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랑 헤어진 뒤 집으로 들어와 보니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콘스탄챠와 바닐라의 이름을 불러도 대답은커녕 모습조차 드러내지 않는 것을 보면 아직도 두 사람 어머니랑 같이 계시나 보다. 마지막으로 본 게 호텔에서 파티를 즐기시는 어머니를 보살피는것이었는데.
"...언니."
"두 사람에게서 연락이 왔어?"
모모가 핸드폰을 보여주었다. 폰에는 메시지로 모모가 언니 어디 계세요 같은 간단한 질문이 적혀져 있었는데 그 뒤 나온 답변은.
-콘스탄챠: 업무에 방해하지 마십시오 모모양.-
답변을 본 뒤 모모의 얼굴을 바라보았는데...
다른 설명이 필요 없었다. 침울함 그 자체. 몇 초 뒤에 양쪽 눈에서 물이 한두 방울 떨어지더니 흐느끼는 소리가 들려오면서 나는 모모를 꼭 안아 주었다.
등을 살포시 토닥여 주니 모모는 양팔로 내 몸을 끌어안았고.
"내가 시간 내서 두 사람에게 얘기해 볼 테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 너와 만나기 전부터 알고 지낸 사이였으니까."
"고마워요 도련님."
얘기가 끝나면서 나는 모모의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 부드러운 이마가 내 입으로 느껴지면서 모모의 뜨거운 숨결 또한 느껴졌고.
"저녁 준비할게요. 드시고 싶은 게 뭔가요?"
"아니 오늘은 내가 준비할게."
"네? 도련님이요?"
나는 외출용 코트를 옷걸이에 걸어놓으면서 모모를 향해 싱긋 웃었다.
"이래 봬도 간단한 요리 정도는 할줄 안다고. 매번 너에게 받아먹는 것은 좀 미안하고."
"에이 그래도 저는 엄연히 도련님의 메이드인데 제가..."
"동시에 너는 나의 연인이잖아."
말이 끝남 동시에 나는 모모의 입술에 가볍게 키스하니, 모모의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르는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아무 말도 못 한 체 어버버하는 듯한 기분이 들었고.
모모는 이럴 때 참 귀엽단 말이야.
"잠시 쉬면서 머리 식히고 있어 모모. TV를 봐도 되고 비디오 게임 해도 되고."
"그럼, 오늘만큼은 부탁할게요 도련님."
참 그때 생각해 보면 서로의 가락지에 반지를 끼지 않았을 뿐이지 우리 두 사람은 부부나 다름없었다. 나하고 모모는.
뒤 뜰로 나오니, 저녁놀의 바람이 내 뺨을 스쳐 지나갔다. 저녁놀의 서늘함을 느끼면서 주변을 둘러보니 타이거 아저씨가 뒤뜰에서 조용히 앉아 계시는 모습이 먼저 보였고, 아저씨가 내 모습을 보시더니 천천히 내 앞으로 다가왔다.
"오셨습니까 모모."
"제가 없는 사이 별 탈 없으셨죠 아저씨?"
"저야 뭐 똑같지만 모모 표정이 참 어두워 보이는군요."
"하하하 그런가요?"
아저씨는 참 눈치도 빠르셔. 나는 근처에 벤치에 앉은 뒤 나의 작은 손으로 아저씨의 얼굴을 쓰다듬어 주었다.
"그냥 여러 가지 일로 마음이 편하지 않네요 요새. 특히 언니분들 말이죠."
"콘스탄차하고 바닐라 말씀하시는 겁니까."
"네 아저씨. 자상했던 언니들이 많이 바뀌어서요."
"흐음."
아저씨도 두 언니랑 알고 지내온 사이였다. 주인님이 아저씨가 나를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뒤뜰 풀 속에 숨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부터. 처음에는 마님이 아저씨 보고 저딴 짐승 갖다 버리라고 했지만, 주인님은 되려 마침 뒤뜰 침입자 방지를 위해 AGS 한기를 놓을 생각이었다며 흔쾌히 뒷마당에 있는 것을 허락해 주셨다. 그 뒤 종종 뒤뜰에 와서 일하거나 아저씨를 정비해 주면서 서로 인연을 맺게 된 것이다.
세 명이 서로 얘기를 할 정도로.
"주인님이 입원하신 뒤로 언니들이 많이 바뀌었어요. 얘기를 해도 대충 대답만 해주시고 아는 척도 안 하시고. 무슨 일이 있는지 물어봐도 말이에요."
"그것 때문에 표정이 어두워지신 겁니까 모모."
"네..."
얘기를 하면서 언니들의 자상했던 모습이 하나둘씩 지나갔다. 셋이 같이 홍차와 다과를 먹으면서 이런저런 얘기로 시간을 보내기도 하고, 바닐라 언니가 어처구니없는 일로 짜증을 낼 때 콘스탄차 언니하고 내가 어떻게든 중재시키려 했고 무엇보다 도련님이 집에 오셨을 때 셋이 같이 와서 인사를 드리고...
"비록 저희 세 명이 바이오 로이드라 해도 그리고 피가 달라도 언니들은 저에게 있어서 가족이나 다름없어요. 콘스탄차 언니도 직접 저에게 어려운 일이 있으면 서로서로 지탱해 주어야 한다고 신신당부하셨고요."
"가족이라..."
아저씨에게서 미약한 울음소리가 들려오신 뒤 계속 해서 말을 이어 가셨다. 바람이 내 주황색 머리카락을 휘날리자, 나는 머리카락을 뒤로 넘기다가 아저씨가 하신 말에 내 손이 멈춰졌고.
"그 두 분도 한번 저에게 이런 말을 했었습니다. 모모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언니들이요?"
"콘스탄차는 귀여운 막내 같다고 하셨고 바닐라는 혼날 때 허둥지둥 대는 거 빼면 좋은 아이라고 하셨습니다. 그 두 분도 모모를 가족으로 보고 있다는 겁니다."
안으로 들어와 보니 도련님이 어느새 저녁을 차리셨다. 간단한 스파게티류 음식이었는데 언니들이나 내가 해주는 것만큼은 아니었지만 간단히 먹기에는 좋은? 그런 음식이었다.
그래도 나름 화려하게 차리려고 노력하셨는지 와인잔과 와인병이 놓여 있었고.
"어서 와 모모. 아저씨랑 잘 얘기했어?"
"네 도련님."
도련님은 눈빛으로 당겨진 의자를 가리켜서 나는 그대로 자리에 앉았다. 자리에 앉은 뒤 기다리셨다는 듯 와인잔에 와인을 따라주셨고.
"원래 이런 건 내가 해야 하는데. 입장이 바뀌었네요.."
"오늘 만큼은 내가 대신 해줄 테니까."
와인을 따라 주신 뒤 자신의 와인잔에도 와인을 따르신 뒤 도련님 또한 자리에 앉으셔서 와인잔을 들었다.
"서로가 힘들었는데 이 정도는 해줘야지. 안 그래 모모?"
"하여간 도련님도."
나 또한 도련님 따라 하듯 와인잔을 들었다. 잔 속에 담긴 와인이 흔들리면서 왠지 모를 무거움이 느껴졌고, 샹들리에의 불빛은 와인의 붉은빛을 더욱더 빛나게 해주었다.
"오래전 일이 생각나네요. 제가 도련님에게 처음으로 저녁을 차려준 거."
"그때 나한테 팬케이크하고 베이컨 그리고 계란을 차려줬잖아. 저녁 차려 준다면서 브렉패스트 식사를 차려주고."
"제가 할 줄 아는 게 그거밖에 없었는데요."
"뭐 나도 마찬가지인데."
도련님은 식탁에 차려진 스파게티를 바라보시면서 싱긋 웃으면서 말을 이어갔다.
"나도 할 줄 아는 게 스파게티밖에 없거든. 이것도 간신히 배운 거고."
"에헤헤…. 끼리끼리네요."
그때는 내가 차려주었지만, 오늘은 도련님이 나를 위해 차려주셨다. 서로의 입장이 바뀐 셈인 것이다. 도련님이 나 대신 차려주시고.
지금도 카페테리아 일을 끝낸 뒤 내가 힘들어하시는 모습을 보면 도련님이 나 대신 저녁을 차려주시기도 하셨다. 남편이 이 정도는 못 해주냐면서 말이다. 뭐 해보았자 나와 달리 간단한 요리밖에 못 하시지만.
"마시기 전에 뭐라 할까 우리? 좋은 하루? 멋진 나날? 밝은 미래?"
"음-매지컬한 하루를 위해?"
"아하하 역시 매지컬이구나 넌? 좋아 그렇게 하자."
도련님은 와인 잔을 하늘 위에 올리신 뒤 나 또한 하늘 위에 올렸다. 두 개의 잔이 불빛에 가까이 오자 더욱더 와인이 붉은빛은 내 뿜고 있었고.
"매지컬한-"
"하루를 위해-"
챙-
"전 도련님이 이 사실을 알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무엇을 말입니까? 모모."
"제가 배우였던 시절의 모습을 말이죠."
아저씨는 내 말에 그릉-하면서 말이 끊기셨다. 배우였던 시절의 모습을 아저씨 또한 많이 보셨기 때문에…. 촬영을 위해 무슨 짓을 했는지조차도.
"그때 일…. 잊어버리라고 했잖습니까. 모모도 원해서 그런 것도 아니시고요."
"그래도 도련님이 아시면..."
나는 양손을 펼쳐보았다. 느낄 수 있었다. 하얀 손에 무언가의 냄새가 내 코를 찌르고 있다는 것을. 피 냄새가 진동한다는 것을.
"크게 실망하실 거예요. 제 손은 결코 깨끗한 손이 아니라는 것을. 더럽고 악취 나는 손을 가진 마법 소녀라는 것을."
그것도 모자라 내 손이 떨리고 있었고. 내 입꼬리가 왠지 모르게 위로 올라갔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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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올린다는것을 그만 잠들어 버려서 마저 쓰고 올리네요 허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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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아프면 소설도 못써요 허헛. | 23.05.05 09:38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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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지난 만화를 보면서 덴세츠가 보통 미친것들이 아니란것을 깨닫게 되었다죠. 이번 소설은 모모가 겪었던 광기를 어느정도 표현해보고 싶었고요. (마르가 이 광경을 본다면 제대로 기절을 해버릴겁니다. 저건 예술이 아니라면서요) | 23.05.05 09:17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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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태로웠고 위태로웠던 가정이 결국 일어날것이 일어난셈이죠. 어떻게 될지 지켜보시길. | 23.05.08 09:44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