지겨워.
산토리 (일본 유명 위스키) 나 큰 거 한 병 마셨으면 좋겠네.'
"타타탕! 타타타탕!"
교전이 있는 산 쪽에서
아군의 기관총으로 추정되는 자동사격음이 청취되었다.
순간,
모두가 숨을 쉬는 것도 잊은 채
총성이 울리는 방향을 주시한다.
다시 발걸음을 뗄 때쯤에
'탕'하는 소리가 길게 울렸다.
89형 소총의 소리가 분명했다.
처음으로 적이 발사했을 총성을 듣게 되니
마치,
심장 안에 누가 숯불을 집어넣은 것처럼
가슴이 뜨거워지면서
숨이 조금 막혔다.
그 막힌 숨통이 다시 트일 때에는
등줄기가 사정없이 서늘해진다.
오오하라 삼등육조가
자세를 바짝 낮추고
전방에 펼쳐져 있는 소나무 숲 속을 응시한다.
그가 좌에서 우로 천천히 살펴볼 때,
사카모토는
그의 어깨 너머로
그가 주시하는 반대편을 경계했다.
오오하라와 사카모토의 거리는,
불과 2미터 정도.
그의 뒤에도
역시 비슷한 거리를 유지하고 경계 중일 다른 대원들도 있을 것이다.
오오하라 삼등육조는
이상 없다는 수신호를 한번 보이고는
천천히 몸을 일으킨 후
다시 이동을 속개했다.
그런데
이 놈의 소나무 숲은 끝이 없는 것 같았다.
가뜩이나
땀과 긴장으로
숨통이 꽉 틀어 막혀 있는 것 같은데
진한 솔 향을 계속 맡고 가려니
질식할 지도 모른다는 생각까지 든다.
그럴수록
89형 소총 손잡이를 꽉 쥐고
방아쇠 가까이에 걸쳐 둔 손가락의 긴장을 유지하고자
무던히 애썼다.
수풀 바닥에는
마른 솔방울들이 밟혀 부서지고 있었다.
의식적으로
발 밑에 있는 솔방울이나 나무 가지들을 한쪽으로 쓸어 내며 걷던 중,
그렇게
아주 잠깐
사카모토 삼등육조의 주의가 발 밑으로 향할 때에
"퍼펑!"하고
엄청난 폭발음이 귀청을 때렸다.
그대로 귀가 먹었다면
수류탄 따위가 폭발한 것이고
이후에
다른 폭음이 들리면
십중팔구 총성이다.
"타타타탕! 타타타타탕! 타타탕!"
폭발음의 진원지는
사카모토 삼등육조의 2미터 앞이었다.
나무줄기에 기대어 선 채,
전방을 향해 불을 뿜고 있는 텐쿠치 일등육조의 뒷모습이 보였다.
사카모토도
그 자리에서 몸을 낮추고
이미 어깨에 견착되어 있는 자신의 총기의 총구를 전방으로 신속히 쳐들었다.
여기까지는
그의 사고 작용과 관계없이,
그저 4년 넘는 시간 동안,
지겹던 훈련들로 숙달된 반작용과 같은 것이었다.
다음,
방아쇠를 당기는 건
순간적인 그의 판단이었다.
탄창 하나의 총탄을 다 비운 텐쿠치 일등육조가
수풀 바닥으로 몸을 날리면서 소리쳤다.
"11시 방향에 적!"
텐쿠치 일등육조가
그 자리에 몸을 눕히자
사카모토 삼등육조 전방의 시야가 시원스럽게 뚫렸다.
그리고
텐쿠치 일등육조가 말한 것처럼
전방 11시 방향,
10여 미터의 거리에 추적이는 나뭇가지들이 보였다.
처음에는 바람 때문인 줄 알았으나
본능적으로 그곳에 뭔가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방아쇠를 덜컥 당겼다.
"타타탕! 타타탕! 타타타타탕!"
사카모토의 89형 소총 총구에서
화염이 쏟아져 나가면서
천둥 같은 총성이 고막을 울렸다.
총성이 무지하게 크다고 느껴질 때에는
총의 개머리판을 견착한 사카모토의 우측 어깨는
다듬이 방망이질을 당하는 듯한 격렬한 충격에 익숙해진 상태였다.
순식간에
스물 여덟 발의 실탄이 발사되고
노리쇠가 후퇴 고정되었다.
그것도 총성이 멎은 걸 듣거나
총구 화염이 더 이상 쏟아져 나오지 않는 걸 봐서 알게 된 게 아니라
어깨를 두들기는 반동이 뚝 멎었기 때문에
알 수 있었던 것이다.
사카모토 삼등육좌도
그 자리에 몸을 날려 눕히면서 목청껏 외쳤다.
"11시 방향에 적!"
사카모토의 후방에서
그 다음으로 사격을 개시할
키쿠오카 일등육좌를 위한 경고가 끝나기도 전에
그의 89형 소총이 역시 불을 뿜었다.
사카모토의 바로 뒤통수 위쪽에서
총성이 무지막지하게 울렸다.
그 사이에
새 탄창을 총기에 삽입하고 장탄한
선두 첨병 오오하라 삼등육조는
단발 사격으로
전방의 적 지점을 견제했다.
사카모토는 혹시 몰라
새 탄창 대신
특전조끼의 포켓에서 J400 수류탄을 하나 꺼내어
안전클립을 제거하고
안전핀에 검지를 걸었다.
여차하면
곧바로 투척하려고
몸도 대충 일으켰던 상태였다.
그렇지만
등 뒤쪽에서
세 번째로 키쿠오카 일등육좌가
전자동 사격으로 적 출현 지점을 두들길 때,
전방 일대의 수목들 때문에 수류탄 투척이 불가능하다는 걸
얼른 깨닫고
사카모토는 자신의 엉성한 판단에 허탈해 했다.
"타타타탕! 타타타타타탕!"
아마 텐쿠치 일등육조로 생각되는
사격수의 전자동 사격이 계속될 때에
사카모토는
새 탄창을 갈아 끼우고 사격 준비를 마쳤다.
그러나
텐쿠치 일등육조가 사격을 하지 않고 있는 걸 확인하고서
방아쇠를 깊게 당기지 않고
살짝 당긴 채 대기했다.
오오하라 삼등육조가
빈 탄창이 될 때까지 사격을 하고
그 녀석까지
장탄을 하기 위해 몸을 눕히자
일대에 갑작스러운 정적이 찾아온다.
더럽게 썰렁한 정적 때문인지
아니면
갑작스럽게 놀라서인지
순간적으로 양어깨가 움찔하고는
이후로 등줄기가 서늘해진다.
저 수풀 속의 북한 공작원이 수류탄을 투척할까
사카모토는 내심 걱정이 되었지만
나무 줄기들이 빼곡한 곳은
저쪽도 마찬가지이기에
큰 걱정거리가 아니라고 스스로를 안심시켰다.
아니, 그렇게 믿고 싶어했다.
사카모토 삼등육조의 온 몸 중에서
허리 아래로는 아무런 느낌이 오지 않았다.
하지만
엎드려 쏴 자세를 하고 있느라
그의 상체의 체중이 실린 양 팔꿈치는
더럽게 아려 온다.
교전에 대비해서
헬기 투하 전부터 소매를 내려 두었는데
대체,
뭐가 팔꿈치 밑에 깔려 있는지
양 팔꿈치가 더럽게 아팠다.
그렇게 한 1-2분이 지났나?
주변에 더운 바람이 길게 한번 불자
솔 내음과 화약 냄새가 뒤섞여 난다.
오오하라 삼등육조가
최초 사격 때에 적 공작원을 쓰러뜨리지 못했더라도
그가 제대로 사격 방향만 잡았다면
우리 네 명의 즉각 조치 사격은
어떤 사건의 결과를 저쪽에 만들어 놨을 것이다.
사격 중에는
거의 본능적으로 방아쇠를 당기느라
뭘 보고 생각할 겨를이 없었지만
사카모토가 총탄을 날렸던 지점에서
역시 총구 섬광으로 보이는 것이 분명 번쩍번쩍했었다.
그렇다면
오오하라나 사카모토가 못 잡았더라도
사격 실력이 좋은 키쿠오카 일등육좌나
텐쿠치 일등육조
이 두 사람 중 한 명은
반드시 적을 잡았을 것이다.
물론 오오하라가 쓰러뜨렸을 수도 있겠지만
우리 중대에서 가장 사격을 못하는
-그렇지만 일반 부대의 사격 평점에는 상회하는-
저 인간 총에는 아닐 것이다.
게을러서
지 거시기는 물론,
총도 잘 안 닦는 놈인데.
오오하라 삼등육조가
고개를 뒤로 살짝 돌려
키쿠오카 일등육좌와 텐쿠치 일등육위의 눈치를 본다.
수신호를 섞어서
텐쿠치 일등육조와 뭐라 속삭이던
키쿠오카 일등육좌는
오오하라 일등육조에게 전방 진행 신호를 보인다.
그 신호는
2차로 사카모토 삼등육조에게도 하달된다.
자기들이 엄호할 테니
사카모토 삼등육조와 오오하라 삼등육조가
적이 출현했던 지점을 확인하라는 것이다.
에이,
제기,
정말 아까 키쿠오카 일등육좌하고 눈이 마주쳤을 때
실실 웃으면서
카토 삼등육조를 보살피겠다는 텔레파시를 보냈어야 했는데…
우라질,
개똥에 쌈 싸 먹을.
오오하라 삼등육조가 앞서 가겠으니
거리를 두고 따라오라는 수신호를
나에게 급히 보이자
검지와 엄지로 오케이 사인을 만들어 보여줬다.
그리고
허리를 바짝 숙인 채,
전방에 총구를 고정하고 이동하는 그의 뒤를 따랐다.
사카모토는
한 발 한 발 내딛을 적마다
여차하면 수풀 바닥에 몸을 날릴 준비를 했으며
오오하라 삼등육조 역시,
전방으로 이동하되
반드시 엄폐할 수 있는 나무나 바위가 있는 쪽으로 진행해 나갔다.
숨쉬는 것도 잊은 채
이제,
최초 우리의 사격을 받은 나무 덤불이 있는 곳에 가까워진다.
우리 사격에
나무 덤불 옆의 굵은 수목줄기가 작살이 나서
하얀 속을 드러내고 있었고
바닥에는
그 총탄에 찢겨 날린 나무 조각들이 널려 있었다.
이름 모를 잡목의 잔가지들이 뒤섞인
적 출현 지점을 3미터 정도 앞두고
오오하라 삼등육조가
완수 신호 없이
무릎 쏴 자세를 취하 길래 사카모토도 사격 준비를 했다.
그렇지만
그들이 경계하는 지점에서는 아무런 움직임이 없었다.
오오하라 삼등육조는
사카모토가 좌측에서
자신은 우측에서 함께 적 출현 지점을 덮치려는지
왼손으로 그러한 대강의 내용을 신호해 보였다.
사카모토는 발걸음 소리를 최대한 죽인 채,
재빨리 왼쪽으로 이동하여
오오하라 삼등육조의 신호에 맞춰 신속히 약진했다.
그의 전방에
잎을 잔뜩 품고 있는 길고 가는 가지들을 뚫고
그 뒤로 몸을 날렸다.
동시에
오오하라 삼등육조도
사카모토와 5미터 떨어진 곳에서
적 출현 지점을 그의 왼쪽에 두고 달려들었다.
사카모토가
온 몸으로 잔가지들을 뚫고 들어가서
오른쪽으로 총구와 시선을 돌릴 때,
그때까지도
아무런 일이 벌어지지 않았다.
그리고
곧 아무런 일이 없었던 이유를 두 눈으로 확인하게 되었다.
플라스틱 총열 덮개가 박살이 나 버린
89형 소총을 안고 있는 사람이 보였다.
수풀 바닥에 쓰러져 있는 그의 모습은
정말 기괴하게 보였다.
등산복 차림에
등산화까지 신고 있었는데
원래 초록색이었을 상의는 피에 젖어서 무슨 갈색처럼 보였다.
그들이 날린 총탄에 피탄 당한 흔적에도 불구하고
쓰러져 있는 북한 공작원의 모습은
비교적 멀쩡하게도 보였는데
그가 휴대했던 89형 소총은
총열 덮개가 박살나
총열이 훤히 들여다보이고
플라스틱 재질인 개머리판 역시 박살이 나서
그 형체가 반만 남아 있었다.
이상하게도
벌집이 되어 쓰러진 사람보다도
망가진 그의 소총을 보니
더욱 참혹하다는 느낌이 든다.
오오하라 삼등육조의 엄호 하에
사카모토 삼등육조가 북한 공작원에게 다가가서
그의 무기를 뒤쪽으로 집어던지고
북한 공작원의 감겨 있는 두 눈을
두 손가락으로 꾹 찔러 봤다.
살아 있다면
눈이라도 찔끔 할텐데…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그의 숨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정말......
사람 죽고 사는 건 한순간이었다.
잠깐 눈이 마주친
오오하라 삼등육조에게
고개를 내저어 보이며
북한 공작원의 생사를 보고할 때쯤에는
나머지 팀원들이 모두 몰려와
그들 주변을 에워싸고 사주경계를 하고 있었다.
키쿠오카 일등육좌는
반대편 쪽에 투입된
다케다 이등육위와
임시합동사령부 쪽에 가 있는 키리토와 같이 있을
아키 삼등육위에게 교신을 하고 있었고
텐쿠치 일등육조는
조금 더 동쪽,
즉
우리가 처음 이동하는 방향으로 달려가서
저격용 스코프로 먼 곳을 살피고 있었다.
그의 8배율 시야가 향하는 곳은
위로 향하는 급경사의 산 사면이 있는 곳으로
사카모토가 제대로 알고 있다면
저 산사면 너머에서
북한 공작원들이 경찰 기동대 수색부대에게 사격을 가하던 곳이었다.
즉
우리가 조우해서 쓰러뜨린 이 공작원은
그 곳에서 이동해 온 것 일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들이 있는 곳에서
별로 안 떨어진 우측 산 능선 일대에
몇 대의 UH-1H헬기들이 선회하고 있었다.
다른 조가 이동하고 있는 능선 근처였는데
몇 대의 헬리콥터들이 제자리 비행을 하고 있는 걸 보아
아군들을 투입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때
다시 한번
그들을 긴장시킬 상황이 이어진다.
"타탕! 타타탕! 탕! 탕!"
"탕! 타탕!"
갑자기,
텐쿠치 일등육조가 관측하는 방향에서
아군의 89형 소총의 총성
그리고 바로 이어
권총탄 수발의 총성이 울렸다.
"쾅!"
날카로운 폭발음이
일대의 정적을 찢어발기며 지면을 울렸다.
수류탄이었다.
부디 저 수류탄으로 이 작전이 끝났으면 좋겠다. 라고
그곳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똑같은 생각을 했다.
하지만
그들의 그런 바램을 시샘이라도 하는 것 마냥
텐쿠치 일등육조는
동쪽으로 조금 더 떨어진 마사토로 된 지면에서
한 사람의 족적을 찾았고
키쿠오카 일등육좌는 그걸 확인하고는
그 즉시, 무전을 날렸다.
한 명이 더 있었던 모양이다.
사카모토는
텐쿠치 일등육조와 키쿠오카 일등육좌
그리고
무전기를 멘 채 오만인상을 다 쓰고 있는
오오하라 삼등육조를 보다가
생각 없이 쓰러져 있는 공작원의 시신을 봤다.
불과 10분 전만 하더라도
숨을 쉬고 움직이는 사람이었는데
이제는......
물건이 되어 버렸다.
동료가 저렇게 숨이 끊어진 것을 보고도
걸음을 옮겨야 했을
나머지 한 명의 공작원의 심정은 어땠을까?
겉으로는 아무런 내색을 하지 않았지만
사카모토의 머릿속은 멍했다.
갑작스러운 총성 때문에
귀가 멍해서인지
아니면 충격인지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낯선 뭔가가
서서히 그의 안에서 느껴지기 시작한다.
이윽고
우리의 현장 보고와
동쪽에서의 상황이 조합되자
곧바로
키리토로부터 신속한 명령이 떨어졌다.
키쿠오카 일등육좌가
오오하라 삼등육조의 무전기를 넘겨받아 메고
텐쿠치 일등육조는
오오하라 삼등육조에게서 수류탄 한 발을 넘겨받는다.
그러며
고갯짓으로 사카모토 삼등육조를 호출했다.
"나머지 적 공작원 두 명이
우리 좌측방 쪽으로 이동하고 있을지도 모른단다.
아마 우리 쪽으로 정면돌파를 하지는 못 할거고
우리 우측으로도
다케다 이들육위가 지휘하는 백업 팀들이 기다리고 있으니…
왼쪽으로 내려가서 진로를 잡을 거다.
정신 바짝 차려들!
경찰 기동대 애들 다섯 명이
적 저격탄에 다 뻗었다.
다 한 발에 맞은 거란다.
알았지?"
"예, 선임담당관님."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었다.
뒤에 따라오던
팀 막내 히데 삼등육조를
현장에 남겨 두고
그들은
교전 지점 좌측으로 이동했다.
그 방향으로
이십여 미터만 더 가면 내리막 산 사면이었는데
그곳까지 가는 데에
무슨 놈의 가시덤불들이 많은지
그것들 때문에 그들의 얼굴에 스크래치 꽤나 났다.
비교적 평탄한 바닥이 끝나고
급한 내리막 경사면을 타고 내려가기 시작했다.
이 놈의 사면에는
기하학적으로 서로 꼬이거나
줄기가 휜 수목들과 바위가 짬뽕이 되어 있어서
시야도 좋지 않았다.
만약 적들이
이미 이쪽 사면으로 내려와서
우리가 최초 이동해 왔던 방향을 반대로 거슬러 갔다면
그들 등 뒤쪽에서 탱자 탱자하고 있겠지만
아무리 날아다닌다는 노동부 직속의 공작원들이라도
그 정도는 못 할 것이다.
발이 네 개가 아닌 이상.
텐쿠치 일등육조와
키쿠오카 일등육좌의 판단이 맞다면…‥
어쩌면,
여기에 앉아서 땀 좀 식히다가
적들이 나타나면 집중 사격으로 훈장을 탈 수 있겠지만
사실,
그 정도까지 기대를 하는 건 무리였다.
낑낑거리며
이끼로 미끄러운 바위들을 넘어가니
잡풀이 무성한 사면이 나왔다.
선두에 선
텐쿠치 일등육조는
내려가면서 뭘 자꾸 내려다보는지
가다 말고 목을 길게 내빼서
아래쪽을 응시하기를 몇 번 반복한다.
그 뒤에 바짝 붙어선
키쿠오카 일등육좌도
무선 내용에 귀를 기울이면서
그를 돕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들이
이쪽 산 사면의 7-8부 능선쯤에 왔을 때,
키쿠오카 일등육좌가
왼손을 쳐들어 대형을 정지시킨다.
제자리에 얼른 자세를 낮추고
적들이 향했던 동쪽을 경계했다.
텐쿠치 일등육조는
사카모토 삼등육조와 함께
2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 납작 엎드려 사격 자세를 취한다.
내려올 때는 몰랐는데,
더위 때문에 숨이 콱콱 막혔다.
수통물 한 모금만 마셨으면 좋겠는데
수통 꺼내려고
이런 상황에서 총기의 손잡이에서 손을 잠시 떼어놓는다는 게
너무 말도 안 되는 것 같아서
생각만 하고 말았다.
천천히 숨을 고르면서
사방을 둘러보는 새
사카모토의 이마 쪽에서
식은 땀방울이 쉴 새 없이 내려온다.
땀방울이
숨을 내쉬는 콧구멍 아래까지 내려와서
숨을 들이쉴 때
코 안으로 들어오기도 했고
더러는 눈가로 들어와 터졌다.
짠 기운에
눈 안이 슬쩍 매울려다가 그냥 만다.
그렇게
키쿠오카 일등육좌의 눈치만 보면서
20분이 넘게 대기했다.
주변 상공에는
일본 육상자위대 항공단의 창설 기념식이라도 되는지
육상자위대가 보유한 모든 헬리콥터 기종이 날아다니고 있었다.
남쪽으로 날아간 건
CH47과 UH-1H였고
동서로 빙빙 선회하고 있는 헬기들은
UH60이었다.
동쪽 산 능선 쪽에 떠 있는 헬기는
AH-1S코브라였다.
이따금,
코브라 헬기가 있는 곳에
500MD헬리콥터도 있는지
북한 공작원에게 투항을 권하는 방송과
그 헬기의 엔진음이 뒤섞여 들렸다.
이 일대가
아군들로 시끌벅적해 질 것은 이제 시간 문제였다.
그렇지만
그들이 대기하고 있는 지점은
바람에 잔가지와 풀줄기들이 추적이는 소리만 길게 들렸다.
사카모토는
키 작은 수목줄기들과 시커먼 바위 뒤에 몸을 숨기고
총구만 전방을 향해,
바위 위에 거치 해 놨다.
그리고
총구 주변에는 바닥에 잡풀을 뜯어다가 대충 흐트려 놨다.
이 곳에 자리를 잡은 지
거의 반 시간이 되어 가는 동안
온 몸을 흠뻑 젖게 했던 땀이 마르고
슬슬 한기가 다가오려던 참인데
사카모토의 심장은
아직도 금방이라도 터질 듯이 뛰고 있었다.
이 상태로 땀이나 식히고 하산하는 게 아닌지 모르겠다 생각하는 중,
드디어 뭔가 움직이는 소리가 들렸다.
나뭇가지와 이파리들을 헤치고 움직이는 소리…
아군 일수도 있었다.
동쪽에서 아군들이 이쪽으로 수색해 올 수도 있었기에
함부로 방아쇠 당겼다가는
그 친구들 생목숨도 날아가지만
우리 팔자도 정말 기구해질 수 있다.
한데 소리는 나는데
사카모토의 눈앞에서 보이는 건 없었다.
고개를 움직여
자신의 위치의 위쪽과
아래쪽에 있는 동료들 눈치를 살피고 싶었지만
지금 고개를 움직이는 건
나 여기 짱 박혀 있다고 손을 흔드는 것과 똑같을 것 같아서
눈알만 좌우로 슬금슬금 굴렸다.
텐쿠치 일등육조는
납작 엎드려 있어서 보이지 않았지만
곁눈질에 대강 잡힌 키쿠오카 일등육좌 쪽은
사격 준비를 마친 것처럼 보였다.
그 사이
풀 섶 속에서 꼼지락거리는 소리는 더욱 가까워진다.
그런데
아직도 눈앞에 보이는 건 없었다.
분명,
그리 길지도 않은 몇 초이건만
사카모토의 머리통 속에는 별 놈의 생각이 다 떠올랐다.
여기서 총질 한번 잘하면 팔자가 풀리겠다 아니면
재수 옴 붙어서 자신의 머리통에 북한 공작원이 날린 총알이 박혀서
아까 본 죽은 공작원 꼴로
이 이름도 모를 산골짜기에서 인생을 짬 시킬지도 모른다는 둥
그러다가
이 염병할 방아쇠가 너무 뻑뻑해서 잘 안 당겨질 지도 모르니
지금 검지로 슬쩍 당겨 볼까?
혹시라도 조금이라도 늦게 당겨지면 어떡할까?
별 강아지 껌 씹는 생각들이 이어졌다.
그러던 순간
사카모토의 우측 위쪽에서 무언가 번쩍했다.
그리고
갑자기 귓구멍이 물 속에 잠수한 것처럼 꽉 막히고
그의 방탄 화이바를 누군가가 돌로 세게 내려친 것처럼
엄청난 충격이 머리에 전달되었다.
막 곤히 자다가 침대에서 떨어진 때처럼
정신이 하나도 없고
방향 감각 역시 잃어버렸다.
"타탕! 타타탕! 타탕!"
사카모토의 혼란을 정리해 준 것은
아래쪽에서 울리는 키쿠오카 일등육좌의 총성이었다.
아주 작은 소리로 귓가에 앵앵거리는가 싶더니
곧, 그의 고막을 쿡쿡 찌르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와 동시에 방향감각도 회복했다.
"1시 방향! 1시 방향!"
키쿠오카 일등육좌의 경고가
그의 총성 사이사이에 들렸고
사카모토는 급히 몸을 돌려 경고 지점을 향해 사격을 개시했다.
"타탕! 타타탕!"
그러다가 갑자기
사카모토의 총성이 뚝 그친다.
탄피 하나가 밖으로 완전히 방출되지 않고
방출구멍과 노리쇠 뭉치의 앞부분 사이에 물려 있었다.
그걸 급히 손으로 빼내고
장전 손잡이를 힘껏 당겨서 새 탄알을 장전하는데
아래쪽에서 텐쿠치 일등육조의 목소리가 들렸다.
"사카모토! 사카모토!"
"예!"
"위로 올라가서 차단선을 넓혀!"
"예?"
"오오하라 위쪽으로 이동해서 차단선을 넓히라구!"
웬 지렁이 윗몸 일으키기 하는 소리다냐?
"빨리 올라가서 차단선 넓혀!"
대답 대신 급한 대로 몸을 굴려 일으켰다.
그리고는
오오하라 삼등육조가 몸을 숨기고 있던 바위 쪽으로 뛰어 올라가는데
다시 한번 "빵"소리가 나면서 지면이 흔들렸다.
그 바람에
사카모토 삼등육조는 반사적으로 몸을 날렸고
바닥에 엎드려 있는 오오하라의 널찍한 등판에 얼굴을 박았다.
짜식,
특전조끼의 등 쪽 수납 공간에 뭘 쑤셔 놨는지
내 코가 그 단단한 물건에 부딪혀서 코가 깨지는 줄 알았다.
방금 것은 적 공작원이 투척한 두 번째 수류탄이었다.
안되겠다 싶어
몸을 일으키면서 사카모토도 수류탄을 꺼내어 들었다.
같은 순간에 몸을 일으킨 오오하라는
수류탄이 날아왔을 적 방향을 향해 전자동 사격을 했다.
바로 옆에서 쏘는 소리라서 귀청이 떨어져 나갈 것 같았지만
사카모토는 정신을 바짝 차리고
안전 클립을 제거한 수류탄 핀에 손가락을 걸었다.
그러나
수류탄이 폭발한 근처 지점에서
흙먼지 기둥이 크게 솟아났고
때마침 불어온 바람에 흙먼지 기둥이 흩어져 가면서
우리 쪽으로 다가온다.
흡사 연막과 같이 보이는 먼지 차양이 느리게 다가오자
사카모토는 수류탄을 쥔 채
오오하라 삼등육조 위치에서
사면 위쪽으로 2미터 정도를 더 기어올라갔다.
그리고는
두 무릎을 꿇고 앉아서 수류탄 핀에 다시 손가락을 걸었다.
지금 자신이 할 일은 차단선을 확장하는 대신
우리 목숨을 수거해 가려는 북한 공작원들을 무력화시키는 것이었다.
한데,
이게 대체 무슨 지랄일까?
짙은 흙먼지를 뚫고
시커먼 것이 사카모토 앞으로 돌진해 왔다.
그가 놀라서 수류탄 안전핀을 뽑기도 전에,
아주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윽!"
시커먼 형체의 짐승 같은 것이
사카모토의 우측 어깨를 들이받는 바람에
사카모토 삼등육조는 뒤로 벌러덩 자빠졌다.
허리 바로 아래에 돌부리가 있었는지
허리부터 느껴지는 격렬한 통증이
바로
등줄기를 타고 온 몸에서 느껴진다.
그런 통증은
제대로 느끼는지 어쩌는지
땅바닥에 자빠진 사카모토의 머리 속에
사뭇 심각한 주제로 떠오르는 건
우선 오른손에 쥐고 있던 수류탄의 이상 유무였다.
물론,
자신을 자빠뜨린 놈이 어떤 놈일까라는 생각도 났지만….
손안에 수류탄을 꼭 쥐어 보아
이상유무를 확인하고서
왼손에 쥐고 있던 총기를 복부 위로 올려두면서
사카모토는 몸을 바로 했다.
"타타타탕! 타타타타탕!"
사카모토를 쓰러뜨린 것은
그의 뒤쪽으로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졌고
또,
그쪽으로 계속 흩어져 날려 가는 흙먼지 때문에
돌아봐도 뭐가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도
오오하라 삼등육위와 텐쿠치 일등육위 쪽에서는
그 쪽을 향해 총을 쏴 대고 있다.
사카모토 삼등육위도
손안에 든 수류탄을 바닥에 내려 두고
팀원들의 사격에 합류했다.
돌아가는 분위기가
정말 사카모토를 기가 막히게 할 노릇이었다.
기껏 노루나 멧돼지 혹은 호랑이 같은 게 자신과 부딪히고
또 그를 뒤로하고 도망간 건 아닐 테니…
결론은 사람이란 소리다.
그 생각을 하니
사카모토의 등뒤에 전기가 찌릿하고 통해 온다.
사카모토와 부딪힌 건
적 공작원이었던 것이다.
사카모토가
정신 없이 방아쇠를 당긴 후,
새 탄창을 꺼내 총기에 결합하는데
이번에는 느닷없이
텐쿠치 일등육조가 시팔시팔하면서
그의 등뒤를 지나쳐
사면 위쪽으로 힘겹게 달려 올라가기 시작한다.
적군을 쫓아가는 것도 아니고
사면 위쪽으로 말이다.
황급히
키쿠오카 일등육좌 쪽을 내려다보자
그는
무전기 키에 입을 대고는
따발총 저리가라 급으로
랩을 하듯이 떠들고 있었고
오오하라 삼등육조는
북한 공작원이 사라진
사면 수풀을 향해 단발 사격 중이었다.
사카모토 삼등육조는
우선 텐쿠치 일등육조 뒤를 쫓아갔다.
고지로 올라가서 저격을 하려는
그의 의도를 파악하고
그의 관측수 역할과 엄호를 해줄 생각으로 그런 것이다.
총기에 새로 삽입한 탄창의 밑면을 세게 두어 번 쳐주면서
사카모토 삼등육조는
경사가 심한 사면을 올라갔다.
바로 5미터 정도 앞에
텐쿠치 일등육조가
토끼처럼 발 딛기 쉬운 곳들을 이리저리 옮겨다니며
사면 위쪽으로 진행했다.
그 정신 없는 사이
산 정상의 능선 쪽에서
아마, 오오하라 삼등육조로 생각되는 아군이
단발 사격을 하는 소리가 들려 왔다.
텐쿠치 일등육조는
정상까지 올라가지 않고
9부 능선 정도 되는 곳에서
소형 승용차 만한 바위 위로 기어올라갔다.
사카모토도
급히 그의 뒤를 따라 올라가니
그가 특전조끼의 수납부에서 소형 쌍안경을 꺼내
사카모토에게 던져 준다.
그걸 받아서
아마 북한 공작원이 향했을 사면 쪽으로 시선을 확장시켰다.
숨이 차 올라서
또 아래쪽에서 놀란 여파 때문에,
쌍안경을 쥐고 있는 그의 두 손이 심하게 떨렸으나
애써 숨을 고르자 조금씩 나아져 간다.
좁지만 깨끗이 보이는 시야에는
진한 수풀만 보였다.
텐쿠치 일등육조도
숨을 고르면서
적이 향했을 진로를 나름대로 예상하여
그 쪽을 저격용 스코프로 살피는 중이었다.
짬밥 차이 때문인지
그가 주로 관측하는 방향은
텐쿠치 일등육조가 살피는 곳과 약간 달랐다.
"저기 있다.
3시 방향!
3시 방향, 암반 바닥 아래 나무줄기!"
전혀 호들갑떨지 않고
무서우리만치 침착한
선임담당관 텐쿠치 일등육조의 음성이 들려 왔다.
맨눈으로 대충 보아
그가 지적한 곳을 기억하고
그 다음
쌍안경으로 그 곳을 찾아봤다.
텐쿠치 일등육조가 말한대로
나뭇가지들이 아직도 움직이고 있었고
그 한참 앞쪽에
사람의 등으로 보이는 것이 잠깐씩 보였다.
적 공작원은
한 명이 아니라 두 명이었다.
두 명이
앞 뒤 경계를 분담하며
빠른 속도로 진로를 개척해 나가고 있었다.
"선임담당관님,
두 명입니다."
"응."
"바람이 우리 뒤쪽에서 오고 있습니다."
"접수!"
텐쿠치 일등육조는
숨을 고르는 속도를 점차로 빠르게 하더니
갑자기 숨을 참는다.
그리고
그가
자기 저격용 89형 소총의 개머리판을
우측 어깨에 바짝 견착시키는데
얼마나 힘을 줘서 총기를 당기는지
무슨 우두둑 소리가 나는 것 같다는 착각이 들었다.
지금 이 순간,
그의 89형 소총 개머리판과
그의 어깨와의 밀착 상태는
헤라클레스도 떼어놓지 못할 것이다.
물론,
선임담당관님의 사모님이 오셔서
"퍼뜩 식사 하이소∼." 라고
오사카 사투리로 이야기하면
그냥 싱겁게 떨어지겠지만.
사카모토는
귀로는 그가 호흡 조절하는 소리를 듣고
눈으로는 적군들을 응시했다.
아, 씨!
내 바로 옆으로 두 명이나 뛰어 지나갔다니…
더럽게 황당했다.
그렇지만
이제 저 두 명도 끝장 난 거나 다름없다.
들어갈 수 있는 총탄이 있다면
모기 똥구멍도 명중시킬 수 있다는 텐쿠치 일등육조다.
제 1공정대 내에서는
대대와 여단을 통 털어서도
가장 훌륭한 사격 실력을 지닌 그인데
겨우 100여 미터가 조금 넘는 이 정도 근거리에는 ….
그러나
그는 너무 시간을 끌었다.
처음에는 신중히 쏘려는가 싶다 했는데
우리 오른쪽에서 측풍이 길게 한번 불고 나서
그가 스코프를 조작하면서부터는 시간을 끌었다.
그 틈에
북한 공작원들은 더 멀어져 갔다.
그들이 조금 더 진행한다면
아예, 빽빽한 수풀 속으로 들어가 버릴 수 있었다.
도대체
뭘 꾸물거릴까.
차마 물어 보지는 못하고
아주 짧게 헛기침을 했다.
그러자
숨을 참고 있던
그가
다시 숨을 풀어 주고는
긴 숨을 연속해서 쉰다.
이 양반이 지금 뭐하지?
숨차서
방아쇠 당기기가 어려운가?
나중에 한 대 얻어맞을 각오를 하고서라도
지금 한 번 더 헛기침을 해줄까 고민하는 찰나에
그가 방아쇠를 당겼다.
"타앙!"
총성이 길게 메아리가 되어 울리고
그 메아리가 울리는 와중에
제 2탄이 발사된다.
"타앙!"
3초 정도 뒤,
다시 세 번째 탄이 나간다.
"탕!"
텐쿠치 일등육조는
두 명의 공작원들이
막 우거진 수풀 속으로 들어가기 직전에
저격탄을 날렸다.
한 사람이 쓰러지는 것은
분명히 봤지만
앞서가던 키가 큰 사람은
그의 바로 앞에 있는 수풀 속으로 몸을 날린 것인지
쓰러진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처음 피탄 당한 공작원은
몇 발자국을 더 달려가다가
갑자기
앞으로 픽 쓰러졌다.
텐쿠치 일등육조는
사격 자세를 유지한 채
숨도 쉬지 않고 적군 쪽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리고는
잠시 후
숨을 아주 느리게 내뱉고 나서 입을 열었다.
아마
그가 숨을 내쉬는 시간이
10초는 족히 넘는 것처럼 느껴진다.
"어때?"
"예?"
"난 두 명 다 맞췄다."
"저도 한 명은 봤습니다만
나머지 한 명은 모르겠습니다."
"뭐?"
그때까지도
텐쿠치 일등육조의 자세는 처음 그대로이다.
그의 눈치를 슬슬 보며
사카모토는 다시 보고했다.
"한 명은 쓰러졌는데 나머지 한 명은…."
"맞은 거야,
임마."
텐쿠치 일등육조는
그 말을 하면서
자신의 저격총을 세워 들었다.
이쪽 산사면 쪽으로
아군의 헬기들이 몰려들었다.
산 정상 쪽에서는
블랙호크의 엔진음이 요란하게 들렸고
조금 있자
선무방송용 500MD헬기가 조심스럽게 날아왔다.
헬기가 향하는 곳은
우리가 저격탄을 날려보낸 수풀 쪽이었다.
"텐동! 텐동!"
위쪽 산 사면에서 암구어가 날아든다.
사카모토는
행여 오인 사격이라도 받을까 봐
얼른,
총을 든 손을 허공에 쳐들어 보이며 답어를 외쳤다.
"돔부리!"
"1팀이야? 1팀?"
"1팀이다!"
목소리로 보아하니 키쿠오카 일등육좌였다.
조금 있자
대장 키쿠오카 일등육좌와 오오하라 심등육조가
조심스럽게 경사면을 내려온다.
그 뒤로는
조금 거리를 두고
나머지 대원들도 뒤 따라 오고 있었다.
텐쿠치 일등육조와
사카모토 삼등육조가 바위에서 내려와 그들을 맞이했다.
"어떻게 된 겁니까?"
"여기서 서쪽으로 120미터 지점에 교목 지대가 있는데
그 수풀과 암반 지대의 경계지점에 한 명이 쓰러져 있습니다.
나머지 한 명도 분명히 맞췄는데…
잘 모르겠습니다.
그 자리에 뻗어 버렸는지 아니면 계속 진행했는지."
텐쿠치 일등육조는
꼬깃꼬깃한 손수건을 펴서
연신 땀을 훔치며
키쿠오카 일등육좌에게 설명해 줬다.
사카모토 삼등육조는
그의 뒤에서 서서
적 출현 지점 상공에서 빙빙 돌고 있는 500MD헬기를 올려다보고 있었는데
조금 있으니
코브라 헬기 한 대가 날아와 500MD헬기보다 조금 낮은 고도에서
역시, 상공을 선회하기 시작한다.
뿐만 아니라
키쿠오카 일등육좌가 누군가와 교신을 마치자
곧바로
서쪽 산 능선 일대로 보병들의 강습 작전이 시작되었다.
헬기 다섯 대가 날아와서
단번에 병력들을 투입하더니
이후로도 계속,
헬기들이 병력들을 실어 날랐다.
이제, 서쪽과 동쪽 산 능선은 완전히 차단된 것처럼 보였다.
그 동안
우리 쪽으로는 우리 제 3특과대의 지원 병력이 도착했고
산 사면의 아래쪽에는
중부방면대 보통과 77연대 병력들이 도착해서 왁자지껄했다.
키쿠오카를 포함한 팀장들과
팀 선임담당관들
그리고
보통과 대대 작전 장교가
보병들과의 작전 협의를 하고
우리는 대열을 정비하여
곧 있을 추격 작전을 대비했다.
"후∼, 사카모토?
야, 너 시껍했겠다?"
동기인 오오하라 놈이
새 탄창을 수납부에서 꺼내면서 한마디 던진다.
다른 고참들
특히 성질 더러운 텐쿠치 일등육조 눈치를 보며
오오하라에게 대꾸했다.
"너도 봤냐?"
"나도 두 번째 적 공작원이 네 놈, 지나칠 때 봤어.
바로 사격할려고 했는데
야, 말 마라.
귀가 멍하니까
총 쏘려고 일어났다가
나도 그대로 중심을 잃고 자빠져가지구."
"싸수!
공작원이 싸수 옆으로 질러갔습니까?"
이번에는
내 조수 히데 띨빵 삼등육조다.
어휴, 저 자식,
저 뻥한 표정 봐.
저게 하사 하리마오가 만들 수 있는 표정 맞아?
"질러간 게 아니라 날 밀치고 가더라.
니미."
다시 한번
그 때 생각을 하니
등골이 다 오싹했다.
마주본 채 총질을 해도
장난이 아닐텐데
바로 코앞으로
날 지나쳐 가며 부딪히다니….
북한 공작원을 잡으면
방면대 총감상에 6개월 넘는 포상인데
이렇게 공작원하고 옷깃이라도 스치면
한 일주일 포상 휴가는 안줄까?
제기.
"사카모토 삼등육조,
너 가지가지 하는 구나.
정신 차려,
임마.
우리가 북한 공작원하고 옷깃 스쳐서 무슨 인연 만들려고
여기까지 날아와서 이 고생이냐?
새끼가,
완전히 말년이라구,
벼랑 끝에 붙은 껌 떼어 먹는 짓거리 하고 있네."
오오하라 삼등육조가
화이바를 고쳐 쓰면서
사카모토에게 심드렁하게 한 마디 한다.
너나 잘 하세요.
적 공작원의 도주를 막을 수 있을 만큼,
급한 대로 아군의 병력 투입이 마무리되고
그들은 다시 추격전에 합류했다.
이동 방향은
텐쿠치 일등육조의 저격으로 적들을 쓰러뜨린 서쪽이었다.
사카모토가 첨병에 선다고 하자
전역을 앞두고 있는 내 고추에 총알이라도 박힐까 봐
모두가 펄쩍 뛰며 말렸다.
그러나
아까 코앞에서 놓친 공작원들 때문에
사카모토는 고집을 피워서
첨병으로
키쿠오카 일등육좌의 팀과
나머지 제 3 특과대 대원들을 이끌었다.
넓은 쐐기형으로 대형을 갖춘
사카모토가 소속된 팀 대원들과 다른 대원들이
사카모토의 뒤를 따라 이동했다.
후들거리는 두 다리와 상관없이
사카모토는
마음을 가다듬고 차분히 전방을 주시하면서 전진했다.
총기 조정간은 자동 사격 모드로 고정되어 있으니
눈앞에 적이 나타난다면
일단 한바탕 총알을 끼얹어 줄 셈이었다.
자동 사격이기에
내가 발사한 탄환은 사방으로 흩어질 수도 있겠지만
근거리에서 조우한 적에게는 효과적이다.
과거 한일 군사교류 활동 중 얻은
실전경험 데이터 중 하나인
한국에서 발생한
96년 강릉대침투 작전 이후로 선호되는
이러한
즉각 조치 사격은
내 뒤를 따르는 동료들이
동일한 요령의 사격 지원이 있을 경우 특히 효과적이었다.
우리가 잡은 첫 번째 공작원은
그러한 사실을 증명한 셈이기에
더욱 자신감을 가지고 작전을 수행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물론,
적은 단 한발로 우리를 쓰러뜨릴 수도 있겠지만.
서쪽으로 40∼50미터를 이동했을 때,
별안간 산 아래쪽 멀리에서 폭풍 같은 총성이 울렸다.
사카모토는
반사적으로 새까만 암반 바닥에 몸을 눕히면서
그 쪽을 향해 총구를 향했다.
사격은 아마 30초 정도 지속되다가
갑자기 뚝 그쳤다.
그리고는
무슨 씨부렁거리는 소리가 앵앵거리는 듯 울려온다.
계속해서 들리는 목소리는 아군 같았다.
조금 있자
오오하라 삼등육조가
사카모토 뒤로 기어와서는 속삭인다.
"야, 오인 사격 받지 않게 조심해라.
3부 능선 쪽에서
우리 보통과 애들 병력하고
경찰 기동대 애들이 서로 한바탕 쏴 댄 모양이다.
하여간,
경찰 기동대 놈들
한 건 할려고 환장을 하는구만.
난 북한군 보다
저 경찰 기동대 애들이 더 무서워.
야!
사카모토,
우리 앞에 투입된 아군이 있을 지도 모르니
쏴 죽이고 나서 미안하다는 소리 안 하게 잘 해!"
"뭐?"
"오인 사격 안 받게
너도 여차하면 총알 피하란 말이야.
쩝."
"알았다, 동기야."
참, 부담스럽다.
아군의 총알 안 맞도록 알아서 조심하면서 적을 잡으라니….
다시 10여 미터를 벌벌 떨면서(?) 전진하다가
문득, 저 앞 쓰러져 있는 고목 쪽에서
둥그런 물체들을 발견했다.
수신호를 올려 보이며
급히 제자리에서 자세를 낮췄다.
두 눈으로는 전방의 상황을 잘 파악할 수가 없어
두 귀를 기울여 봤다.
그런데
그것도 쉽지가 않았다.
주변에 울리는 매미 울음소리,
근처를 선회하는 헬기들의 소리,
바람이 불 때마다 쏴하는 소리는 내는 나무…
사람들은
이렇게 숲 속이 시끄러운 줄 알고나 있을까?
상황은 의외로 쉽게 풀렸다.
등뒤에서 누군가 수하를 하자
앞쪽에서 보병들이 꼼지락거리며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두어 명의 보병들이 우리 쪽으로 달려온다.
몰랐는데,
우리는 텐쿠치 일등육조가
적 공작원들에게 총탄을 날린 그 지점에 도착해 있었다.
선두에 있는 보병의 화이바를 보니
이등육위 계급장이었다.
그를 보고 조심스럽게 한 손을 들어 보이자
그가 답례하며 묻는다.
"우리는 중부방면대 보통과 77연대 2대대 병력입니다."
"예, 제 1공정단, 제 3 특과대 병력입니다."
사카모토가 그에게 대꾸해 줄 때
뒤에서
키쿠오카 일등육좌, 텐쿠치 선임담당관이 달려와 있었다.
"무슨 일이야?
여긴 왜 이리 시끄러운데?"
키쿠오카 일등육좌가
보통과 소대장에게 묻자
그가 차근히 상황을 설명해 준다.
사카모토가 본대로
분명히 텐쿠치 일증육조는 한 명은 명중시켰는데
그 한 명이 아직 살아 있었다.
문제는
그 부상당한 적 공작원이 수류탄을 들고
아군에게 투항하지 않겠다고 버티고 있는 것이었다.
이들 77연대 보통과 병사들이 도착할 때까지
자폭을 하지 않은 걸 보면
쉽게 목숨을 체념할 것 같지 않아서
현재 이들이
설득 혹은 대치를 하고 있다는 게 대충의 설명이었다.
그들은
이 지점을 우회하고자
다시 산 정상까지 이동했다.
그러나
더 이상의 추격은 필요하지 않았다.
서쪽의 또 다른 산으로 넘어가는 능선 근처에서
나머지 한 명의 공작원이
아군 헬기에 관측된 것이다.
그들이 머무는 이쪽 산 정상에서
그 지점까지는 거리가 300미터가 휠씬 넘었지만
그 근처 상공을 맴도는 선무방송용 경찰 헬리콥터가 보였기에
상황을 지켜볼 수가 있었다.
사카모토는
조금 더 잘 보고자 암반 바닥이 끝나는 곳에 서서
그쪽을 응시했다.
사카모토 곁에는
오오하라 삼등육조와 텐쿠치 일등육조가
쌍안경과 저격용 스코프를 통해
문제의 지점을 뚫어져라 보고 있었다.
등뒤에서는
키쿠오카 일등육좌가 매고 있는 무전기에서
저쪽 현장의 아군끼리의 교신 내용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투항하라!
이제 더 이상 도주할 곳은 없다.
투항하면 당신의 목숨은 물론,
앞으로의
이곳 일본에서의 생활 또한 보장해 주겠다.
투항하라!"
원거리에서는
정말 파리처럼 보이는 500MD에서 울려 퍼지는
스피커를 통한
한국어와 일본어로 번갈아가면서 외치는 건조한 목소리는
남자 경찰관 같지는 않았다.
여자 경찰관의 목소리가 틀림없어 보였다.
한 5분 정도가 지나자
방송음과 헬기 소리 속에서
몇 발의 단발 사격음이 청취되었다.
아군의 총성은 아닌 것 같다 생각하는데
그 총성을 신호로 기다렸다는 듯이
그쪽 산 능선 너머에서 AH-1S 코브라 헬기 한 대가 나타났다.
경찰 도색을 한 500MD헬기는
선회하는 자리에서 급히 뒤로 빠지고
그 자리로 코브라 헬기가 움직이더니
이내, 기수 앞에 있는 20밀리 발칸으로 사격을 시작했다.
잠시 후,
보이지 않는 그쪽 능선, 어딘 가에서
흙먼지와 검은 연기가 피어올랐다.
그게 경고 사격이었던 아니면
북한 공작원을 표적을 한 제압 사격이었든…
사카모토는
저 공격용 헬기가 우리편이라는 사실에 크게 안도하며
죽음의 현장을 등지고자 돌아섰다.
씨바,
이런 거 할거라고는
모병 포스터에든
그 악마 아니 마귀 같은 그 소년이 한 말에는 안 나왔잖아.
젠장할.
본문
[연재] 유니콘 프로젝트 외전 퍼스트 컨텍트 (213) [2]
2025.11.17 (06:3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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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극찬 감사드립니다. | 25.11.17 20:01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