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05:13 AM」- 투옌문 화물 선착장 진입로
전속력으로 달려온 키리토는
숨이 턱까지 차올랐지만 멈추지 않았다.
키를 눌러 잠금장치를 해제하고
운전석에 앉은 후에야
억눌렀던 거친 호흡을 내뱉었다.
“아우, 죽겠다.”
깨어나서는 조금 멍했었는데
이젠 확실히 실감 났다.
자신은
지금 어느 미모의 요원과 나쁜 놈들을 추격 중이다.
위험하다면 위험하겠지만
두근거리는 마음도 있었다.
그리고 동시에
이것이 지금까지 신이치가 살던 세계인가 하는 생각이 들면서
자신이 책임진
군사, 과학 부분과는 틀린
정보의 세계도 꽤 짜릿하네 하는
그런 생각이 들었으니......
시동을 걸고,
차를 급히 돌리던 키리토는
부두 쪽에서
동료를 부축해 비틀거리며 걸어 나오는 이를 발견했다.
‘빈스 팀장님?’
부우웅―
후진으로 빈스 앞에 선 키리토는
창문을 내렸다.
『괜찮으세요?』
『미스터 키리토?』
빈스도 키리토를 알아보고
의아한 얼굴이 됐다.
블레이크는 어디 있냐는 눈초리에
키리토는
빠르게 상황을 설명했다.
『···당신과 블레이크가 쫓은 자들이
정말 납치 주범이라고?』
믿을 수 없다는 빈스의 표정에
키리토는 어깨를 으쓱했다.
빈스는
부축 중이던 동료를 길 한쪽에 앉혀두고
조수석에 올라탔다.
『피터.
부상 인원 수습하고,
거점에서 통신 대기해.
멀쩡하다 싶은 사람은 바로 지원 보내고.』
『알겠습니다.』
동료에게 지시를 끝낸 빈스는
키리토에게 출발하자는 신호를 보냈다.
끼이익.
6층의 회색건물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언덕 위쪽의 도로 앞에
SUV가 멈춰 섰다.
키리토는 무전기를 들고
송신 버튼을 눌렀다.
『블레이크. 도착했어요.』
- 확인.
거기서 대기.
목표가 이동 시작했다.
아직 차량탑승 한 건 아니니 뒤에서 천천히 따라와 줘요.
무전기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빈스가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어디 있는 거지?』
키리토는
가늘게 눈을 뜨고 주위를 살피다
빈스의 고개를 교정해 주었다.
『블레이크는 저쪽이요.』
『아.』
『아밋 박사님은 이쪽.
아니다.
금방 저 길 지나갔거든요?
앞에 보고 있으면 나타날 거예요.』
동이 트고는 있다지만,
아직 어둑한 골목 사이를 이동하는 그들을 잘도 찾아내는
키리토의 탐색능력에
빈스는 적잖게 놀랐다.
『저기 나왔다. 보이시죠?』
빈스는
두 사내가
줄에 묶인 아밋을 데리고 빠르게 이동 중인 모습을 발견하고
유심히 지켜보았다.
키리토는
오른쪽 귓가에서 피가 흘러나오는 빈스를 보며 물었다.
『아파 보이는데,
치료 안 하셔도 돼요?』
『고막이 찢긴 거라 당장은 불가능합니다.』
『저런.』
가슴 안쪽 주머니에서
소음기를 장착한 글록 26을 꺼내 장전한
빈스는
긴장한 얼굴로 앉은 키리토에게 말했다.
『잡으러 가야겠습니다.』
『지금이요?』
『적은 두 사람뿐이니
기습에 지금보다 적기는 없습니다.
저들이 가는 방향 앞쪽 도로에 차를 세워 주십시오.
무전기는 주시고.
제 통신기는 망가져서.』
빈스는 무전기를 들어
블레이크에게 뒤편을 막을 것을 지시했다.
끼익.
모래사장이 보이는 해안 도로에 SUV가 멈춰 섰다.
조수석의 문을 열고 뛰어나간 빈스를 보며
키리토는
속으로 감탄도 하고
동시에 비웃기도 했다.
‘있었구나.
007 같이 흉내내는 분도.
하지만
신이치의 사촌형이 진짜 007이니..........
저 친구가
그거 알면
당장에라도 CIA 관둘고
경비회사에나 취직할 걸?
거기에
저런 대놓고 나 가고 있소 하는 듯이
황소처럼 들이닥치는 거는 뭐야?
하여튼간에
양키들은
은밀히 침투해서 쓸어버린다는 거는 전혀 모르는
쑥맥들만 있는 것 같으니.......
「홍콩, 05:30 AM」- 해안선 서쪽 500m 지점
끈적한 바다 공기를 가르며
날렵한 보트 한 척이 나아가고 있었다.
보트는
국제법을 비롯해
다른 수많은 조약을 위반 중이었으나,
배에 타고 있는
십여 명의 용병들은 전혀 신경 쓰고 있지 않았다.
뱃전에 앉은 구릿빛 피부의 사내가
무전기를 들었다.
『이제 도착해.
우리 보여, 윌러스?』
- 늦어!
『어쩔 수 없어.
차가 막혔다고.』
트윈엔진에서 뿜어져 나오는 힘에 물보라가 튀는 것을 본
사내는 씩 웃었다.
- CIA가 냄새 맡은 건 알고 농담 지껄이는 거야?
『그 추적 피하느라 빙 돌아왔다니까.』
- 빨리 와야 할 거야.
보스가 무척 재미있어할 사실 하나를 알았거든.
『재미?』
- 물건 세 개를 합치려는 계획을 눈치챈 화학자가 있어.
『너도 농담하는 거야?』
- 더 놀라운 건,
아밋 박사와 조던 교수.
나탈리아 박사를 압박해 진행하려고 했던 작업을
이자가 이미 끝냈다는 거야.
「홍콩, 05:31 AM」- 해안 도로
납치범들을 뒤쫓고 있던 블레이크는
인적이 드문 해안가에 다다르자
초조함을 금치 못했다.
빈스가 진행할 단독작전의 지원 임무.
정찰기는 센서가 고장나 철수했고,
위성 지원만으로는
정보 습득에 한계가 있었다.
다행히
몸을 숨긴 채
적을 관찰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지만,
불확실한 요소가 있는 작전실행은
신중해야 했다.
삐빅.
통신기에서 신호음이 잡히더니
상황실 데이빗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블레이크.
보내준 사진으로 데이터 돌린 결과 나왔어.
『그래요?』
- 윌러스 디토.
아프카니스탄과 이라크 일대에서 활동한 기록이 있는
퇴역군인이야.
화기랑 기계장치 다루는 것에 능숙하고,
돈만 주면 뭐든 다 하는 녀석 같아.
『특정 단체 소속이 아니에요?』
- 네이든은 고용된 거로 추정하고 있어.
키리토의 추적이 100% 정확했다는 결론에 다다르자
블레이크의 시선은
저 먼 해안 도로에 정차 중인 SUV를 향했다.
그가 아니었으면
적이 설치한 함정에
수치만 잔뜩 당하고 상황이 종료됐을 것이다.
‘침착하자.’라고 중얼거린 그녀는 물었다.
『추가 지원은요?』
- 가장 가까운 항모가 필리핀 해에 있어.
미 정예부대를 투입하는 건
최소 3시간이 걸린다는 대답이었다.
이렇게 되면
현장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최대한 해보는 수밖에 없다.
치직.
- 곧 조우할 거야.
빈스의 무전이었다.
『가요.』
차 안에서 상황을 주시 중이던 키리토는
침을 꿀꺽 삼켰다.
쓰레기 수거함에
몸을 바짝 붙여 매복 중인
빈스.
건너편 주택가에서 걸어 나오는
두 납치범과
아밋 박사.
그 뒤를 조용히 따르는
블레이크까지.
충돌이 일어나기 일보 직전이었다.
방탄차량에 앉아 지켜보고만 있을 뿐인데도
가슴이 쿵쾅거렸다.
‘으, 살 떨려.’
그렇게
작전이 잘 되길 빌고 있던 키리토는
잠시 옆으로 눈을 돌렸다가
고개를 갸웃했다.
바다 저편으로부터 낮은 거품을 일으키며 다가오는
보트 한 척.
이른 새벽의 뱃놀이를 즐기고 있다고 하기엔
너무나 전형적으로 찜찜한 타이밍이었다.
가만히 지켜보던 키리토는
흠칫 놀랐다.
해안 절벽 쪽에 내려선 사람들의 복장 상태가
심상치 않았다.
특히 저 복면.
납치범들의 동료가 분명했다.
‘···어쩌지?’
특수요원들이 사용하는 방탄차량이니
뭐라도 있을까 싶어
조수석의 글로브박스를 연 키리토는 멈칫했다.
손바닥만 한 권총과 탄창이
언제든 뽑을 수 있게 곱게 세팅되어 있었다.
“아니야.”
팔걸이 부분의 콘솔박스를 열자
전에 아스나와 엘리스를 구출했을 때 썼던
시계형 섬광탄과는 비교도 안 되는
진짜 수류탄이 보였다.
‘···이건 잘못하면 내가 죽을 수도 있지.
아니면 납치되거나.....
만약에
내가 납치라도 되는 순간..........
신이치는
진짜 홍콩을 아작내거나
중국을 박살내거나 할 지도 모르니까.’
콘솔박스 안쪽에
USB 케이블이 있기에 꺼낸
키리토는
오디오 밑의 단자에 꽂아 휴대폰과 연결했다.
띠링, 하는 접속음과 함께
얼마 남지 않았던 배터리가 충전되기 시작했다.
창문을 내리고
휴대폰에 먼지별을 잔뜩 끌어모아
그대로
매복 중인 빈스에게 뻗었다.
『빈스 팀장님.』
먼지별을 따라 뻗어 나간 음파가 귓가에 울리자
빈스가 움찔 놀라는 것이 보였다.
무전기에서 울렸나 손에 들기에
키리토는
정보부터 빠르게 밝혔다.
『절벽 해안에 저들 동료가 도착했어요.
그쪽에서
제 차를 기준으로 3시 방향.』
고개를 위로 들어 올린 빈스는
해안선 울타리와 나무 때문에 시야가 제한받자
무전기로 블레이크에게 연락했다.
키리토는
먼지별을 도로 끌어당겼다.
- 보여?
- 확인했어요.
무장인원 20명.
어쩌죠?
- 거리상으로는 아직 기회가 있어.
미스터 키리토에게 통신기가 있나?
방금 어떻게 된 거지?
- 트렁크에 여분이 하나 있어요.
빈스가 연락을 취하려는 동작을 보이기에
키리토는
마치 무전기가 있는 척 말했다.
『제가 뭐 도울 일이 있나요?』
- 기습하면
여기까지 차를 끌고 와 주십시오.
반대편 도로를 따라 빠져나가겠습니다.
할 수 있겠습니까?
빈스의 작전참여 요청에
키리토는
자신도 모르게 흥분되는 심장을 진정시키면서
침을 꿀꺽 삼켰다.
『해볼게요.』
- 좋습니다.
정우는 빈스 쪽을 주시했다.
사각지대에 숨어있던 빈스와
두 납치범 사이에
고작 열걸음의 거리만 남았다.
빈스가 총을 꺼내 표적을 겨냥했다.
신중하게 호흡한 뒤
방아쇠를 당겼다.
푝푝―
소음기를 떠난 총알은
거의 소리를 내지 않았다.
아밋 박사는
양옆의 두 사람이 갑자기 쓰러지자
소스라치게 놀랐다.
민첩하게 뛰어나간 빈스가
다리를 관통당한 두 사람에게 총을 겨눴고,
대기하고 있던 블레이크도 달려나가
아밋 박사의 앞을 보호하듯 막아섰다.
“벌써?”
화려한 몸싸움도
긴박감 넘치는 총격전도 벌어지지 않았다.
단지 작전을 실행하는
기계적인 움직임만 있을 뿐.
그랬기에
오히려 지금 상황이 현실임이
적나라하게 체감됐다.
‘움직이자.’
헤드라이트를 켜고
그대로 액셀을 밟는
키리토의 심장은 미칠 듯이 뛰었다.
건 게일 온라인에서
서바이벌 장비를 입고
광검으로 총알을 막아내면서
시논과 전쟁 놀이 게임을 하던 때에 들던 긴장감은
비교할 수준이 아니었다.
이런......자문은
정말 죽자사자 덤벼야 할 대가가 따르는 일이었다.
『크으···』
『제기랄.』
아밋은
다리를 붙잡고 신음을 흘리는 두 사람을 보며
어안이 벙벙한 얼굴이 됐다.
『윌러스 디토.
누구의 사주를 받은 거지?』
『차라리 죽여.』
어젯밤만 해도
ISTC의 조사관이었던 사내가
그런 두 사람을 심문 중이었다.
『박사님.』
푸른 눈의 여성이 아밋의 앞에 섰다.
『다치신 곳은 없어요?』
『어, 없네.』
『차량이 오고 있습니다.
바로 탑승해 주세요.』
덜덜 떨던 아밋의 눈동자는
차분한 블레이크의 얼굴 앞에서
점차 안정을 찾아갔다.
끼이이익―!
SUV 한 대가 도로 옆에 멈췄다.
블레이크가 뒷좌석 문을 열고
아밋을 태웠다.
창문을 내린 키리토는
쓰러진 두 사람을 보고 흠칫한 뒤에
빈스를 보았다.
『팀장님, 운전은···』
권총 아랫부분으로 납치범들의 턱을 가격해 기절시킨
빈스가
고개를 들었다.
『제가 하겠습니다.』
키리토가
조수석으로 옮겨타는 사이,
빈스와 블레이크가
두 납치범을 트렁크에 실었다.
부아아앙―!
RPM을 급격하게 올리며
도착 20여 초 만에 SUV가 해안도로를 떠났다.
본문
[연재] 유니콘 프로젝트 외전 퍼스트 컨텍트 (146) [2]
2025.09.13 (00:2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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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쫄깃할 겁니다. | 25.09.14 21:02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