넉넉하지 않은 자원을 바탕으로 환경적 요소를 활용하여 최대한 효율적으로 적을 상대한다는 기본 틀은 전혀 변하지 않았는데요.
원작은 적들이 느릿느릿하면서 이번 리메이크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덜 공격적이다 보니 한번 전투의 기초를 익히고 나면 사실 전투가 긴장감이 높다기보다는 '얘를 어떻게 요리할까' 하면서 여유롭게 공략하는 맛이 더 좋았던 기억이 납니다.
원작은 여러 번 돌려봤으니 대충 맵 구조나 적 위치를 다 파악하고 있어서 그런 거 아니냐고 할 수도 있는데, 초회차 때도 사실 조작감 익숙해진 뒤로는 정말 몇몇 특정 구간 제외하고는(예를 들어서 성에서 애슐리 크랭크 돌리는 동안 애슐리 호위하면서 동시에 레온한테 다가오는 가나도들도 잡아야 하는 구간이라던지) 대체로 그렇게 느꼈습니다.
대신 그 적을 공략하는 방법이 워낙 다채롭다 보니 전투가 썩 어렵게 느껴지지 않아도 충분히 개꿀잼이었고요.
근데 이번 리메이크는 기본 틀은 똑같지만 전투의 난이도 자체는 훨씬 빡빡해진 느낌이 강하네요.
원작에서는 멀쩡하게 통과했을 법한 구간에서 몇 번이나 죽었는지 모릅니다 ㅋㅋㅋㅋ 빵봉지한테 배 뚫리는 데스신은 5번 넘게 본 거 같고요 ㅋㅋㅋㅋ
근데 또 이게 불합리하게 어려운 게 아니라 딱 아 다음번에는 이러저러하게 하면 이 구간 지나갈 수 있겠다! 싶은 정도가 적절하게 잡힌 거 같아요.
패링 있는 것도 그렇고 뭐랄까, 총 쏘는 소울라이크 같은 느낌이 드는데, 그렇다고 소울라이크만큼 어렵지는 않은 느낌?
그 외에 놀라웠던 건 생각보다 원작의 레벨 디자인이 그대로 남아 있는 구간이 거의 없다시피하고, 완전히 뜯어고친 구간이 엄청 많았다는 점?
사실 원작 레벨 디자인이 워낙 기막혀서 조작감만 현대식으로 바꿔도 지금 해도 재밌는 레벨 디자인이라 그거 그대로 넣고 싶은 욕심이 없지는 않았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제가 챕터 3인가 그까지밖에 안 하긴 했습니다만 원작이랑 거의 똑같다고 느낀 맵은 초반부 마을밖에 없었습니다. 나머지는 그냥 원작 느낌이 나는 아예 새로운 게임 하는 느낌이었어요.
처음에는 생각보다 많이 어려워서 좀 미묘하기도 했는데, 하다 보니까 소위 말하는 '맛있는 매운맛'을 제대로 구현한 게임 아닌가 합니다. 정말 전투 시스템이나 레벨 디자인 측면에서 감탄밖에 안 나오네요. 이 시스템 기반으로 후속작이 좀 더 많이 나와줬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