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자원공사 안동권지사에 45년간 근무한 권영목(66·사진작가)씨는 누구보다도 안동호 생태계를 잘 아는 산증인이다. 수십 년간 안동호 주변을 누비며 동·식물을 촬영한 권씨는 안동호의 달라진 모습을 전하고 있다. 그는 수년 전 안동호 인근 야산에서 천연기념물 328호 하늘다람쥐를 처음 촬영하기도 했다. 권씨는 "인공으로 만든 호수는 주변 자연환경 질서를 파괴하는 줄만 알았는데 45년 동안 지켜본 결과 안동호가 호수 생태계의 새 질서를 창출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자연생태 복원은 1993년 가두리 양식장을 철거하면서 본격화됐다. 댐 상류 수역에 대한 오폐수 정화시설 확충과 단속이 강화된 것도 이때였다. 이후 안동호 수질은 지금까지 1급수로 유지되고 있다.
안동호 인근 안동시 예안면 부포리 소나무 숲은 매년 봄철마다 무리지은 왜가리나 백로가 장관을 연출한다. 바로 앞 하천에 3~4월이면 산란기 빙어 떼가 거슬러 올라와 백로들에겐 '천혜의 보금자리'다.
자연 다큐멘터리를 고스란히 연출하는 것은 빙어와 백로뿐만이 아니다. 안동호에 서식하는 조류는 87종. 여름엔 쇠제비갈매기에 이어 겨울엔 천연기념물 제327호인 원앙이 수천마리씩 집단 서식하는 모습이 발견되고 있다.
붉은 부리에 주황과 노랑, 녹색이 어우러진 화려한 날개를 지닌 원앙은 댐 옹벽 틈새마다 몸을 숨기고 휴식을 취하다가 떼를 지어 물 위로 솟아오르며 장관을 연출한다. 안동호에 매년 백여 마리 정도 찾아오던 원앙이 1500여 마리나 발견된 건 지난해부터다. 물가 나무 둥지에 알을 낳고 작은 물고기를 잡아먹는 원앙의 습성과 안동호의 환경이 잘 맞아떨어진 결과였다. 댐과 함께 조성된 옹벽이 삵과 고양이 등 천적으로부터 원앙을 보호해주는 역할도 한다. 한국수자원공사는 원앙을 잘 관찰할 수 있는 탐조대를 만들어 안동댐을 찾는 시민과 관광객에게 색다른 볼거리를 제공할 계획이다. 박재충 수자원공사 안동권지사 물순환 사업부장은 "원앙이 안전하게 먹이 활동을 하고 번식할 수 있도록 새롭게 정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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