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물 우물-"
"천천히 먹어 그러다 체할라."
"느므 마이져요-"
학교 가까이 있는 공원 야외 테이블에서 열심히 먹는 소녀의 모습을 보면서 나하고 도련님은 이런 생각이 오고갔다.
와아 얘 정말 배고 팠나 보구나. 순대하고 떡볶이 세트를 이렇게 급하게 먹는것을 보면 말이야. 중간에 욱하는 소리가 들려오길래 도련님은 가방에 있던 물을 건네주더니 그대로 벌컥 벌컥 마셨고. 한 방울도 남기지 않고.
"후아-!"
물 한병을 다 마신 뒤 소녀는 큰 한숨을 내 뱉었다. 입가에 묻은 떡볶이 고추장을 혀로 핥으면서 입안으로 넣은 뒤 냅프킨으로 자신의 입을 닦았고.
"이렇게 맛난것을 많이 먹는것은 간만이네요. 감사하 잘 먹었습니다 두분."
"소녀분이 맛있게 먹어서 정말 다행이에요. 모모도 매우 좋아하는 음식인데 이것들."
"너 어제 연주 하면서 사람들로 부터 돈 받지 않았어?"
"어제?"
"응 어제. 기억하는게 맞다면 어제 연주 끝난 뒤 모자로 돈을 받았잖아. 보니까 은근히 거금을 받았던데."
도련님의 질문에 소녀는 검지로 자신의 볼을 대면서 골똘히 생각하였다. 음-음-하면서 갸웃 거리는 모습이 천진난만하고 귀여워 보여서 꼭 안고 싶은 충동이 드는것을 꾹 참고 있었고.
"아! 어제 제 연주를 봐주신 관객분들 중 두분이셨군요!"
소녀는 손가락을 탁 쳤다. 우리 두사람을 바라보면서.
"기억 났어요! 어제 두 분들이 제가 분숫대에서 연주하는것을 보고 가까이 와서 구경 온것을! 그러다가 깡통아저씨가 나타나셨을때 다시 갈길 가셨고요."
"디테일하게 기억하고 있네요? 소녀분의 연주를 구경하러 온 관객분들이 많았을텐데."
"제 연주를 들으러 온 고마운 손님들의 얼굴도 기억하는것도 중요하답니다. 시간을 내 줘서 제 연주를 들어주시는 아주 고마우신 분들인데요."
소녀의 대답에 왠지 모르게 미소가 내 입에 그려졌다. 기억력이 좋은거 뿐만 아니라 관객들을 위한 마음가짐도 매우 좋은 아이였다. 내가 마법 소녀 매지컬 모모 연기 했을때도 항상 이런 마음 가짐으로 연기에 임했다. 늘 시간내서 나의 공연을 보러 와주는 팬들에게 감사해야 할것, 그들을 위해 최고의 연기를 선보여서 행복하게 해줄것.
"뭐 신사분이 해주신 질문에 대답을 하자면 그 깡통 아저씨에게서 돈을 다 뻇겼지 뭐에요..."
"뺏겨요...?"
"불법 적으로 돈을 벌었다는 이유로 말이죠. 그래서 소수의 돈만 간신히 챙겨서 바깥 어디엔가에 노숙했지 뭐에요. 아침도 그냥 빵 한 조가리 먹는걸로 그치고 여기 저기 돌아다니다가 저기 음식 수레에 온거에요. 아줌마가 얼마나 무서웠는지..."
소녀가 얘기하는 사이 나는 포장마차를 향해 힐끗 바라보았다. 포장마차는 여전히 똑같은 자리에 있었지만 한가지 바뀌어진게 있었다. 주인이 바뀌었다는거.
예전 주인이셨던 마음씨 좋은 할머니는 어디 가시고 어느 순간 다른 아줌마로 바뀌어진것이다. 모모가 한번 할머니 어디 가셨냐고 물어보니 많이 늙으셔서 더이상 일 못하시게 되었다고 하시고.
어디서 만날수 있냐고 물어보니 하는 말이...
살거면 사고 말려면 딴 데 가!
...포장마차 할머니 보고 싶어요.
"언니, 뭔가 안좋은일 있으셨나요?"
"네?"
푸른 머리카락의 소녀는 내얼굴을 바라보았다. 얼굴에 묻은 무언가를 바라보듯 뚜렷히 말이다.
"제 표정이 어두웠나요 혹시?"
"마치 깊은 고민에 빠진 듯한 표정으로 변해버리신듯 해서요. 괜찮으신거죠?"
"걱정해줘서 고마워요 착한 어린이분. 전 괜찮아요."
소녀는 모자를 단정하게 제대로 쓴 뒤 등 뒤에 매던 하프를 꺼내었다. 하프의 현을 한번 손으로 쓱 스쳐지나가니 하프의 음이 우리 두사람의 귀로 들려왔다.
도 레 미 파 솔 라 시 도
이렇게 리듬에 맞추어서. 음이 제대로 나온것에 만족 하듯 소녀는 미소를 지었다.
"원한다면 제가 한곡 켜 드릴까요? 울적한 기분이 확 날아갈거에요."
"저야 좋지만...도련님은요?"
"마침 나도 물어보려고 했어. 한곡 켜달라고"
"에 정말요?"
도련님의 대답에 소녀의 눈빛이 반짝이고 있었다. 자신의 노래를 듣고 싶다는 말에.
"어제 분숫대 앞에서 연주를 들었을때 제대로 못들어가지고 아쉬웠는데 이 기회에 한곡 부탁하고 싶었거든."
"그럼 더욱 더 킬수 밖에 없네요."
소녀는 자세를 잡은 뒤 양손으로 자신의 몸의 반 크기가 되는 하프를 연주하기 편하게 어깨에 기대게 해주었다. 마치 어지럽혀진 마음을 정리하듯 눈을 감은 체 한번 긴 숨을 내 뱉으면서.
"지금부터 연주할 음악은 제가 세계를 여행하면서 종종 연주하는 곡이랍니다. 이름은 봄의 노래."
소녀의 작은 손가락이 현을 튕기자 부드러운 음이 하프에서 들려왔다. 마치 귀로 들어가면서 마음속에 있던 응어리들을 한번에 쓸어버리는 듯 한 기분이 들어서 서서히 몸이 편안해져 가고 있었다. 마치 침대위의 푹신함을 느낀 그런거?
나하고 도련님은 그동안 수많은 음악을 들어왔다. 한국 전통 국악을 비롯해 오페라나, 클래식 공연 등 이들중 바이오 로이드들을 시작해서 음악쪽에서 유명한 인간분들이 직접 작곡한 음악도 극장이나 콘서트에가서 직접 들어왔지만...
이건 무언가 달랐다.
그동안 들어왔던 음악에서는 결코 느끼지 못한 무언가가...
연기용으로 제작된 바이오 로이드이자 마법 소녀 로서 음악에 대해서는 전문은 아니었지만 이런 나 조차도 알수 있었다.
바이오 로이드, 그리고 그 유명하다던 음악가들에게 가지고 있지 않은것을 저 소녀는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이건 무릇 나뿐만이 아니라 도련님도 마찬가지였다. 옆에서 눈을 크게 뜨면서 연주를 하나라라도 놓치지 않게 집중하고 계셨고.
뿐만 아니라..
어느세 몰려왔는지 사람들이 그대로 소녀의 음악을 들으려고 몰려왔고. 애 어른 가릴것도 없이 심지어 학생및 할아버지 할머니분들도. 기분 탓인지 몰라도 참새나 다람쥐도 나무위에서 내려와 테이블 위에 않는 모습을 보니 이들 역시 연주를 구경하러 온게 아닌가 싶었다.
연주가 끝나자 긴장이 풀린 듯 하아-하는 소녀의 깊은 숨소리를 내뱉었고, 잠시의 침묵이 지난 뒤 모두에게서 박수와 갈채가 들려왔다.
비록 콘서트에서 볼수 있는 화려한 무대위가 아니었지만 이것 만으로도 사람들로서 사람들 머리속에 남을 멋진 연주 그 자체였었다.
소녀는 주변에 사람들이 자신을 향해 박수를 치고 있다는것을 알게 되면서 자리에서 일어선 뒤 모자를 벗은 뒤 고개를 숙이면서 크게 외쳤다.
"제 연주를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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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력전 하면서 소설 쓰느냐 정신없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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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3.05.02 07:48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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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마지막 쯤에 정체가 밝혀질 예정입니다. 일단 평범한 소녀가 아니란것은 확실해요. | 23.05.02 07:49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