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작은 집이 나의 시다
산책 갔다 오는 길이었다. 아침 아홉시쯤 우리 한옥에 햇
살이 찾아들어 집 전체가 환했다. 강 건너에 서서 보았다.
햇살이 집을 감싸고 있는 것을 처음 보았다. 앞산이 높아서
해가 늦게 뜬다. 집이 작고 아담하였다. 좋았다. 산과 산 사
이에 강이 있고, 강과 산과 산 사이에 앉아 있는 집의 크기
와 모양이 그저 아름다웠다. 나무는 어느 공간에서도 그 자
리를, 자기 자리를 차지하고 조화롭다. 집 마당 햇살 속으
로 나는 들어섰다. 좋았다. 내 몸에 햇살이 가득 쏟아져 내
작은 몸을 감싸주었다. 아침밥이 다 되었다. 오후 네시겨이
되면 해가 뒷산으로 넘어가고 뒷산 그늘이 마을을 덮어 우
리집 햇살을 고이 거두어간다. 나는 그것을 보고 있다. 집
이 산그늘 속에 잠기고 밤이, 어둠이 서서히 어디서 온다.
밤이 천천히 올 때도 있고 빨리 와 있을 때도 있다. 오늘 하
루가 짧다. 마을 뒷산에는 부모님이 계신다. 살아 계실 때
내가 잘못한 게 많지만, 오늘도 어머니 아버지는 우리집을
굽어보시며 우리를 보살피고 계실 것이다. 어머님 아버님
이 보시기에 좋도록 어머님과 아버님께서 걱정하시지 않도
록 살아야 한다. 오늘 아침 햇살 가득한 우리집을 바라보았
을 때 작은 우리 기와집의 환한 모습을 잊을 수가 없다. 이
집은 나의 시다. 어머님은 달이 떠 있을 때 우리집이 그렇게
예쁠 수가 없더라고 하셨었다. 봄이 오고 달이 뜨면 이 산
저 산에서 소쩍새도 운다. 나는 이 집 방에서 시를 공부하고
시를 썼다. 지금도 그런다.
사랑 말고는 뛰지 말자
김용택,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