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보자면
제주도는 결코 작은 섬이 아니다.
온갖 신호규정을 다 지키는 안전운전을 한다면
섬 끝에서 끝으로 이동하는데
자동차도 적어도 2시간 이상은 필요했다.
마찬가지로
대마도도 작은 섬은 아니었다.
뭐 대부분이 굴곡진 산지라
쓸모없는 땅이란 인식이 강했지만
어떤 나라의 영토도 쓸모없지 않다.
러시아가
알래스카를 헐값에 넘긴
근대 최고 병크를 터트린 걸 빼면
단 한 뼘의 땅이라도 얻으려고 지랄 발광하는 곳이
국제사회였으니까.
쿠도 신이치가
갑자기 대마도를 찾은 건
일부러 도쿄로
헬리콥터까지 보내 마중한 누군가의 성의를 고려해서다.
“ 시바 씨!”
욕 같이 들리지만 욕이 아니라 이름이다.
시바 야스오는 피식 웃었다.
“ 한국인은 내 이름이 욕 같이 들린다고 하지 않았나?”
“ 아니요.”
“ 욕 같이 들리는군.”
쿠도 신이치는 뻔뻔하게 나갔지만
상대는 믿지 않았다.
대마도는
온통 산지나 바다로 가득하니
풍광은 꽤 그럴싸했지만
야망을 품은 젊은이가 살기엔?
글쎄다.
야스오의 친가인
시바가家는
대마도를 주름잡는 나름 유지지만
확실히 본토에 비하면 끗발이 약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9년 전
불과 서른두 살에 중의원에 당선되는 기염을 토했다.
거기에 하토야마 전 총리의 훈육까지 받고
지금 현재
내각 총리임시대행인
고이즈미 신지로 내각관방장관과 절친이기까지 하니.....
거기에
키리가야 카즈토 (키리토) 와
쿠도 신이치가 벌인 난장판 (인피니티 워, 유니콘 프로젝트) 으로
아베 신조 이하
신조 정계 패밀리 전원이
모조리 다
마른 하늘에 날벼락
아니
급살(?)을 당한 상황 때문에
평소에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내각관방장관 대행으로 취임까지 하게 되었으니
어떻게 보자면
쿠도 신이치와 키리가야 카즈토 (키리토) 에게
가장 큰 은혜를 입었다고나 할까....?
“ 용건은요?”
“ 스즈키 그룹과 계약했다고 들었네만?”
“ 이놈이고 저놈이고
일 끝내고
휴가 아니 안식년을 즐기겠다는 사람을 못 괴롭혀 안달들이네요.
시바 씨는 또 뭔데요?
코쟁이한테 사주 받았어요?”
“ 스즈키 그룹과 관련된 건 미국만은 아니야.
사실
그 카리스마 그룹에 대한 문제에 대해서는
우리 일본도 비슷한 처지지.”
역시 CIA는
스즈키 그룹이나
모미지 콘체른의 근황을 파악해두고 있었다.
내게 직접 전화하기 껄끄러우니
만만한 일본을 움직여
간을 보는 것이다.
사실
이 사실을 콜로서스 (키리토) 가 아는 날에는
틀림없이
위스키 하우스 (백악관의 별칭) 부터 시작해서
워싱턴 D.C를
완전히 뒤집어 엎어버릴테니......
시바 야스오는
그냥 재수 없게 얻어걸렸다.
“ 이러다 중국까지 등판하면 골치 아픈데...
일본은 어디까지 엮인 거에요?”
“ 일본의 대외 외교관계에서 미국의 지지를 약속받았네.”
“ 뭐요?
센카쿠 열도나 중국인 위안부문제 때문에요?”
“ 그것도 나쁘지 않지만...”
“ 평화헌법개정인가 보죠?”
야스오는 어깨를 으쓱했다.
“ 일미동맹은
중국과 러시아란 대적을 앞둔 이상 앞으로도 영원하네.”
“ 시바씨한텐 뭐가 떨어지는데요?
부총리는 아닐테고
내무대신?”
“ 대신에 오르기엔 아직은 이르지.”
“ 그럼 관방장관 대행이 아닌
정식 관방장관이군요.”
상대는 입을 여는 대신 싱긋 웃었다.
“ 사십 초반에 관방장관이라...
뭐 지금 총리임시대행인
고이즈미 신지로 그 분도 사십대니
최연소 타이틀은 아니더라도
이거 오십이 되기 전에
총리직에 도전할지도 모르겠네요?”
“ 욕심은 있네만,
나중 일은 아무도 모르니까.”
일본은 변화를 싫어하는
이상한 나라다.
근면과 성실이란 말은 좋아해도
혁신은 좋아하지 않았다.
태생적으로 안정을 추구하는
일본인의 DNA는
외부에서 비롯되는
모든 사고과정에 깊은 불신을 드러냈다.
일본인에겐
일본에서 나고 자란 것들이 최고라고 믿는
지독한 고집이 있었다.
가끔
그걸 장인정신으로 포장했지만
쿠도 신이치가 보기엔
그냥 융통성이 없는 것뿐이다.
“ 시바 씨가 알다시피 난 애국자는 아니에요.”
“ 알아.”
“ 그렇다고 매국노도 아니고요.”
스즈키 그룹이 무너진다면
많이 슬프겠지만
그것을
일본의 미래와 결부시키는 건 위험한 발상이다.
쿠도 신이치는
스즈키 가의 사람들을 인간적으로 좋아했지만
그들의 삶을 대신 살아줄 순 없었다.
“ 시바 씨.”
쿠도 신이치의
묵직한 부름에
시바 야스오는 침을 꼴깍 삼켰다.
이제껏
웃는 낯을 가장했지만
속으론
시종일관 긴장을 늦추지 못했다.
“ 경제논리든 뭐든
저는
일본 정계 분들의 이권쟁탈에 관여하고 싶은 맘은
눈곱만치도 없어요.”
왜냐하면
그건 내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 하지만,
한 가지는 기억해둬요.
시바 씨.”
신이치는
유독 시바란 말에 힘을 주었다.
“ 내 선을 넘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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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제 소설은 그런 부분이 많이 보이실 겁니다. | 22.07.19 19:44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