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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lected Ones - 61
흑과 백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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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틀이니라."
폭시의 말에 두 마리의 몬스터가 눈을 번득였다. [앤틱 기어 리액터 드래곤]와 [진룡검황 마스터P]. 하나하나가 그녀의 에이스라고 해도 무색할만한 힘을 가진 몬스터들이다.
"……발동."
"리액터 드래곤으로 직접 공격."
굉음에 양의 목소리가 덮혔다. 천사와 용, 둘 중에 먼저 움직인 것은 창공을 나는 잿빛의 고철룡. 그는 입가에서 석탄을 태우는 듯한 새까만 연기를 뿜어냈다. 그것을 신호로, 그의 몸 안에 내장된 동력기관들이 열을 내며 회전했다. 프스스 빠져나오는 새하얀 증기와 뜨거운 열풍. 용은 지상을 향하여 새빨간 불꽃을 흩뿌리고 뇌명을 비췄다.
"리액터 드래곤이 공격하면 데미지 스탭 종료시까지 너는 몬스터 효과도 마법도 함정도 일체 발동할 수 없느니라."
양의 "룡성"은 파괴되면 덱에 있는 또다른 "룡성"을 불러온다. 꼬리를 물고 주인을 지키는 용들의 무리를 보지 않으려, 폭시는 강수를 두었다.
"널 지키는 것은 이제 하나도."
"듣지 못 했나?"
"흠?"
"배틀 페이즈 시작과 동시에 함정 카드를 발동했다."
"뭐라고?"
"[펜듈럼 리본]. 엑스트라 덱에 있는 [비룡성-세피라시우고]( LV 6 / DEF 2600 )를 특수 소환했지."
"그렇다면 리액터 드래곤이 아닌 마스터P로 세피라시우고를 공격할 뿐이다."
이 듀얼에서만 벌써 몇 번이나 보았던, 이미 눈에 익숙해진 잿빛의 용 [비룡성-세피라시우고]였다. 그는 몸에 불이 붙어 역한 냄새를 풍기는 지경에 이르러서도, 양을 보호하려고 전선에서 이를 악물고 버텼다. 여인은 낭패를 보았다며 혀를 찼다.
불타는 대지 위로 천사가 달려갔다. 화살과도 같은 재빠른 백색이 번개와도 같이 다가왔다. 검황은 새하얀 검을 들어 용의 목을 베었다. 너무나도 강렬한 빛이 해일처럼 몰려들었다.
"묘지에서 이 카드를 제외하겠다."
"흐음?"
새빨갛게 불타오르며, 새까만 연기가 피어오르는 폐허 위로 양은 한 장의 카드를 들어올렸다.
"[세피라의 신의]. "세피라" 카드가 파괴되는 걸 막지."
투명한 베일이 격한 바람을 타고 흩날렸다. 용은 그 베일의 비호 아래에 검황의 검에 목이 잘려나가지 않고 살아남았다.
"리액터 드래곤. 불태우거라."
검황의 검에 베이고도 죽지않은, 그러나 겨우 목숨을 부지했을 뿐인 용에게 리액터 드래곤이 최후의 일격을 가했다. 유성이 호우와 같이 떨어졌다. 화산이 터진것처럼 유독성 가스와 뜨거운 물결이 용의 몸을 불태우고 녹여버렸다.
리액터 드래곤에게 파괴되었기 때문에 세피라시우고의 서치 효과는 발동할 수 없다. 다만, 직접 공격을 당하지 않았으니 라이프만큼은 보존할 수 있었다.
"차례를 마치마."
--- 폭시 크리스타 ---
몬스터 : □[진룡검황 마스터P] + □[앤틱 기어 리액터 드래곤]
마법 / 함정 :
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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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 ---
몬스터 :
마법 / 함정 :
패
--- --- ---
비록 몬스터는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데미지를 받은 것도 아니다. 양은 폭시의 공세를 성공적으로 방어했다.
'방어해냈다.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않다. 우스운 이야기다.'
라이프만 멀쩡할 뿐, 필드도 패도 그 무엇 하나 없다.
'사지가 잘려나간 것과 같은 상황. 숨통이 트여있다고 해도 몸통만 남아 바둥거린들 무슨 소용이 있지.'
마스터P는 마법과 함정의 효과를 받지 않는다. 지금은 비록 탄환이 없으나, 폭시가 묘지로 지속 마법이나 지속 함정을 보낸다면 프리체인 파괴 효과를 발동할 권리를 얻게 된다.
리액터 드래곤 또한 문제다. 양이 "룡성" 몬스터를 소환해서 리쿠르트를 시도한다 한들, 리액터 드래곤에게 공격당하면 그런 시도조차 하지 못 하고 끝장이다.
'모든 것은 이 드로에 달려있다.'
한 장. 그러나 그의 덱은 카드 하나를 드로한다고 해서 이 상황을 기적적으로 뒤엎을만한 카드가 있지는 않다. 모두 둘 이상, 튜너와 튜너가 아닌 것의 합이 싱크로가 되듯 둘은 필요하다.
- 양.
루어시가 입을 열었다. 양의 눈동자가 자그마한 소녀에게로 돌아갔다.
- 믿어요. 이 드로를.
응원도 무엇도 아닌 말이었다. 그러나 그의 마음이 조금 편해졌다.
"드로."
조금도 떨리지 않고, 무덤덤한 목소리로 단호히 선언했다.
'그래. 역시 하나로는 부족하지.'
그는 카드를 확인하고 실소했다. 여태까지 무엇을 그리 고민했었단 말인가.
"덱에서 카드를 10장, 뒷면으로 제외하고 [욕망과 탐욕의 항아리]를 발동한다."
그의 손은 미래를 깎아지르며 몸을 불태웠다. 제 자신의 영혼마저 태우며 닿지 않을 것 같던 경지로 뛰어올랐다.
"카드를 2장 드로."
그리고 기적이란 것이 그의 손에 내려앉았다.
"마법 카드 [셔플 리본] 발동. 내 필드에 몬스터가 없을 때, 묘지에서 몬스터 하나를 특수 소환할 수 있다."
양의 묘지에는 몬스터가 단 하나 존재한다. 듀얼 시작과 동시에 양이 들이밀었던 첫 수. 그는 그것을 다시금 꺼내들었다.
"튜너 몬스터 [유령토끼]( LV 3 / DEF 1800 )를 특수 소환."
허름한 옷을 입은 꼬마 아이가 나타났다. 꼬마의 피부는 햇빛을 받지 않아, 흰색으로 창백했으며 사람이라기보단 인형이라는 표현이 어울렸다. 양갈래로 묶은 머리는 푸석푸석한 하얀색으로 쉽게 부스러지는 싸리눈을 모아놓은 것 같았다.
"그 다음, [염룡성-순게이]( LV 4 / ATK 1900 )를 소환."
그가 불러낸 또다른 몬스터는 눈처럼 차가운 꼬마와는 지극히 상반되는 존재였다. 온몸이 피처럼 붉은 색이었으며, 사자처럼 굵은 갈기를 한 짐승이었다. 그의 코를 통해 빠져나오는 숨은 불씨가 붙어 화륵 타오르기도 했다.
"레벨 합계는 7. 그 계집애를 부르려는 것이냐?"
"그럴거라 생각하나."
"호오?"
"레벨4 순게이에게 레벨3 유령 토끼를 튜닝."
그의 링커인 루어시를 불러낼 수 있는 완벽한 조합. 그러나 양은 의미심장한 말을 폭시에게 말하고는 곧장 싱크로 선언을 했다.
새빨간 용이 네 발로 지면을 박찼다. 리액터 드래곤의 불꽃에 의해 난장판이 되어 불타는 대지에 그의 불꽃이 더해지자, 불길은 한 층 거세졌다. 그 뒤로 창백한 꼬마가 뒤따랐다. 손가락 사이에 두 장의 부적을 끼더니, 주문을 읊었다. 그러자, 두 마리의 반투명한 요괴가 나타났다. 그 둘의 모양은 새하얀 몸통에 새빨갛고 동그란 눈동자가 둘 박혀있는 토끼같았다. 토끼 두 마리를 거느리고, 순게이를 향해 뛰어가는 유령토끼. 아이는 품속에 숨겨놓았던 부적 여러 장을 꺼내고 주문을 읊었다.
"싱크로 소환. [사룡성-가이저]( LV 7 / ATK 2600 → 3100 )"
용의 몸에는 화염이 푸르게 타올랐다. 화염은 용과 아이를 잡아먹었고, 악마의 얼굴 같은 굵은 연기를 뿜어냈다. 그 속에서는 근육이 뼈 위에서 삐걱거리며 요동치는 소리가 크게 터져나왔다. 여러개의 다리가 달린 새까맣고 거대한 용 한 마리가 불꽃을 꺼트리며 우렁차게 포효했다.
"순게이를 싱크로 소재로 했으니, 가이저의 공격력은 3100이 된다."
"계집애가 아니라 그 새까만 용을 부르다니. 제법 이성적으로 판단했구나."
"배틀이다."
가이저가 한 발자국 앞으로 내딛었다. 그의 발소리가 천둥치듯 요란하게 울려퍼졌다. 그 커다란 울림에 하늘을 날던 리액터 드래곤이 순간 날개를 멈추며 주춤했다.
"마스터P를 공격."
가이저가 여러 개의 다리를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며 앞으로 달려갔다. 자신을 향해 빠르게 달려드는 맹수를 바라보며, 천사는 검을 들었다. 자신이 마주보고 있는 상대는 새까맣게 칠해진 사악한 존재. 자신과는 지극히 대비되며, 피냄새와 불꽃이 어울리는 괴물. 천사는 성스러운 방패로 가이저의 주먹을 막아내고, 한 차례 굵직한 진동을 견뎌냈다. 그리고는 바로 오른팔을 휘둘러 검으로 가이저의 비늘을 찢었다.
- 그르르르!
비늘을 찢겨, 일자로 크게 상처가 난 가이저였으나 그 상처에 짙은 숨소리를 낼 뿐, 통증을 호소하지는 않았다. 도리어 이 상처를 기쁘게 받아들이는 듯, 입꼬리를 위로 쭈욱 찢더니 방금 날렸던 것보다 더욱 강한 일격을 천사를 향해 날렸다. 그의 무거운 주먹을 천사는 방패로 받아냈으나, 방패가 움푹 패이고 크게 금이 갔다.
- 윽!
예상치 못 한 강한 위력에 천사의 왼팔이 저릿했다. 곧바로 오른팔을 움직여서 검을 휘둘러야 했으나, 그것이 한 박자 늦었다. 그가 방패를 왼쪽으로 감고 오른팔을 앞으로 내밀던 그 때에, 가이저의 왼팔이 무방비한 천사의 오른쪽 반신을 가격한 것이었다. 그의 방패를 찌그러트릴 정도의 강한 주먹이 몸을 직격하자, 천사는 몇 미터나 뒤로 날아갔다. 그의 단단한 갑옷도 종잇장처럼 가볍게 찢기고 부숴졌다.
- 그라아아!
용은 자세를 가다듬으려는 천사의 머리 위로 뛰어올라, 그의 등허리를 밟고 다리를 물어 뜯었다. 처음으로 천사의 입에서 비명같은 것이 터져나왔다. 가이저는 그 비명 소리에 흡족해하며 그의 다른 한 쪽 다리도 뜯어버리고 머리는 뒷발로 으깨버렸다.
"야만스럽구나. 뭐 짐승들에게 있어서는 당연한 싸움법이지만. ( LP : 4000 → 3850 ) "
듀얼을 시작하고서 처음으로 데미지가 들어갔다. 다만 그 수치는 0이나 다름없는 150. 그녀의 라이프는 아직 4000에 가깝다.
그것과는 별개로 잔혹하게 사냥당한 천사를 보고서도, 폭시는 별 감흥없다는 투로 말했다. 자잘한 데미지를 받은 것은 애초에 고려할 사항도 아니며, 오히려 끈질기게 천사의 시체를 짓밟는 가이저에게 흥미를 느끼는 듯 했다.
"이걸로 끝이 아니다."
양은 두번째 표적을 노려보았다.
"메인 페이즈2. 가이저의 효과 발동."
가이저는 턱을 들고 높게 포효했다. 그 울음소리에 리액터 드래곤이 새빨간 화염을 쏘아보내는 것으로 대답했다.
"가이저 자신과 리액터 드래곤을 파괴한다."
화염 비를 맞고 불타는 가이저의 몸. 천사에 의해 입은 상처로 화염이 닿자, 코를 가리게 하는 악취가 풍겼다.
- 캬르르!
- 그르르르!
그는 리액터 드래곤이 자신에게 하는 것처럼, 입을 벌리고 하늘을 향해 화염을 쏘아보냈다. 새까만 화염은 지상에서 하늘을 향해 쏘아졌고, 하늘에선 화염의 비가 내렸다. 지옥을 연상케하는 화염의 세례가 쏟아진 뒤에 하늘에선 고철 덩어리가 바스라져 떨어졌고, 지상은 새까만 숯덩이가 살점마다 터지며 난자했다.
"파괴된 가이저의 효과 발동."
새까만 재밖에 남지 않은 대지에 안개가 펼쳐졌다. 죽은 용들의 영혼이 흐릿하게나마 형상을 가지게 되었다.
"윤회하라."
그들은 모두 양의 명령하에 한 곳에 결집했다. 서로 다른 모양새의 영혼들이 모여들어 뭉쳤고, 안개는 그것을 감싸는 껍데기가 되었다. 그리고 마침내 찬란한 황금빛이 흘러나왔다.
"특수 소환. 튜너 몬스터 [광룡성-리훈]( LV 1 / DEF 0 )"
가이저 또한 "룡성"이다. 가이저가 파괴되었을 때, 덱에서 환룡족 몬스터를 하나 골라 수비 표시로 특수 소환할 수 있다. 양이 선택한 것은 작고 초라한, 금붕어를 닮은 용 한 마리였다.
"턴 엔드다."
--- 폭시 크리스타 ( LP : 3850 ) ---
몬스터 :
마법 / 함정 :
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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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 ---
몬스터 : □[광룡성-리훈]
마법 / 함정 :
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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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 번째 턴이 끝났다. 서로의 행동을 방해하는 공작이 몇 번이나 이어진 뒤, 그들의 패와 필드는 초토화되었다. 각자 세 턴을 보냈음에도, 두 사람의 라이프는 처음과 달라진 것이 거의 없으며 필드에는 공격력도 수비력도 0인 자그마한 튜너 한 마리가 남았을 뿐이었다.
"후후. 기대되는구나."
4번째 자신의 차례를 맞이한 여인이 뺨을 움직였다.
"서로 패 하나도 없이, 다음 드로할 카드에만 의존하는 싸움이 되었다."
더이상 소모전은 불가능하다. 한 턴을 의미없게 보내던가, 아니면 약소하게나마 반격을 하고 상대가 여유를 가질 틈을 주지 않을 뿐이다.
"내 필드에는 리훈이 있다. 원드로 싸움을 하는 건 너 혼자 뿐이다."
"꼬마야. 네가 [욕망과 탐욕의 항아리]를 뽑았듯이, 나도 그런 카드를 뽑는다면야."
"그렇게 될 것 같나."
"신통력이라는 게 있는 법이니라."
여인은 눈을 가느다랗게 뜨고, 손가락 끝에 집중했다.
"가끔식 일어나는 법이지. 그런 우연이."
여인은 카드를 당겼다. 그리고 카드를 뒤집어 그것의 이름을 확인했다.
"후후후. 후하하!"
여인은 폭소를 터트렸다.
"뽑아버렸느니라. 그 카드를."
여인은 자신이 뽑은 카드를 양에게 보여주었다. 그것은 녹색의 카드. 이름은 [생명 단축의 패]였다.
……
욕탐에는 생단으로 대답해드리는 것이 인지상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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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욕탐생단에 던질 우라라조차 안 남아있다니 흑흑 | 17.09.18 12:14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