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시간. 다들 머리 식히고 어느 정도 마음이 진정되면 분명히 예전처럼 돌아갈 수 있을 거야."
"서로의 마음이 진정될 때까지 기다린다는 그런 거?"
"응…. 그렇지 뭐. 도련님 말대로 모두가 힘들어하는 상황이니까. "
말이 끊겨졌다. 어떻게든 무슨 말을 꺼내려 했지만, 이상하게도 뭐라고 답해야 할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머릿속에는 휘몰아치는 온갖 단어들 중...
"가족이니까."
말 한마디가 내 입 밖으로 나오고 말았다. 마치 내 목 밖으로 나오려고 했던 것이 그대로 나온 듯.
"왜냐하면 가족이니까. 모모는 비록 인간이 아닌 바이오 로이드지만 알 수 있었어. 도련님을 비롯해 언니들은 가족이라는 것을."
한 장면씩 그림이 지나갔다. 언니들하고 처음 만났을 때, 바닐라 언니에게 처음으로 요리 배울 때 생각보다 잘 안되어서 언니에게 엄청나게 깨진 거, 그런 나를 기운 내라고 바닐라가 악의로 그런 것이 아니라고 따뜻한 미소로 다독여 주던 콘스탄챠 언니...
그때의 느낌은 지금 내 손으로 기록을 쓰면서 노트에 눈물이 한 두 방울 떨어졌다. 언니들이 보고 싶어졌다. 두분을 안 본지 꽤 됬다. 얼마나 못 봤는지 잊어먹을 정도로.
다시 재회하면 하고 싶은 얘기들도 보여주고 싶은것들도 많은데. 만나자마자 보고 싶었어요 언니들 이라고 말하고 싶고.
"그냥 언니들이 힘들어하는 거뿐이니까..."
휴일에는 언니들이랑 같이 먹으려고 순대, 떡볶이 등을 사서 같이 먹고…. (바닐라 언니는 질색하면서 쳐다도 안 봤지만)
"무리 하지 마 모모."
"백토?"
백토가 일어서더니 그대로 내 어깨를 두들겼다. 옅은 미소를 지으면서.
"가족 걱정하는 것은 좋은데 너무 혼자서 끙끙거리는 게 아닌가 싶어서. 그러면 오히려 너만 안 좋아진다?"
"백토..."
"네 주변 사람도 생각해야지. 너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나도 그렇고 라인 타이거 아저씨도 그렇고 너의 도련님이 어떤 심정을 가지시겠어."
잠깐 잊고 있었던 것이 수면위로 떠오른 듯 한 기분이 들었다. 도련님이라는 단어가 백토의 입에서 나오면서 내 귀로 들어왔을 때.
"나도 잊지 말라능-"
이때 한참 주변 정리하시던 TCG샵 매니저가 우리 두 사람 곁으로 가까이 다가오셨다. 어째 저 능능 말투는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으시는 걸까.
뭐 한가지 달라지신 점이 처음 봤을 때의 뚱뚱한 몸이 아닌 현재는 근육질로 되었다는 거? 이젠 엄연히 마누라분이랑 같이 사는데 몸매도 가꿀 필요가 있으셨다나-
"예전 덴센츠 사 소속 매니저였던 만큼 나 역시 모모가 슬퍼하는 모습은 나 역시 볼 수 없다는-"
"아아 매니저-아니 여보-"
백토는 일어서더니 그대로 귀를 잡아당겼다. 매니저에게서 아야야 소리가 났고.
"그래서 마누라보다 모모를 더 챙겨 주시겠다 이건가요 네? 평생 저만 바라본다면서요."
"아야야 물론 나한테 백토밖에 없다는-울 마누라가 최고-"
"지난번에는 에라토 공연보고 하악 거리셨으면서?"
붉은 눈에 빛을 뿜으면서 노려보는 백토와 그런 마누라분에게 시달리시는 매니저를 보면서 내 입에서 푸훗-하는 웃음이 나왔다.
누가 보면 마누라에게 시달리는 남편의 불쌍한 모습으로 보일 수 있었다. 사정을 모르는 사람이 보면 부부 싸움 하는 거 같았고.
그때만 해도 나는 이런 의문이 생겼었다. 왜 남편이신 매니저가 백토에게 혼나도 가만히 계셨고 백토도 남편이신 매니저를 아무렇지도 않게 험하게 대했는지.
하지만 지금은 알 거 같았다.
가족이니까 이렇게 서로에게 허물없이 대하는 게 아닐까? 부부니까 말이다.
"백토랑 잘 놀았어 모모?"
"네 도련님."
도련님은 그날 평소보다 일찍 돌아오셨다. 정확히 말하자면 오늘 직장 다니다가 다시 돌아왔다고 해야 할까. 왜 일찍 돌아왔나요 라고 물어보니 그냥 자신이랑 있는 것이 더 좋다는 이유로 말하였다.
나야 뭐 도련님과 있는 시간이 생겼으니 좋지만 한편으로는...
"이렇게 일 빠져도 될까요? 주인님도 안 계시는데."
"상관없어."
도련님은 나를 꼭 안았다. 내 머리에 입을 한번 맞추면서. 도련님의 얼굴이 내 얼굴과 맞대면서.
"아까 말했잖아. 오늘은 왠지 너랑 같이 있고 싶어져서 그런 거라고. 그러니 너무 신경 쓰지 말자고."
"하여간 도련님은."
나는 도련님의 팔을 꼭 안았다. 그의 팔에서 온기가 차가웠던 내 몸과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었고.
"이러시면 모모도 이렇게 할 수밖에 없잖아요. 히히."
한참 동안 걸어가다가 우리 두 사람은 교복을 입고 걸어가는 학생들이 보이길래 잠시 자리에서 섰다. 서로가 웃으면서 혹은 한 손에 책을 든 채 학교로 들어가는 학생들을 바라보면서 잠시 추억에 빠지신 듯 미소를 지으셨고.
"저 학교 도련님이 다니시던 학교 아닌가요."
"오래간만에 보내 정말."
전쟁 와중에도 저렇게 웃으면서 학교에 다니는 모습을 보니 참 평화로워 보였다. 마치 전쟁 같은 것은 잊어나지 않았다는 듯, 혹은 그런 거조차 신경 쓰지 않고 지금의 행복을 즐기려는 듯.
"학교 다니면서 성적 유지하기 위해 엄청나게 공부한 게 기억나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였다 보니 가장 힘들었을 때였고."
"그래도 다 잘됐잖아요. 지금은 어엿이 주인님이 운영하시는 호텔에서 일하게 되었고요."
"동시에 모모 너는 여기서 나 기다린다면서 하루 종일 학교 앞에서 맴돌거나 포장마차 집에서 피카츄 돈가스나 순대 먹고 그랬잖아.
"못됬어요 도련님."
나는 주먹으로 도련님을 퍽퍽 쳤다. 이런 반응을 기대했다는 듯 싱긋 웃는 그의 모습이 보였고.
"그러다가 모모 정말 삐져요. 착한 어린이는 여자 울리는 게 아니에요."
"미안 미안."
포장마차라고 하니 주변을 둘러보니, 학교 앞에 있는 포장마차는 지금도 영업 중이었다. 학생들도 들어가서 사 먹고 있었고.
생각해 보니 저 포장마차는 학생들에게 있어서 명당자리였지. 학업으로 인해 쌓인 스트레스를 풀기에는 이보다 좋은 장소가 없었을 테고. 맛있는 음식으로 먹으면서 말이다.
"다들 잘 지내고 있으려나."
"누구요?"
"그냥 학교 친구들. 수많은 인연이 있었잖아. 시라유리나 그...여자애 등..."
그 여자애라면…. 그분이신가? 그 학생 회장.
시라유리씨와 달리 이름을 부르지 않고 여자애라고 하시는 것을 보면 도련님으로서 제대로 흑역사로 낙인찍히신 듯 했다. 하긴 나 같아도 도련님을 뒤에서 험담한 그 여자를 안 좋게 보는데.
"이걸로는 부족하다는 건가요 아줌마?"
"아 정말 안된다면 안돼!"
이때 포장마차에서 무언가의 소리가 들려왔다. 학생들도 자리에 서서 구경하길래 나하고 도련님이 같이 가서 보러 갔는데...
"그래도 돈이 이거밖에 없는데…. 좀 봐주시면 안 될까요?"
"여기 팻말 안 보여!? 외상 금지! 요새 안 그래도 물가가 터무니없게도 올라가자고 이것도 만드는 것이 힘든 상황인데!"
쌀쌀맞게 대하는 포장마차 주인아줌마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가까이 다가가 보니...
"도련님 저 여자애 어제 봤던..."
깃털이 달린 모자에 초록색의 케이프 머플러를 입고 등 뒤에 하프를 맨 푸른 머리카락의 단발머리 여자애가 포장마차 주인하고 실랑이고 있던 것이다.
"그러면 이건 어떨까요?"
소녀는 등 뒤에 매던 자신의 하프를 꺼내었다. 해맑은 미소를 지으면서.
"제가 한 곡 연주해 드릴 테니까 한 그릇 받는 걸로요. 평생 기억에 남을 곡을 연주해 드릴게요."
"얘가 지금 머리가 돌았나! 어디서 만화 같은 데에 나올 것을 따라 해!"
"제가 살던 곳은 연주 잘하면 밥 얻어먹는데..."
"저기 실례합니다."
보다 못한 도련님은 포장마차 안으로 달려가 두 사람을 중재 시켜주었다. 한 손에 지갑을 든 체.
"얼마면 되나요? 제가 사드릴 테니 진정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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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 컨디션 때문에 2일 지체됬네요.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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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백토 유년기때 한번 나오긴 했습니다. 그뒤 몇번 나오게 하고 싶었지만 타이밍이 없었음...(사실 소년기때 모모를 트럭에서 구한것이 도련님 말고 백토라는 루트도 생각해 본적이 있지만 도련님이 구하는 루트로 갔죠.) | 23.04.30 17:4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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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3.05.01 01:20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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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히 단역이 아니라 나중가서 중요 역활을 할 예정입니다. 그것도 아주 크게요 여러모로. | 23.05.01 01:21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