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 왔어?"
"미안한데, 아까 이름이 뭐라고 했었지?"
"여기 들어오기 진짜 빡센데, 어떻게해서 들어온거야?"
"진짜 예쁘다! 전에 살던 곳에서도 여자애들이 막 데이트하자고 하지 않았어?"
"저기, 저기, 한 명씩 질문해... 일일이 다 답해주기도 힘들어..."
듀얼 아카데미아의 입학식이 끝난 이후, 세이아는 처음으로 겪어보는 질문 공세에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었다. 이름은 무엇이며 어디서 왔는지, 무엇을 하다 왔었는지, 어느 듀얼리스트를 롤모델로 삼고 있는지가 주된 질문들이었지만 그런 질문들만으로도 세이아는 왠지 모르게 진이 빠지는 기분이 들었다. 거기서 끝난다면 몰랐지만 그런 와중에 정말 잘 생겼다며 자신에게 은근슬쩍 관심을 보이는 여학생들의 눈길도 느껴져 조금은 부담스럽기도 했었다.
"아하하, 미안, 미안. 그래도 진짜 잘 생겼어! 왜 이제서야 여기로 온 거야? 정말 아까워!"
그리고 지금 세이아의 눈 앞에 있는 상대는 치렁거리는 은발을 검은 리본으로 장식한 트윈테일로 묶고, 한 시대를 풍미한 여배우 못지 않게 아름답게 빛나는 보랏빛의 눈동자를 지닌 귀여운 인상의 미소녀로 그녀는 자신의 생각을 숨길 마음이 전혀 없다는 듯 눈을 반짝이며 세이아를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었다. 마침 세이아에겐 부담스럽게도 풍만한 융기를 지닌 몸으로 본인과 상당히 가까운 거리까지 다가온 상태였고 이런 경험이 거의 없었던 세이아는 당황한 기색을 제대로 숨기지도 못 하고 있었다.
"나, 엘리노어 셸비야! 친구들끼리는 엘리라고 불러!"
"그, 그렇구나... 무라이 세이아야..."
"그래, 그래! 앞으로 잘 지내보자! 진심이야!"
"그래, 그래! 앞으로 잘 지내보자! 진심이야!"
자신을 '엘리노어 셸비'라 밝힌 여학생의 애정어린 눈빛을 세이아는 부담스러워하고 있었지만, 그래도 최소한 첫날부터 소위 '친구들'에게 암묵적으로 무시당하는 것보단 나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며 애써 스스로를 다독여보고 있었다.
"그 잘 지내보자는 말은 혹시 내 남자친구가 되어달라는 말을 대신해서 말한 거야?"
"뭐?!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뭐?!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그런 엘리의 뒤에서 능글맞게 웃으며 다가오는 남학생과 그의 친구들로 보이는 두 사람이 보이고 있었다. 엘리를 놀려먹은 남학생은 은색의 브릿지가 있는 흑갈색의 머리와 금빛이 감도는 갈색의 눈동자를 지녔고, 세이아의 시선으로 그의 오른편에 선 친구는 자신과 비슷한 갈색 머리에 왼쪽과 오른쪽이 각각 붉은색과 초록색인 오드아이를 지녔었고, 왼편의 친구는 갈색의 머리에 금색의 머리칼이 간간이 섞여있는 더티 블론드와 적갈색의 눈동자를 지니고 있었다.
"그거 알아? 네 목소리만 들어도 네 기분이 다 보이는거?"
"그게 뭐 어때서!"
"아무리 봐도 저기 있는 전학생한테 제대로 꽂힌 것 같다, 이거야."
"시끄러워!"
"그게 뭐 어때서!"
"아무리 봐도 저기 있는 전학생한테 제대로 꽂힌 것 같다, 이거야."
"시끄러워!"
그의 말대로였다. 둘이 말하는 것을 잠깐 들어본 세이아의 첫 평은 엘리는 목소리만 들어도 그 기분이 다 드러나는, 자기 감정에 솔직한 타입에 가까웠고 그래서 거짓말이나 내숭 같이 자신을 숨기는 일에는 영 소질이 없을 어린 강아지같은 느낌의 소녀였다.
"하여간 내 농담에 일일이 반응해주는게 퍽 귀엽단 말이지. 아, 반가워. 첫날부터 인기 폭발인 걸 보니까 그 잘생긴 얼굴이 제대로 먹혔나봐."
"글쌔... 내 얼굴이 잘 생겼는지 어떤지는 잘 모르겠는데 말이야."
"남자인 내가 봐도 충분히 잘 생겼고 귀엽게 보이는데, 뭐. 아, 나는 새뮤얼 조야. 내 왼쪽에 있는 친구는 히이라기 카즈키야. 마술이라면 이 아카데미아에선 얠 따라잡을 사람이 거의 없어."
"잘 부탁할게."
부드러운 음성과 함께 카즈키가 세이아에게 가볍게 인사를 건내고,
"그리고 내 오른쪽은 레지널드 우야. 줄여서 레지라고 하지. 일명 '레디 우'라고도 불려. 왠만한 게임은 다 잘 하지만 특히 아케이드 게임이라면 아카데미아의 탑 3에 들 정도로 뛰어난 고수지."
"반가워."
이어서 중국어 억양이 조금씩 묻어나오는 음성과 함께 레지널드도 그에게 가볍게 인사를 건냈다.
"아, 친한 사람들은 나를 '새미'라고 부르지. 앞으론 너도 날 그렇게 부를테니까 먼저 알아두라고."
"아하하... 그렇구나. 잘 부탁할게."
그리고 새미 역시 세이아에게 인사를 건냈다. 그런 와중에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오더니 이내 세이아를 둘러싸고 있었던 학생들의 대다수가 좌우로 갈라지고 있었다. 세이아가 그 곳을 향해 눈길을 돌리자, 왼편으로 살짝 치우쳐서 묶어놓은 사이드테일의 은발과 흑단색의 눈동자를 지닌, 날선 눈매를 지닌 중성적인 외견의 여학생이 자신에게 다가오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융기가 작아 새미같은 급우라면 여장남자라고 놀릴 법하지만 그럼에도 군살 하나 없는 몸매는 조끼와 넥타이 조합과 더할나위없이 어울렸고, 치마 아래로 드러나는 날렵한 라인의 허벅지와 검은 니삭스로 덮혀진 종아리 라인이 그녀가 여성임을 확실히 증명해주고 있었다.
"어라, 보스도 왔구나."
"보스라니?"
"헛소리일 뿐이야. 나는 딱히 뭘 하지도 않았는데 애들이 멋대로 날 보스니 뭐니 부를 뿐이거든."
"보스라니?"
"헛소리일 뿐이야. 나는 딱히 뭘 하지도 않았는데 애들이 멋대로 날 보스니 뭐니 부를 뿐이거든."
그녀의 눈빛과 함께 그 입에서 나오는 중성적인 카리스마가 있는 목소리로도 세이아는 새미가 왜 '보스'라는 단어를 꺼내들었는지 납득할 수 있었다.
"그 존재만으로도 뭔가를 했다는 기분은 드는데."
"그게 뭔데?"
"이를테면 '룰 상, 아이자와 레이는 남성 보스로 취급한다' 같은 거."
"'룰 상, 새미 조는 여성으로 취급한다' 같은 소리를 듣고 싶은가보네."
"그게 뭔데?"
"이를테면 '룰 상, 아이자와 레이는 남성 보스로 취급한다' 같은 거."
"'룰 상, 새미 조는 여성으로 취급한다' 같은 소리를 듣고 싶은가보네."
그 말에 세이아는 왜 아이자와 레이라 불린 여학생이 새미에게서 '보스' 운운하는 소리를 들었는지 얼추 짐작할 수 있었다. 금방이라도 새미를 때려눕힐 법한 주먹을 쥔 모양새나 잠깐 보였을 뿐이지만 제법 전문적으로 배운 것으로 보이는 일명 '히트맨 스탠스' 등 남학생들을 상대로도 깡이 있는 모습을 보여줬겠구나 하는 것을 짐작한 세이아는 자신도 모르게 쌍둥이를 먹여살리기 위해 온갖 궂은 일에 뛰어들었던 자신의 모습을 겹쳐보고 있었다.
"아, 맞다. 나는 아이자와 레이야. '베이비 페이스'라고 하던데 진짜인 것 같네."
"그거 진짜야, 레이. 정말 귀엽지 않아?"
"엘리 반응을 보니 알 만하군. 그래도 얼굴밖에 없는 남자는 아니었으면 좋겠는데 말이야."
"아직 하루도 안 지났는데 말이 너무 심하지 않아?"
"난 괜찮아. 이런 말을 하루 이틀 들은 것도 아니거든."
"그거 진짜야, 레이. 정말 귀엽지 않아?"
"엘리 반응을 보니 알 만하군. 그래도 얼굴밖에 없는 남자는 아니었으면 좋겠는데 말이야."
"아직 하루도 안 지났는데 말이 너무 심하지 않아?"
"난 괜찮아. 이런 말을 하루 이틀 들은 것도 아니거든."
자신을 혹평하는 듯한 레이의 말에도 세이아는 이해한다는 반응을 보여주며 자기 소개를 했다.
"무라이 세이아야. 앞으로 잘 지내보자."
"그래. 앞으로도 지켜보겠어, 베이비 페이스."
"그래. 앞으로도 지켜보겠어, 베이비 페이스."
"편한 대로 해. 난 상관없으니까."
그 말에 새미 일행과 엘리를 포함, 레이와 친분이 있어보이는 몇몇을 제외하면 남녀를 막론하고 세이아에게 일제히 시선이 돌아가고 있었고, 그 반응에 세이아도 자기 생각대로 레이가 아카데미아 내에서도 상당히 이름 날렸겠구나 하는 것을 어느 정도는 확신하고 있었다.
"레이가 좀 말이 거칠긴 해도 좋은 애야. 같이 지내다보면 알 수 있을 거야."
"그거야 넌 레이 친구니까 그렇게 말하는 거겠지. 그보다도 우리 보스를 상대로도 저렇게까지 말을 편하게 하다니. 모르긴 몰라도 깡이 대단한 것 같은데?"
"그렇게 따지면 너도 날 틈만 나면 놀려대니까 다른 의미로 깡이 대단한 것 같은데."
"그건 그냥 멍청한 거 아닐까?"
"그렇게 따지면 너도 날 틈만 나면 놀려대니까 다른 의미로 깡이 대단한 것 같은데."
"그건 그냥 멍청한 거 아닐까?"
이번에는 새미 일행의 뒤에서 그를 까내리는 소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세이아가 그 곳에 시선을 돌리니 거기엔 엘리보다 훨씬 짧은 길이의 트윈 테일로 묶어놓은 마룬 색상의 머리와 올리브색 눈동자를 지닌 까탈스러운 인상의 여학생이 있었다. 레이 못지 않게 융기가 적은 몸매를 지니고 있었던 그녀는 나름의 여성스러움을 보여주기 위함인지 밴드 쪽을 검은 색으로 처리한 하얀 사이하이 삭스를 신은 엘리처럼 검은 색의 사이하이 삭스를 착용하고 있었고, 여성치고는 제법 길이가 있는 신장 덕분인지 잘 어울리는 편이었다.
"이야, 아무리 보스 친구라지만 누가 누구보고 멍청하대, 정말."
"멍청한 거 맞지, 뭐. 맞을 짓만 골라서 하는 주제에 그러고도 배운 게 없으니까."
"그건 그냥 보스가 너무 무뚝뚝한 타입이라 그런 거고."
"멍청한 거 맞지, 뭐. 맞을 짓만 골라서 하는 주제에 그러고도 배운 게 없으니까."
"그건 그냥 보스가 너무 무뚝뚝한 타입이라 그런 거고."
"변명은 잘도 해요, 정말."
새미 일행을 제치고서 레이 옆 자리로 다가온 그녀는 이어서 세이아를 향해 입을 열었다.
"반가워. 칸나즈키 린이야. 그러고보니 너도 쌍둥이 동생들을 두고 있다고 들었는데, 사실이야?"
"어. 그건 왜?"
"아, 실은 나도 쌍둥이 동생들이 있거든. 걔네들한테 이야기 들었어. 엄청 예쁘다면서 호들갑을 떨더라고. 남자애들이라 말썽이 좀 있긴 하지만 말이야."
"어. 그건 왜?"
"아, 실은 나도 쌍둥이 동생들이 있거든. 걔네들한테 이야기 들었어. 엄청 예쁘다면서 호들갑을 떨더라고. 남자애들이라 말썽이 좀 있긴 하지만 말이야."
"기묘한 인연이네. 무라이 세이아야. 잘 지내보자."
자신과 비슷하게 쌍둥이 형제를 뒀다는 린의 말에 세이아는 일종의 동질감을 느끼고 있었고, 그녀가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와는 별개로 할 이야기가 제법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편으로는 자기 동생들은 지금쯤 무엇을 하고 있을지, 사야카는 루아와 이야기가 잘 되었을지, 아스카는 무엇을 하고 있을지 신경이 쓰이고 있었다. 스틸볼 듀얼 아카데미아는 개학 첫 날에는 입학식 이후의 일정을 간단히 치른 후 귀가하게 해주는 관습이 있었고, 그래서 세이아도 첫 날 일정을 끝내고 여동생들과 다시 합류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거기 너!"
하지만 여동생들과 합류하려던 세이아의 발목을 잡는 목소리가 그의 뒤에서 들려왔고, 이에 뒤를 바라보니 거기엔 훤칠한 키를 지닌 금발과 파란 눈을 지닌 남학생이 본인의 일행으로 보이는 네 명의 다른 남학생들과 함께 있었다. 아까의 입학식에서 봤던 것이 맞다면 그는 분명 자신과 동급생이었던 사람이었지만 행여라도 듀얼을 원한다면 듀얼로 승부를 보면 될 일이라고 생각하던 세이아는 그의 눈을 바라보며 대답했다.
"무슨 일이야?"
"어디서 뭐하다 왔는지도 모르는 전학생이 듀얼 아카데미아의 학생이랍시고 잘난척하는 걸 손놓고 구경하긴 싫었거든."
"어디서 뭐하다 왔는지도 모르는 전학생이 듀얼 아카데미아의 학생이랍시고 잘난척하는 걸 손놓고 구경하긴 싫었거든."
"아직 잘난척을 한 적도 없는데 그렇게 말하면 조금 서운한데."
"곧 할 거잖아. 안 그래?"
아무리 스틸볼 듀얼 아카데미아가 듀얼리스트의 성지 중 하나로 꼽히는 곳이라고 해도 전미 챔피언같은 업적이라도 세운 것이 아니고서야 학생의 신분으로서 뭘 하려면 얼마나 하겠냐는 생각이 들어 헛웃음이 나올 뻔했던 세이아였지만 일단 그에게 적당히 맞춰가면서 대응해주기로 했다.
"글쌔... 나는 디비전 1 리그의 탑랭커도 아니고, 미국 최강자도 아니고, 그렇다고 이 섬에서 뭘 제대로 보여준 적도 없어서 잘난척을 하고 싶어도 할 것이 없는데 말이야."
"아, 그러니까 곧 할 거 아냐. 안 그래?"
"전혀 안 그래. 그리고 할 말이 있으면 빙빙 돌리지 말고 직설적으로 말해봐. 내가 보기엔 무슨 허세나 그런 거라도 해보고 싶었던 것 같은데 전혀 겁이 안나서 말이야."
"전혀 안 그래. 그리고 할 말이 있으면 빙빙 돌리지 말고 직설적으로 말해봐. 내가 보기엔 무슨 허세나 그런 거라도 해보고 싶었던 것 같은데 전혀 겁이 안나서 말이야."
자신의 상대에 대한 파악이 대강 끝나가자, 세이아는 슬슬 그의 진의를 알아볼 겸 그를 도발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겁이 안 난다고? 농담하는 거지?"
"전혀. 제딴에는 그 정도 숫자면 내가 겁먹고 쫄 거라 생각했나본데, 듀얼로 전부 다 이길 수 있을지가 알 수 없어서 그렇지, 너 정도는 충분히 이길 것 같아."
"헛소리 하지 마, 임마! 내가 누군지 알고서 그러는 거야?!"
"전혀. 제딴에는 그 정도 숫자면 내가 겁먹고 쫄 거라 생각했나본데, 듀얼로 전부 다 이길 수 있을지가 알 수 없어서 그렇지, 너 정도는 충분히 이길 것 같아."
"헛소리 하지 마, 임마! 내가 누군지 알고서 그러는 거야?!"
"모르지. 그런 건 내 관할밖인걸."
세이아의 가벼운 도발에 그의 상대는 자신의 정체를 밝혀서라도 어떻게든 그를 겁주고자 했었다.
"내가 바로 브라이언 제러마이어 뷰캐넌이란 말이야! 이 곳 시장의 아들이란 말이지!"
"그래, 자기 소개 고마워. 무라이 세이아야. 잘 부탁해."
"나야말로 잘... 아니, 이게 아니잖아!"
"나야말로 잘... 아니, 이게 아니잖아!"
하지만 이미 자신의 별 거 없는 도발에도 벌써부터 열이 오른 브라이언의 모습에 세이아는 겁을 먹기는 커녕 오히려 그가 마냥 귀엽게 보이고 있었다. 고위 정치인의 아들이라는 타고난 신분은 분명 무시할 수 없는 요소였지만 그런게 무색하게 보일 정도로 세이아는 브라이언을 슬며시 놀려먹고 있었다.
"감히 내가 누군지 알고도 이러는 거야?!"
"어. 왠지 잘 하면 정치인 아들과 친구가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는데."
"어. 왠지 잘 하면 정치인 아들과 친구가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는데."
"말도 안 돼! 내가 너하고 친구가 될 이유가 어딨냐?! 돈도 없고 빽도 없고 뭣도 없는 주제에 말이야!"
"딱히 없어. 하지만 친구가 안 될 이유도 없지. 안 그래?"
"딱히 없어. 하지만 친구가 안 될 이유도 없지. 안 그래?"
이미 브라이언의 친구들도 이러다가 자신들까지 세트로 세이아에게 농락당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고, 결국 일행 중 하나가 먼저 입을 열어 이 상황을 깨트리기로 했다.
"그럼 먼저 듀얼로 네 실력을 보여봐! 네가 얼마나 잘났길래 우리한테 그따위 소리나 지껄이는지 보자고!"
"이제야 본론으로 들어가네. 좋아, 그럼 제 1 대강당에서 승부를 보자고."
"네가 뭐라고 어디서 승부를 보고 말고야!"
"그럼 돈도 빽도 없는 범골이 더러운 발로 그 쪽 집으로 찾아가야하나? 만에 하나라도 그런 거 감당할 수 있겠어?"
"이제야 본론으로 들어가네. 좋아, 그럼 제 1 대강당에서 승부를 보자고."
"네가 뭐라고 어디서 승부를 보고 말고야!"
"그럼 돈도 빽도 없는 범골이 더러운 발로 그 쪽 집으로 찾아가야하나? 만에 하나라도 그런 거 감당할 수 있겠어?"
그러나 여전히 상황을 주도하는 건 세이아였다. 브라이언은 자꾸만 자신이 어디서 왔는지도 모를 전학생 따위에게 휘둘리고 있는 것 같아 매우 열이 오르고 있었지만 그렇다고 무작정 화를 내며 다그치기엔 이미 보는 눈이 너무 많아 차마 그럴 수도 없었다.
"젠장, 알았어! 그럼 거기로 와! 먼저 가서 기다리고 있을테니까!"
"그리고 다음부턴 할 말이 있으면 돌려 말하지 말고 바로 말해. 내가 보기엔 넌 그런 말재주는 전혀 없어보이거든."
"닥쳐, 임마!"
"그리고 다음부턴 할 말이 있으면 돌려 말하지 말고 바로 말해. 내가 보기엔 넌 그런 말재주는 전혀 없어보이거든."
"닥쳐, 임마!"
툴툴거리면서도 브라이언은 자기 일행들을 데리고서 먼저 제 1 대강당으로 이동하고 있었고, 그 뒷모습을 한참이나 바라보던 세이아는 집안의 재력이나 잘난 아버지같은 타고난 부분만 아니었어도 귀엽다면서 브라이언의 볼이라도 꼬집어줬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너 괜찮겠어?"
"응? 언제 왔던 거야?"
"응? 언제 왔던 거야?"
그런 세이아를 정신차리게 한 건 새미 일행이었다. 일행의 중심에 있던 새미가 먼저 입을 열었다.
"괜찮겠어? 실력이 문제가 아니라 상대가 여기 시장 아들이란 말이야."
"알지. 그런 것만 아니었어도 아마 머리라도 쓰다듬었을지도 모르겠는데."
"알지. 그런 것만 아니었어도 아마 머리라도 쓰다듬었을지도 모르겠는데."
정치인에겐 재력과 연줄이라는 무기가 있다. 한 도시의 대표라는 높은 자리에 앉은 정치인의 아들을 눈앞에 두고 있다면 실력과 상관없이 기가 죽을 수밖에 없고, 그와 그 아버지에게 밉보이지 않기 위해서라도 이길 수 있는 듀얼조차 스스로 패배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래서 자신에게 허세를 부릴 수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한 세이아였지만 지난 5년 간의 시간을 곱씹으며 외지인으로서 듀얼 아카데미아를, 스틸볼 시티의 시내를 편하게 다닐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고, 그래서 새미에게도 머리를 쓰다듬네 마네를 운운할 수 있었다.
"때론 재력은 폭력보다 무섭기도 하지. 하지만 정당한 듀얼로 승부를 보는 거라면, 그런 건 내 알 바 아냐."
"얼굴은 여자 여럿 후리고 다닐 법한 애가 알고보니 은근히 무서운 구석이 있었구나."
레지널드의 말이었다.
"이건 정당한 듀얼의 문제가 아냐. 내가 여길 다니면서 듀얼 아카데미아에서 저 녀석이 지네 마네하는 소리를 들었던 적이 거의 없었어. 너도 그 이유를 알 거라 생각하지만."
"그럼 더더욱 털어먹어야지. 듀얼리스트의 성지라는 곳에서 자기 아빠와 자기 집 재산만 믿고 설치면 무슨 꼴이 나는지 확실히 보여줘야하지 않겠어?"
"그럼 더더욱 털어먹어야지. 듀얼리스트의 성지라는 곳에서 자기 아빠와 자기 집 재산만 믿고 설치면 무슨 꼴이 나는지 확실히 보여줘야하지 않겠어?"
"정말 괜찮은 거야? 아무리 바보 샌드위치라지만 상대는 돈지랄 하나는 잘하는 바보 샌드위치란 말이지."
그러던 와중에 새미 일행의 뒤에서 레이의 목소리가 들려왔고, 세이아가 뒤를 돌아보니 레이의 좌우에 엘리와 린도 함께 있었다. 엘리는 걱정하는 모습이었고, 린은 반신반의하는 모습이었지만 레이는 흥미롭다는 반응을 보여주고 있었다.
"아이자와, 나는 듀얼리스트지 무슨 빌어먹을 바퀴벌레 따위가 아냐. 그리고 난 듀얼리스트를 원해, 돈많은 철부지가 아니라."
그리고 세이아의 여유롭지만 확고한 태도에 레이도 흥미를 느꼈는지 살짝 웃어보였다.
"그럼 해봐. 네가 얼마나 남자다운지 지켜볼테니까."
"아... 그래, 그럼 이렇게 된 거 우리가 말릴 수는 없겠고, 기왕에 네가 말한 걸 한 번 제대로 보여주라고, 보스."
"그래야지. 그리고 내 이름은 무라이 세이아야. 제대로 이름 불러주라고."
"좋아. 그럼 멋진 듀얼 기대할게, 무라이 세이아."
새미도 더는 말릴 수 없겠다는 걸 알았는지 세이아를 응원해주고 있었고, 세이아는 살짝 웃어보이며 일행들과 함께 약속한 장소인 제 1 대강당으로 이동했다. 제 1 대강당은 고등부 학생들이 사용하는 대강당으로서, 거대한 크기에 걸맞게 1층에는 실내 체육에 사용되는 코트들이 한 건물에 다수 모여있었으며 2층에는 스탠딩 듀얼이 가능한 시설들이 위에서 듀얼을 내려다볼 수 있는 관객석과 함께 준비되어있었다. 그 와중에 소문이 언제 퍼졌는지 2층에는 어느새 수많은 고등부 학생들이 세이아와 브라이언 뷰캐넌의 듀얼을 구경하기 위해 삼삼오오 모여들고 있었고, 일이 이렇게까지 커져버린 것을 발견한 브라이언 일행은 적잖게 당황하는 모습을 내비치고 있었다.
"야, 이거 큰일난 거 아냐? 언제 소문이 이렇게 퍼져버렸대..."
"괜찮아, 괜찮아. 그래봤자 전학생인데, 잘하면 얼마나 잘하겠어?"
"분명 허세겠지. 아무리 그래도 숫자가 있는데 설마 우리가 밀리겠어?"
"분명 허세겠지. 아무리 그래도 숫자가 있는데 설마 우리가 밀리겠어?"
브라이언 일행은 다소 당황하면서도 여차하면 숫자로 밀어붙일 생각을 하고 있었다. 뒤이어 따라 들어온 세이아도 관객석에 수많은 고등부 학생들이 이번 듀얼을 구경하고자 모여있는 것을 발견했지만 약간의 긴장과 함께 그 모습에서 반가움을 느끼고 있었다. 듀얼에서 졌다거나 듀얼을 재미없게 치른다는 이유만으로 관객들이 온갖 오물들을 듀얼 도중에도 듀얼리스트에게 집어던지던 지하 듀얼 클럽의 투기장의 살벌한 분위기에 비하면 세이아에게 이 정도는 놀이공원에서 열리는 축제와 비슷했다. 그리고 동시에 이번 듀얼로 자신이 이 듀얼 아카데미아에서 무시받을 입장이 결코 아니라는 것을 증명할 수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어쩌다보니 일이 좀 많이 커졌지만, 준비됐냐?"
"내가 할 말을 가로채버렸네. 겁나면 미리 말하고."
"누가 겁이 난다는 거야!"
"내가 할 말을 가로채버렸네. 겁나면 미리 말하고."
"누가 겁이 난다는 거야!"
자신의 상대인 브라이언을 슬쩍 떠보던 세이아는 그의 격한 반응에 그가 지금의 상황과 자신에게 겁을 먹었음을 짐작하고 여유롭게 자신의 손목에 장착한 듀얼 디바이스를 가동했다. 듀얼 디스크를 단종시키고 새로이 등장한 차세대 듀얼 장치이자 기술의 특이점을 넘어섰다는 찬사를 받은 듀얼 디바이스는 차세대 솔리드 비전인 Advanced Solid Vision, 약칭 ASV를 손목시계보다 조금 큰 사이즈의 장치로도 100%의 출력을 낼 수 있었고, 아예 솔리드 비전으로 듀얼 몬스터즈 카드와 듀얼 필드를 대체할 수 있었으며, 솔리드 비전을 재구성해 듀얼 디스크의 형태를 갖춰 듀얼을 진행하는 것도 가능한, 현 시점의 궁극의 듀얼 장치였다.
Advanced Solid Vision Activated. Duel Standby.
"듀얼!"
"듀얼!"
브라이언 뷰캐넌 LP 8000
무라이 세이아 LP 8000
선후공을 결정하는 다이스 롤을 통해 브라이언이 선후공을 결정할 권리를 잡을 수 있었고, 당연하다는 듯이 선공을 쥔 그는 첫 전개를 선보였다.
"선공을 잡겠어! 자, 간다! 패에서 필드 마법, [용의 계곡]을 발동!"
그가 꺼내든 필드 마법을 본 브라이언은 손에 상대를 견제할 수 있는 카드가 잡히지 않아 우선은 상황을 지켜보기로 했다. 필드 마법을 꺼내들어 콤보의 시동을 준비한 브라이언은 이어서 [용의 계곡]의 효과를 발동하기 위해 코스트로서 패의 [드래그니티-쿠제]를 묘지로 보내고 있었다.
"이어서, [용의 계곡]의 효과를 패의 [드래그니티-쿠제]를 버리고서 발동!"
[용의 계곡]의 효과로 [드래그니티-둑스]를 덱에서 패에 넣어 드래그니티 콤보의 시작을 알리려는 브라이언이었고, 예전에도 잘만 되었던 콤보였으니 이번에도 자신의 드래그니티 콤보로 저 건방진 전학생에게도 한 방 크게 먹여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한 편, 세이아는 [드래그니티] 덱을 보며 디비전 1 리그의 최상위 듀얼리스트들이 주로 사용하는 덱 이외의 덱을 마주하자 주력으로 쓰는 메인 덱과 별개로 듀얼리스트의 취향이 반영된 서브 덱 개념으로 생각하면서도 목숨을 건 티어 게임이 아닌 프리 듀얼을 즐기는 기분이 들어 약간은 반갑기도 했다.
"그 효과로 덱에서 [드래그니티-둑스]를 패에 넣고, 이어서 패에 넣은 [드래그니티-둑스]를 일반 소환!"
드래그니티-둑스 / 비행야수족 / 바람 / ★4 / ATK 1500 / DEF 1000 / 효과
[드래그니티] 덱의 시작을 알리는 몬스터의 등장이었다. 세이아의 패에서 아무런 체인이 걸리지 않은 것을 확인한 브라이언은 자신만만하게 콤보의 시작을 알렸다.
"일반 소환에 성공한 [둑스]의 효과로 묘지의 [쿠제]를 장착! 그리고 장착한 [쿠제]의 효과로 자기 자신을 특수 소환!"
드래그니티-쿠제 / 드래곤족 / 바람 / ★2 / ATK 1000 / DEF 200 / 튜너 / 효과
이번에는 [드래그니티-둑스]가 글레이브의 날을 연상케하는 머리 장식이 달린 드래곤에 올라타더니, 이내 그 드래곤과 분리되어 별개의 존재로서 브라이언의 필드에 존재하고 있었다. 세이아는 브라이언의 모습을 잠자코 지켜보고 있었다.
"간다! 레벨 4의 [둑스]에 레벨 2의 [쿠제]를 튜닝!"
[드래그니티-쿠제]의 효과에도 불구하고 브라이언은 의도적으로 6레벨의 싱크로 몬스터를 싱크로 소환할 것을 선언하고 있었고, 이런 식으로 자신의 묘지에 '탄환'을 비축해 다음 턴에 세이아의 필드를 박살낼 생각을 하고 있었다. 브라이언의 필드에 있던 두 몬스터가 연두색의 빛으로 변하더니, 이윽고 같은 색의 여섯 고리로서 다시 환원되어 새로운 몬스터를 불러내는 빛의 길이 되어주고 있었다.
"싱크로 소환! 나와라! 레벨 6, [드래그니티 나이트-바쥬란다]!"
드래그니티 나이트-바쥬란다 / 드래곤족 / 바람 / ★6 / ATK 1900 / DEF 1200 / 싱크로 / 효과
이어서 브라이언의 필드에 붉은 색의 갑주를 두르고 있는 성숙한 용에 올라탄 기사가 모습을 드러내고, 그는 이어서 싱크로 소환에 성공한 [드래그니티 나이트-바쥬란다]의 효과를 발동하고 있었다.
"이어서 [바쥬란다]의 효과! 묘지의 [쿠제]를 이 카드에 장착하고, 다시 한 번 [쿠제]를 장착!"
처음의 상황과 같은 상황이 브라이언의 필드에서 일어나고, 뒤이어 동일한 상황이 다시 한 번 그의 필드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장착한 [쿠제]를 자신의 효과로 특수 소환하고, 이어서 레벨 6의 [바쥬란다]에 레벨 2의 [쿠제]를 튜닝!"
연두색의 빛의 고리가 여덟 개가 되었다는 것을 제외하면 아까의 상황과 동일했고, 세이아는 덱의 특성상 앞으로도 이런 상황이 몇 번 더 반복될 것임을 짐작할 수 있었다.
"싱크로 소환! 나와라! 레벨 8, [드래그니티 나이트-샤크티]!"
드래그니티 나이트-샤크티 / 드래곤족 / 바람 / ★8 / ATK 3000 / DEF 2300 / 싱크로 / 효과
이번에는 브라이언의 필드에 기존의 [드래그니티]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황동색의 갑주를 두른 성숙한 용 위에 [드래그니티]의 새로운 전사가 기승한 형태를 지닌 용기사가 모습을 드러냈고, 뇌신의 또 다른 창이라 전해지는 '바사비 샤크티'의 이름을 딴 용기사답게 약간의 전격 이펙트도 보여지고 있었다.
"[샤크티]의 효과! 묘지의 [드래그니티] 드래곤족 몬스터를 가능한 만큼 장착하고, [쿠제]의 효과로 자기 자신을 다시 한 번 특수 소환한다! 이어서 패에서 [드래그니티 글로]를 발동! 덱에서 [드래그니티 암즈-미스틸]을 패에 넣는다!"
이번에는 연속 싱크로 소환으로 이어가는 대신 공격력 3000의 고타점 몬스터를 남겨놓는 선택지를 고른 브라이언은 곧 패의 [드래그니티 글로]를 발동해 덱에서 [드래그니티 암즈-미스틸]을 손에 넣었고, 곧장 [드래그니티]의 또 다른 소환 루트를 선보이고 있었다.
"그리고 내 필드의 [쿠제]를 묘지로 보내고, [드래그니티 암즈-미스틸]을 특수 소환!"
드래그니티 암즈-미스틸 / 드래곤족 / 바람 / ★6 / ATK 2100 / DEF 1500 / 효과
이번엔 황색의 갑주를 두르고 있는 용인이 거대한 장도를 휘두르며 브라이언의 필드에 모습을 드러냈고, 다시 한 번 뭔가를 선보이겠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세이아가 보기에 졸지에 주인을 잘못만나 살고 죽고 또 사는 것같은 [드래그니티-쿠제]를 보며 기묘한 안타까움을 느끼고 있었다.
"[미스틸]의 효과 발동! 이 효과로 묘지의 [쿠제]를 장착하고, 다시 한 번 [쿠제]의 효과 발동!"
"이 정도면 슬슬 [쿠제]가 불쌍하단 생각이 드는데."
"이 정도면 슬슬 [쿠제]가 불쌍하단 생각이 드는데."
"시끄러, 임마! [쿠제]는 [드래그니티] 싱크로 몬스터의 소환에만 쓸 수 있다는 단점이 있지만, 자기 자신을 레벨 4의 튜너로 취급할 수 있지!"
그 정도는 알고 있었던 세이아였지만, 굳이 물고 늘어지지는 않았다.
"레벨 6의 [미스틸]에 레벨 4로 취급한 [쿠제]를 튜닝!"
이번에는 열 개의 빛의 고리가 나타나고, 이어서 브라이언의 필드에 나타난 것은 남색의 갑주를 두르고, 네 쌍의 날개를 지닌 거룡 위에 [드래그니티-레가투스]가 올라탄 형태의 용기사였다. [드래그니티]의 쌍벽 중 하나이자, 순수 [드래그니티] 덱에서 꺼낼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비장의 패 중 하나이기도 한 [드래그니티 나이트-아라드와]의 등장이었다.
"싱크로 소환! 이게 바로 [드래그니티]의 최강의 쌍룡 중 하나다! 레벨 10, [드래그니티 나이트-아라드와]!"
드래그니티 나이트-아라드와 / 드래곤족 / 바람 / ★10 / ATK 3300 / DEF 3200 / 싱크로 / 효과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모자라다는 듯, 브라이언은 남은 2장의 패 중 1장의 카드를 꺼내들었다.
"그리고 이게 내 '울트라 C'다! 마법 카드, [용의 재기]를 발동! 패나 묘지에서 [드래그니티] 몬스터 1장을 특수 소환할 수 있지! 필드에 [용의 계곡]이 있다면, 패와 묘지에서 합계 2장까지 특수 소환할 수도 있지! 이 효과로 내 묘지의 [바쥬란다]와 [쿠제]를 특수 소환!"
브라이언의 묘지에서 올라온 2장의 몬스터가 다시 한 번 그의 필드에 모습을 드러내고, 브라이언의 덱의 특성상 세이아는 이 두 장으로 무엇을 꺼낼지 얼추 답을 낼 수 있었다.
"자, 간다! 레벨 6의 [바쥬란다]에 레벨 4로 취급한 [쿠제]를 튜닝!"
다시 한 번 열 개의 빛의 고리가 빛의 길을 만들어내고, 이번엔 금처럼 빛나는 갑주의 거룡이 [드래그니티-둑스]를 태운 채 네 쌍의 날개를 펼치며 브라이언의 필드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드래그니티]의 쌍벽이 모두 그의 필드에 모습을 보인 것이었다.
"싱크로 소환! 또 다른 [드래그니티]의 최강의 드래곤이다! 레벨 10, [드래그니티 나이트-아스칼론]!"
드래그니티 나이트-아스칼론 / 드래곤족 / 바람 / ★10 / ATK 3300 / DEF 3200 / 싱크로 / 효과
브라이언의 패에 남은 카드 1장은 겹쳐 잡아버린 2장째의 [용의 계곡]이었고 이 것으로는 페이크를 할 수 없다는 것에 아쉬움을 느끼고 있었지만 이 정도면 세이아를 제법 압박할 수 있겠다는 생각 정도는 하고 있었다. 한 편, 공격력 3000대의 몬스터가 3장이나 모습을 보이자, 세이아도 상대의 역량과는 별개로 그가 완성시킨 필드는 제법 멋지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단하지! 멋지지! 나는 이대로 턴 엔드다!"
"그래, 오랫만에 보니 뭔가 감격스럽기도 하고 그러네. 그럼 이제 내 턴이군."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브라이언의 전개를 끊어버릴 수단이 잡히지 않았던 것과는 별개로 이미 세이아의 손에는 브라이언의 필드를 뚫어버릴 방법이 갖춰져있었다.
"먼저 패의 [플로지스타 스파이더]와 [플로지스타 센티피드]의 2장으로 펜듈럼 스케일을 세팅하겠어."
"[플로지스타]...? 들어본 것 같기는 한데 말이야..."
플로지스타 스파이더 / 기계족 / 화염 / ★2 / ATK 250 / DEF 2000 / 펜듈럼 / 효과 [1 / 1]
플로지스타 센티피드 / 기계족 / 화염 / ★4 / ATK 1500 / DEF 1200 / 펜듈럼 / 효과 [9 / 9]
세이아가 꺼내든 [플로지스타] 카드군을 보던 브라이언은 화염 속성과 기계족의 조합을 가진 덱이라는 정도만 알고 있었기에 그 자세한 플레잉에는 아는 바가 별로 없었다. 곧 세이아의 펜듈럼 존에 붉은 강조선이 다리 곳곳에서 빛나고 있는 검은 강철의 거미와 붉게 점멸하고 있는 독니와 몸을 가로지르는 두 줄의 붉은 강조선을 지닌 검은 강철의 지네가 세팅되고 있었다.
"이 두 장의 펜듈럼 스케일은 1과 9. 즉, 레벨 2에서 8까지의 몬스터를 펜듈럼 소환할 수 있다는 것이지. 그리고 [플로지스타 센티피드]의 펜듈럼 효과로 네 필드의 몬스터의 공격력 / 수비력은 500 내려가."
"그 정도야 참아줄 수 있지. 기분 나쁘긴 하지만 말이야."
드래그니티 나이트-샤크티 ATK 3000 → 2500 DEF 2300 → 1800
드래그니티 나이트-아라드와 ATK 3300 → 2800 DEF 3200 → 2700
드래그니티 나이트-아스칼론 ATK 3300 → 2800 DEF 3200 → 2700
말로는 그랬지만 타점 싸움에서 밀려버리는 것같아 괜히 기분이 나빴던 브라이언의 표정을 읽어낸 세이아는 더 기분나쁜 것을 그에게 안겨줄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이어서 패의 [플로지스타 피닉스]와 [플로지스타 데블]을 펜듈럼 소환!"
플로지스타 피닉스 / 기계족 / 화염 / ★8 / ATK 2500 / DEF 2000 / 효과
플로지스타 데블 / 기계족 / 화염 / ★8 / ATK 3000 / DEF 2500 / 효과
이번에는 붉게 빛나는 눈과 붉은 강조선이 깃 끝에서 빛나고 있는 날개, 옅은 보랏빛이 감도는 은색의 몸을 지닌 불사조와 붉게 빛나는 눈과 손톱, 발톱, 골침을 지니고, 거대한 날개를 지니고 붉은 빛이 감도는 회색의 육신을 지닌 악마가 세이아의 필드에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그리고 펜듈럼 존의 [플로지스타 스파이더]와 [플로지스타 센티피드]의 펜듈럼 효과를 발동해서, [플로지스타] 몬스터만을 펜듈럼 소환했으니 [스파이더]의 효과로 2장을 드로우하고, [센티피드]의 효과로 덱에서 [플로지스타 이그니션]을 패에 넣겠어."
"그거 너무 사기 아니냐?!"
[플로지스타] 몬스터만을 펜듈럼 소환한다는 전제하에서라고는 하지만 부스팅과 서치를 함께 시행해 패를 5장까지 채워넣은 모습에 브라이언은 듀얼 디바이스에서 제공하는 효과 확인 기능으로 두 펜듈럼 몬스터의 펜듈럼 효과를 몇 번이고 재차 확인하며 당황하고 있었다. 그런 모습을 보며 세이아는 잘만 한다면 왠지 신분 차이와는 별개로 재밌는 사이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고 있었다.
"패의 마법 카드, [플로지스타 이그니션]의 효과로 덱에서 [플로지스타 드래곤]을 패에 넣고, 속공 마법, [금지된 일적]을 [플로지스타 드래곤]과 [플로지스타 레무르]를 버려 발동하겠어!"
"뭐라고?!"
그리고 그 반응은 세이아가 [금지된 일적]의 효과를 발동할 때가 절정이었다. [드래그니티 나이트-아라드와]의 효과로는 건들 수도 없는 마법 카드의 발동이었기에 강력한 견제 효과가 단숨에 무용지물로 변하고 있었다.
"이 효과로 [드래그니티]의 두 몬스터, 즉 [아라드와]와 [아스칼론]의 효과를 무효로 하고서 그 공격력을 절반으로 하겠어."
"이, 이러면 좀 많이 곤란한데..."
드래그니티 나이트-아라드와 ATK 2800 → 1400
드래그니티 나이트-아스칼론 ATK 2800 → 1400
그래도 두 장의 몬스터는 각자 상대에 의해 파괴되면 강력한 후속 효과를 발동해 '뒤끝'을 남기는 효과가 있었으니 어떻게든 해볼만하다고 생각하던 브라이언이었지만 [플로지스타] 몬스터의 공통적인 효과인 '이 카드가 공격할 경우, 상대는 데미지 스텝 종료시까지 몬스터의 효과를 발동할 수 없다.'를 확인한 순간 현실은 시궁창이라는 상투적인 말이 머릿속에서 저절로 떠오르고 있었다.
"그리고 아직이야. 내 필드의 [플로지스타 피닉스]의 효과를 1000 LP를 지불해 발동하겠어.
"아니, 또 뭘 하려고..."
"보면 알아. 내 묘지의 레벨 8 이하의 [플로지스타] 몬스터 1장을 패에 넣거나 특수 소환하는 효과가 있지. 이번엔 레벨 8의 [플로지스타 드래곤]을 특수 소환하겠어."
"아니, 또 뭘 하려고..."
"보면 알아. 내 묘지의 레벨 8 이하의 [플로지스타] 몬스터 1장을 패에 넣거나 특수 소환하는 효과가 있지. 이번엔 레벨 8의 [플로지스타 드래곤]을 특수 소환하겠어."
무라이 세이아 LP 8000 → 7000
플로지스타 드래곤 / 기계족 / 화염 / ★8 / ATK 2800 / DEF 2300 / 효과
이번엔 붉게 빛나는 몸과 붉은 강조선이 몸 곳곳을 가로지르는 황금빛이 감도는 검은 강철의 몸을 지닌 드래곤이 세이아의 필드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더 이상 타점 싸움으로도 우세를 점할 수 없게 된 브라이언의 마음에 세이아의 한 마디가 그의 마음 한 가운데에 그려진 불스아이에 그대로 명중하고 있었다.
"아, 맞다. [플로지스타 센티피드]의 펜듈럼 효과로 내 필드의 기계족 몬스터의 공격력과 수비력이 500 올라가지."
"이, 이런..."
"이, 이런..."
플로지스타 피닉스 ATK 2500 → 3000 DEF 3000 → 2500
플로지스타 데블 ATK 3000 → 3500 DEF 3500 → 3000
플로지스타 드래곤 ATK 2800 → 3300 DEF 2300 → 2800
이제는 도리어 타점에서 밀려버리고, 심지어 2장의 몬스터는 약해질 만큼 약해져버린 상황에서 브라이언은 지금같은 상황에서 다음 턴이 오기는 올까 싶어 마음을 졸이고 있었다.
"이어서 패의 [플로지스타 호크]를 일반 소환하겠어."
플로지스타 호크 / 기계족 / 화염 / ★4 / ATK 1900 / DEF 400 / 효과
플로지스타 호크 ATK 1900 → 2400 DEF 400 → 900
이번에는 붉은 눈과 발톱을 지니고, 붉은 색의 클리어파츠로 구성된 깃을 지닌 날개와 검은 강철의 육신을 가진 매가 세이아의 필드에서 날아오르고 있었다. 그리고 붉은 공기의 기류가 그 날개 끝에서 점점 모여드는 것이 브라이언의 눈에도 보이고 있었다.
"그리고 소환에 성공한 [플로지스타 호크]의 효과로, [드래그니티 나이트-샤크티]의 공격력과 수비력을 턴 종료시까지 절반으로 하겠어."
"나한테 다음 턴이 오기는 하는 거야?!"
"몰라."
드래그니티 나이트-샤크티 ATK 2500 → 1250 DEF 1800 → 900
곧 그 붉은 기류가 열풍이 되어 브라이언의 필드에 있던 [드래그니티 나이트-샤크티]의 육신을 난도질하고있었다. 과연 이 만큼의 공격을 모두 얻어맞고도 과연 다음 턴이 오기는 할지 의문이 들었던 브라이언이었지만 부디 다음 턴이 오길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 세이아도 그의 그런 마음 정도는 알 수 있었지만 무슨 이유로든 그의 라이프가 남는다고 쳐도 딱히 상관은 없었다.
"그럼 이제 배틀 페이즈야. 먼저 [플로지스타 호크]로 [드래그니티 나이트-샤크티]를 공격."
먼저 세이아의 매가 약해질대로 약해진 [드래그니티 나이트-샤크티]를 노리고, 곧 상처입고 약해진 용과 전사를 그 발톱으로 양단해버렸다.
브라이언 뷰캐넌 LP 8000 → 6850
"이어서 [플로지스타 피닉스]로 [드래그니티 나이트-아라드와]를 공격."
이번엔 세이아의 불사조가 크게 상처입은 거룡을 향해 수직에 가깝게 날아오르더니 이내 수직으로 급강하해 그 육신을 양분해 브라이언의 머리 위로 초저공으로 날아오르고 있었다. [플로지스타] 몬스터의 특징인 배틀 페이즈 한정 몬스터 효과 봉쇄로 인해 세이아의 마법/함정 카드를 파괴하는 효과는 무용지물이었다.
브라이언 뷰캐넌 LP 6850 → 5250
"그리고 [플로지스타 드래곤]으로 [드래그니티 나이트-아스칼론]을 공격."
뒤이어 세이아의 거룡이 브라이언의 상처투성이인 용기사에게 붉은 광자 브레스를 발포하고, 그 브레스를 견디지 못 한 거룡과 전사는 함께 산화하며 자신의 주인에게 상처를 주고 있었다. 역시 후속 몬스터를 남기는 효과는 무용지물이 되어버렸다.
브라이언 뷰캐넌 LP 5250 → 3350
"이, 이러면 원 턴 킬이잖아...!"
"내가 말했지? 너 정도는 충분히 이길 것 같다고. [플로지스타 데블]로 직접 공격."
"내가 말했지? 너 정도는 충분히 이길 것 같다고. [플로지스타 데블]로 직접 공격."
브라이언 뷰캐넌 LP 3350 → 0
마지막으로 세이아의 악마가 브라이언에게 뛰어올라 그 날카로운 손톱으로 자신의 적을 십자로 교차해 갈라버리고 있었고, 그것으로 끝이었다. 세이아의 손에는 [화령술-홍]이 준비되어있었지만 사용할 일조차 없이 그대로 원 턴 킬로 승부가 나버리고 말았다.
"어, 어떻게 이런..."
"간단한 거 아냐? 네 아빠와 네 집의 재산만 믿고 잘난척하니까 제대로 혼난 거지."
"간단한 거 아냐? 네 아빠와 네 집의 재산만 믿고 잘난척하니까 제대로 혼난 거지."
뭘 더 해볼 것도 없이 원 턴 킬로 순식간에 상황이 정리된 것에 브라이언은 순간적으로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 하고 화를 내고 있었다.
"다, 다음엔 이렇게 안 될 거야! 반드시 말이야!"
"리턴 매치를 원해? 그럼 다음엔 듀얼리스트로서 제대로 상대하는게 좋을 거야. 난 듀얼리스트를 원하지, 돈많은 도련님을 원하지 않거든."
물론 세이아는 브라이언이 욱하고 달려든다고 해도 그를 한 번에 제압할 자신이 있었지만 다행히 그럴 일까지는 이어지지 않았고, 다만 브라이언은 눈 앞의 현실이 안겨준 충격에 힘이 빠진채 제대로 일어서지도 못 하고 있었을 뿐이었다.
"제법인데!"
관객석에서 다른 친구들과 함께 듀얼을 지켜보던 새미가 원 턴 킬로 브라이언을 끝내버린 세이아를 향해 환호해주고 있었고, 그는 새미 일행을 향해 손을 들어 흔들어주는 것으로 화답을 대신했다. 그러다 브라이언을 근처의 의자에 앉혀놓은 다른 일행들을 향해 눈을 돌린 세이아는 일행과 눈이 마주쳤고, 그 중 일부가 자신에게 도전을 하려는 눈빛을 보이자 듀얼 디바이스를 재차 전개하며 화답했다.
"그래서, 다음 상대는 누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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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일이 없다면(게으름이라던가 게으름이라던지 게으름이라던가) 매주 일요일마다 올라올 예정입니다
그런데 작성하고 보니 생각보다 좀 많이 짧은 것 같은데 앞으론 차차 길어지지 않을까 생각하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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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에 오리카에 대한 설명을 달아야겠는데 과연 단다고 볼지는 의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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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에 오리카에 대한 설명을 달아야겠는데 과연 단다고 볼지는 의문입니다(...) | 23.02.19 03:01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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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것입니다 선생님 | 23.02.26 21:14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